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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 (운허) 불교사전, 출처에 각주설명이 따로 없어 참조함.
大乘本生心地觀經
대당(大唐) 계빈국(罽賓國) 삼장 반야(般若) 한역
1. 서품(序品)
나는 이렇게 들었다.
어느 땐가 부처님께서 왕사성(王舍城)의 기사굴산(耆闍崛山)에서 큰 비구 3만 2천 명과 함께 계셨다. 이들은 모두 아라한이었으므로, 마음이 잘 해탈(解脫)되었고, 지혜가 잘 해탈되었으며, 할 일을 이미 다하여 모든 무거운 짐을 여의어서 자기의 이익을 얻음에 이르렀으며, 유(有)와 결(結)1)을 다하여 큰 자재를 얻었고, 청정(淸淨)한 계(戒)에 머물러서 훌륭한 방편과 지혜로 장엄(莊嚴)하고 여덟 가지 해탈을 증득하여 피안(彼岸)에 이르렀다.
그들의 이름은 구수(具壽)인 아야교진여(阿若憍陳如)·아사바실다(阿史波室多)와 마하나마(摩訶那摩)·바제리가(婆帝利迦)와, 마하가섭(摩訶迦葉)·교범파제(憍梵波提)·이바다(離波多)·우루빈나가섭(優樓頻螺迦葉)·나제가섭(那提迦葉)·가야가섭(伽倻迦葉)·사리불(舍利弗)·대목건련(大目犍連)ㆍ마하가전연(摩訶迦旃延)·마하가비나(摩訶迦毘那)·진제나(眞提那)·부루나미다라니자(富樓那彌多羅尼子)·아니루타(阿尼樓駄)·미묘비(微妙譬)·수보리(須菩提)·박구라난타(薄拘羅難陀)·손다라난다(孫陀羅難陀)·라후라(羅睺羅) 등 이와 같은 구수 아라한과, 유학(有學)인 아난(阿難) 등이 각기 여러 백천의 권속(眷屬)과 함께 각각 부처님 발에 예를 올리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또 보살마하살(菩薩摩訶薩) 8만 4천 명도 함께 있었으니, 이들은 모두 한 생만 지나면 부처님의 지위에 나아갈 대법왕자(大法王子)들 이었으므로, 훌륭한 위덕(威德)이 위대한 용왕(龍王)과 같았고, 백 가지 복(福)이 원만(圓滿)하였으며, 몸빛이 비치고 빛나는 것이 마치 천 개의 해가 모든 어둠을 깨뜨리는 것과 같았다. 지혜가 맑은 것이 큰 바다보다 더하고, 모든 부처님의 비밀한 경계를 통달하였으며, 큰 법의 횃불을 켜 중생을 인도하여 생사(生死)의 바다에서 큰 뱃사공이 되어 중생들을 가엾게 여기기를 마치 갓난아이 같이하였다.
어느 때나 항상 편안함과 즐거움을 베풀어 이름이 널리 시방세계에 드날리며, 미묘한 신통(神通)을 자재(自在)하게 유희(遊戱)하고, 이미 능히 모든 총지문(總持門: 다라니)을 훌륭히 통달하여 네 가지 막힘없는 말솜씨[辯才]의 자재함을 갖추었으며, 이미 원만한 대원(大願)의 자재함을 얻어 오묘한 사업(事業)의 자재함을 잘 성취하였고, 이미 능히 삼매에 잘 드는 것이 자재하여 원만한 복덕(福德)의 자재를 구족(具足)하였으며, 항상 중생들의 청하지 않는 벗이 되어 한량없는 겁(劫)을 지내도록 부지런히 6도(度)를 닦고, 여러 부처님을 빠짐없이 섬기면서도 열반(涅槃)에 머무르지 아니 하며, 모든 번뇌를 끊어서 종(種)14)과 습(習)을 모두 없애버렸다.
비록 6도(道)에 태어나지만 과실(過失)이 없으므로 몸을 시방에 나타내어 묘법을 강설(講說)하고, 한량없는 세계에서 중생들을 교화하여 이익 되게 하며, 모든 외도(外道)를 제어하여 삿된 마음을 꺾고 항복 받아 단견(斷見)과 상견(常見)의 인(因)을 여의어서, 바른 소견을 내게 하여 오고 가며 흔들리는 모양이 없도록 하였다.
장엄하지 않은 장엄으로 시방 부처님의 국토(國土)를 장엄하고, 말하지 않는 말로 오묘한 이치의 고요함[寂然]을 말하며, 머무를 것이 없는 것에 머물러 사람과 하늘의 무리를 제도하며, 받은 바 없이 광대한 법락(法樂)을 받는다.
정진(精進)의 갑옷을 입고 지혜의 칼을 잡아 마군(魔軍)의 무리를 깨뜨리고 법의 북을 쳐서 몸이 항상 두루 일체의 도량(道場)에 앉으며, 큰 법라(法螺)를 불어 중생을 깨닫게 하므로 모든 유정(有情)이 모두 이익을 입게 되어 이름을 듣고 몸을 보는 이는 헛되이 지나는 이가 없었다.
세 가지 통달한 지혜[三達智]를 갖추어서 3세(世)의 법을 깨쳤으며, 중생들의 모든 근기(根器)의 예리하고 둔함을 잘 알아서 병에 따라 약을 주니 다시는 의혹이 없으며, 커다란 법의 구름을 펴서 감로의 비를 내리고, 불퇴전(不退轉)의 지인법륜(智印法輪)을 굴리며, 생사의 감옥을 닫고 열반의 문을 열어 큰 서원(誓願)을 발하여 미래세가 다하도록 중생들을 제도하니, 이 모든 보살들은 오래지 않아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耨多羅三邈三菩提)를 얻을 것이다.
그들의 이름은 무구(無垢)인 미륵보살과 사자후(獅子吼) 보살ㆍ묘길상(妙吉祥) 보살ㆍ유마힐(維摩詰) 보살ㆍ관자재(觀自在) 보살ㆍ득대세(得大勢) 보살ㆍ금강장왕(金剛藏王) 보살ㆍ지장왕(地藏王) 보살ㆍ허공장왕(虛空藏王) 보살ㆍ다라니자재왕(陀羅尼自在王) 보살ㆍ삼매자재왕(三昧自在王) 보살ㆍ묘고산왕(妙高山王) 보살ㆍ대해심왕(大海深王) 보살ㆍ묘변엄왕(妙辯嚴王) 보살ㆍ환희고왕(歡喜高王) 보살ㆍ대신변왕(大神變王) 보살ㆍ법자재왕(法自在王) 보살ㆍ청정우왕(淸淨雨王) 보살ㆍ약왕(藥王) 보살ㆍ약상(藥上) 보살ㆍ요번뇌병(療煩惱病) 보살ㆍ보산(寶山) 보살ㆍ보재(寶財) 보살ㆍ보상(寶上) 보살ㆍ보덕(寶德) 보살ㆍ보장(寶藏) 보살ㆍ보적(寶積) 보살ㆍ보수(寶手) 보살ㆍ보인수(寶印手) 보살ㆍ보광(寶光) 보살ㆍ보시(寶施) 보살ㆍ보당(寶幢) 보살ㆍ대보당(大寶幢) 보살ㆍ보우(寶雨) 보살ㆍ보달(寶達) 보살ㆍ보장(寶杖) 보살ㆍ보계(寶髻) 보살ㆍ보길상(寶吉祥) 보살ㆍ보자재(寶自在) 보살ㆍ전단향(旃檀香) 보살ㆍ대보거(大寶炬) 보살ㆍ대보엄(大寶嚴) 보살ㆍ일광(日光) 보살ㆍ월광(月光) 보살ㆍ성광(星光) 보살ㆍ화광(火光) 보살ㆍ전광(電光) 보살ㆍ능시념혜(能施念慧) 보살ㆍ파마(破魔) 보살ㆍ승마(勝魔) 보살ㆍ상정진(常精進) 보살ㆍ불휴식(不休息) 보살ㆍ부단대원(不斷大願) 보살ㆍ대명칭(大名稱) 보살ㆍ무애변재(無礙辯才) 보살ㆍ무애전법륜(無礙轉法輪) 보살이었으니, 이와 같이 무구한 보살마하살들이 각기 여러 백천의 권속(眷屬)들과 더불어 함께 있었다.
또 억(億) 만의 육욕천자(六欲天子)가 있었으니, 그 이름은 선주(善住) 천자와 위덕(威德) 천자·보광(寶光) 천자·청정혜(淸淨慧) 천자·길상(吉祥) 천자·대길상(大吉祥) 천자·자재(自在) 천자·대자재(大自在) 천자·일광(日光) 천자·월광(月光) 천자였다.
이러한 천자들의 우두머리는 석제환인(釋提桓因)이었다.
모두 다 대승(大乘)의 묘한 법을 사랑하고 좋아하며, 3세의 여래를 따라 받들어 섬기기를 원하여 부사의한 비밀경계(秘密境界)에 들어가서 모든 부처님과 대중이 모인 도량을 장엄한 이들로, 각기 여러 백천 권속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또 항하의 모래알만큼 많은 색계천자(色界天子)가 있었으니, 그 이름은 대광보조(大光普照) 천자·무구장엄(無垢莊嚴) 천자·신통유희(神通遊戱) 천자·삼매자재(三昧自在) 천자·다라니자재(多羅尼自在) 천자·대나라연(大那羅延) 천자·원만상원(圓滿上願) 천자·무애변재(無礙辯才) 천자·길상복혜(吉相福慧) 천자·상발대원(常發大願) 천자였다. 이러한 천자들의 우두머리는 광명대범천왕(光明大梵天王)이었다.
모두 다 삼매의 신통과 자유자재한 말솜씨를 구족하고, 여러 부처님을 두루 섬겼으며, 3세의 여래께서 보리수 아래 금강좌(金剛座)에 앉아 마군(魔軍)을 깨뜨리고 보리를 증득했을 때 두루 여러 곳으로부터 모임에 이르러 모두 맨 처음으로 여래께서 묘한 법륜(法輪)을 굴리시어 감로(甘露)의 문을 열어 사람과 하늘의 무리를 제도하여 주시기를 권유하여 청하였고, 모든 부처님의 비밀한 뜻[意趣]을 잘 깨달아 큰 보리에서 다시 물러나지 않는 이들로, 각기 여러 백천의 권속을 거느리고 있었다.
또 4만 8천 모든 큰 용왕이 있었으니, 마나사(摩那斯) 용왕·덕차가(德叉迦) 용왕·난타(難陀) 용왕·발난타(跋難陀) 용왕·아욕달지(阿辱達池) 용왕·대금면(大金面) 용왕·여의보주(如意寶珠) 용왕·우묘진보(雨妙珍寶) 용왕·상주감우(常澍甘雨) 용왕·유대위덕(有大威德) 용왕·강력자재(疆力自在) 용왕이었다. 이들 용왕의 우두머리는 사갈라(沙竭羅) 용왕이었다.
모두 다 대승의 묘한 법을 사랑하고 좋아하여 큰 서원을 발하고, 공손히 보호하여 지닌 분들로서 각기 여러 백천 권속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또 5만 8천 모든 약차신(藥叉神)이 있었으니, 대사자왕(大師子王) 약차신·일륜광조(日輪光照) 약차신·묘나라연(妙那羅延) 약차신·심가포외(甚可怖畏) 약차신·연화광색(蓮花光色) 약차신·제근미묘(諸根美妙) 약차신·외호정법(外護正法) 약차신·공양삼보(供養三寶) 약차신·우중진보(雨中珍寶) 약차신·마니발라(摩尼癖) 약차신이었다.
이러한 약차신의 우두머리는 승신이사(僧愼爾邪) 약차신이었다.
모두 다 생각으로 헤아리기 어려운 지혜의 광명과 생각으로 헤아리기 어려운 지혜의 횃불과 생각으로 헤아리기 어려운 지혜의 행과 생각으로 헤아리기 어려운 지혜 더미[聚]를 구족하여, 중생들을 위해 악귀(惡鬼)를 제어하여 항복시켜서, 편안하고 즐거움을 얻어 복과 지혜를 연장(延長) 할 수 있게 하고, 대승을 수호하여 끊어지지 않게 한 분들로서, 각기 여러 백천의 권속을 거느리고 있었다.
또 8만 9천 건달바왕(乾闥婆王)이 있었으니, 정상보관(頂上寶冠) 건달바왕·보방광명(普放光明) 건달바왕·금강보당(金剛寶幢) 건달바왕·묘음청정(妙音淸淨) 건달바왕·변지중회(徧至衆會) 건달바왕·보현제방(普現諸方) 건달바왕·애락대승(愛樂大乘) 건달바왕·전불퇴륜(轉不退輪) 건달바왕이었다. 이러한 건달바왕의 우두머리는 제근청정(諸根淸淨) 건달바왕이었다.
모두 대승을 깊이 사랑하고 공경하여 중생이 이롭고 즐겁게 되기를 항상 게을리 하지 않은 분들로서, 각기 여러 백천의 권속을 거느렸다.
또 천억의 아수라왕(阿修羅王)이 있었으니, 라후라(羅睺羅) 아수라왕·비마질다라(毗摩質多羅) 아수라왕·출현위덕(出現威德) 아수라왕·대견고력(大堅固力) 아수라왕·미묘음성(美妙音聲) 아수라왕·광명변조(光明徧照) 아수라왕ㆍ투전항승(鬪戰恒勝) 아수라왕ㆍ선교환화(善巧幻化) 아수라왕이었다. 이러한 아수라왕의 우두머리는 광대묘변(廣大妙辯) 아수라왕이었다.
능히 닦고 익히기를 잘해서 자신을 높여 잘난 체 하는 것을 모두 버리고 대승을 받아 지녀 3보를 존중하는 이들로, 각기 여러 백천의 권속들을 거느리었다.
또 5억의 가루라왕(迦樓羅王)이 있었으니, 보계(寶髻) 가루라왕·금강정광(金剛淨光) 가루라왕·속질여풍(速疾如風) 가루라왕·허공정혜(虛空淨慧) 가루라왕·묘신광대(妙身廣大) 가루라왕·심불퇴전(心不退轉) 가루라왕·광목청정(廣目淸淨) 가루라왕·대복포만(大腹飽滿) 가루라왕·유대위덕(有大威德) 가루라왕·지혜광명(智慧明光) 가루라왕이었다. 이러한 가루라왕의 우두머리는 여의보광(如意寶光) 가루라왕이었다.
모두 다 불기법인(不起法忍)을 이루어 좋은 방편으로 일체 중생을 이롭게하는 이들로, 각기 여러 백천의 권속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또 9억의 긴나라왕(緊那羅王)이 있었으니, 동지(動地) 긴나라왕·묘보화당(妙寶華幢) 긴나라왕·보수광명(寶樹光明) 긴나라왕·선법광명(善法光明) 긴나라왕·최승장엄(最勝莊嚴) 긴나라왕·대법광명(大法光明) 긴나라왕·수지묘법(受持妙法) 긴나라왕·묘보엄식(妙寶嚴飾) 긴나라왕·성취묘관(成就妙觀) 긴나라왕이었다. 이러한 긴나라왕의 우두머리는 열의락성(悅意樂聲) 긴나라왕이었다.
모두 다 청정하고 미묘한 지혜를 갖추었으므로 몸과 마음이 쾌락(快樂)하여 자재하게 유희하였으며, 각기 여러 백천의 권속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또 9만 8천의 마후라가왕(摩睺羅迦王)이 있었으니, 묘계(妙髻) 마후라가왕·구대위덕(具大威德) 마후라가왕·장엄보계(莊嚴寶髻) 마후라가왕·정안미묘(淨眼微妙) 마후라가왕·광명보당(光明寶幢) 마후라가왕·사자흉억(師子胸臆) 마후라가왕·여산부동(如山不動) 마후라가왕·가애광명(可愛光明) 마후라가왕이었다. 이러한 마후라가왕의 우두머리는 유희신통(遊戱神通) 마후라가왕이었다.
이미 능히 선교방편과 방편(方便)을 닦아서 모든 중생들이 영원히 사랑의 속박에서 벗어나도록 하였으며, 각기 여러 백천 권속을 거느리고 있었다.
또 다른 곳에 만억 국토의 전륜성왕(轉輪聖王)이 있었으니, 금륜(金輪) 전륜성왕·은륜(銀輪) 전륜성왕·동륜(銅輪) 전륜성왕·철륜(鐵輪) 전륜성왕이었으며, 칠보(七寶) 천자(千子)의 권속과 더불어 한량없는 코끼리 수레·말 수레와 수많은 보배 기ㆍ큰 보배 번(幡)·머리 꾸미개·보배 해가리개ㆍ비단·흰 털이개·갖가지 진기한 것ㆍ미묘한 보배 영락(瓔珞)으로 장엄하고, 바르는 향[塗香]·가루 향[末香]ㆍ만 가지를 섞어 만든 미묘(微妙)하고 특수한 향으로 각기 값진 여러 보배 향로(香爐)를 잡고서 큰 보배 향을 피워 세존께 공양하고, 묘한 말로써 여래의 매우 깊은 지혜의 바다를 찬탄(讚嘆)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 3계에서 번뇌가 남아있는 사람과 하늘의 과보(果報)를 구하지 아니하고, 오직 세상을 벗어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겠습니다. 왜냐 하면 3계 가운데서 사람과 하늘의 복과 즐거움이 비록 높은 자리에 있다고는 하지만 선세(先世)의 복이 다하면 도로 나쁜 갈래[惡趣]에 태어나 한량없는 괴로움을 받기 때문이니, 지혜가 있는 이라면 누가 세간의 즐거움을 좋아하겠습니까?”
이 말을 마치고는 한 마음으로 합장하고 각기 여러 백천의 권속들과 더불어 함께 있었다.
또 16대국(大國)의 왕들이 있었으니, 가비라국(迦毗羅國) 정반(淨飯) 대왕·마가다국(摩迦陀國) 빈바사라(頻婆娑羅) 왕·파라나국(波羅奈國) 가사(迦斯) 대왕ㆍ유우타국(有于陀國) 우천(于闡) 대왕ㆍ사라국(娑羅國) 주가비나(主迦毘那) 왕이었다.
이러한 16 대왕 및 여러 작은 왕들의 우두머리는 사위국(舍衛國)의 주인인 파사닉(波斯匿) 왕이었으니, 이름은 월광(月光)이었다.
모두 다 복과 지혜와 신통을 구족하여 큰 위덕이 전륜왕과 같으며, 일체의 원수와 적들이 저절로 항복하고, 백성들이 번성하고 국토가 풍요롭고 안락하니, 한량없는 부처님의 처소에서 선근(善根)을 심어 항상 여러 부처님께서 마음에 품어 보살펴 주시고, 장엄겁(莊嚴劫) 가운데 천 분의 부처님이 출현하실 적에 이러한 모든 왕들이 항상 시주(施主)가 되었으며, 현겁(賢劫) 가운데 천 분의 부처님이 출현하실 적에도 이러한 왕들이 항상 시주가 되었고, 앞으로 올 세상의 성수겁(星宿劫) 가운데서 천 분의 부처님이 출현하실 적에도 마땅히 시주가 될 것이며, 나아가 미래(未來)에 일체 모든 부처님이 세간에 출현하실 적에도 이러한 모든 왕들이 본원력(本願力)으로 항상 보시를 행하여 유정(有情)들을 이롭게 하고, 이치에 맞는 것을 따라 모든 방편문(方便門)에 잘 들어가니 비록 나라의 왕이 되었으나 세간의 즐거움을 탐하지 않고 생사를 싫어하여 해탈의 인(因)을 닦으며, 부지런히 부처님 도를 구하고 대승을 즐겨 중생을 교화하여 이롭게 하되, 모든 현상(現相)에 집착(執着)하지 않고 3보의 종자를 이어 늘 끊어짐이 없게 하였다.
법을 듣기 위하여 여래께 공양하되 널리 진귀한 음식[膳]을 마련하고, 엄숙히 향과 꽃을 가지고 부처님 처소로 오니, 각기 1만 2만 나아가 천 만의 모든 권속들과 함께 있었다.
또 16대국(大國)의 왕들의 부인(夫人)이 있었으니, 위제희(韋提希) 부인·묘승만(妙勝鬘) 부인·심가애락(甚可愛樂) 부인·삼계무비(三界無比) 부인·복보광명(福報光明) 부인·여의보광(如意寶光) 부인·말리(末利) 부인·묘덕(妙德) 부인이었다.
이러한 부인들의 우두머리는 수승묘안(殊勝妙顔) 부인이었다.
이미 능히 한량없는 정정(正定)에 잘 들어 중생을 제도하기 위하여 여자의 몸으로 나타나 세 가지 해탈로 그 마음을 닦아 익히고, 큰 지혜를 갖추어 복덕이 원만하며, 반연함이 없고 장애됨이 없는 큰 자비로 중생을 어린애 같이 어여삐 여기고, 본원력으로 세존을 뵙고 법을 듣고자하여 부처님 계신 곳에 나아가 거룩하신 얼굴을 쳐다보되 잠시도 한눈팔지 않으며, 한량없는 사람들 가운데 으뜸의 공양으로 세존께 받들어 드리고, 수없이 많은 미묘한 보배 영락으로 여래께 공양하였으니, 각기 여러 백천의 권속들과 함께 있었다.
또 백천 무앙수(無央數)의 사람들이 있었으니, 비구(比丘)·비구니(比丘尼)·우바새(優波塞)·우바이(優波夷)·모든 바라문(婆羅門)·찰제리(刹帝利)·폐사(薛舍)·수달라(戍達羅), 및 모든 나라와 세계의 장자(長者)ㆍ거사(居士)ㆍ일체의 인민들이었다.
이 모든 대중들이 청정한 믿음을 발하고 크게 존중하는 마음을 내어, 숙세(宿世)에 선근을 심었으므로 태어나자마자 불법을 만나 출세를 구하기 위하여 만나기 어렵다는 생각을 일으켜서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가 한 마음으로 합장하니, 각기 여러 백천의 권속들과 함께 있었다.
또 수없이 많은 모든 외도(外道)가 있었으니, 중고행(衆苦行) 외도·다문(多聞) 외도·세지(世智) 외도·낙원리(樂遠離) 외도·노가사타(路伽邪陀) 외도였다.
그 우두머리는 노가사치가이(路伽邪治迦儞) 외도였다.
다섯 가지 신통[五通]을 성취하여 자재하게 날아다니나, 보기 드문 마음을 내어 법을 듣고자 하였기 때문에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왔으니, 각기 여러 백천의 권속들과 함께 있었다.
또 한량없고 수없이 많은 비인(非人)과 아귀(餓鬼)가 있었으니, 이른바 무재귀(無財鬼)·식인토귀(食人吐鬼)·뇌중생귀(惱衆生鬼)·식이타귀(食洟唾鬼)·식불포귀(食不飽鬼)·비사사귀(毘舍闍鬼)·취극취귀(臭極臭鬼)·식분예귀(食糞穢鬼)·식인태귀(食人胎鬼)·식생자귀(食生子鬼)·식부정귀(食不淨鬼)·생길상귀(生吉祥鬼)였다.
이러한 모든 귀신들의 우두머리는 비로타가대귀신왕(毘盧陀伽大鬼神王)이었다.
독한 마음을 여의고 불(佛)·법(法)·승(僧)에 귀의(歸依)하여 모두 다 여래의 바른 법을 호위(護衛)하고, 법을 듣기 위하여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와서 오체투지(五體投地)22)하고 세존을 우러러 보니, 각기 여러 백천의 권속들과 함께 있었다.
또 한량없고 수없이 많은 새와 짐승의 왕들이 있었으니, 명명조(命命鳥) 왕·앵무조(鸚鵡鳥) 왕 및 사자(師子) 왕ㆍ상(象) 왕·녹(鹿) 왕이었다.
이러한 일체의 모든 새와 짐승들 왕의 우두머리는 금색사자(金色師子) 왕이었다.
모두 다 목숨 바쳐 큰 스승이신 여래께 귀의하고, 법을 듣고자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와 각자 원력(願力)에 따라 세존께 공양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오직 원하옵건대 여래께서는 저희들의 적은 공양을 어여삐 받으시어 영원히 3도(途)의 악업종자(惡業種子)를 여의고, 사람과 하늘의 복되고 즐거운 과보(果報)를 받을 수 있도록, 대승의 감로법문(甘露法門)을 여시어 속히 어리석음을 끊고 곧 해탈을 얻게 하소서.”
이 때에 모든 새의 왕들이 이 말을 하고서 한결같은 마음으로 합장하고 여래를 우러러보며 각기 여러 백천의 권속들과 함께 있었다.
또 백천의 염마라왕(琰魔羅王)이 있었고, 무앙수의 나찰(羅刹)들과, 갖가지 형상의 무리들과, 모든 악(惡)의 왕들과, 저승[幽冥]의 관속(官屬)인 죄와 복을 조사하여 헤아리는 옥리(獄吏)와 형사(刑司)들이 더불어 부처님 위력을 이어 받아 악한 마음을 여의고 염마라왕과 함께 와서 법을 듣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일체 중생이 어리석기 때문에 5욕(欲)의 즐거움을 탐하고 5역(逆)의 죄를 지어 모든 지옥에 들어가 맴돎이 끝이 없어서, 자기의 업으로 인하여 큰 고뇌(苦惱)를 받는 것이 마치 누에가 제 고치로 스스로 얽매임과 같으니, 오직 원하옵건대 여래께서는 큰 법비[法雨]를 내리시어 지옥의 불을 끄시고 맑고 서늘한 바람을 베푸시어 해탈의 문을 열고 세 가지 나쁜 갈래[三惡趣]를 닫으소서.”
이 때에 염마라왕이 말을 마치고서 갖가지 진귀한 보배로 여래께 공양하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공경하여 백천 겹으로 돌면서, 여러 백천의 권속들과 함께 각기 부처님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으로 물러나 앉았다.
이 때 세존께서 보배 연꽃 사자자리 위에 앉으셨다.
그 사자자리는 붉은빛 유리(瑠璃)로 되었으며, 갖가지 진기한 것들이 뒤섞여 장엄하게 꾸며졌고, 파리(頗梨) 보배구슬로 그 줄기를 만들었으며, 자마황금(紫磨黃金)으로 연꽃의 잎을 만들었다. 그 연화대(蓮華臺)는 마니보(摩尼寶)로 꽃술을 만들었으며, 8만 4천 염부단금(閻浮檀金)과 큰 보배연꽃으로 권속을 삼았으니, 모든 대중들이 앞뒤로 둘러싸고, 공양하고 공경하며 존중하고 찬탄(讚嘆)하였다.
이 때에 부처님께서 사자자리에 결가부좌(結跏趺坐)를 하고 앉으시니, 위의(威儀)가 두드러지게 뛰어난 것이 마치 큰 바다에 있는 사보소미로산(四寶蘇迷盧山)이 자연스럽게 멀리 솟아있는 것 같고, 백천의 해가 허공을 비추는 것과 같이 한량없는 빛을 놓아 모든 어둠을 깨치며, 또한 구지(俱胝)28)의 원만한 달이 홀로 뭇 별들 중에서 맑고 서늘한 빛을 놓아 세계를 밝게 하는 것과 같았다.
바로 이때 여래께서 유정천(有頂天) 극선삼매(極善三昧)에 드시니, 이름을 심영낙보장엄왕(心瓔珞寶藏嚴王)이라 하였으며, 이 정(定)에 머무르고 나서는 몸과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셨다.
이 때 무색계(無色界)의 모든 천자들이 한량없는 갖가지 미묘한 꽃과 향을 비처럼 내리니, 허공에서 마치 구름이 내려오는 것 같았고, 색계(色界)의 모든 하늘과 18범왕(梵王)이 여러 가지 색깔의 수없이 많은 하늘 꽃들 백천만 가지를 비처럼 내리니, 범천(梵天)의 묘한 향기가 두루 허공에 가득한 것이 마치 구름이 내려오는 것 같았다.
6욕(欲)의 모든 하늘과 천자(天子)의 무리가 하늘의 복력(福力)으로갖가지 꽃을 비처럼 내리니, 우발라(優鉢鑼) 꽃·파두마(波頭摩) 꽃·구물두(拘物頭) 꽃·분타리(芬陀利) 꽃·담복가(膽蔔迦) 꽃·아제목다(阿提目多) 꽃·파리시가(波利尸迦) 꽃·소마나(蘇摩那) 꽃·만타라(曼陀羅) 꽃·마하만타라(摩訶曼陀羅) 꽃·만수사(曼殊沙) 꽃·마하만수사(摩訶曼殊沙) 꽃이었다.
허공에서 어지러이 떨어져 부처님과 모든 법보(法寶)에게 공양하고, 또 하늘의 값진 보배향을 비처럼 내리니, 그 향은 마치 구름이 백 가지 보배 빛을 지은 것 같았으며, 천신력(天神力)으로 향기가 두루 모든 세계에 가득하여 이 대회(大會)를 공양하였다.
이 때에 세존께서 삼매로부터 일어나셨다가 곧 그 자리에서 다시 사자분신삼매(師子奮迅三昧)에 드시어 큰 신통을 나타내시니, 이 삼천대천세계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는데, 이른바 움직이되[動] 빠르게 움직이거나 두루 빠르게 움직이고, 솟아오르되[涌] 빠르게 솟아오르거나 두루 빠르게 솟아오르며, 흔들리되[振] 빠르게 흔들리거나 두루 빠르게 진동하며, 치되[擊] 빠르게 치거나 두루 빠르게 치며, 소리 내되[吼] 빠르게 소리 내거나 두루 빠르게 소리 내며, 터지되[爆] 빠르게 터지거나 두루 빠르게 터지는 것이었다.
또 이 세계가 동쪽이 솟아오르면 서쪽이 꺼지고, 서쪽이 솟아오르면 동쪽이 꺼지며, 남쪽이 솟아오르면 북쪽이 꺼지고, 북쪽이 솟아오르면 남쪽이 꺼지며, 가운데가 솟아오르면 가장자리가 꺼지고, 가장자리가 솟아오르면 가운데가 꺼졌다.
그 땅이 장엄하고 청정하며 모두 다 부드러워서 꽃과 나무를 자라게 하여 중생들을 이롭게 하고, 삼천대천세계에 지옥ㆍ아귀ㆍ축생과 나머지 한가한 겨를이 없는 나쁜 갈래가 없도록 하여 중생이 모두 괴로움을 여의며, 이 육신을 버리고 나면 인도(人道)와 육욕천(六欲天)에 태어나서 모두 다 숙명(宿命)을 알아 기뻐 날뛰며 함께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가 은근하고 정중한 마음으로 부처님 발에 예를 올리고, 모든 진귀한 보물과 수없이 많은 영락을 가지고 3륜(輪)이 공(空)함을 깨달아서 부처님 은혜를 갚는다.
이 때 여래께서 가슴사이와 모든 털구멍에서 큰 빛을 내시니, 모든 보살이 그 신통에 노닐어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이름하였으며, 그 빛이 마치 염부단금(閻浮檀金)과 같았다.
이 맑은 금빛이 삼천대천세계 및 다른 세계와 또 백억의 묘고산왕[百億妙高山王]·일체의 설산(雪山)·향산(香山)·흑산(黑山)·금산(金山)·보산(寶山)과 미루산(彌樓山)ㆍ큰 미루산·목진린타산(目眞隣陀山)·마하 목진린타산ㆍ소철위산(小鐵圍山)·대(大) 철위산과, 강ㆍ운하ㆍ바다ㆍ샘ㆍ연못과, 백억의 4대주계(大洲界)와, 해ㆍ달ㆍ별과, 천궁(天宮)ㆍ용궁(龍宮)ㆍ모든 높은 신궁(神宮)과, 아울러 모든 나라[國]와 읍(邑)의 왕궁(王宮)과 마을을 두루 비추었다.
염마라계(琰魔羅界)에 있는 모든 8한(寒)과 8열(熱)의 지옥 가운데 죄업 중생이 고통을 받는 모양과, 내지 시방의 축생과 아귀가 고통을 받는 모양과, 일체 세간의 5취(趣) 중생이 괴로움과 즐거움을 받는 모양 등, 이와 같은 것들이 모두 이 밝은 금빛 광명 가운데 나타났다.
또 이 광명 중에 보살이 부처님 도를 수행하는 갖가지 모양과, 석가(釋迦) 보살이 과거세에 광명왕(光明王)이 되시어 최초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발한 것과, 나아가 보리수 아래서 불도를 이루시고, 사라(娑羅) 숲에서 열반에 드시며, 그 사이 3승기 4백만 겁 중에 있었던 일체의 자비희사(慈悲喜捨)와 8만 4천 바라밀(波羅密)의 문(門)과 과거에 금륜왕(金輪王)이 되시어 4천하(天下)를 다스릴 때 바다 끝까지 인민이 번성하고 국토가 풍족하며 바른 법으로 세상을 교화하여 한량없는 겁이 지나도록 일체 보배가 국계(國界)에 충만했던 것이 그림자로 나타났다.
그 때에 저 윤왕(輪王)은 세간의 모든 것이 다 덧없음을 보고 5욕락을 싫어하여 왕의 지위를 버리고 집을 나와 도를 배웠으며, 혹은 큰 나라에서 왕의 사랑하는 아들이 되었지만 몸과 목숨을 버려 주린 범에게 던져주었고, 혹은 시비왕(尸毘王)이 되어 몸을 잘라 비둘기를 구원하였으며, 혹은 새끼 밴 사슴을 구원하려고 사슴왕의 몸을 버렸고, 혹은 설산(雪山)에서 반 구절의 계(偈)를 구하기 위해 온 몸을 버렸으며, 혹은 정반왕(淨飯王)의 집에 태어나 후궁(後宮)의 6만 채녀(綵女)들과 갖가지 아주 묘한 기악(伎樂)을 버리고 성(城)을 넘어 집을 나와 6년 동안 고행(苦行)하면서 날마다 깨[麻]와 보리[麥]를 먹으며 모든 외도를 항복시키고 보리수 아래 앉아 마군을 깨뜨린 뒤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다.
이와 같이 백천의 항사(恒沙)로도 생각하기 어려운 행원(行願)과 일체의 모습이 모두 다 이 밝은 금빛 광명 가운데 나타났다.
또 이 밝은 빛 중에 여래의 불가사의한 여덟 가지 큰 보배탑이 그림자로 나타났으니, 구사라국(拘娑羅國) 정반왕의 왕궁에 태어나신 곳의 보배탑과, 마가다국(摩伽陀國) 가야성(伽邪城) 언저리의 보리수 밑에서 부처를 이루신 보배탑과, 파라나국(波羅奈國) 녹야원(鹿野園)에서 처음으로 법 바퀴를 굴리시어 사람들을 제도하시던 보배탑과, 사위국(舍衛國) 가운데 급고독원(給孤獨圍)에서 모든 외도들과 여섯 달 동안 논의(論議)하시어 일체의 지혜와 성명(聲名)을 얻으신 보배탑과, 안달라국(安達羅國) 곡녀성(曲女城) 언저리에서 도리천(忉利天)에 오르시어 어머님을 위해 법을 설하시고 범천왕과 제석천과 12만 대중들과 함께 삼십삼천으로부터 3도(道)의 보계(寶階)33)를 나타내시어 염부(閻浮)로 내려오실 때 신기하고 기이했던 보배탑과, 마가타국(摩竭陀國) 왕사성(王舍城) 언저리의 기사굴산(耆闍堀山)에서 대반야(大般若)와 법화(法華)와 일승(一乘) 『심지경(心地經)』 등 대승을 말씀하시던 보배탑과, 비사리국(毘舍離國) 엄라위(菴羅衛) 숲에서 유마장자(維摩長者)가 불가사의한 병을 나타냈던 보배탑과, 구시나국(拘尸那國) 발제(跋提) 강가의 사라 숲 속에서 원적(圓寂)하시던 보배탑이었다.
이러한 여덟 탑은 대성(大聖)께서 교화하시던 본보기이며, 사람과 하늘의 유정(有情)이 귀의할 곳이니, 공양하고 공경하면 부처를 이루는 인(因)이된다.
이러한 소리와 모든 탑의 영상(影相)은 3세(世)에서 생각하기 어려운 일로서 모두가 다 이 밝은 빛 속에 나타났다.
또 시방세계 3세의 모든 부처님과 큰 보살, 도량(道場)에 대중이 모인 것과, 신통변화의 보기 드문 일과, 모든 여래께서 말씀하신 묘한 법이 모두 메아리가 응하듯이 이 밝은 금빛 광명 가운데 보이고 들리지 않는 것이 없었다.
일체 중생이 이 밝은 빛을 만나고 저 상서로운 모양을 보면 모두 견줄 것이 없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는 것이었다.
그때에 모든 대중들이 부처님의 불가사의한 위신력을 보고 일찍이 없었던 일이라 감탄하며 서로 말하였다.
“여래께서 오늘 삼매에 드시어 큰 빛을 놓아 시방세계를 비추시니, 옛날에 있었던 불가사의한 일을 볼 수 있게 하시어, 악한 세상에서 삿된 견해를 가진 중생들을 조복(調伏)시켜 바른 견해를 내어 보리에 나아가게 하셨습니다.
희유하신 여래께서는 능히 일체 세간의 아버지가 되시니, 한량없는 겁 가운데서 뵙기가 어렵지만 저희들은 여러 겁 동안 모든 행원(行願)을 닦았으므로 3계의 사람과 하늘의 큰 스승을 만났습니다.
오직 바라건대 세존이시여, 세간을 어여삐 여기시어 정(定)에서 깨어나셔서 매우 깊은 법을 설하시어 모든 중생들에게 이롭고 기쁜 것을 가르쳐 주십시오.”
이렇게 말하고 나서, 거룩하신 얼굴을 우러러 보며 잠자코 머물러 있었다.
그 때에 이 모임 가운데 사자후(獅子吼)라고 하는 한 보살이 있었으니, 삼승기사(三僧企邪) 동안 복(福)과 지(智)를 수행하고, 현겁(賢劫) 중에 차례대로 부처님 계신 곳을 도와 관정위(灌頂位)를 받아 대법왕(大法王)이 되었는데, 바다같이 모여 있는 대중을 사방으로 향해 보고 큰 소리로 이렇게 말하였다.
“내가 옛날에 한량없는 겁 중에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어 항사(恒沙)같이 많은 일체의 모든 부처님을 두루 섬기면서, 제일가는 대중들이 모인 도량에서 불가사의한 신통변화를 보았으나, 일찍이 이런 금빛 광명은 보지 못하였다.
일체 보살의 행원을 그림자로 나타내며 여래의 여러 가지 모양을 나타냄으로써 3세의 생각하기 어려운 일을 보게 하셨다.
오직 바라건대 어진 이들이여, 한결같은 마음으로 합장하고 거룩하신 얼굴을 우러러 뵐지니, 정(定)으로부터 일어나시어 감로(甘露)의 약(藥)을 주셔서 열뇌(熱惱)의 병을 없게 함으로써 법신(法身)의 상(常)·락(樂)·아(我)·정(淨)을 증득하게 하실 것이다.
이는 모든 여래에게는 두 가지 법이 있어서 삼매 가운데 다시 오래 머무르지 아니하나니, 첫째는 대자(大慈)요, 둘째는 대비(大悲)이다.
대자에 의지하기 때문에 중생에게 즐거움을 주며, 대비에 의지하기 때문에 중생의 괴로움을 뽑아버리는 것이니, 이 두 법으로 수없이 많은 겁 동안 그 마음을 익히고 닦으시어 정각(正覺)을 이루신 것이다.
세간 중생들은 모든 괴로움이 많으니, 이러한 인연으로 여래께서 오래지 아니하여 삼매로부터 일어나시어 마땅히 심지관문(心地觀門)의 대승의 묘한 법을 연설하실 것이다.”
또 모든 대중들에게 말하였다.
“일체 사람과 하늘의 복과 즐거움을 구하지 말고 속히 세간을 벗어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할지어다. 왜냐 하면 오늘 세존께서 가슴으로부터 금빛광명을 내시니 비치는 곳마다 모두 금빛과 같아서 부처님이 나타내 보이신 뜻이 매우 깊어 일체 세간의 성문(聲聞)ㆍ연각(緣覺)으로는 모든 생각을 다 하더라도 능히 알지 못할 바이다.
너희들 범부(凡夫)는 자기 마음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생사의 바다 속에서 떠돌아다니지만, 모든 부처님과 보살은 능히 마음을 보는 까닭에 생사의 바다에서 벗어나서 저 언덕에 이르는 것이다. 3세 여래의 법이 모두 이와 같으니 이 밝은 빛을 내는 것도 인연이 없는 것이 아니다.”
모여 있던 모든 대중들이 대사(大士)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지금까지 없었던 것을 얻었으므로 기뻐 날뛰었다.
이 때에 사자후 보살마하살이 이 뜻을 거듭 펴 알리려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부처님께 경례하옵나니
항사(恒沙) 같은 복과 지혜 원만하시고
금빛 광명 백가지 복으로 장엄한 상호로
중생을 아끼고 사랑하는 맘 일으키시네.
3계에 뛰어난 어른이시며
공덕이 높아 짝할 이 없고
신통의 자재한 힘을 널리 쓰시어
지은 바 업에 따라 그 앞에 나타내시네.
내가 천안으로 세간을 관찰컨대
일체가 부처님 같은 이 없나니
희유한 금빛 얼굴 보름달 같아
우담발화 보다 희귀하시네
가없는 복과 지혜 중생을 이롭게 하고
큰 빛이 널리 비치니 천 개의 해와 같아서
어리석은 중생의 긴 밤 괴로움
광명 비침을 입어 모두 여의네.
내가 여래께서 옛적에 행하신 바를 보니
수 없는 부처님 친근히 공양하시고
아승의 한량없는 겁을 지내시도록
중생을 위해 보리에 나아가시어
항상 생사의 고해 속에서
큰 배 사공 되어 중생을 건지시고
감로(甘露)의 진정법을 말씀하시어
함이 없는 해탈에 들게 하셨다.
3승기 겁에 중생을 제도하시고
8만 바라밀을 부지런히 닦아
인과가 원만하여 정각을 이루셨고
머무르는 수명이 응연(凝然)하여 가고 옴 없어
낱낱의 상호(相好) 법계에 두루하셨나니
시방 모든 부처님 상도 모두 그러하여
깊은 경계를 생각하기 어려워
일체의 사람과 하늘도 능히 헤아리지 못하네.
모든 부처님의 체와 용이 차별이 없나니
천 등이 비추면 서로 더 밝음 같으며
지혜가 허공 같이 끝이 없어서
물건에 따라 모양을 나타냄이 물의 달과 같네.
끝없는 법계는 항상 적연하며
여여하여 움직이지 아니함이 허공과 같고
여래의 청정하고 묘한 법신은
저절로 항사의 덕을 구족하시니
주위의 법계를 두루 둘러 다함이 없어서
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으며 가고 옴도 없으니
법왕이 항상 묘한 법궁에 머무르시어
법신의 광명이 비치지 않는 곳이 없네.
여래의 법성은 막힘이 없어서
인연 따라 널리 응해 중생을 이롭게 하시니
중생이 각기 그 앞에 계심을 보며
우리 위해 감로법을 설하신다.
마음 따라 능히 모든 번뇌 멸하고
인천의 모든 괴로움 모두 여의게 하시며
유를 깨트린 법왕이 매우 특별하시어
광명의 비침이 금산(金山)과 같네.
중생을 제도키 위해 세간에 나가시어
능히 법의 홰[炬]를 켜 어둠을 피하시고
중생은 생사의 바다에 빠져서
5취(趣)에 돌고 돌아 나올 기약 없는데
부처님께서 항상 묘법의 배가 되시어
사랑에 흐름을 끊고 피안으로 뛰게 하며
헤아릴 수 없는 큰 지혜방편으로
항상 중생에게 다함없는 낙을 주신다.
세간의 자비한 아버지가 되시어
일체 모든 중생을 어여삐 여기시나니
여래가 세간에 나심은 만나기 어려워
수 없는 억겁 때에 한번 나타나신다.
비유컨대 우담발화 묘한 상서로운 꽃이
일체의 사람과 하늘에 드문 바이어서
한량없는 겁 때에 한번 나타나듯이
부처님이 세상에 나오심을 보는 것도 또한 그런데
이 모든 중생은 복과 지혜가 없어서
항상 생사의 바다에 빠져
억겁에도 모든 여래 뵙지 못하고
모든 악업 따라 항상 괴로움 받는다.
우리들은 수 없는 백천 겁 동안
4무량(無量)과 3해탈(解脫)을 닦았지만
이제야 대성 모니존을 뵈었나니
눈먼 거북이 뜬 나무 만남 같다네
원하건대 내세 항사의 겁에
생각마다 부처님을 놓지 말아서
그림자가 형체를 따르듯이 떠나지 않고
낮과 밤으로 부지런히 종지(種智)를 닦아라
원하옵나니 세존은 저희를 어여삐 여기시어
항상 부처님을 뵐 수 있게 하소서.
3업을 게으름 없이 항상 받들어
중생과 함께 정각 이루길 원하나이다.
이제 3계의 대도사(大導師)께서
자리 위에서 가부하시고 삼매에 드시어
홀로 응연히 텅 비어 적막한 집에 처하시니
몸과 마음 움직이지 않아 수미산과 같으시어
세간 일체 범천(梵天)이나 마군이
능히 여래의 정(定)을 깨닫지 못하고
이제와 타방의 범부와 성인의 무리가
모두 부처님께서 선(禪)에 머무르심을 알고
가없는 미묘한 공양을 널리 베풀어
부처님께 받들어 올리었으며
6욕의 모든 하늘이 와 공양하니
하늘꽃 어지러이 허공에 내리고
10선(善)의 과보로 응한 값진 향이
향기 구름 백 가지 보배의 빛으로 변화했으며
사람과 하늘의 한량없는 무리를 뒤덮고
여러 가지 묘한 보배를 비 내려 여래께 드리네.
향기는 3보(寶) 앞에 피어오르고
백천 기악은 허공계에 다다라
두드리지 않아도 저절로 묘한 곡조를 내어
사람 중에 복과 지혜를 구족하신 부처님께 공양하네.
18범천들은 하늘꽃을 비 내리며
여러 보배 천만 가지를 비 내리고
대범천왕 여의주의 묘한 영락과
뭇 보배들로 장식한 옷과
큰 보배꽃 깃발에 수승한 기[幡]를 달아
모니존께 공양하며
무색계천은 보배꽃을 비 내리니
그 꽃이 넓고 커 수레바퀴 같으며
미세한 향을 비 내려 세계에 가득하여
삼매의 생각하기 어려운 뜻에 공양하고
용왕과 수라와 사람과 사람 아닌 이들은
감응한 것에 따라 진귀하고 묘한 보배를 드리어
각기 부처님께 공양하고
가장 좋은 보리도를 즐겨 들으니
그때 박가범(薄迦梵) 훌륭한 의왕(醫王)께서
세간 번뇌의 괴로움을 잘 다스리시어
사자빈신삼매(師子頻伸三昧)의 힘으로
여섯 가지로 진동하여 삼천세계에 두루하니
이로써 모든 인연 있는 것들은 깨닫고
인연 없는 것들은 끝내 깨닫지 못하네.
저 사람과 하늘이 제도에 응함을 따라
부처님의 갖가지 신통을 나타내서
달 같은 얼굴의 모니존을 우러러보며
3업(業)을 청정히 하려고 모여 있었네.
여래께서 반연(攀緣) 없는 자비로
중생을 이롭게 하여 수승한 덕을 이루시어
가슴에서 이 큰 광명을 놓으셨나니
모든 보살들의 불퇴전이라고 이름한다네.
겁이 다할 때엔 일곱 해가 나타나
치열하게 빛나 천 빛을 놓지만
세간에 있는 모든 광명은
부처님의 한 털구멍 빛을 따르지 못하나니
한량없고 막힘없는 크게 신통한 광명이
두루 시방 부처님 국토에 비치었나니
여래의 복과 지혜가 다 원만하지만
놓으신 신통한 광명도 또한 비할 데가 없네.
그 빛의 빛남이 금빛과 같아
두루 시방 모든 국토에 비치었는데
대성의 금빛 광명이 나타나는 속에
세간의 모든 빛과 모양이 다 나타났나니
삼천대천 모든 세계에
있는 일체 모든 산왕(山王)과
네 가지 보배로 이루어진 기묘하고 높은 산과
설산 향산 칠금산(七金山)과
목진린타산 미루산과
대철위산 소철위산 등과
큰 바다와 강과 하(河)와 목욕하는 못과
무수한 백억의 4대주와
해와 달과 별과 여러 보궁과
천궁과 용궁과 모든 신궁과
국읍과 왕궁과 모든 취락(聚落)
이와 같은 것이 광명 속에 모두 나타났다네.
또한 여래의 옛적 인(因)에서
공을 쌓고 덕을 끼쳐 불도를 구하심을 나타냈나니
여래께서 옛날에 시비국에 계실 적에
높은 지위에 거하시어 사람의 왕이 되셨는데
나라 안에는 진귀한 보배가 가득하였고
항상 바른 법으로 세간을 교화하며
자비(慈悲)와 희사(喜捨)에 항상 게으름 피우지 않아서
버리기 어려운 것을 버리고 보리에 나아가셨네.
몸을 베어 비둘기를 구하고도 후회함이 없고
깊은 마음 자비로 중생을 구하시며
부처님이 옛적에 범부로 계실 때
설산에 들어가 불도를 구하시는데
마음을 거두어서 용맹스럽게 정진하시고
반 구절의 게송을 구하기 위해 온 몸을 버리셨나니
바른 법을 구한 인연으로
12겁 동안 생사의 괴로움을 초월하셨으며
옛적 마납선인(摩納仙人)이셨을 때
머리카락으로 베를 짜 연등불께 공양하셨나니
이 정진한 인연으로
8겁 동안 생사의 바다를 초월하셨으며
옛적에 살타(薩埵) 왕자이셨을 때는
사랑하는 몸을 버려 주린 범에게 던져주시니
자기도 이롭고 남도 이롭게 한 인연으로
11겁 동안 생사의 인(因)을 초월하셨으며
유수장자는 큰 의왕(醫王)으로
평등하게 중생을 구호한 까닭에
물고기를 제도해 각기 천상에 나서
하늘에서 영락을 비 내려 은혜를 갚았으며
7일 동안 까치발로 여래를 찬탄하셨으니
이렇게 정진한 까닭에 9겁을 초월하셨으며
옛적에 어금니 여섯인 흰코끼리 왕이 되시었는데
그 어금니가 빼어나게 기묘하여 비할 데가 없었네.
목숨을 버리려고 사냥꾼에게 몸을 던져
부처님의 위없는 큰 보리를 구하셨으며
혹은 원만한 복과 지혜의 왕이 되시어
눈을 보시해 정진하여 불도를 구하셨으며
또한 금빛 큰 사슴왕이 되시어
몸을 버리고 정진하여 불도를 구하고
가시국(迦尸國) 자력왕(慈力王)이 되시어
온 몸을 다섯 야차에게 보시하셨네.
또 큰 나라의 장엄왕(莊嚴王)이 되시어
처자를 보시하는데도 아낌이 없었으며
혹은 최상신(最上身) 보살이 되시어
머리와 눈과 뇌수로 중생에게 보시하셨으니
이와 같이 보살로서 자비를 행한 것은
모두 보리의 도 증명하길 원한 것이며
부처님이 옛적에 전륜왕이 되시어
4주의 보배가 충만하였으며
천 명의 아들과 모든 권속들이 구족하였고
10선(善)으로 백천 겁 동안 사람을 교화하였으며
국토가 안온하여 천궁과 같았고
5욕락(欲樂)을 받아 다함이 없었네.
그 때 저 윤왕이 자기의 몸과
세간이 견고하지 못하며
무상천(無想天)도 8만 세(歲)면
복이 다하여 도로 악도(惡道)로 돌아가나니
꿈속에 눈홀림과 거품이나 그림자 같고
또한 아침 이슬과 번갯불 같음을 깨달았으며
3계(界)가 마치 불난 집[火宅] 같음을 분명하게 알아도
8고(苦)가 충만하여 벗어나기 어려워
해탈을 얻어 피안으로 뛰어넘지 못하나니
어느 지혜 있는 이가 윤회를 즐기랴
오직 출세하신 여래의 몸이
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아 항상 안락하시네.
이런 행하기 어려운 보살의 행이
모두 금빛 광명 안에 나타났으며
또 이 광명 가운데 여덟 개의 탑이 나타났으니
모두 이 중생의 좋은 복전(福田)이다.
정반왕 왕궁의 태어나신 곳에 있던 탑과
보리수 아래 성불탑과
녹야원 가운데 법륜탑과
급고독원의 명칭탑과
곡녀성 가의 보개탑과
기사굴산의 반야탑과
암라위 숲의 유마탑과
사라 숲 속의 원적탑과
이와 같은 세존의 여덟 보탑을
모든 하늘과 용과 신이 항상 공양하고
금강밀적과 사천왕이
밤낮으로 호위해 떠나지 않나니
만일 여덟 탑에 나아가 공양한다면
현재의 몸에 복과 수명이 저절로 연장되며
지혜가 증장하여 대중이 우러르고
세간과 출세간의 원이 다 원만할 것이며
만일 사람들이 예배하고 마음으로 생각하면
이러한 여덟 탑은 불가사의하여
두 사람의 복 얻음에 차등이 없어서
속히 위없는 보리도를 증득하리라
이와 같이 3세의 이익된 일이
이 광명 가운데 보이지 않는 것이 없었으며
시방 불국토의 모든 보살들과
신통으로 유희하는 여러 신선들과
만억 국토 전륜왕이
이 광명을 찾아 구름 같이 모이어
각기 신력으로 부처님을 공양하되
여의보를 비 내리어 부처님께 받들었으며
모든 하늘 기악 백천 가지가
치지 않아도 저절로 묘한 소리를 내고
하늘 꽃이 어지럽게 허공에 가득하여
뭇 향기 널리 대회에 풍기며
보배 기와 무수한 영락으로
부처님께 공양하며
미묘한 가타(伽陀)로 여래를 찬탄하기를
훌륭하시도다! 능히 삼매에 드심이여
불가사의한 큰 신통을 나타내시어
교화하기 어려운 유정을 조복하시고
견고한 불퇴전의 마음에 머물게 하셨으므로
저는 부처님 처소에 깊이 따름을 기뻐하나니
원하옵건대 세존께서는 정에서 일어나시어
중생을 위하여 법바퀴를 굴려
영원히 모든 번뇌를 끊고
머무름 없는 큰 열반에 머물게 하소서.
저와 같은 무리들이 청정한 마음으로
만억 국토로부터 와서 법을 듣사오니
삼매의 힘으로 항상 자세히 보시어
저의 보잘 것 없는 공양을 어여삐 여겨 받으소서.
보시하는 것과 보시 받는 것과 보시한 물건을
3세 가운데 얻은 바 없으며
저희들은 가장 수승한 마음에 머물러
일체 시방 부처님께 공양하며
세세로 부처님을 친근히 하고
항상 부처님을 받들어 섬기겠사오니
얻은 바 없는 미묘한 선근으로
원융한 법계에서 참된 깨달음으로 나아가게 하소서.
과거 여래께서 적정에 드시어
큰 신통을 나타내 법바퀴를 굴리셨는데
지금의 부처님도 또한 그러하시어
정(定)에 들어 광명을 놓음이 저 부처님과 같으시네.
그러므로 생각건대 부처님께서
정을 맺고 심지문(心地門)을 말씀하려 하시니
만일 생사의 인(因)을 멀리 여의려 한다면
반드시 3세의 진상과(眞常果)40)를 얻어야하네.
모두가 합장하고 한 마음으로 기다리니
마땅히 여래께서는 안락궁(安樂宮)에 드시리라.
2. 보은품(報恩品)①
이 때 부처님께서는 삼매에서 조용히 깨어나시어 미륵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착하고 착하다. 너희들 대사(大士)와 모든 선남자가 세간의 부모를 친근히 하고자 하며, 출세의 법을 듣고자 하며, 여여한 이치를 생각하고자 하며, 여여한 지혜를 닦고자하여, 부처님 계신 곳에 와서 공양하고 공경하니, 내가 이제 심지(心地)1)의 묘한 법을 연설하여 중생들을 인도해서 부처님의 지혜에 들게 하리라.”
이러한 묘한 법은 모든 부처님 여래께서 한량없는 겁을 지내서야 말씀하시는 것이니, 여래 세존께서 세상에 나심을 만나기란 우담발꽃과 같이 어려운 것이며, 설령 여래께서 세상에 나셨다하더라도 이 묘법을 말씀하시기는 또한 어려운 것이다.
왜냐 하면 일체 중생이 대승보살의 행과 원을 멀리 여의고 성문(聲聞)과 연각(緣覺)의 보리에 나아가 생사를 여의고 영원히 열반에 들어, 대승의 상주(常住)하는 즐거움의 묘한 과보를 즐기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여래께서는 법바퀴를 굴리시어 네 가지 잃음[四失]을 멀리 여의고 서로 맞는 법을 말씀하시니, 첫째는 그른 곳이 없는 것이요, 둘째는그른 때가 없는 것이요, 셋째는 그른 근기가 없는 것이요, 넷째는 그른 법이 없는 것이다.
병에 따라 약을 주어 낫게 하심이 곧 여래께만 있는 덕이고, 성문과 연각으로 아직 자재함을 얻지 못한 것은 모든 보살에게만 있는 경계이다. 이런 인연으로 인하여 보리의 바른 도와 심지법문(心地法門)을 보기도 어렵고 듣기도 어려운 것이다.
만일 선남자와 선녀인이 이 묘한 법을 들어 한번만이라도 귀를 지나가 잠깐 동안이라도 생각을 거두어들여 마음을 관찰하면 위없는 큰 보리의 종자를 익혀 이루어서 오래지 않아 보리수왕 금강자리에 앉아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다.
이 때 왕사대성(王舍大城)에 5백 장자가 있었는데 이름이 묘덕(妙德) 장자·용맹(勇猛) 장자·선법(善法) 장자·염불(念佛) 장자·묘지(妙智) 장자·보리(菩提) 장자·묘변(妙辯) 장자·법안(法眼) 장자·광명(光明) 장자·만복(滿腹) 장자였다.
이러한 큰 부자인 장자들이 바른 소견을 성취하여 여래와 모든 성자들에게 공양하였으니, 이 모든 장자들은 세존께서 대승심지법문을 찬탄하심을 듣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여래께서 내신 금빛 광명을 보니 보살의 어려운 행과 괴로운 행이 그림자로 나타났다. 내가 고행을 행할 마음이 내키지 않으니 누가 능히 긴 겁 동안 생사에 머물러 중생들을 위하여 모든 고통을 받을 것인가.’
이렇게 생각하고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 무릎을 땅에 대어, 합장하고 공경히 모두 똑같은 말로 앞으로 나아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대승의 모든 보살행을 즐기지 않으며, 또한 고행이란 소리조차 듣기를 기뻐하지 않습니다.
왜 그런가하면, 일체의 보살들이 닦은 행원(行願)이 모두 다 은혜를 알고 은혜를 갚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왜냐 하면 부모를 멀리 여의고 출가하여 자기의 처자에게 원하는 것을 보시하게 하고, 머리와 눈과 뇌수가 그 원하여 구하는 것을 따라서 모두 다 보시하여 모든 고통을 받으니, 3승기 겁에 모든 바라밀[度]의 8만 4천 바라밀행을 구족하게 닦아 생사의 흐름을 초월하여 바야흐로 보리의 크게 안락한 곳에 이른다하더라도 이승도(二乘道)의 과보에 나아가 3생(生)의 백겁 동안 밑천[資糧]2)을 닦아 모아서 생사의 인(因)을 끊고 열반과를 증득하여 빨리 안락에 이르러야 바야흐로 은혜를 갚는다고 하는 것만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때 부처님께서 5백 장자에게 말씀하셨다.
“착하고, 착하구나. 너희들이 대승을 찬탄하는 것을 듣고는 물러날 마음을 내어 기묘한 뜻을 일으켜서 미래세 가운데 이익 되고 편안하고 즐겁고자 하니, 은덕을 알지 못하는 일체 중생들은 자세히 듣고 자세히 들어서 잘 생각하라. 내가 이제 너희들을 위하여 세간과 출세간의 은혜 있는 곳을 분별하여 연설하겠다.
선남자여, 너희들이 말한 것은 바른 이치라고 할 수 없다.
왜냐 하면 세간과 출세간의 은혜에는 네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부모의 은혜요, 둘째는 중생의 은혜요, 셋째는 나라의 왕의 은혜요, 넷째는 3보(寶)의 은혜다. 이러한 네 가지 은혜는 일체의 중생들이 평등하게 짊어진 것이다.
선남자여, 부모의 은혜라 함은 아버지에게는 자애한 은혜가 있고 어머니에게는 자비한 은혜가 있는 것이니, 만일 내가 이 세상에서 1겁 동안 머무르면서 말한다하더라도 능히 다하지 못할 것이나, 내가 이제 너희를 위하여 조금만 연설하겠노라.
설령 어느 사람이 복덕(福德)을 위하여 백 가지를 청정히 행한 큰 바라문과 백 다섯 가지의 신통을 가진 훌륭한 신선과 백 명의 착한 벗을 공경하고 공양하여, 7보로 꾸민 제일 아름다운 집안에 편안히 모시고, 백천 가지 가장 오묘한 맛의 음식과 모든 구슬을 드리워 뭇 보배들로 장식한 의복과 전단향과 침향(沉香)으로 모든 방사(房舍)를 세우고 백 가지 보배로 장엄한 평상과 잠자리와 모든 병을 치료하는 백 가지 탕약으로 한 마음으로 백천 겁 동안 공양할지라도, 한결같은 생각으로 효순(孝順)한 마음을 가져 적은 물건 이라도 어머님의 마음에 들도록 공양하여 편한 곳을 좇아 공양하고 모시는 것만 같지 못하니, 앞의 공덕에 견주어서 백천만 분의 일이라도 비교할 수가 없는 것이다.
세간의 어머니가 자식을 염려하는 마음은 비길 데가 없으니, 그 은혜가 아직 형상으로 나타나지 않은 데까지 미쳐서 수태(受胎)로부터 시작하여 열 달을 마치는 동안 걷고 서고 앉고 누울 때마다 받는 고통은 입으로 다 말할 수가 없다. 비록 즐거운 것과 음식과 의복을 얻을지라도 사랑스럽게 여기지 않으며, 근심하고 염려하는 마음으로 항상 쉴 새 없이 다만 스스로 장차 해산할 것만 생각하며 점점 모든 괴로움을 받아 밤낮으로 근심하고 고뇌하는 것이다.
만약 해산이 어려울 때에는 백천 개의 칼로 잡아 베이는 듯하다가 혹 아무렇지 않기도 하니 만일 고뇌가 없으면 모든 친척과 권속이 기뻐하고 즐거워함이 그지없으며, 마치 가난한 여자가 여의주를 얻은 듯하여 그 자식의 울음소리가 음악을 듣는 것과 같은 것이다.
어머니 가슴으로 잠자리를 삼고, 좌우 무릎 위는 항상 놀이터가 되며, 가슴속의 감로수로 길러주신 은혜는 하늘보다 넓고, 어여삐 여기신 그 넓고 큰 덕은 비할 데 없나니, 세간에서 높은 것은 산악(山岳)보다 더한 것이 없지만 어머니의 은혜는 수미산 보다 높으며, 세간에서 무거운 것으로 대지(大地)보다 앞선 것이 없지만 자비한 어머니의 은혜는 그 보다 더한 것이다.
그러므로 만일 남녀간에 은혜를 배반하고 따르지 않아서 그 부모가 원망하는 마음을 내게 하여, 어머니가 악한 말을 내뱉으면 아들은 곧 그 말에 따라 혹은 지옥·아귀·축생에 떨어지게 되느니라.
세간에서 빠르기로는 사나운 바람 보다 더한 것이 없지만, 원망하는 마음으로 징계하는 것은 그 보다 빠르니, 일체 여래와 금강천(金剛天) 등과 5통(通)의 신선들도 능히 구호하지 못하느니라.
만일 선남자나 선여인이 어머니의 가르침에 의지해서 받들어 따르고 어기지 않는다면 모든 하늘이 호위하고 염려하여 복과 즐거움이 다함이 없을 것이다. 이러한 남녀를 곧 존귀한 하늘사람의 종류라고 이름할 것이니, 혹 보살이 중생들을 제도하기 위하여 아들이나 딸로 나타나 부모를 이롭게 하는것이다.
만일 선남자와 선여인이 어머니의 은혜를 갚기 위하여 1겁을 지나는 동안 매일 세 때씩 자기의 몸을 베어 부모님께 공양하더라도 능히 하루의 은혜를 갚지 못할 것이다. 왜냐 하면 일체 남녀가 태(胎) 속에 있을 때 입으로 젖줄을 빨아 어머니의 피를 마시며, 태에서 나온 뒤에도 어렸을 적에 마시는 어머니의 젖은 180곡(斛)이며, 어머니가 맛있는 음식을 얻으면 먼저 그 자식에게 주나니, 진귀하고 미묘한 의복도 또한 이와 같아서, 어리석고 비루한 정(情)과 사랑이 둘도 없는 것이다.
옛날 어떤 여인이 멀리 다른 나라에 갔다가 갓난 아들을 안고 긍가하(殑伽河)를 건너는데, 물이 사납게 넘쳐흘러서 힘에 겨워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지만 사랑하는 마음에 버리지 못하고 어머니와 아들이 함께 죽었다. 이 인자한 마음과 선근의 힘으로 말미암아 곧 색구경천(色究竟天)에 태어나서 큰 범왕(梵王)이 되었다.
이러한 인연으로 어머니에게도 열 가지 덕이 있다.
첫째는 대지(大地)라 하니, 어머니의 태속에 의지하기 때문이요,
둘째는 능생(能生)이라 하니, 모든 괴로움을 겪고서 낳기 때문이요,
셋째는 능정(能正)이라 하니, 항상 어머니의 손으로 5근(根)을 다스리기 때문이요,
넷째는 양육(養育)이라 하니, 사시(四時)의 마땅함을 따라 기르기 때문이요,
다섯째는 지자(智者)라 하니, 방편(方便)으로 지혜를 낳기 때문이요,
여섯째는 장엄(莊嚴)이라 하니, 미묘한 영락으로 꾸며 주기 때문이요,
일곱째는 안은(安隱)이라 하니, 어머니의 품에 안겨 편하게 쉬기 때문이요,
여덟째는 교수(敎授)라 하니, 선교방편과 방편으로 아들을 지도하기 때문이요,
아홉째는 교계(敎誡)라 하니, 착한 말로 모든 악을 여의게 하기 때문이요,
열째는 여업(與業)이라 하니, 능히 가업(家業)을 아들에게 맡기기 때문이다.
선남자여, 세상에서 어떤 것이 가장 부자이며 어떤 것이 가장 가난한 것인가?
어머니가 계시는 것을 부자라 하고 어머니가 계시지 아니한 것을 가난하다고 하며, 어머니가 계실 때를 한낮이라 하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때를 해가 졌다고 하며, 어머니가 계실 때를 달이 밝았다고 하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때를 어둔 밤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너희들은 부지런히 더욱 닦아서 부모님께 효도하고 봉양하라. 만일 사람이 부처님께 공양하면 복이 평등하여 다름이 없으리니, 마땅히 이와 같이 부모님의 은혜를 갚아야 한다.
선남자여, 중생의 은혜라는 것은 곧 처음 시작된 곳이 없어서 일체 중생이 5도(道)에 돌고 돌아 백천 겁을 지내는 동안 여러 번 태어나는 가운데 서로 부모가 되었다.
서로 부모가 되었던 까닭에 일체의 남자는 곧 자애한 아버지요, 일체의 여자는 곧 자비한 어머니이니, 옛날에 태어났을 때마다 큰 은혜가 있었으므로 현재 부모의 은혜와 평등하여 차별됨이 없는 것이다.
이러한 옛적 은혜도 오히려 갚지 못하였거늘 혹 망령된 업으로 말미암아 중생이 모든 것을 어기고, 집착(執着)하는 까닭에 도리어 그 원수가 되는 것은 왜일까?
무명(無明)이 숙주지(宿住智)23)의 밝음을 덮고 가리어서 전생에 일찍이 부모였으므로 은혜를 갚아 서로 이롭게 해야 함을 깨닫지 못하였기 때문이니, 이롭게 함이 없는 것을 불효라고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인연으로 모든 중생들은 어느 때라도 또한 큰 은혜가 있어서 참으로 갚기 어려우니, 이러한 일을 중생의 은혜라고 하는 것이다.
국왕의 은혜라는 것은, 복덕이 가장 수승하여 비록 인간에 태어났으나 자재함을 얻었기 때문에 삼십삼천(三十三天)의 모든 천자들이 항상 그에게 힘을 주어 늘 보호해주므로 그 나라의 경계와 산과 대지(大地)와 큰 바다의 끝까지가 그에게 속하나니, 한 사람의 복덕이 수승하여 일체 중생의 모든 복보다 더 낫기 때문이니라.
이 큰 성왕(聖王)은 바른 법으로 교화하여 능히 중생으로 하여금 모두 다 안락하게 하나니, 비유컨대 세간의 일체 전당(殿堂)에 기둥이 근본이 되듯이 인민이 풍요롭고 즐거운 데에는 왕이 근본이 되어 왕이 있음에 의지하기 때문이다.
또한 범왕(梵王)이 능히 만물을 냄과 같으니 성왕(聖王)이 나라를 다스리는 법을 내어 중생을 이롭게 하기 때문이며, 일천자(日天子)가 능히 세간을 비춤과 같으니 성왕이 능히 천하 사람을 관찰하여 편안하고 즐겁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왕이 바르게 다스림을 잃으면 인민이 의지할 데가 없고, 만일 바르게 잘 다스리면 여덟 가지 큰 두려움이 그 나라에 들어오지 못하나니, 이른바 다른 나라의 침입과 자기 나라 안의 반역(叛逆)과 악귀의 질병과 국토의 흉년과 때 아닌 비바람과 때가 지난 비바람과 일식과 월식, 별들의 변괴인데, 인왕(人王)이 바른 교화로 인민을 이롭게 하면 이와 같은 8난(難)이 침범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비유컨대 장자(長者)에게 오직 아들이 하나만 있다면 사랑함이 비할 데 없어서 어여삐 여기며 이롭게 하여 항상 편안하고 즐겁게 하기를 밤낮으로 쉬지 아니 하듯이, 나라의 큰 성왕도 또한 이와 같아서 중생을 평등하게 보아 외아들같이 옹호하는 마음을 밤낮으로 쉬지 아니하는 것이다.
이렇듯 임금이 백성에게 십선(十善:十善戒)을 닦게 하므로 복덕주(福德主)라 하는 것이니, 만일 10선을 닦도록 하지 않는다면 복덕주가 아닌 것이다. 왜냐 하면 만일 왕의 나라 안에 한 사람이라도 선을 닦아 그 지은 복이 모두 7분(分)이라면 선을 지은 사람은 그 5분을 얻고 저 국왕은 항상 그 2분을 얻으니, 선을 왕 때문에 닦았으므로 복과 이익이 같기 때문이다.
10악업(惡業)을 지음도 또한 이와 같으니 그 일이 한가지이기 때문이다. 일체 나라 안의 밭이나 동산이나 숲에서 생산된 물건도 모두 7분(分)이 되니, 또한 이와 같은 것이다.
만일 인왕(人王)이 바른 소견을 성취하여 법답게 세상을 교화한다면 천주(天主)라고 이름할 것이니, 하늘의 착한 법으로 세간을 교화하기 때문이며, 모든 하늘의 선신(善神)과 세상을 호위하는 왕들이 항상 와서 왕궁을 수호하기 때문이며, 비록 인간에 처하였으나 하늘의 업(業)을 닦아 행하여 상을 주고 벌을 주는 마음에 치우침이 없기 때문이다. 일체 성왕의 법이 모두 이와 같으니, 이러한 성주(聖主)를 바른 법의 왕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인연으로 열 가지 덕을 성취한다.
첫째는 능조(能照)라 하니, 지혜의 눈으로 세간을 비추기 때문이요,
둘째는 장엄(莊嚴)이라 하니, 큰복과 지혜로 나라를 장엄하기 때문이요,
셋째는 여락(與樂)이라 하니, 큰 안락을 인민에게 주기 때문이요,
넷째는 복원(伏怨)이라 하니, 일체의 원수와 적이 저절로 복종하기 때문이요,
다섯째는 이포(離怖)라 하니, 능히 8난(難)을 물리치고 공포를 여의기 때문이요,
여섯째는 임현(任賢)이라 하니, 모든 어진 사람들을 모아서 나라 일을 바로잡기 때문이요,
일곱째는 법본(法本)이라 하니, 만백성이 편하게 사는 것이 국왕에 의지하기 때문이요,
여덟째는 지세(持世)라 하니, 천왕(天王)의 법으로 세간을 지탱하기 때문이요,
아홉째는 업주(業主)라 하니, 선과 악의 모든 업이 국왕에게 달려있기 때문이요,
열째는 인주(人主)라 하니, 일체 인민이 왕을 주인으로 삼기 때문이다.
모든 국왕(國王)들이 선세(先世)의 복으로 이러한 열 가지 수승한 덕을 성취한 것이다.
큰 범천왕과 도리천이 항상 사람의 왕을 도와 수승하고 미묘한 즐거움을 받게 하며, 모든 나찰왕과 모든 신들이 비록 몸을 나타내지는 않지만 가만히 와서 왕과 권속을 호위하는 것이다.
왕은 인민이 여러 가지 착하지 못함을 짓는 것을 보고도 능히 제지하지 못하면 모든 하늘과 신들이 다 멀리 떠나며, 만일 선을 닦는 것을 보면 기뻐하고 찬탄하여 모두 크게 소리쳐 ‘우리 성왕’이라고 하며, 용과 하늘이 기뻐하여 감로의 비를 뿌려서 5곡이 성숙하고 인민이 풍요롭고 안락하며, 만일 모든 악한 사람들을 가까이 하지 않고 널리 세간을 이롭게 하여 모두 바른 교화를 따르게 한다면 여의보배구슬이 반드시 왕의 나라에 나타날 것이니, 왕의 이웃나라가 다 와서 귀순하고 복종할 것이며, 사람이나 사람 아닌 것이 칭탄하지 않음이 없을 것이며, 만일 악한 사람이 그 나라 안에서 역적의 마음을 내더라도 잠깐 동안에 이러한 사람은 복이 스스로 쇠하여 줄어들어서 목숨을 마치면 마땅히 지옥에 떨어지고 축생을 거쳐 모든 괴로움을 고루 받을 것이니, 왜냐 하면 성왕의 은혜를 알지 못한 까닭에 모든 악한 반역을 일으켜 이러한 보를 받기 때문이다.
만일 인민이 능히 선한 마음을 행하여 어진 왕을 공경하여 돕고 존중하기를 부처님께 하듯이 한다면, 이 사람은 현재 세상에서 안온하고 풍요로우며 즐거워서 원하는 바가 있다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없으리니, 왜냐 하면모든 나라의 왕들은 과거 생에 일찍이 여래의 청정한 금계(禁戒)를 받았으므로 항상 사람들의 왕이 되어 안온하고 쾌락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연으로 어기고 따르는 것에 대한 과보가 모두 메아리 같아서 성왕의 은덕이 넓고 큰 것도 이와 같은 것이다.
선남자여, 3보의 은혜라는 것은 부사의하게 중생을 이롭고 즐겁게 하여 쉼이 없다고 하나니, 이는 모든 부처님의 몸이 참으로 선하여 번뇌가 없으며 수 없는 큰 겁 동안 닦은 인(因)으로 증득한 3유(有)34)의 업의 과보가 영원히 다하여 남은 것이 없어서 공덕의 보배산이 비할 수 없이 높고 높으므로 일체 유정으로서는 알 수 없는 것이며, 복과 덕이 매우 깊어서 마치 큰 바다와 같고 지혜가 막힘이 없어서 허공과 비등하며 신통과 변화가 세간에 충만하여 밝은 빛이 두루 시방 삼세에 비친다.
일체 중생은 번뇌와 업장(業障)을 모두 깨닫지 못하고 고해(苦海)에 잠겨 생사가 다함이 없지마는 3보는 세상에 출현하여 큰 뱃사공이 되어서 능히 사랑의 흐름을 끊고 저 언덕으로 뛰어 오르게 하니, 모든 지혜 있는 이가 다 우러러 보는 것이다.
선남자들이여, 오직 한 불보(佛寶)가 세 가지 몸을 갖추었으니,
첫째는 자성신(自性身)이요,
둘째는 수용신(受用身)이요,
셋째는 변화신(變化身)이다.
제일 불신(佛身)은 큰 단덕(斷德)45)이 있으니 이공(二空)의 나타난 바로 일체 모든 부처님이 다 평등한 것이요,
제이 불신은 큰 지혜의 덕이 있나니 진(眞)과 상(常)과 번뇌가 없는 일체 모든 부처님이 다 뜻이 같음이요,
제3 불신은 큰 은덕이 있나니 정(定)과 통(通)으로 변화를 나타내서 모든 부처님이 다 함께 하는 것이다.
선남자여, 그 자성신(自性身)6)이라는 것은 처음도 없고 끝도 없으며, 일체 모양을 여의었고, 모든 희론(戱論)이 끊어져서 두루 원만하여 끝이 없으며, 응연(凝然)히 항상 머무르는 것이다.
그 수용신(受用身)57)에는 두 가지 모양이 있으니 첫째는 자(自)수용신이요, 둘째는 타(他)수용신이다.
자수용신은 3승기 겁에 닦은 만 가지 행으로 모든 중생을 이롭고 편안하며 즐겁게 한 뒤에 10지(地)의 만족한 마음으로 몸을 운전하여 바로 색구경천(色究竟天)에 가서 삼계를 벗어나 청정하고 미묘한 국토에서 무수히 많아 헤아릴 수 없는 큰 보배연꽃에 앉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바다와 같이 모인 보살들이 앞뒤로 둘러싸고 티 없는 비단을 정수리에 달고서 공양하고 공경하며 존중하고 찬탄하니, 이런 것을 후세 과보의 이익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 때 보살이 금강의 정(定)에 들어 일체 자잘하게 아는 모든 번뇌의 장애를 끊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묘한 과보를 현재 과보의 이익이라고 하니, 이것이 바로 참 보신(報身)이어서 처음은 있어도 끝은 없어서 수명의 겁수가 한량없는 것이다.
처음 정각(正覺)을 이룬 것으로부터 영원히 모든 근기와 상호(相好)가 법계에 두루하며 네 가지 지혜가 원만하나니, 이것이 바로 참된 보신이 수용하는 법락(法樂)이다.
첫째는 대원경지(大圓鏡智)니 이숙식(異熟識)을 굴려서 이 지혜를 얻은 것이 마치 크고 둥근 거울에 모든 색과 모양이 나타나는 것과 같아서 이와 같이 여래의 경지(鏡智) 가운데 중생들의 모든 선과 악의 업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인연으로 이 지혜를 대원경지라고 하는 것이니, 큰 자비에 의지한 까닭에 항상 중생을 반연하고, 큰 지혜에 의지한 까닭에 항상 법성(法性)과 같으며 진(眞)과 속(俗)을 쌍으로 보되 끊어짐이 없어서 항상 능히 번뇌가 없는 근기의 몸을 가지므로 일체 공덕이 의지할 바가 되는 것이다.
둘째는 평등성지(平等性智)이니 나라고 보는 알음알이를 전환시켜 이 지혜를 얻는다. 그러므로 자기와 남이 평등하여 둘 다 나[我性]가 없음을 증득하였으므로, 이와 같은 것을 평등성지라고 하는 것이다.
셋째는 묘관찰지(妙觀察智)이니 분별하는 알음알이를 전환시켜 이 지혜를 얻는다. 능히 모든 법의 자기만의 모양과 공통된 모양을 관찰하여 대중들이 모인 앞에서 모든 묘한 법을 말하여 능히 중생으로 하여금 물러나지 않음을 얻게 하므로 묘관찰지라 하는 것이다.
넷째는 성소작지(成所作智)니 다섯 가지 알음알이를 전환시켜 이 지혜를 얻는다. 능히 일체의 갖가지 화신(化身)을 나타내어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숙세의 선업(善業)을 이루게 하니, 이러한 인연으로 성소작지라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네 가지 지혜가 우두머리가 되어 8만 4천 지혜의 문(門)을 구족하였으니, 이러한 일체 모든 공덕법의 이름을 여래의 자수용신이라 하는 것이다.
선남자들이여, 둘째는 여래의 타수용신이니 8만 4천 상호를 구족하여 참되고 청정한 땅에 계시면서 일승법을 설하시어 모든 보살들이 대승의 미묘한 법의 즐거움을 수용하도록 하며, 일체의 여래가 10지(地)의 모든 보살들을 교화하기 위하여 열 가지 타수용신을 나타내신다.
제1 불신은 백 잎[葉] 연꽃에 앉아 초지(初地) 보살을 위하여 백법명문(百法明門)을 말씀하시니, 보살이 깨달은 뒤에 큰 신통을 일으켜 변화해서 백불(百佛) 세계에 가득하여 수없이 많은 중생을 이롭고 편안하고 즐겁게 하는 것이고, 제2 불신은 천 잎 연꽃에 앉아 이지(二地) 보살을 위하여 천 법명문(千法明門)을 말씀하시니, 보살이 깨달은 뒤에 큰 신통을 일으켜 변화해서 천불세계에 가득하여 한량없는 중생을 이롭고 편안하고 즐겁게 하는 것이요, 제3 불신은 삼지(三地)보살을 위하여 만법명문(萬法明門)을 말씀하시니, 보살이 깨달은 뒤에 큰 신통을 일으켜 변화해서 만불국토에 가득하여 수없이 많은 중생을 이롭고 편안하고 즐겁게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여래께서 점점 늘어나서 나아가 10지의 타수용신에 이르러 말할 수 없이 미묘하고 보배로운 연꽃에 앉아 십지보살을 위하여 말할 수 없는 제법명문(諸法明門)을 말씀하시면, 보살이 깨달은 뒤에 큰 신통을 일으켜 변화해서 말할 수 없는 미묘한 국토에 가득하여, 무어라 말할 수 없고 말할 수 없는 한량없고 끝이 없는 종류의 중생들을 이롭고 편안하며 즐겁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10신(身)이 모두 7보로 꾸며진 보리수왕(菩提樹王)에 앉아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였다.
모든 선남자여, 낱낱의 꽃잎이 각기 한 삼천세계가 되어 각각 백억 묘고산왕(妙高山王)과 사대주(四大洲)와 해·달·별들이 있으며, 3계의 모든 하늘이 구족되지 않음이 없어서 하나하나의 잎에는 모든 섬부주(贍部洲)가 있고 금강좌에는 보리수왕이 있는데 백, 천, 만에서부터 말할 수 없이 크고 작은 화신의 부처님들이 각기 나무 밑에서 마군을 깨뜨린 뒤에 일시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는다.
이렇게 크고 작은 화신의 부처님들이 각각 32상(相)과 80종호(種好)를 구족하시어 모든 자량(資糧)과 4선근(善根)과 모든 보살들과 2승(乘)과 범부(凡夫)를 위하여 편의대로 3승의 묘한 법을 말씀하시고, 모든 보살들을 위하여 6바라밀을 말씀하심으로써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궁극적인 부처님의 지혜를 얻게 하며, 벽지불(僻支佛)을 구하는 이를 위하여 12인연법을 말씀하시며, 성문(聲聞)을 구하는 이를 위하여 4제법(諦法)을 말씀하시어 생·노·병·사를 제도하고, 마침내 열반하시되 남은 중생들을 위하여 사람과 하늘의 가르침을 설하시어 사람과 하늘의 편안하고 즐거운 미묘한 과보를 얻게 하신다.
이렇듯 모든 크고 작은 화신의 부처님을 모두 다 부처님의 변화한 몸이라 하는 것이다.
선남자여, 이러한 두 가지 응신·화신 부처님이 비록 멸도(滅度)를 나타내실지라도 이 부처님 몸은 서로 이어져 항상 머무시는 것이다.
모든 선남자여, 하나의 불보(佛寶)인 것 같지만 이렇듯 한량없고 끝없으며 불가사의하게 중생을 이롭고 즐겁게 하는 넓고 큰 은덕이 있느니라.
이런 인연으로 이름을 여래·응공(應供)·정변지(正遍智)·명행원만(明行圓滿)·선서(善逝)·세간해(世間解)·무상사(無上士)·조어장부(調御丈夫)·천인사(天人師)·불세존(佛世尊)이라고 하는 것이다.
선남자여, 한 불보 속에 여섯 가지 미묘한 공덕을 구족 하였으니,
첫째는 위없는 큰 공덕의 밭[田]이요,
둘째는 위없는 큰 덕이 있음이요,
셋째는 발이 없거나·두 발·많은 발을 가진 중생 중에서 높은 것이요,
넷째는 우담발 화만큼이나 만나기 어려움이요,
다섯째는 홀로 삼천대천세계에 출현함이요,
여섯째는 세간과 출세간의 공덕이 원만하여 일체의 뜻이 의지함이니,
이렇듯 여섯 가지 공덕이 구족하여 항상 일체 중생을 이롭고 즐겁게 할 수 있으므로 이것을 불보의 부사의한 은혜라고 하는 것이다.
이 때 5백 장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이 말씀하신 바와 같이 한 불보 속에 한량없는 화신의 부처님이 세상에 충만하시어 중생을 이롭고 즐겁게 하신다면 무슨 인연으로 세간 중생이 많이 부처님을 뵈옵지 못하고 모든 고뇌를 받는 것입니까?’
다시, 부처님께서 5백 장자에게 말씀하셨다.
‘비유하자면 마치 일광(日光) 천자가 백천의 광명을 내어 세상을 비추어 밝게 하지만 장님은 그 빛을 보지 못하는 것과 같으니, 너희 선남자들의 생각으로는 어떠하냐? 일광천자에게 잘못이 있느냐?’
장자가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모든 부처님 여래께서 항상 바른 법을 연설하시어 중생을 이롭고 즐겁게 하시지만 이 모든 중생들이 항상 악업을 지어 모두 깨달아 알지 못하고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없어 불·법·승을 친근히 하기를 즐기지 않으니, 이러한 중생은 죄근(罪根)이 깊고 무거워 한량없는 겁을 지내도록 3보의 이름조차 보고 듣지 못해서 저 장님이 햇빛을 보지 못하는 것과 같다.
만일 중생이 여래를 공경하며, 대승을 사랑하고 즐기며, 3보를 존중한다면, 마땅히 알아라, 이 사람은 업장이 소멸되고 복과 지혜가 늘어나며 선근을 성취하여 빨리 부처님을 뵈올 수 있어서 영원히 생사를 여의고 마땅히 보리를 증득할 것이다.
모든 선남자여, 한 불보 속에 한량없는 부처님이 계시듯이 여래께서 말씀하신 법보도 또한 그러하여 한 법보 속에 한량없는 뜻이 있는 것이다.
선남자여, 법보 가운데 네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교법(敎法)이요,
둘째는 이법(理法)이요,
셋째는 행법(行法)이요,
넷째는 과법(果法)이다.
일체의 샘[漏]이 없는 이는 능히 무명과 번뇌의 업장을 깨뜨리니, 성명(聲名)과 구문(句文)을 교법이라 하고,
무(無)와 유(有)의 모든 법을 이법이라고 하며,
계(戒)와 정(定)과 혜(慧)와 행(行)을 행법이라고 하며,
함과 함이 없음의 과보를 과법이라고 한다.
이러한 네 가지를 법보라고 하는 것이니, 중생을 인도하여 생사의 바다를 벗어나 저 언덕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선남자여, 모든 부처님이 스승으로 삼는 것이 바로 이 법보이니, 왜냐 하면 3세의 모든 부처님이 법에 의지하여 닦고 행하여서 일체의 장애를 끊고 보리를 성취하여 미래세가 다하도록 중생을 이롭게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인연으로 3세 여래께서 항상 모든 바라밀의 미묘한 법보를 공양하시니, 하물며 3계의 일체 중생은 아직 해탈도 얻지 못하였거늘 미묘한 법보를 공경하지 아니할 것인가.
선남자여, 내가 옛날에 일찍이 법을 구하는 인왕(人王)이 되어 큰 불구덩이에 들어가 바른 법을 구하여 영원히 생사를 끊고 큰 보리를 얻은 까닭에 법보가 능히 일체 생사의 감옥을 깨뜨리니, 마치 금강이 만물(萬物)을 무너뜨릴 수 있는 것과 같으며, 법보가 능히 어리석고 어두운 중생을 비치는 것이 마치 일(日) 천자가 능히 세계를 비치는 것과 같으며, 법보가 능히 가난하고 궁핍한 중생을 구원하는 것이 마치 마니(摩尼) 구슬이 뭇 보배를 비 내리는 것과 같으며, 법보가 능히 중생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주니 마치 하늘북이 모든 하늘을 즐겁게 하는 것과 같은 까닭이요, 법보가 능히 모든 하늘의 보배 섬돌이 되나니 바른 법을 들으면 하늘에 태어남을 얻는 까닭이며, 법보가 능히 굳고 굳은 큰배가 되니 생사의 바다를 건너 피안에 이르게 하는 까닭이며, 법보는 전륜성왕(轉輪聖王)과 같으니 능히 3독(毒) 번뇌의 도적을 제거하는 까닭이며, 법보는 능히 보배롭고 미묘한 의복이 되니 부끄럼 없는 모든 중생을 덮어주는 까닭이며, 법보는 마치 금강의 갑옷과 같으니 능히 네 마군을 깨뜨리고 보리를 증득하는 까닭이요, 법보는 능히 지혜의 예리한 칼과 같으니 생사를 끊고 속박을 여의기 때문이며, 법보가 바로 3승의 보배수레이니 중생을 운전하여 화택(火宅)에서 벗어나게 하는 까닭이요, 법보는 일체의 밝은 등과 같으니 능히 3도(塗)의 어두운 곳을 비추는 까닭이며, 법보는 활과 화살과 창과 같으니 능히 나라의 경계를 진압하고 원수와 적을 꺾 기 때문이며, 법보는 험한 길의 길잡이와 같으니 중생을 잘 인도하여 보배가 있는 곳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선남자여, 3세 여래께서 말씀하신 미묘한 법에 이렇듯 헤아리기 어려운 일이 있나니 이것을 법보의 부사의한 은혜라고 하는 것이다.
선남자여, 세간과 출세간에 세 가지 승(僧)이 있나니, 첫째는 보살승(菩薩僧)이요, 둘째는 성문승(聲聞僧)이요, 셋째는 범부승(凡夫僧)이다.
문수사리(文殊師利)나 미륵(彌勒) 등은 보살승이고, 사리불(舍利弗)과 목건련(木犍連) 등은 성문승이며, 만일 별해탈(別解脫)의 계(戒)를 성취함이 있는 이는 참으로 훌륭한 범부요, 나아가 일체 바른 소견을 구족하여 능히 널리 다른 이를 위하여 뭇 성스러운 도법을 연설하고 열어 보여서 중생을 이롭고 즐겁게 하는 이를 범부승이라고 하느니라.
비록 아직 능히 샘[漏]이 없는 계(戒)ㆍ정(定)ㆍ혜(慧)ㆍ해탈을 얻지 못하였더라도 공양하는 이는 한량없는 복을 얻으리니, 이러한 세 가지를 참된 복전(福田)의 승(僧)이라고 하는 것이다.
복전의 승이라 이름하는 또 다른 무리가 있으니, 부처님의 사리와 부처님의 형상과 아울러 모든 법과 승가와 성인이 지은 계(戒)를 깊이 공경하고 믿음을 내어 스스로 삿된 견해가 없고 다른 사람도 그렇게 하도록 하여 능히 바른 법을 펼치고 일승을 찬탄하며 깊이 인과(因果)를 믿고 항상 착한 서원을 발하며 잘못된 허물을 참회하여 업장을 없애는 사람이다.
마땅히 알라, 이 사람은 3보를 믿는 힘이 모든 외도보다 백천만 배나 나으며 네 가지 전륜성왕보다도 나으니, 하물며 다른 부류의 일체 중생임에랴.
울금(鬱金) 꽃8)은 비록 이울어졌을지라도 오히려 일체 모든 잡다한 종류의 꽃보다 낫듯이, 바르게 보는 비구도 또한 이와 같아서 다른 중생보다 백천만 배나 나으니, 비록 금계를 허물어뜨렸을지라도 바른 소견은 무너진 것이 아니므로 이런 인연으로 복전의 승이라고 하는 것이다.
선남자와 선여인들아, 이러한 복전의 승을 공양하는 이는 얻은 공덕이 다함이 없어서 앞에 말한 세 진실한 승보를 공양하여 얻은 공덕과 똑같아 다름이 없다.
이러한 네 가지는 성인과 범부와 승가의 보배이니, 중생을 이롭고 즐겁게 하여 항상 잠시라도 버려두지 않으므로 이것을 승보의 헤아릴 수 없는 은혜라고 하는 것이다.’
이 때 5백 장자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오늘 부처님의 법음(法音)을 들어 3보가 세간을 이롭게 하는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그러나 이제 무슨 뜻으로 불·법·승을 보배라 말씀하시는지 알지 못하겠으니, 원하건대 부처님은 풀어 말씀하시고 나타내 보이시어 여기 모인 대중들과 미래의 세계에서 3보를 공경하고 믿는 일체의 유정(有情)들이 영원히 의심의 그물을 끊고 무너지지 않을 믿음을 얻어 3보의 헤아릴 수 없는 바다에 들게 하소서.’
이에 부처님께서 모든 장자에게 말씀하셨다.
‘착하고 착하구나, 너희 선남자들이여. 여래의 매우 깊고 미묘한 법을 물을 수 있으니 미래세의 일체 중생들을 이롭고 편안하며 즐겁게 하겠구나.
비유컨대, 세간에서 가장 진귀한 보배가 열 가지 이치를 구족하여 국경을 장엄하고 유정을 이롭게 하듯이 불·법·승도 또한 이와 같다.
첫째는 단단함[堅牢]이니, 마니 보배는 아무도 깨뜨릴 수 없는 것처럼 불·법·승도 또한 이와 같아서 외도나 천마(天魔)가 능히 깨뜨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때가 없음[無垢]이니, 세간에서 뛰어난 보배는 맑게 빛나고 깨끗하여 티끌과 더러운 것에 섞이지 아니하듯이 불·법·승도 또한 이와 같아서 모두 능히 번뇌와 티끌과 때를 멀리 여의기 때문이다.
셋째는 즐거움을 주는 것[與樂]이니, 천덕병(天德甁)9)이 능히 편안함과 즐거움을 주듯이 불·법·승도 또한 이와 같아서 능히 중생들에게 세간과 출세간의 즐거움을 준다.
넷째는 만나기 어려움[難遇]이니, 길상(吉祥)의 보배는 드물어서 얻기 어렵듯이 불·법·승도 또한 그러하여 업장이 있는 유정은 억겁에도 만나기 어려운 것이다.
다섯째는 능히 깨뜨림[能破]이니, 여의주가 능히 가난과 궁핍을 깨뜨리듯이 불·법·승도 또한 이와 같아서 능히 세간의 모든 가난과 괴로움을 깨뜨리기 때문이다.
여섯째는 위덕(威德)이니, 전륜왕이 가진 윤보(輪寶)가 능히 모든 원수를 복종시키듯이 불·법·승도 또한 이와 같아서 여섯 가지 신통을 갖추어 네 마군을 항복시킨다.
일곱째는 소원을 원만히 함[滿願]이니, 마니구슬이 마음에서 구하는 대로 능히 뭇 보배들을 비처럼 내려주듯이 불·법·승도 또한 이와 같아서 능히 중생이 닦은 착한 소원을 원만하게 하는 것이다.
여덟째는 장엄(莊嚴)이니, 세상의 진귀한 보배로 왕궁(王宮)을 장엄하듯이 불·법·승도 또한 이와 같아서 법왕의 보리 보궁(寶宮)을 장엄하는 것이다.
아홉째는 가장 미묘함[最妙]이니, 하늘의 묘한 보배가 가장 미묘하듯이 불·법·승도 또한 이와 같아서 모든 세간에서 가장 좋고 묘한 보배보다도 더 뛰어난 것이다.
열째는 변하지 않음[不變]이니, 비유컨대 순금은 불에 들어가도 변하지 않듯이 불·법·승도 또한 이와 같아서 세간의 여덟 가지 바람이 능히 기울이고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다.
불·법·승은 한량없는 신통과 변화를 구족하여 유정을 이롭고 즐겁게 해서 잠시도 쉬지 않으니, 이런 까닭에 모든 불·법·승을 보배라고 말하는 것이다.
선남자여, 내가 너희들을 위해 대략 네 가지의 세간과 출세간의 은혜 있는 곳을 말하였으니 너희들은 마땅히 알아서 보살의 행을 닦아 이러한 네 가지 은혜를 갚아야할 것이다.’
이 때 5백 장자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이러한 네 가지 은혜는 매우 갚기 어려우니 마땅히 무슨 행을 닦아야 이 은혜를 갚겠습니까?’
부처님이 모든 장자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보리를 구하는 데에는 세 가지 10바라밀이 있으니,
첫째는 열 가지 보시 바라밀다요,
둘째는 열 가지 친근(親近) 바라밀다요,
셋째는 열 가지 진실한 바라밀다이다.
만일 선남자와 선여인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어 능히 삼천대천세계에 가득한 7보로 한량없이 빈궁한 중생들에게 보시한다 할지라도 이러한 보시는 다만 보시바라밀다라 이름할 뿐이지 진실바라밀다라고는 하지 못한다.
만일 선남자와 선여인이 큰 자비의 마음을 내어 위없는 정등(正等)보리를 구하기 위해서 자기 처자를 남에게 보시하고도 마음으로 아까워함이 없으며, 내게 몸의 살과 손과 발과 머리와 눈과 뼈와 뇌와 몸과 목숨을 구하는 이에게 이런 것을 보시하더라도 이러한 보시는 다만 친근바라밀다라 이름할 뿐이지 진실바라밀다라고는 하지 못한다.
너희 선남자와 선여인이 위없는 큰 보리의 마음을 내어 얻을 것이 없는 곳에 머무르면서 모든 중생들에게 함께 이 마음을 내도록 권유하여, 진실한 법 14구(句)의 게송으로 한 중생에게 보시하여 그로 하여금 위없는 정등보리를 향하게 한다면 이를 진실바라밀다라 할 것이니, 앞에 말한 두 보시는 은혜를 갚는다고 이름하지 못할 것이다.
너희 선남자와 선여인이 능히 이와 같이 세 번째 진실바라밀다를 닦는다면 진실로 네 가지 은혜를 갚는다고 할 것이다.
왜냐 하면 앞의 두 보시에는 무엇인가 얻으려는 마음이 있고, 세 번째 보시에는 얻으려는 마음이 없기 때문이니, 진실한 법으로 한 유정에게 보시하여 그로 하여금 더 없는 큰 보리의 마음을 내게 한다면 이 사람이 보리를 증득할 때에는 한없이 널리 중생을 제도할 것이며 3보의 종자를 이어서 끊어지지 않게 할 것이므로, 이런 까닭에 은혜를 갚는다고 하는 것이다.’
이 때 5백 장자는 부처님으로부터 예전에 듣지 못했던 이 은혜 갚는 법을 듣고는 마음속으로 기뻐 날뛰면서 아직까지 없었던 것을 얻었고, 마음을 내어 위없는 보리를 구해서 인욕(忍辱)삼매를 얻고 불가사의한 지혜에 들어가 영원히 물러나지 않았다.
이 때 모임 가운데 8만 4천 중생이 보리의 마음을 내어 견고한 믿음과 이삼매를 얻었고, 바다 같이 모여 있던 대중들은 모두 금강인욕삼매를 얻어 무생인(無生忍)610)과 유순인(柔順忍)11)을 깨달았으며, 혹은 초지(初地)를 증득하여 불기인(不起忍)12)을 얻었으니, 한량없는 중생들이 보리의 마음을 내어 물러나지 않는 자리에 머물렀다. 7
이때 부처님께서 5백 장자에게 말씀하셨다.
‘미래세 가운데 일체 중생이 만일 이 심지관보사은품(心地觀報四恩品)을 얻어 들어 간직하거나 읽고 익혀서 풀어 말하고 써서 널리 유포시키는 이가 있다면, 이러한 사람들은 복과 지혜가 늘어나 모든 하늘들이 호위하며 몸에 병이 없고 수명이 연장될 것이요, 만일 목숨이 마칠 때에는 곧 미륵 내궁(內宮)에 태어나 백호상(白毫相)을 보고 생사를 초월하며 용화삼회(龍華三會)13)에서 마땅히 해탈을 얻어 시방정토에 뜻대로 가서 태어나 부처님을 뵈옵고 법을 들으며 정정취(正定聚)에 들어 속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와 여래의 지혜를 이룰 것이다.’
2. 보은품(報恩品)②
이 때 왕사(王舍) 큰 성에서 동북쪽으로 8십 유순(由旬) 거리에 증장복(增長福)이라는 한 작은 나라가 있었고, 그 나라 안에 지광(智光)이라는 한 장자가 있었다. 늙도록 오직 한 아들만을 두었는데, 성질이 악하여 부모께 순종하지 않았으며 가르치는 바에 복종하지 않았다.
마침 석가모니(釋迦牟尼) 여래께서 왕사성(王舍城)의 기사굴산(耆闍崛山)에 계시면서 혼탁하고 악한 세상의 중생들을 위하여 대승의 은혜 갚는 법을 연설하신다는 것을 듣고는 부모와 아들과 권속들이 함께 법을 듣기 위하여 공양구를 싸가지고 부처님 처소에 나아가서 공양하고 공손히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가 한 아들을 두었는데 그 성질이 포악하여 부모가 가르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이제 부처님께서 네 가지 은혜 갚는 법을 말씀하신다는 것을 듣고 법을 듣기 위하여 부처님 처소에 왔으니, 오직 원하옵건대 세존께서는 저희들 무리와 모든 권속들을 위하여 네 가지 은혜의 매우 깊고 묘한 뜻을 연설하시어 저 악한 아들이 효순한 마음을 내게 하시고, 마땅히 이 세상에 태어나서 안락함을 얻게 하소서.”
이 때 부처님께서 지광에게 말씀하셨다.
“착하고 착하구나.
네가 법을 위하여 나의 처소에 이르러 공양하고 공경하여 이 법 듣기를 좋아하니, 너희들은 진실로 듣고 잘 생각하여라.
만일 선남자와 선여인이 보리의 마음을 발하여 법요(法要)를 듣기 위해 멀고 가까움에 따라 걸어온 그 땅이 작은 티끌과 같은 수량이니, 이런 인연으로 금륜전륜성왕을 감동시켜서 성왕의 과보(果報)가 다하면 욕천왕(欲天王)이 되고, 욕천왕의 과보가 다하면 범천왕(梵天王)이 되어서 부처님을 뵈옵고 법을 들어 빨리 묘한 과보를 증득할 것이다. 너희 큰 장자와 다른 무리들이 법을 위하여 나의 처소에 이르렀으니, 이와 같이 8십 유순의 큰 땅에 있는 작은 티끌들의 낱낱의 티끌 수만큼 지나서 능히 인천륜왕(人天輪王)의 과보를 감득하고, 이미 법을 들었으므로 앞으로 곧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할 것이다.
내가 비록 먼저 매우 깊은 네 가지 은혜의 미묘한 뜻을 말하였으나, 이제 다시 너희들을 위하여 거듭 이 뜻을 베풀어 게송으로 말하겠다.”
가장 수승한 법왕인 큰 성주시여
일체 인천(人天)에 짝할 이 없으니
모든 상호를 장엄하신 몸에 구족하셨고
지혜 바다 허공 같아 헤아릴 수 없으며
나와 남 이롭게 하는 행 모두 원만하시어
이름이 널리 모든 국토에 들리며
길이 번뇌와 다른 반연을 끊고
밀행(密行)을 잘 지녀 모든 근(根)을 지키시며
백 사십 가지 남다른 덕과
넓고 큰복의 바다 모두 원만하시고
삼매와 신통이 모두 구족하여
팔자재궁(八自在宮)에서 항상 노니시네.
시방의 사람과 하늘 외도들이
능히 조어사(調御師)를 논란할 이 없으니
금 입[金口]으로 말씀하시는 막힘없는 변재로
비록 묻는 이 없어도 스스로 말씀하시네.
바다의 조수가 때를 잃지 않듯이
또한 하늘 북이 하늘의 마음에 맞는 것처럼
이렇게 자재한 이는 오직 부처님뿐이지
5통(通)한 신선과 마군과 범천들은 아니네.
난사겁(難思劫)의 바다에서 행원을 닦아
이러한 큰 신통을 증득하셨으니
내가 삼매의 크고 고요한 집에 들어서는
모든 근기와 약과 병을 관찰하고
선정(禪定)으로부터 나와서는
3세 불법 심지관문(心地觀門)을 찬탄했지만
모든 장자는 대승의 마음에서 물러나
이승의 자기만 이로운 행을 즐기므로
내가 큰 지혜 방편의 가르침을 열어서
삼공(三空)의 해탈문으로 이끌었으나
여래의 뜻을 능히 헤아릴 수 없고
오직 부처님만이 진실한 비밀을 알 수 있으니
예리한 근기인 성문(聲聞)과 독각(獨覺)과
부지런히 구하는 불퇴전위(不退轉位)의 모든 보살들이
12겁 동안 함께 헤아린다 해도
그 적은 분량도 알 수 없으며
설령 시방의 범부와 성인과 지혜 있는 이들이
한 사람을 지혜 있다고 추대하여
이러한 이들이 대숲과 같이 많을지라도
그 적은 분량도 측량할 수 없다네.
세간 범부는 지혜의 눈이 없어서
은혜 있는 곳을 미혹하여 묘한 과보를 잃고
오탁(五濁)1)으로 악한 세상의 모든 중생들은
은혜를 깨닫지 못해 덕을 배반하므로
내가 네 가지 은혜를 설명함으로써
바른 소견의 보리도에 들게 하노라
자비하신 부모가 기르신 은혜로
일체 남녀가 모두 안락하나니
아버지의 은혜는 높아서 큰 산과 같고
어머니의 은혜 깊어서 바다와 같나니
만일 내가 세간에 1겁 동안 머무른다 해도
어머니의 은혜는 말로 다 못하네.
내가 이제 대략 조금 말한 것은
뱀이 큰 바닷물 마시듯 적어
설령 사람이 복덕을 위하여
청정히 행하는 바라문과
5통한 신선으로 자재한 이와
큰 지혜가 있는 스승과 어른, 착한 벗을 공양하되
7보로 만든 집과
우두전단(牛頭旃檀)으로 만든 방에 편안히 모시고
백 가지 보배로 장식한 침구를 베풀며
세간에서 감로같이 맛있는 음식과
만병을 치료하는 모든 탕약을
금은 그릇 속에 가득히 담아
이렇듯 날로 삼시(三時) 공양하여
수백 겁 동안 계속 할지라도
한결 같은 생각을 잠깐 동안 펴서
어머니의 큰 은혜 밭에 공양함만 못하네.
복덕이 끝이 없어 헤아릴 수 없고
숫자나 말로 견줄 수 없나니
세간의 어머니가 자식을 배었을 때
열 달 동안 태를 품어 길이 고통 받으며
5욕락에 정을 붙이지 못하고
수시로 음식까지 그러하니
밤낮으로 항상 가엽게 여기시어
걷든 서든 앉든 눕든 모든 고통을 받으며
태(胎)에 들었던 자식을 낳을 때면
칼날을 잡아 사지를 깎는 듯하여
정신이 흐려져 동인지 서인지 분별할 수 없고
온몸이 아파 견딜 수 없다네.
혹 난산으로 목숨이 끊어지면
육친(六親)2)과 권속들이 모두 슬퍼하나니
이러한 많은 고통 다 자식 때문이요
근심과 슬픔 고통 입으로 말할 수 없으며
만일 병이 나아 몸이 안락하면
가난한 이가 보배를 얻은 듯 기뻐하여
그 모습 아무리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고
어여쁜 생각 잠시도 쉬지 않는다네.
모자(母子)의 온정이 항상 이와 같아서
나나 드나 가슴속에서 떠나지 않으며
어머니 젖은 감로의 샘과 같아서
크는 동안 마를 때 없다네.
사랑하신 은혜 어디에도 견주기 어렵고
길러주신 덕은 또한 헤아릴 수 없어
세간에서 대지(大地)가 두텁다 해도
부모님의 은혜는 그보다 더 중하네.
세간에서 수미산이 높다하지만
어머니의 은혜 그보다 더 높으며
세간에서 폭풍만이 빠르다고 하지만
어머니의 일념(一念)은 그보다 더하네.
만일 중생이 불효를 행하여
어머니께 잠시라도 원한을 나게 하여
원망하는 말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자식은 그 말대로 고난을 받으리니
일체 부처님과 금강천과
신선의 비법으로도 구할 수 없으며
만일 남녀가 어머니의 가르침을 따라서
낯빛을 좇아 서로 어긋나지 않으면
일체 재난이 모두 소멸되고
모든 하늘이 옹호하여 항상 안락하며
만일 능히 어머님을 좇는다면
이러한 남녀는 모두 범부가 아니네.
크게 자비한 보살이 인간으로 변해
은혜 갚는 모든 방편을 나타냈으니
만일 선남자나 선여인이
어머니의 은혜를 갚기 위해 효도를 행하되
살을 베고 피를 뽑아 항상 공양하여
1겁이 꽉 차도록 하며
갖가지 효도를 닦는다 할지라도
오히려 잠시의 은혜를 갚지 못하나니
열 달 동안 태속에 있으면서
젖줄을 물어 기름과 피를 마셨으며
갓난아기로부터 동자가 되기까지
마신 젖은 백여 곡(斛)을 넘으며
음식이나 탕약이나 좋은 의복은
자식 먼저 어미는 뒤이길 한결 같이 했으며
어리석은 자식을 남은 미워하나
어머니는 어여뻐서 버릴 수 없다네
옛적에 어떤 여인 자식을 안고
항하(恒河)의 거센 물을 건너가다가
물이 넘쳐 나아가기 어려웠지만
함께 빠져 죽더라도 자식은 놓지 않았으니
자비로운 이 선근의 힘으로
목숨을 마치고 범천(梵天)에 태어나
길이 범천삼매의 즐거움을 받았으며
여래를 만나 부처님의 수기를 받았네.
그러므로 어머니에게 열 가지 덕이 있는데
뜻에 따라 이름을 세웠나니
첫째는 대지요
둘째는 생산할 수 있음이며
셋째는 바르게 하심이요
넷째는 기르심이며
다섯째는 지혜를 주심이요
여섯째는 장엄하심이며
일곱째는 안온함이요
여덟째는 가르치심이며
아홉째는 훈계하심이요
열째는 업을 주심이니
다른 은혜는 이 은혜를 뛰어넘지 못하네.
무엇이 세간에서 가장 부유한 것이며
무엇이 세간에서 가장 가난한 것이냐
어머니 계시는 것이 제일 부유한 것이요
어머니 계시지 않는 것이 가장 가난한 것이며
어머니 계신 때가 한 낮이 되고
어머니 돌아가신 때를 해가 졌다 하며
어머니가 계신 때는 모두 원만하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때에는 모든 것이 비었다네.
세간 일체 선남선녀여
부모 은혜 중한 것이 산과 같으므로
마땅히 효심을 항상 간직해
은혜를 알고 갚는 것이 바로 성인의 도(道)이니
몸을 아끼지 말고 맛난 음식 받들어
일찍이 한 생각이라도 봉양함을 잊지 말라
부모가 돌아가신 때에는
갚고자 하여도 진실로 미칠 수 없나니
부처님도 어머님을 위해 닦고 행하시어
금빛 상호의 몸을 느껴 얻으시고
이름이 온 시방에 들리어
일체의 사람과 하늘이 모두 머리를 조아리며
사람이나 사람이 아니거나 모두 공경하네.
전생에 어머니의 은혜를 갚은 인연으로부터
내가 삼십삼천궁(三十三千宮)3)에 올라가
석 달 동안 어머니 위해 참 법을 말함에
어머니가 들으시고 바른 도에 귀의하여
무생인(無生忍)을 깨우쳐 물러나지 않도록 하였네.
이 것은 모두 자비한 은혜를 갚기 위한 것이지만
갚은 은혜 깊다 해도 아직 만족 못하네.
신통으로 제일가는 목건련(目犍連)은
이미 3계의 모든 번뇌를 끊었으므로
신통력으로 어머니를 관찰하여
아귀 가운데 괴로움 받는 것을 보고서
목건련이 스스로 가서 어머니 은혜를 갚아
그 괴로움을 구제하였고
위로 타화천(他化天)의 무리들 중에 태어나
함께 즐거이 노닐며 천궁에서 살았네.
부모의 은혜가 가장 깊은 줄을 마땅히 알라
부처님과 성현들이 모두 덕을 갚나니
지극한 마음으로 부처님께 공양하거나
또한 부지런히 효도를 닦으면
이런 두 사람의 복은 다르지 않아서
3세에 과보를 받음도 무궁하리라.
세상 사람이 자식을 위해 죄를 지으면
3악도(惡道)에 떨어져 길이 괴로움 받으나
모든 남녀는 성인이 아니므로 신통이 없어서
윤회를 보지 못해 은혜를 갚기 어려우니
슬프다 세상 사람은 성력(聖力)이 없어서
능히 어머니를 제도하지 못하는구나.
그러므로 너희는 마땅히 알라!
부지런히 복리와 공덕을 닦으면
그 남녀는 수승한 복을 따라서
커다란 금빛 광명으로 지옥을 비추나니
광명 속에서 깊고 묘한 소리를 연설하여
부모를 일깨워 뜻을 내게 하므로
옛날에 지은 죄를 기억해서
일념으로 참회하여 모두 여의느니라.
입으로 나무삼세불(南無三世佛)4)을 부르면
겨를 없이 고난한 몸을 벗어나서
사람과 하늘에 태어나 길이 즐거움을 받고
부처님을 뵙고 법을 들어 부처를 이루며
혹은 시방정토 가운데 태어나
7보 연꽃으로 부모를 위하여
꽃이 피면 부처님을 뵙고 무생(無生)을 깨쳐
물러나지 않는 보살과 같은 지위가 된다네.
6신통의 자재력을 얻어
보리의 미묘한 궁전에 들게 되나니
모두 이 보살이 남녀가 되어
큰 원력을 타고 인간으로 화신(化身)한 것일세.
이것이 참으로 부모의 은혜를 갚는 것이니
너희들 중생은 함께 닦고 배울지어다.
유정이 윤회해 6도(道)에 태어나는 것이
수레바퀴처럼 처음과 끝이 없어서
혹 부모도 되고 아들ㆍ딸도 되어
세세생생(世世生生)토록 서로 은혜가 있으므로
아버지나 어머니가 차별이 없는데
성인의 지혜를 증득하지 못하여 알지를 못한다.
일체 남자 모두 아버지요
일체 여인 모두 어머닌데
어째서 전세(前世)의 은혜는 갚지도 않고
다른 생각을 내어 원수를 이루랴
항상 은혜로 갚아 서로 용서하고
때리고 욕해 원수가 되지 말아야 한다.
만일 복과 지혜의 문을 닦고자 한다면
밤낮으로 여섯 때5)에 마땅히 발원하기를
원하건대 제가 태어나고 태어나는 한량없는 겁에
숙주지(宿住智)6)의 큰 신통을 얻어
능히 과거 백천 생을 알아
서로 부모 됨을 기억하게 하시고
6취(趣) 4생(生)에 순환하는 가운데
내 생각이 한결같이 저에게 이르도록 하여
묘한 법을 말해 괴로운 인을 여의며
사람과 하늘에서 길이 즐거움을 받게 하시고
견고한 보리의 원을 내도록 권하며
보살 6도(度)의 문을 수행하여
길이 생사 두 가지 인(因)을 끊고
위없는 열반의 도를 빨리 증득케 하소서.
시방 일체 국왕은
바른 법으로 남을 교화해 성주(聖主)가 됐나니
국왕 복덕이 가장 수승하고
하는 일이 자재(自在)해 하늘이라 한다네.
삼십삼천과 다른 하늘이
항상 복력으로 왕의 교화를 돕고
모든 하늘이 외아들처럼 옹호하나니
그러므로 천자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네.
세간에서는 왕이 근본이 되어
일체 인민의 의지할 바가 되나니
세간의 모든 집이
기둥이 근본이 되어 성립함과 같으며
왕이 바른 법으로 인민을 교화함이
큰 범왕이 만물을 냄과 같고
왕이 그른 법을 행하여 다스리지 못함은
염라왕이 세간을 멸함과 같으며
왕이 간사한 사람을 받아들이면
코끼리가 꽃못[華池]을 밟음과 같으리니
혼탁한 때와 악한 세상을 만났다 말라
선과 악을 아는 것이 왕의 수행이라네.
일천자(日天子)가 세간을 비쳐 주듯이
국왕도 세간을 이렇게 교화하니
햇빛이 밤에는 비치지 않지만
유정에게 안락을 얻게 한다네.
왕이 그른 법으로 세상을 교화한다면
일체 인민이 의지할 데 없나니
세간에 있는 모든 두려움은
왕의 복력에 의지해 생기지 못하며
인민이 이룬 안온한 낙은
이 왕의 복으로 이룬 것이고
세간의 아름답고 미묘한 꽃도
왕의 복력에 의지해 피며
세간의 기묘한 동산과 숲은
왕의 복력에 의지해 모두 무성하고
세간의 모든 약초는
왕의 복력에 의지해 모든 병을 낫게 하며
세간의 백 가지 곡식의 싹은
왕의 복력에 의지해 다 열매를 이루고
세간 인민이 풍요로움과 즐거움을 받는 것은
왕의 복력에 의지해 항상 저절로 된다네.
비유컨대 장자가 외아들을 두었는데
지혜와 단정함이 세상에 비할 데가 없으므로
부모가 눈동자처럼 아끼고 사랑해서
밤낮으로 염려하는 마음을 내듯이
나라의 큰 성왕(聖王)도 이와 같아서
중생을 외아들처럼 사랑하니
늙은이를 봉양하고 의지가지없는 이를 구제하며
상주고 벌하는 마음이 항상 둘이 아니라네.
이런 어진 왕이 성주(聖主)가 되면
중생이 우러르기 여래와 같이 하고
어진 왕이 교화하여 다스리면 나라에 재앙이 없으며
백성이 공순하고 부지런하여 항상 안온하지만
국왕이 그른 법으로 세상을 교화하면
병이 유행해 유정에게 재앙이 내리나니
이와 같이 일체 사람과 사람 아닌 것의
복과 죄가 환하여 가릴 수 없다네.
선이든 악이든 7분(分)으로 나누어
지은 이가 5분 얻고 왕은 2분을 얻나니
동산이나 숲이나 밭이나 집도 이러하며
세금으로 낼 것도 또한 이와 같다네.
전륜성왕이 출현할 때는
6분으로 나누어 왕이 1분을 얻고
그때의 인민은 5분을 얻나니
선과 악의 업보도 다 그러하다네.
만일 어진 왕이 바른 소견을 닦아
법대로 세상을 교화하면 천주(天主)라 이름하고
하늘의 법으로 세간을 교화하면
비사문(毘沙門)왕이 항상 옹호하며
다른 3천(天)과 나찰(羅刹)들이
모두 성왕의 궁전을 수호하고
성왕이 세간에 나서 나라를 다스릴 때
중생을 이롭게 하여 열 가지 덕을 이루나니
첫째는 능히 나라의 경계를 비춤이요
둘째는 국토를 장엄함이요
셋째는 능히 모든 안락을 줌이요
넷째는 모든 원수와 적을 굴복시킴이요
다섯째는 능히 모든 두려움을 막음이요
여섯째는 모든 성스럽고 현명한 것을 모아 닦음이요
일곱째는 모든 법으로 근본을 삼음이요
여덟째는 세간을 옹호함이요
아홉째는 능히 조화의 공(功)을 지음이요
열째는 나라의 경계와 인민의 주인이라 하는 것이네.
만일 왕이 열 가지 수승한 덕을 성취하면
범왕과 제석과 모든 하늘과
야차와 나찰과 귀신왕이
몸을 숨기고 항상 와서 나라의 경계를 호위하며
용왕이 기뻐하여 단비를 내리어
5곡(穀)이 성숙하고 백성들이 편안하며
나라 안 곳곳에서 진귀한 보배가 나며
군사가 강력하여 원수와 적이 없고
여의 보배구슬이 왕 앞에 나타나서
지경밖에 모든 왕이 스스로 굴복하네.
만일 착하지 못한 이가 왕의 나라에 나서
한결같은 생각으로 모든 악을 이루면
이 사람은 목숨을 마치고 지옥에 떨어져
영겁(永劫) 동안 괴로움을 받아 벗어날 기약이 없으며
만일 부지런히 국왕을 돕는다면
하늘이 보호해 영화와 녹봉을 더하리니
지광장자(智光長者)여, 그대는 알아야 한다.
일체 인왕은 업으로 느껴 안 것이다.
모든 법은 인연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없으며
만일 인연이 없으면 법도 없을 것이니
하늘과 나쁜 갈래에 태어남이 없다고 말한다면
이런 사람은 인연을 알지 못한 것일세.
인과가 없다고 하면 크게 삿된 소견이니
죄와 복을 알지 못해 망령된 생각을 낸 것이라,
왕이 지금 받는 복과 즐거움은
옛적에 일찍이 세 가지 청정한 계(戒)를 지녀서
계의 공덕을 닦아 감응을 불러일으켜
사람과 하늘의 미묘한 과보로 왕의 몸을 얻었으니
만일 사람이 보리의 마음을 일으키면
원력으로 위없는 과보를 이루게 되고
상품(上品)이 청정한 계율을 굳게 가지면
기거(起居)를 자재로이 해서 법왕(法王)이 되며
신통변화로 시방에 가득하여
인연대로 널리 중생들을 제도하며
중품(中品)이 보살계를 가지면
그 복으로 자재한 전륜왕이 되어
마음대로 하는 바를 모두 다 이루고
한량없는 사람과 하늘이 모두 따라 받들며
하(下)의 상품이 큰 귀왕(鬼王)의 계(戒)를 가지면
일체의 사람 아닌 것들이 다 복종하리니
계품(戒品)을 받아 지녀 비록 빠뜨리고 범할지라도
계가 수승한 까닭에 왕이 될 수 있으며
하의 중품이 금수왕(禽獸王)의 계를 가지면
일체의 날고 기는 것들이 다 복종하리니
청정한 계에 빠뜨리고 범한 것이 있을지라도
계가 수승한 까닭에 왕이 될 수 있으며
하의 하품이 염마왕(琰魔王)의 계를 가지면
지옥에 있더라도 항상 자재하리니
비록 금계를 훼손하여 악도에 태어날지라도
계가 수승한 까닭에 왕이 될 수 있다네.
이런 까닭에 모든 중생들이
보살의 청정한 계를 받아
잘 지녀서 빠뜨리거나 범하지 않는다면
태어나는 곳에 따라 사람들의 왕이 되지만
만일 여래의 계를 받지 못한다면
끝내 여우의 몸도 얻지 못하리니
하물며 사람과 하늘을 느끼어 알아서
가장 수승하게 즐거운 왕의 자리에 있겠는가?
그러므로 왕은 인연이 없지 않아서
계업(戒業)을 부지런히 닦아 묘과(妙果)를 이루었으니
국왕은 이 인민들의 주인이므로
어여삐 여기기를 어머니가 어린애 기르듯이 해야 하네.
이러한 인왕은 큰 은혜가 있나니
어루만져 길러준 마음 갚기 어렵다
이런 인연으로 모든 유정들이
만일 능히 큰 보리를 닦아 증득해서
모든 중생에게 큰 자비를 일으키면
응당 여래의 3취계(聚戒)7)를 받을 것이니
만일 법답게 계를 받으려면
죄를 참회하여 소멸토록 해야 하네.
죄를 일으키는 인(因)에 열 가지 연(緣)이 있는데
몸에 셋, 입에 넷, 뜻에 셋이다.
생사는 처음이 없고 죄는 다함이 없으며
번뇌의 큰 바다는 깊어서 밑이 없고
업장이 몹시 높아 수미산 같으며
업을 지음은 두 가지로 인하여 일어나니
이른바 현행(現行)과 종자(種子)인데
아뢰야식[臧識]이 일체의 종자를 반연하여 지녀서
그림자가 형체를 따라서 몸을 떠나지 않듯이
어느 때나 성인의 도(道)를 장애하네.
가깝게는 사람과 하늘의 묘락과(妙樂果)를 장애하고
멀리는 위없는 보리과(菩提果)를 장애하며
집에 있으면 번뇌의 인(因)만 불러들이고
출가해도 또한 청정계를 깨뜨리겠지만
만일 능히 법과 같이 참회하는 이는
모든 번뇌를 다 여읠 것이니
겁의 불이 세간을 파괴하여
수미산과 큰 바다를 태워버리듯이
참회가 번뇌의 섭[薪]을 태우고
참회가 하늘에 태어나게 하며
참회가 4선락(禪樂)8)을 얻게 하고
참회가 마니구슬을 비처럼 내려주며
참회가 금강의 수명을 연장하고
참회가 상락궁(常樂宮)에 들게 하며
참회가 3계의 감옥을 벗어나게 하고
참회가 보리의 꽃을 피게 하며
참회가 부처님의 크게 원만한 거울을 보게 하고
참회가 보배 있는 곳에 이르게 하네.
만일 능히 법과 같이 참회하는 이는
두 가지 관문(觀門)에 의지해 닦아야만 하니
첫째는 일[事]을 보아 죄를 멸하는 문이요
둘째는 이치를 보아 죄를 멸하는 문이네.
.
일을 보아 죄를 멸하는데 셋이 있으니
상·중·하 근기가 3품이 되네.
만일 상근기가 청정한 계를 구하여
큰 정진의 마음을 내어 물러나지 않아
슬피 피눈물을 흘리며 항상 간절하여
슬픔이 온몸을 휘감아 피가 나도록
시방에 3보가 계신 곳과
6도(道)의 모든 중생을 똑같이 생각하며
꿇어앉아 합장하고 마음이 어지럽지 않게 하여
죄를 드러내고 마음을 씻어 참회하기를,
“원하옵건대 시방 삼세 부처님께서는
큰 자비로 저를 어여삐 여기소서.
제가 윤회에 처하여 의지할 바 없어서
생사의 긴 밤에서 항상 깨닫지 못하오며
제가 범부라서 모든 속박을 지니어
미친 마음으로 뒤바뀌어 두루 반연했으며
제가 3계의 화택(火宅)에 처하여
6진(塵)에 허망하게 물들어 구호할 이 없으며
제가 빈궁하고 하천한 집에 태어나
자재함을 얻지 못해 괴로움을 받으며
제가 삿되게 보는 부모의 집에 태어나
죄를 지은 악한 권속에 의지하였사오니
원하옵건대 부처님 대비존께서는
어여삐 여기시어 외아들같이 보호하소서.
한번 참회하고 다시 죄를 짓지 않겠사오니
3세 여래께서 마땅히 증명하소서.”
이와 같이 용맹하게 참회하는 것을
상품이 청정한 계를 구한다고 하는 것이다.
만일 중품의 근기로 계를 구하는 이는
한 마음으로 용맹하게 참회하여
코와 눈물이 뒤섞여도 알지 못하고
온몸에 땀을 흘리면서 부처님께 슬피 구하되
“비롯됨이 없는 생사의 업을 드러내놓으니
원하옵건대 대비의 물로 티끌을 씻으시며
죄의 장애를 씻어 6근(根)을 청정케 하시고
저에게 보살삼취계(菩薩三聚戒)를 주소서.
저는 삼취계를 굳게 가져 물러나지 않고
꾸준히 닦아 괴로운 중생을 제도하되
나는 제도치 못해도 먼저 남을 제도하여
미래제(未來際)가 다하도록 항상 끊임이 없기를 원하나이다.”
이렇게 용맹스럽게 정진하는 이는
목숨을 아끼지 않고 보리를 구하여
능히 삼보의 신령하고 기이한 상호를 느낄 수 있으니
이것을 중품이 크게 참회한다고 하는 것이다.
만일 하품 근기가 정계를 구한다면
위없는 보리의 마음을 일으켜
콧물 눈물 흘리며 몸의 털이 서도록 슬피 울어서
지은바 죄를 몹시 부끄러이 여기어
시방에 3보가 계신 곳과
6도(道) 중생 앞에 대(對)하여
지극한 정성으로 비롯됨이 없이 가지고 있던 번뇌가
모든 중생들을 어지럽게 했음을 드러내서
막힘없는 큰 자비심을 일으켜
목숨을 아끼지 않고 3업(業)을 참회하여
이미 지은 죄는 모두 드러내고
아직 짓지 않은 악은 다시 짓지 않아서
이렇게 3품이 죄를 참회하면
모두 제일로 청정한 계라고 이름하니
부끄러워하는 물로써 티끌을 씻어
몸과 마음이 모두 청정한 그릇이 된다네.
모든 선남자여, 너희들은 마땅히 알라.
이미 정관(淨觀)으로 모든 것을 참회함을 말하였는데
그 사리(事理)에는 차별이 없지만
다만 근기와 인연이 한가지가 아니니
만일 바른 이치 관(觀)하기를 익히고자 할진댄
일체 모든 산란한 것을 멀리 여의고
새 깨끗한 옷을 입고 가부(跏趺)해 앉아
마음을 거두어 바른 생각으로 모든 인연을 여의어야 하네.
항상 모든 부처님의 묘한 법신을 보면
체성(體性)이 허공 같아서 얻을 수가 없으니
일체 죄의 성(性)도 모두 이와 같아서
뒤바뀐 인연으로 망령된 마음을 일으키는 것이네.
이처럼 죄의 모양은 본래 텅 비어서
3세(世) 가운데 얻을 것이 없나니
안도 아니요, 밖도 아니요, 중간도 아니며,
성(性)의 모양은 여여(如如)하여 모두 움직이지 않으며
진여의 묘한 이치는 이름과 말이 끊어져서
오직 성인의 지혜라야 통달할 수 있으니
있지 않고, 없지 않고, 있지도 없지도 않으며
있지도 없지도 않은 것도 아니어서 이름과 모양을 여의어
법계에 두루하여 생멸함도 없어서
모든 부처님은 본래 똑같은 체(體)이니
원하옵건대 모든 부처님은 가피를 드리시어
일체 뒤바뀐 마음이 없어지게 하소서.
제가 일찍 바른 성품의 근원을 깨우쳐
빨리 여래의 위없는 도를 증득하길 원합니다.
만일 청정히 믿는 선남자가
낮과 밤으로 묘한 이치인 공(空)을 볼 수 있다면
일체의 죄와 업장이 저절로 사라지리니
이것을 으뜸으로 청정한 계(戒)를 가졌다고 하며
만일 사람이 실상이 공함을 관하여 안다면
일체의 모든 중한 죄를 멸할 수 있으니
큰바람이 사납게 타오르는 불 위로 불면
한량없는 풀과 나무를 태울 수 있는 것과 같네.
선남자여, 진실한 관(觀)은
모든 부처님의 비요문(秘要門)이라고 하나니
만일 남을 위해 자세히 분별하고 싶더라도
지혜 없는 사람에겐 말하지 말라
일체 어리석은 중생의 무리는
들으면 반드시 의심을 내어 믿지 않는다.
만일 지혜 있는 이가 믿음을 내어
생각마다 관찰하여 진여를 깨치면
시방 부처님이 모두 앞에 나타나시어
보리 묘과를 저절로 증득하리라.
선남자들이여, 내가 열반에 든 뒤
미래세 가운데 청정히 믿는 이는
두 관문(觀門)에 항상 참회하여
마땅히 보살삼취계를 받을지어다.
만일 상품(上品)의 계를 받아 가지려면
응당 계사(戒師)이신 부처님이나 보살께 청할 것이니
우리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보살계의 화상(和上)이 되시며
용종정지(龍種淨智) 존왕(尊王) 부처님은
마땅히 정계(淨戒)의 아사리(阿闍梨)810)가 되며
미래 도사(導師)인 미륵 부처님은
마땅히 청정한 교수사(敎授師)가 되시며
현재 시방 양족존(兩足尊)911)은
마땅히 청정한 계를 증득하는 스승이 되시며
시방 일체 모든 보살은
마땅히 계를 수학하는 짝[伴侶]이 되시며
제석과 법왕과 사천왕과 금강천은
마땅히 계를 배우는 이를 밖에서 호위하는 대중이 될 것이네.
이러한 부처님과 보살과
현재 앞의 전계사(傳戒師)를 받들어 청하여
널리 네 은혜를 갚기 위한 까닭에
청정한 보리의 마음을 일으켜
응당 보살삼취계를 받아야 하니
일체 유정을 이롭게 하는 계와
일체 선한 법을 거두어 닦는 계와
일체 율의(律儀)를 거두어 닦는 계,
이와 같은 삼취의 청정한 계는
3세 여래가 위호하고 생각하는 바라네.
그른 법을 들은 적이 없는 유정들을
한량없는 겁 가운데 아직 보고 듣지 못하였는데
오직 과거 시방 부처님께서
이미 청정한 계를 받아 항상 지키고 지니시어
2장(障)1012)의 번뇌를 영원히 끊어 버리고
위없는 보리과를 증득하셨으며
미래 일체 세존께서도
삼취정계의 보배를 수호하시어
3장(障)1113)과 습기(習氣)를 끊어 버리고
마땅히 바르고 평등한 큰 보리를 증득하시며
현재 시방의 모든 부처님께서도
삼취정계12의 인(因)을 구족하게 닦아서
영원히 생사의 괴로움으로 윤회함을 끊고
3신(身) 보리과를 증득하시니
생사의 깊고 큰 바다를 뛰어넘는 데는
보살의 청정한 계가 배가 되며
영원히 탐·진·치의 속박을 끊는 데는
보살의 청정한 계가 예리한 칼이 되며
생사의 험한 길의 모든 두려움에는
보살의 청정한 계가 집이 되며
빈천한 모든 괴로움의 인(因)을 제거하는 데는
청정한 계가 능히 여의보(如意寶)가 되며
귀매(鬼魅)13가 침노하는 모든 질병에는
보살의 청정한 계가 좋은 약이 되며
사람과 하늘의 왕이 되어 자재를 얻는 데는
삼취정계가 좋은 인연이 되며
나머지 4취(趣)1414)의 모든 왕의 몸에서도
정계가 인이 되어 수승한 과보를 얻는다네.
그러므로 능히 자재의 인(因)을 닦으면
왕이 되어 존귀함을 받을 수 있으니
먼저 시방 부처님께 예배하고
낮과 밤으로 더 청정한 계를 닦으면
모든 부처님이 지키고 생각하셔서 항상 받아 지니니
계가 금강과 꼭 같아 파괴할 이 없으며
3계의 모든 하늘과 모든 선신(善神)들이
왕의 몸과 권속을 호위하며
일체 원수와 적이 모두 돌아와 복종하고
만 백성이 기뻐하며 왕의 교화를 느끼나니
그러므로 보살계를 받아 가지면
세간과 출세간의 함이 없는 과보를 느껴 안다네.
3보가 항상 머물러 세간을 교화하니
은덕이 넓고 커 헤아릴 수 없고
과거와 미래와 현재의 겁해(劫海) 가운데
공덕으로 중생을 이롭게 하여 쉼이 없다네.
불일(佛日)의 천(千) 광명이 항상 세상을 비추어
중생을 이롭게 하고 인연 있는 이를 제도하지만
인연 없으면 부처님 자비의 광명을 보지 못하나니
장님이 볼 수 없는 것과 같다네.
법보(法寶)는 한가지 맛으로 변함이 없어서
과거 부처님과 미래 부처님의 말이 다 같으니
비가 한가지 맛으로 널리 적셔주는 것과 같지만
풀과 나무가 자라남에 크고 작은 차별이 있는 것처럼
중생의 근기에 따라 각기 깨달음을 얻으며
풀과 나무가 윤택함을 받음도 또한 차이가 나는 것처럼
보살과 성문이 중생을 교화함에
큰 강의 물이 흘러 다하지 않는 것과 같지만
중생이 믿음이 없어 덕화를 입지 못함이
깊숙한 곳에 처하여 해가 비치기 어려운 것과 같네.
여래의 달빛은 매우 맑고 서늘해
능히 모든 어두움을 제거함도 또한 이와 같으나
엎어진 동이에는 달이 비치지 못하듯이
미혹한 중생도 또한 이와 같으며
법보의 감로는 묘한 양약이어서
능히 일체 번뇌병을 치료하는데
믿음이 있으면 약을 먹어 보리를 증득하고
믿음이 없으면 인연대로 악도에 떨어지나니
보살과 성문이 항상 세상에 있어
무수한 방편으로 중생을 제도하여
능히 중생이 믿고 즐기는 맘을 두면
각기 3승(乘)의 안락한 자리에 들게 하며
여래께서 세간에 나지 아니하시면
일체 중생이 삿된 도에 들어가서
영원히 감로를 여의고 독약을 마시어
길이 고해에 빠져 벗어날 기약이 없는데
불일(佛日)이 삼천대천세계에 출현하여
큰 광명을 놓아 긴 밤을 비추면
중생이 조는 듯하여 깨닫지 못하다가
광명을 받아서 함이 없는 집으로 들게 되니
여래께서 일승법(一乘法)을 설하지 않으면
시방 국토가 모두 공허하지만
마음을 내어 수행하여 정각을 이루면
일체 불토가 다 장엄하고 청정하며
일승법의 보배는 모든 부처님의 어머니여서
3세 여래가 이로부터 생겨났다네.
반야 방편을 간단없이 닦으면
해탈의 도를 이루어 묘각(妙覺)에 오르지만
만일 부처님과 보살이 출현하지 않으면
세간 중생이 도사(導師)가 없어서
생사의 험난한 데를 지나갈 수 없는데
어떻게 보물이 있는 곳에 이를 수 있으랴
큰 원력으로 선우(善友)가 되시어
항상 묘한 법을 말씀해 수행하게 하여
10지(地)에 나아가 보리를 증득하여
잘 열반의 안락한 곳에 들게 하시며
큰 자비 보살이 세간을 교화함에
방편으로 중생을 인도하는 까닭에
안으로 일승의 진실한 행을 숨기고
밖으로 연각과 성문을 나타내나니
둔한 근기의 작은 지혜로 일승을 들으면
마음을 냄이 여러 겁을 지나야 함을 두려워함이라
몸에 여래장(如來藏)이 있음을 알지 못하고
오직 적멸만을 좋아하고 진노(塵勞)15를 싫어하며
중생에겐 본래 보리의 씨가 있어서
모두 뢰야장식(賴耶藏識) 속에 있으니
만일 착한 벗을 만나 큰마음을 내어
세 가지로 연마하여 묘한 행을 닦으면
영원히 번뇌장과 소지장을 끊고
여래의 상주신(常住身)을 증득한다네.
보리의 묘과를 이루기 어려운 것 아니라
참된 선지식을 실로 만나기 어려우니
일체 보살의 수승한 도를 닦으면
네 가지 법의 요체를 알게 되리라.
착한 벗을 가까이 하는 것이 첫째가 되고
바른 법을 듣는 것이 둘째가 되며
이치대로 생각하는 것이 셋째가 되고
법대로 닦아 증득하는 것이 넷째가 되니
시방의 일체 큰 성주(聖主)가
이 네 법을 닦아 보리를 증득하였으므로,
너희 장자와 모인 대중들과
미래세의 청신사(淸信士)여.
이러한 네 가지 법의 보살의 자리를
마땅히 닦아 익혀서 불도(佛道)를 이룰 것이니
선남자들이여, 자세히 들을지어다.
여래께서 말씀하신 네 가지 은혜에서
불보(佛寶)의 은혜가 으뜸이 되나니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큰마음을 일으켜
3승기사(僧企邪)1619) 큰 겁 가운데
백천의 모든 고행을 갖추어 닦았으므로
공덕이 원만해서 법계에 두루하여
10지(地) 구경(究竟)에 3신(身)을 증득했으니
법신의 체(體)는 모든 중생에게 두루하며
만 가지 덕이 응연(凝然)하여 성(性)이 항상 머물러
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고 가고 옴도 없으며
하나도 아니고 다르지도 않으며 상(常)과 단(斷)도 아니어서
법계에 두루 가득해 허공과 같아
일체 여래가 함께 닦아 증득했으며
함이 있고 함이 없는 모든 공덕은
법신에 의지해 항상 청정하나니
법신의 본성은 허공과 같아
6진(塵)을 멀리 여의어 물든 것이 없으며
법신은 형체도 없고 모든 모양도 떠나서
주체의 모습과 객체의 모습이 모두 비었나니
이와 같이 모든 부처님의 묘한 법신은
희롱하고 말하는 모양도 적멸 하셨고
일체 모든 분별을 멀리 여의었으며
마음이 행하는 곳도 멸하여 체가 다 같나니
여래의 몸을 증득코자 한다면
보살이 만 가지 행을 잘 닦아야 한다네.
지(智)의 본체는 함이 없는 참 법성이며
색심도 일체 모든 부처님과 한가지니
비유컨대 나는 새도 금산(金山)에 이르면
새의 몸이 저 색과 같게 되나니
일체 보살은 나는 새와 같고
법신의 부처님 체는 금산과 같아서
자수용신(自受用身)1720)의 모든 상호가
낱낱이 시방의 불찰에 두루 찼다네.
네 가지 지혜가 둥글고 밝아 법락을 받음은
먼저 부처님과 나중 부처님의 체(體)가 다 한가지여서
비록 법계를 둘렀으나 장애가 없나니
이런 묘한 경계는 생각으로 의론할 수 없어서
이 몸이 항상 보불토(報佛土)에 머물러
스스로 법락을 받음에 끊어짐이 없으며
타수용신의 모든 상호는
근기에 따라 응해 나타나 더하고 덜함이 없어서
땅 위의 모든 보살을 교화하기 위하여
한 부처님이 열 가지 몸으로 나타나
가는 곳마다 응해 나타남에 각각 같지 않아
더욱더 늘어나 끝없는데 이르러
근기에 맞추어 모든 법요를 말하여
법락을 받아 1승(乘)에 들게 하며
저가 신통을 얻음이 점차로 늘어나니
깨우친 법문도 또한 이와 같다네.
하지(下地) 보살은 지혜를 내어도
능히 상지(上地)를 깨닫지 못해서
교화하는 주체와 대상이 자리에 따라 늘어나
각기 본연을 따라 속한 바 된다네.
혹 한 보살이 여러 부처님으로 변화하고
혹 여러 보살이 한 부처님으로 변화하니
이러한 열 부처님이 정각을 이루어
각기 7보로 장엄한 보리수 아래 앉았네.
먼저 부처님이 멸도하면 뒤의 부처님이 이루어
똑같지 않게 변화하신 부처님이 겁을 지내도록 나타나시니
열 부처님이 앉으셨던 연화대는
두루 각각 백천의 잎이 있는데
낱낱의 잎 속에 한 불토가
곧 이 삼천대천세계이며
낱낱의 세계 속에 백억 가지
해와 달과 별과 4대주(大洲)와
6욕(欲)의 모든 하늘과 4선(禪)과
공처(空處)와 식처(識處)와 비상처(非想處) 등이 있으며
그 4주(洲) 가운데 남섬부주에
낱낱이 각각 금강좌(金剛座)가 있고
보리의 큰 나무왕이 있는데
그곳에 변화한 모든 부처님이
일시에 보리의 도를 증득하여
묘한 법의 바퀴를 대천세계에 굴리시면
보살과 연각과 성문이
근기에 따라 성과(聖果)를 이루나니
이와 같이 말한바 3신불(身佛)은
최고라서 비할 데 없어 보배라 한다네.
응신과 화신 두 부처님이 설법하신 바
교(敎)ㆍ이(理)ㆍ행(行)ㆍ과(果)가 법보가 되나니
모든 부처님이 법으로 큰 스승을 삼아
마음을 닦아 증득한 보리의 도를
법보는 3세(世)에 변함이 없어
일체 부처님이 모두 귀의해 배우므로
내가 이제 살바야께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니
그러므로 법보를 부처님의 스승이라고 하는 것이네.
혹 사나운 불 속에 들어가도 태울 수 없고
때맞추어 곧바로 참 해탈을 얻으니
법보가 능히 생사의 감옥을 부수기를
금강으로 만물을 부수듯이 하며
법보가 능히 중생의 마음을 비추기를
일천자(日天子)가 허공에 임하듯 하며
법보가 능히 견고한 배가 되어
애욕(愛欲)의 강을 건너 저 언덕으로 올려주며
법보가 능히 중생에게 즐거움을 주기를
비유컨대 하늘 북이 하늘의 마음에 응하듯 하며
법보가 능히 중생의 가난을 구제하기를
마니구슬이 뭇 보배를 비 내리듯 하며
법보가 능히 3보(寶)의 섬돌이 되니
법을 듣고 인(因)을 닦으면 상계(上界)에 나며
법보는 금륜대성왕(金輪大聖王)이
큰 법력으로 네 마군을 깨뜨리는 것이며
법보가 능히 큰 보배수레가 되어
중생을 옮겨 화택(火宅)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으며
법보가 능히 대도사(大導師)가 되어
중생을 이끌어 보배 있는 곳에 이르게 하며
법보가 능히 큰 법라(法螺)24)를 불어
중생을 깨워 불도를 이루게 하며
법보가 능히 큰 법의 등불이 되어
생사의 모든 어두운 데를 비추며
법보가 능히 금강의 화살이 되어
나라의 경계를 진압하고 원수를 항복시키니
3세의 여래께서 말씀하신 법이
중생을 이롭게 하고 괴로움과 속박을 벗어나
이끌어 열반의 안락한 성에 들게 하므로
법보의 은혜를 갚기 어렵다고 하는 것이네.
지광 장자여, 그대는 자세히 들을지어다.
세간과 출세간의 승(僧)에 세 가지가 있는데
보살과 성문과 성인과 범부의 무리가
능히 중생을 이롭게 하면 복밭이 되나니
문수사리 대성존(大聖尊)은
3세의 모든 부처님으로 어머니를 삼고
시방 여래가 처음 마음을 낸 것이
모두 이 문수의 교화하는 힘이 되었으며
일체 세계 모든 유정이
이름을 듣거나 몸과 빛나는 상호를 보거나
아울러 동류를 좇아 변화하여 나타남 보면
모두 불도(佛道)의 생각하기 어려움을 이루니
미륵보살 법왕자는
처음 마음을 냈을 때부터 고기를 먹지 않았네.
이런 인연으로 자씨(慈氏)라고 하는데
모든 중생들을 성숙시키기 위하여
제4 도솔천의
마흔 아홉 겹 여의전(如意殿)25)에 처하여
밤낮으로 물러나지 않는 행을 말하여
무수한 방편으로 사람과 하늘을 제도하며
8공덕(功德)의 물26)로 가득찬 미묘한 꽃못(華池)에
인연 있는 이와 모두 함께 태어난다.
내가 이제 제자를 미륵에게 맡겨
용화회(龍華會) 가운데 해탈을 얻게 하노니
말법(末法) 가운데 선남자가
한 뭉치 밥이라도 중생에게 보시하면
이 선근으로 미륵을 보아
곧 보리의 구경의 도(道)를 얻을 것이요
사리불 등 큰 성문은
지혜와 신통으로 중생을 교화하나니
만일 능히 해탈계(解脫戒)를 성취하면
참으로 이 바른 소견을 수행한 사람이어서
남을 위해 설법하여 대승을 전하나니
이러한 복밭이 첫번째가 된다네.
한 부류의 범부승(凡夫僧)이 있나니
계품은 온전치 못할지라도 바른 소견을 내어
1승(乘)의 미묘한 법을 찬탄하고
범한 것에 따라 참회하여 업장을 없애며
중생을 위하여 부처의 인(因)을 이루면
이러한 범부는 또한 승보(僧寶)이니
울금꽃은 비록 시들더라도
일체 모든 미묘한 꽃보다 수승한 것처럼
바르게 보는 비구도 또한 이와 같아서
네 가지 윤왕(輪王)이 미치지 못할 바이네.
이와 같이 네 부류의 성인과 범부승이
유정을 이롭게 해 잠시도 쉼이 없으면
세간의 좋은 복밭이라고 부를 것이며
이것을 승보(僧寶)의 큰 은덕이라고 할 것이니
내가 말한 네 은혜의 뜻은
바로 세간의 인(因)을 지을 수 있는 것이라고 할 것이며
일체 만물이 이로부터 나는 것이므로
만일 네 은혜를 떠나면 얻지 못하나니
비유컨대 세간의 모든 색과 티끌이
능히 4대(大)를 지어 태어날 수 있는 것처럼
유정의 세간도 또한 이와 같아서
저 네 은혜로 말미암아 편히 쉴 수 있다네.
이 때 지광 장자와 모든 아들이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네 가지 큰 은혜를 듣고 일찍이 없던 것을 얻어 기뻐하며 합장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훌륭하고, 훌륭하십니다. 크게 자비하신 세존이시여, 탁하고 악한 세상에서 인과(因果)를 믿지 않고 부모에게 효도하지 않으며 삿되게 보는 중생을 위하여 진실하고 미묘한 법을 말씀하시어 세간을 이롭고 즐겁게 하시니, 오직 바라건대 세존께서는 은혜 갚음[報恩]의 뜻을 말씀하여 주십시오.
저희들은 이미 매우 깊은 네 가지 은혜는 깨달았으나, 이제 어떠한 선업(善業)을 닦아야 이 은혜를 갚는 것인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장자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들이여, 내가 5백 장자를 위하여 먼저 이미 자세하게 말하였지만 이제 너희들을 위하여 간략하게 조금만 말하겠다.
만일 선남자와 선여인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기 위하여 부지런히 십바라밀을 수행해서 얻는 바가 있더라도 은혜를 갚았다고 하지는 못할 것이나, 만일 어떤 사람이 잠깐 동안이라도 한 가지 선(善)을 행한다면 마음에 얻은 바가 없더라도 은혜를 갚았다고 할 것이니, 왜냐 하면 일체 여래가 얻을 것이 없는 것에 감응하여 불도(佛道)를 이루고 모든 중생을 교화하기 때문이다.
만일 청정하게 믿는 선남자들이 이 경을 듣고서, 믿어 알고 받아 지니며 풀어서 말하고 쓰고 그려서, 얻을 것이 없는 3륜체(三輪體)의 공(空)1828)한 것으로 그윽이 한 사람을 위하여 4귀(句)의 법을 말하여 삿되게 보는 마음을 제거하고 보리에 나아가게 한다면, 이것을 곧 네 가지 은혜를 갚았다고 하는 것이다.
왜냐 하면 이 사람은 곧 위없는 보리를 얻어 차근차근 한량없는 중생을 교화해서 불도에 들게 하여 3보(寶) 종자를 영원히 끊어지지 않게 하기 때문이다.”
이 때에 지광 장자가 이 게송을 듣고는 인욕삼매(忍辱三昧)를 얻어 세간을 떠나 불퇴전위(不退轉位)를 얻었다.
그 때 모든 아들은 8천 사람과 함께 이 삼매를 얻어 모두들 아무 것과도 견줄 수 없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일으켰고, 4만 8천의 사람들도 또한 삼매를 증득하여 세간의 티끌을 멀리하고 번뇌를 여의어 법안(法眼)이 청정하게 되었다.
3. 염사품(厭捨品)
이 때 지광 장자가 부처님의 위신력을 이어 받아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아래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공손히 합장하여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이제 부처님으로부터 매우 깊고 묘한 은혜 갚는 법을 듣고 마음속이 뛸듯하여 아직까지 없었던 것을 얻었으니, 주리고 목마른 사람이 감로(甘露)를 만난 듯 합니다.
제가 이제 네 가지 은혜를 갚고자 하여 불(佛)·법(法)·승(僧)에 나아가서 집을 나와 도를 닦으며, 항상 부지런히 정진하여 보리(菩提)를 증득하길 희망합니다.
부처님은 큰 자비로 어느 땐가 비사리(毘舍離) 성에서 무구칭(無垢稱)을 위하여 매우 깊은 법을 말씀하시길, ‘그대 무구칭이여, 청정한 마음으로 선한 업의 뿌리를 삼고 선하지 못한 마음으로 악한 업의 뿌리를 삼으니, 마음이 청정하기 때문에 세계가 청정하고 마음이 더러운 것과 뒤섞여 있기 때문에 세계가 더러움에 뒤섞여 있는 것이다.
내 불법에서는 마음으로 주인을 삼나니 일체 모든 법이 마음으로 말미암지 않는 것이 없다.
네가 이제 집에 있어도 큰 복덕이 있어 여러 보배와 영락이 충족되지 않는 것이 없으며, 남녀 권속이 안온하고 쾌락하며, 바른 소견을 성취하고 3보를 비방하지 않으며, 효도하는 마음으로 어버이를 공양하며, 큰 자비로 의지가 지없는 이에게 보시하며, 개미같이 작은 벌레라도 오히려 해를 끼치지 아니하고, 인욕(忍辱)으로 옷을 삼고, 자비로 집을 삼으며, 덕 있는 이를 존경하고, 교만한 마음이 없어서 일체를 어여삐 여기기를 갓난아기 같이 하며, 재물과 이익을 탐하지 아니하고 항상 희사(喜捨)1)를 닦으며, 3보를 공양하되 싫증내지 아니하고, 법을 위하여 몸을 버리되 아낌없이 하였도다. 이와 같이 백의(白衣)가 비록 출가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한량없고 끝없는 공덕이 구족한 것이다.
네가 오는 세상에서는 만행(萬行)이 원만하므로 3계를 뛰어넘어 큰 보리를 증득할 것이다.
네가 닦은 마음이 바로 참 사문이며, 또한 바라문이며, 이것이 참 비구며, 이것이 참 출가이니라. 이런 사람은 곧 집에 있어도 출가한 것이라고 한다.’라고 하셨습니다.
세존께서 언젠가 가란타(迦蘭陀) 죽림원(竹林園)에서 악성(惡性)의 여섯 무리의 비구를 위하여 교계(敎誡)의 법을 말씀하실 적에, ‘너희들 비구는 자세히 들어라. 불법의 바다에 드는 데는 믿음이 근본이 되며, 생사(生死)의 강을 건너는 데는 계(戒)가 배가되는 것이니, 만일 사람이 출가하여 금계(禁戒)를 수호하지 않고 세간의 즐거움을 즐겨 탐하여 부처님의 계보(戒寶)를 상하게 하며, 혹 바른 소견을 잃고 삿된 소견의 숲에 들어 한량없는 사람을 끌어다가 크고 깊은 구덩이에 떨어뜨린다면, 이러한 비구는 출가했다 하지 못하며 사문도 아니요 바라문도 아니어서 모습은 사문 같지만 마음은 항상 집에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문은 멀리 떠나는 행[遠離行]이 없는 것이다.
멀리 떠나는 행에 두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몸이 멀리 떠난 것이요, 둘째는 마음이 멀리 떠난 것이다.
몸이 멀리 떠났다는 것은 사람이 출가하면 몸이 텅 비어 한가한 데 처하여 욕경(欲境)에 물들지 않는 것을 말하며, 출가한 이가 청정한 마음을 닦아 욕경에 물들지 않는 것을 마음이 멀리 떠났다고 하는 것이니, 몸은 비록 출가하였지만 마음은 욕경을 탐하면 이러한 사람은 멀리 떠났다고 하지 못하는것이다.
만일 정결하게 믿는 사내나 계집이 몸은 속가에 있어도 위없는 마음을 내어 큰 자비로 일체를 이롭게 한다면, 이런 수행자는 참으로 멀리 떠났다고 하는 것이다’라고 하셨으니, 이에 여섯 무리의 악성 비구는 이 법의 소리를 듣고 유순인(柔順忍)192)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저희들은 비록 부처님의 말씀을 믿기는 하지만 각자 의심을 품어 뜻을 결정치 못하겠습니다.
훌륭하신 세존이시여, 능히 세간의 모든 의심을 끊으신 분이며, 일체 법에 자재함을 얻으신 분이며, 진실 된 말씀을 하시는 분이며, 앞뒤가 어긋나게 말하지 않는 분이며, 이 도를 아시는 분이며, 이 도를 여시는 분이시니, 오직 원하건대 여래께서는 저희들 무리와 미래세의 일체 유정을 위하여 방편을 버리시고 진실한 법을 말씀하시어 영원히 의심과 후회를 여의어 불도에 들도록 하소서.
이제 이 모임 가운데는 두 가지 보살이 있으니, 첫째는 출가한 보살이고, 둘째는 집에 있는 보살이다.
이 두 보살은 일체 유정을 잘 이롭게 할 수 있어서 쉼이 없지만, 제 생각에 출가한 보살은 집에 있으면서 보살의 행을 닦는 것에 미치지 못할 듯합니다. 왜냐 하면 옛적에 금륜전륜성왕이 있었는데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어 세간의 덧없고, 괴롭고, 빈 것을 싫어하여 떠나서 윤왕의 지위를 침이나 콧물 버리듯 버리고 청정히 출가하여 불도에 들었습니다.
이 때 후궁과 부인과 채녀(采女) 8만 4천이 왕이 출가하는 것을 보고 각기 사랑하고 사모하는 마음으로 가슴을 치며 울부짖어 통곡하고, 크게 번뇌에 핍박당하여 이별을 섭섭히 여기는 것이 지옥의 괴로움과 같았습니다.
금륜성왕이 처음 위(位)를 받을 때 감동시켰던 보녀(寶女)와 왕의 천 명의 아들과 대신과 권속이 함께 이별을 슬퍼하여 지위를 버리고 출가한다고 울부짖는 소리가 4천하에 가득하였으며, 이 모든 권속들이 각기 이러한 말을 했습니다.
‘우리 왕은 복과 지혜가 한량없고 끝이 없거늘 무엇 때문에 우리를 버려 놓고 출가하는지 슬프고 괴롭다. 세계가 공허하도다. 이제부터는 의지할 데도 없고 믿을 데도 없다’
만일 정결하게 믿는 선남자와 선여인이 불·법·승에 귀의하여 보리의 마음을 내서 부모를 버리고 출가하여 도에 들면, 부모는 어여삐 여겨 생각하는 정이 깊이서 이별을 슬퍼함이 천지를 감동시켰습니다.
마른 수레바퀴 자국에 고인 물고기가 땅에서 구르는 것처럼 사랑하지만 헤어져야하는 괴로움도 또한 이와 같나니, 저 윤왕의 권속들의 마음에는 ‘출가한 보살은 중생을 이롭게 하는데, 어찌 부모와 처자를 번뇌로 해롭게 하여 한량없는 사람들에게 큰 고뇌를 받게 하는가’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이러한 인연으로 출가한 보살이 자비로운 마음도 없고 중생을 이롭게 하지 못하기 때문에 집에 있는 보살이 큰 자비를 갖추어 중생을 어여삐 여기며 일체를 이롭게 하는 것만 같지 못하다고 한 것입니다.”
이 때 부처님께서 지광 장자에게 말씀하셨다.
“착하고 착하다. 네가 큰 자비로 나에게 출가와 재가(在家) 둘 중에서 낫고 못함을 말해달라고 부탁하였지만, 네가 이제 물은 출가한 보살이 재가 보살만 못하다고 한 것은 옳은 뜻이 아니다.
왜 그런가 하면, 출가한 보살은 재가 보살보다 수승함이 한량없고 끝이 없어서 비교할 수가 없다.
왜냐 하면 출가한 보살은 바른 지혜의 힘으로 자세하게 집에서 있을 수 있는 갖가지 잘못을 관찰하나니, 이른바 세간의 모든 집 가운데 재물을 쌓아놓아도 만족한 줄 알지 못하는 것이 마치 큰 바다가 일체 크고 작은 강물을 받아들여도 일찍이 만족하지 않았던 것과 같으니라.
선남자여, 향산(香山)의 남쪽 설산(雪山)의 북쪽에 아뇩지(阿辱池)가 있어 네 큰 용왕이 각각 한 모퉁이에 살고 있는데, 동남쪽 용왕은 흰 코끼리 머리요, 서남쪽 용왕은 큰 소의 머리요, 서북쪽 용왕은 사자 머리요, 동북쪽 용왕은 큰 말 머리를 하고 있다.
각각 네 모퉁이에서 큰 강물이 솟아나오니, 첫째는 긍가하(殑伽河)로 그 물이 이르는 곳에 흰 코끼리가 따라 나오고, 둘째는 신도하(信渡河)로 그 물이 이르는 곳에 물소가 따라 나오며, 셋째는 박추하(溥芻河)로 그 물이 이르는 곳에 사자가 따라 나오고, 넷째는 사타하(私陀河)로 그 물이 이르는 곳에 큰 말이 따라 나온다.
이와 같은 큰 강의 하나 하나에 각기 5백의 중간 강이 있고, 중간 강에 각기 셀 수 없는 작은 강이 있으니, 이 대ㆍ중ㆍ소의 일체 여러 물이 모두 큰 바다로 들어간다.
그러나 이 큰 바다는 일찍이 만족할 줄 모르니, 세간 중생들이 가지고 있는 일체의 거처하는 집도 또한 이와 같아서, 모든 보배를 사방에서 모아다 모두 집 안에 들일지라도 일찍이 만족할 줄 몰라서 많이 구하여 쌓고 모으다가 갖가지 죄만 짓고 속절없이 갑자기 옛집을 버리게 된다. 이 때 집 주인은 업에 따라 과보를 받아 한량없는 겁을 지내도록 끝내 돌아갈 곳이 없는 것이다.
선남자여, 집을 만드는 것은 곧 5온(蘊)의 몸이요, 그 집 주인은 바로 너의 본디 알음알이[本識] 이다.
어떤 지혜 있는 이가 집 만들기를 즐길 것이냐. 오직 보리의 안락한 보배 궁전만이 있어서 늙고 병들고 죽고 근심하고 슬프고 괴로운 번뇌를 떠났으니, 만일 예리한 근기로 청정하고 믿음이 깊은 선남자들이 부모와 처자와 권속을 제도해서 함이 없는 감로의 집에 들어가게 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3보에 귀의하고 출가하여 도를 배워야한다.”
이 때 여래께서 게송으로 거듭 말씀하셨다.
출가한 보살이 집에 있는 보살보다 수승하여
숫자나 말로 견줄 수 없으니
집에 있으면 감옥같이 핍박 받아
해탈을 구하려 해도 매우 어렵네.
출가하면 한가[閑曠]함이 허공과 같아
자재롭고 함이 없어 속박을 여의지만
잘 살펴보소, 집에 있으면 과실이 많아
모든 죄업을 끝없이 짓나니
생계를 꾸미고 욕심을 내지만 항상 부족하여
마치 큰 바다를 채우기 어려운 것과 같으니
아뇩달지(阿辱達池)의 용왕 등이
네 모퉁이에서 큰 강물을 쏟아내어
대·중·소의 강에 있는 물이
낮밤으로 흘러 쉼이 없지만
저 큰 바다는 아직도 가득 차지 않았으니
탐내는 집들도 또한 이와 같다네.
집에 있으면 모든 악업을 일으켜
씻고 참회해도 없애버리지 못하는데
부질없이 위험하고 무른 몸만 사랑할 줄 알고
목숨이 아침 이슬처럼 스러짐을 깨닫지 못하다가
염마사자(焰魔使者)가 서로 재촉하면
처자나 집이 따라 올리 없으니
깊고 어둡고 긴 밤중에
홀로 죽음의 문으로 나아가 업에 따라 받는다네.
모든 부처님이 출현하여 자비를 일으켜
중생으로 하여금 세간을 싫어하게 하시고자
‘네가 이제 얻기 어려운 몸을 얻었으니
부지런히 정진하여 게으름 피우지 말아야 한다.’
살고 있는 집이란 몹시 싫어할만 하고
공적(空寂)이란 보배 집은 생각하기 어려우나
길이 병들고 괴롭고 근심하고 번뇌함을 여의므로
모든 지혜 있는 이는 잘 관찰한다네.
지금 청정하게 믿는 선남선녀가
부모와 권속을 제도하려고
감로의 성에 들어가게 하려면
출가하여 묘한 도를 닦기를 바라고 구해서
점차 수행하여 정각을 이루면
곧 위없는 법륜을 굴릴 것이다.
“또 다시 선남자여, 출가한 보살은 세간의 집 보기를 석화(石火)3)와 같이 여겨 깊이 염증을 내니, 왜냐 하면 보잘 것 없는 불이 일체의 모든 풀과 나무 등을 태울 수 있는 것처럼, 세간의 집도 또한 이와 같아서 탐내는 마음으로 구하고 찾아 사방으로 내달리다가, 만약 얻은 것이 있다하더라도 수용하기에 부족하여 아무 때나 쫓아 구해서 싫증냄이 없으며, 만약 얻은 것이 없다면 마음에 뜨거운 고뇌가 생겨 낮과 밤으로 쫓아 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세간의 일체 집은 한량없는 번뇌의 불을 내어 탐하는 마음을 일으켜서 항상 만족함을 알지 못하니, 세간의 재물과 보배는 풀과 나무 같고 탐하는 마음은 세간의 집과 같은 것이다.
이런 인연으로 일체의 모든 부처님이 삼계를 화택(火宅)이라 말씀하신 것이다.
선남자여, 출가한 보살은 이러한 것을 관찰해서 세간을 싫증내어 떠났으므로 참 출가라 하는 것이다.”
이 때 여래께서 게송으로 거듭 말씀하셨다.
출가한 보살이 세간의 집을 관찰하니
마치 인간의 보잘 것 없는 불이
일체의 풀과 나무를 점차 태우는 것처럼
세간 집도 또한 이러함을 알아야만하네.
중생이 가진 모든 재물과 보배는
서로 구하여도 항상 부족하여
구해도 얻지 못하는 괴로움이 항상 마음에 있어
늙고 병들고 죽는 불이 한 때도 멸함이 없으니
이런 인연으로 모든 세존께서
3계를 화택이라고 말씀하셨네.
만일 3계의 괴로움을 뛰어넘고자 한다면
응당 범행(梵行)을 닦아 사문이 되어야 하니
삼매의 신통으로 눈앞에 나타나게 하여
나와 남이 모두 이로워 다 원만하다네.
“또 다시 선남자여, 출가하기를 즐거워하여 마땅히 집을 관찰하기를 마치 저 깊은 산 돌굴 속에 있는 큰 보배 곳집 같이 하나니, 비유컨대 장자가 오직 외아들을 두었으나 집은 큰 부자여서 재물과 보배가 한량없으며 남녀 종들과 코끼리와 말이 수 없이 많으나 그 아비가 갑자기 중한 병을 얻어, 이름난 의사와 좋은 약으로도 능히 치료하지 못하여 그가 스스로 죽음이 장차 오래지 않음을 알고, 곧 아들을 불러 말하였다.
‘나에게 있는 일체 재물과 보배를 너에게 맡기니, 부지런히 수호하여 줄게 하거나 잃어버리지 말아라.’
이렇게 부탁하고서 곧 목숨을 마쳤다.
이 때 그 장자의 아들이 아버지의 명령을 순종치 않고 방자하게 놀아, 이미 가업을 손상하여 재물이 손실되고 종들이 도망가서 의지할 데가 없게 되니, 그의 늙은 어머니가 마음속으로 근심하고 고뇌하여 드디어 중한 병을 얻어 곧 죽게 되었고, 그 아들은 빈궁하여 의지할 바가 없어 드디어 산으로 들어가 나무를 줍고 과실을 따서 팔아 스스로 공급하다가 눈을 만나 돌굴 속에 들어가 임시로 쉬게 되었다.
그러나 이 굴 속에는 옛 국왕이 7보를 감춘 곳으로 아는 이가 없어서 수백천 년을 지내도록 사람의 발자취가 끊어졌었는데, 이때 저 가난한 사람이 업의 인연으로 우연히 굴속에 들어와 한량없는 금을 보고 마음이 크게 기뻐 일찍이 없었던 것을 얻고는, ‘곧 나누어서 약간의 금으로는 집을 짓고, 또 약간의 금으로는 아내를 얻으며, 이와 같이 종과 코끼리와 말 등 하고자 함에 따라 모두 그 뜻대로 하리라’ 하고 이런 계획을 세웠으나, 이 때 여러 도적이 있어 달아나는 사슴을 쫓아 굴 앞에 이르렀다가 이 가난한 사람이 금을 분배하는 것을 보고는, 마침내 사슴은 놓아두고 사람을 죽이고 금을 취하였다.
어리석은 범부도 또한 이와 같아서 깊이 세간의 즐거움에 집착하여 속세를 떠나기를 즐기지 않나니, 깊은 산 돌굴은 세간의 집과 같고 금과 보배를 감춘 것은 선근(善根)과 같으며 염마사자는 곧 이 때의 도적 떼이다.
업에 따라 보를 받아 3악도(惡道)에 떨어져 부모와 3보의 이름조차 듣지 못하여 선근을 상실하니, 이런 인연으로 응당 싫어하고 떠나서 위없는 큰 보리의 마음을 내어 출가하여 도를 닦아 묘각을 이루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 때 여래께서 게송으로 거듭 말씀하셨다.
집에 있기를 즐기는 모든 보살은
집 보기를 보배 더미 같이 여기나니
비유컨대 장자가 한 아들을 두었고
집은 큰 부자로서 재보가 넉넉하며
남녀 종과 코끼리와 말과
일체 필요한 것이 풍부하지 않음이 없었는데
그 뒤 장자의 몸에 병이 있었지만
온 세상 어진 의원이 모두 대책이 없어
죽음에 이르러 모든 친족에게 당부하길
집 재물을 아들에게 맡겨 주노니
효도하여 봉양하는 마음을 두도록 가르쳐서
부지런히 제사 지내 끊어짐이 없도록 하라.
이 때 그 아들이 아버지 명을 어기고
방종하고 어리석어 게으름이 많아
늙은 어머니가 근심을 품어 병든 몸인데
또 악한 아들로 인하여 마침내 죽게 되었네.
권속이 떠나므로 의탁할 바 없어서
나무를 주워 파는 것으로 일을 삼았으니
산 속에 갔다가 눈보라를 만나
돌굴에 들어가 잠시 쉬었네.
굴속엔 옛날에 묘한 보배를 감추었지만
이미 오래 지났으므로 아는 사람이 없었는데
나무하는 사람이 진짜 금이 있는 곳집을 만나
마음이 뛸듯해 드문 일이라는 생각을 내고
이윽고 진짜 금인 보배를 나누어서
하고 싶은 대로 다 쓰니
혹 집과 혹 처재(妻財)와
종과 코끼리와 말과 수레를 갖고자 했네.
미래를 헤아려 남겨둠이 없더니
도적 떼가 사슴을 쫓아 그 앞에 다다름에
이것이 원수를 만나는 때라
마침내 그를 죽이고 금을 가져갔다네.
어리석은 중생이 또한 이와 같으니
돌굴은 세간의 집과 같고
진짜 금을 감춘 것은 선근에 비유되며
염마사자는 겁탈하는 도적과 같네.
이런 인연으로 모든 불자가
일찍 출가하여 선품(善品)을 닦나니
뜬 거품 같은 목숨을 관찰하여
부지런히 계인(戒忍)인 바라밀을 닦는다네.
마땅히 7보 보리수에 나아가
금강의 자리에서 여여(如如)함을 증득하고
항상 머물러서 없어지지 않는 생각하기 어려운 의론을
정법의 바퀴를 굴려 군품(群品)을 교화한다네.
“또 다시 선남자여, 세간에 있는 일체 집은 독이 섞인 맛난 음식과 같다.
비유컨대 장자가 외아들을 두었는데 총명하고 지혜롭고 예리한 근기로 가루라(迦樓羅) 비밀관문(秘密觀門)을 통달하여 능히 독약을 분별하고 선교방편과 방편이 있었으므로 부모가 은혜롭고 어여삐 여기어 사랑스럽게 생각함이 비할 데 없었다.
이 때 장자의 아들은 일이 있어서 시장에 갔다가 미쳐 집에 돌아오지 못하였고, 부모는 모든 친속들과 함께 즐거이 잔치를 벌여 맛난 음식을 베풀었는데, 원수 삼는 집이 있어 은밀히 독약을 음식에 넣었으나 알아차린 이가 없었으므로, 부모는 음식에 독약이 섞여 있는 것을 알지 못하여 어른과 어린이로 하여금 독이 섞인 음식을 먹게 하였다.
그 뒤에 아들이 돌아오니 부모는 기뻐하며 남겨 두었던 음식을 그에게 주었으나, 아들은 음식을 먹지 않고 가루라 비밀관문을 염(念)하여 바로 음식 속에 독약이 섞여 있음을 알았다.
그 아들이 비록 부모가 독을 먹은 줄 알았으나 독약을 먹었다고 말하지 않았으니, 왜냐 하면 만일 독약을 먹은 줄 알게 되면 다시 고민을 더하여서 독기가 빠르게 퍼져나가 반드시 사람을 죽도록 만들기 때문이었다.
곧 방편을 베풀어 부모님께 여쭈었다.
‘저는 아직 이 음식을 먹지 않고 잠시 시장에 갔다 와서 먹겠습니다. 왜냐 하면 제가 먼저 값진 보배구슬을 사서 궤 속에 남겨두고 잠그는 것을 잊었습니다.’
이에 부모는 보배구슬이란 말을 듣고 기쁜 마음으로 아들이 가는 대로 맡겨두었다.
아들은 드디어 가장 용한 의원의 집으로 달려가서 아가타(阿伽陀)4)라는 독을 풀어주는 묘약을 구하여, 얻은 약을 가지고 빨리 달려 집에 돌아와 젖과 타락과 사탕 세 가지 맛을 합쳐 달여서, 아가타를 섞어 약을 만든 뒤에 부모님께 여쭈었다.
‘오직 바라건대 부모님께서는 이 감로를 드십시오. 이것은 저 설산(雪山)의 아가타약 입니다. 왜냐 하면 아까는 잘못 독약을 자시었습니다. 제가 잠시 나갔던 것은 본래 부모님과 모든 사람들을 위하여 이와 같이 죽지 않는 묘한 약을 구하려던 것이었습니다.’
이에 부모와 모든 사람들은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여 지금까지 없었던 것을 얻었고, 곧 묘약을 먹어 모든 독기를 토하자마자 바로 죽지 않음을 얻어서 다시 수명을 연장하였다.
출가한 보살도 또한 이와 같아서, 과거에 부모가 생사에 잠겼고 현재에도 부모가 능히 벗어나 여의지 못하여 미래의 생사를 가히 끊기 어려우며, 현재의 번뇌를 조복해 없애기 어려우니, 이런 인연으로 부모와 모든 중생을 제도하기 위하여 한 몸같이 여기는 큰 자비심을 일으켜 큰 보리를 구하려고 출가하여 도에 드는 것이다.
선남자여, 이것을 ‘집에서 맛난 음식에 독약을 섞어 넣은 것과 같다’고 하는 것이다.”
이 때 여래께서 게송으로 거듭 말씀하셨다.
세간에 있는 모든 집은
독이 섞인 맛난 음식이라 하나니
비유컨대 장자가 외아들을 두었는데
총명하고 예리한 지혜와 재주가 많아
가루라 비밀문을 잘하여
독약을 분별하는 공교한 방편을 알았는데
아들이 일이 있어 시장에 가서
잠시 물건을 바꾸다가 집에 돌아오지 못하였네.
부모는 잔치하려 모든 친족을 모으고
온갖 맛난 음식을 다 갖추었는데
한 악한 사람이 독약을 가져와
은밀히 음식에 넣었다네.
아들은 집에 있지 않았으므로
부모는 그를 위해 일부를 남기고
온 가족이 독약 섞인 음식을 잘못 먹었는데
아들이 관문(觀門)을 염해 독이 있음을 알고
곧 달려서 의원의 처소에 이르니
죽지 않는 가타(伽陀) 약을 구하여
세 가지 맛을 섞어 달여 약을 만들어
곧 친족에게 속히 먹도록 여쭈었네.
이렇듯 먹은 감로와 같은 약은
잡독을 없애 안락하게 하는 것이니
일체의 신심 있는 선남자가
출가해 도 닦음도 이와 같아서
부모와 중생을 제도키 위한 것이네.
먹은 모든 번뇌의 독약은
미친 마음으로 뒤바뀌어 모든 죄를 지어서
길이 생사의 근심과 슬픔의 바다에 잠기나니
사랑을 끊고 친족을 이별하고 불도에 들어
조어장부(調御丈夫) 큰 의왕을 가까이 해서
무루(無漏)를 닦아 아가타를 구하여
부모가 3계 택(宅)에 환생하는 것을
법약을 먹게 하여 3장(障)을 끊고
곧 위 업는 보리과를 증득하여
미래세가 다하도록 없어지지 않아
능히 중생을 제도해 귀의시켜서
마침내 큰 열반과
부처님 보리의 대원경지(大圓鏡智)에 처하게 함이네.
“또 다시 선남자여, 출가한 보살은 항상 세간의 일체 집을 큰바람이 잠시도 머물지 않는 것과 같이 본다.
왜냐 하면 선남자여, 집에 있는 이의 마음은 항상 망령된 생각을 일으켜 외경(外境)에 집착하고, 능히 참[眞]을 깨닫지 못하여 무명(無明)에 취해서 뒤바뀌어 경계[境]에 닿아도 또한 항상 머무르지 않으며, 악한 생각이 쉽게 일어나고 선한 마음은 내기 어려운 것이다.
망령된 생각의 인연으로 말미암아 모든 번뇌가 일어나고, 그로 인하여 선과 악의 업을 지으며, 선과 악의 업에 의해서 5취(趣)5)의 과보를 감득하니, 이와 같이 생사가 끊어지지 않는 것이지만, 오직 바른 소견은 뒤바뀐 마음이 아니어서 모든 선한 업을 짓고 세 가지 선근과 믿음 등으로 인하여 무루법의 종자를 늘여 키우고 능히 무루(無漏)삼매의 신통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성인의 도를 증득하여 서로 이어가니, 만일 망령된 생각을 조복시키고 정관(正觀)을 닦으면 일체 번뇌가 영원히 다하여 남음이 없는 것이다.”
이 때 지광 장자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정관을 닦는데 한량없는 문이 있으니, 어떠한 관(觀)을 닦아야 망령된 생각을 조복시킬 수 있겠습니까?”
이 때 세존께서 장자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응당 무상정관(無相正觀)을 익혀야 한다. 무상관이란 것은 능히 망령된 생각을 조복시키되 오직 실성(實性)을 보고 10상(相)을 보지 않는 것이니, 일체 모든 법의 체(體)는 본디 텅 비어 적막한 것이어서 봄도 없고 앎도 없으므로 이것을 정관이라 하는 것이다.
만일 어떤 불자(佛子)가 편안히 바른 생각에 머물러서 이와 같이 관찰하여 긴 시간 동안 닦는다면, 모양도 없고 함도 없어서 망령된 생각의 사나운 바람이 고요히 움직이지 아니하여 성지(聖智)가 나타나 보이고 이치를 증득함을 원만하게 이루는 것이다.
선남자여, 이것을 현성(賢聖)이라 하고, 이것을 보살이라 하며, 이것을 여래의 아뇩다라삼먁삼보리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인연으로 일체 보살이 망령된 생각을 조복시키어 영원히 일어나지 않는 까닭에 네 은혜[四恩]를 갚으며, 네 덕[四德]을 성취하며, 출가하여 닦고 배워서 망상의 마음을 쉬고, 한량없는 겁을 지나 불도를 성취하는 것이다.”
이 때 여래께서 게송으로 거듭 말씀하셨다.
출가한 보살이 집에 있는 이를 보기를
폭풍이 잠시도 쉬지 않는 것 같고
또한 물 속의 달을 허망하게 집착해
실체가 있다고 분별하고 헤아린다고 보니
물 속엔 본래 달그림자가 없는데
물이 맑음으로 인해서 달이 보이나니
모든 법은 인연으로 생겨나 다 거짓인데
어리석은 이는 허망하게 헤아려 나[我]라고 여기네.
이런 인연을 쫓는 법은 참된 법이 아니거늘
망령된 생각으로 분별하여 있다고 여기니
만일 능히 두 가지 집착을 끊어 없애면
곧 위없는 큰 보리를 얻을 것이네.
범부 유정(有情)의 망령된 생각은
검은 바람이 생사의 숲에 불어 생각 생각이 일어나
네 전도귀(顚倒鬼)가 항상 따라다니면서
다섯 가지 무간인(無間因)을 짓도록 한다네.
세 가지 불선(不善)한 근(根)이 속박으로 나타나
생사에 윤회하여 서로 이어지니
사람이 경을 듣고 깊이 믿어 안다면
바른 소견으로 뒤바뀐 마음을 없앨 수 있으며
생각 생각에 보리 종자를 내고
큰 지혜 신통으로 삼매를 일으켜서
만약 깊고 묘한 관을 닦아 익힐 수 있다면
혹(惑)ㆍ업(業)ㆍ고(苦)의 과보가 일어나지 않는다네.
오직 실상(實相)을 관하여 진성(眞性)이 여여하다면
능(能)과 소(所)가 모두 없어 모든 견(見)을 떠나니
남녀의 성상(性相)이 원래 빈 것인데
허망하게 집착하므로 두 가지 모양이 생기네.
여래께서는 길이 망령된 생각의 인(因)을 끊으셨나니
진성(眞性)은 본래 남녀라는 모양이 없어서
보리 묘과를 증득하면 모두 한가진데
허망하게 계교해서 범부가 다른 모양을 낸다네.
32상(相)이 본래 모양이 아니니
상(相)과 상 아닌 것을 분명하게 알면 실상이 되네.
만일 사람이 출가하여 범행을 닦아
마음을 고요하게 거두어서 텅 비어 한가한 곳에 처하면
이것이 보살의 진정(眞淨)한 마음이니
오래지 않아 보리의 과보를 증득하리라.
“또 다시 선남자여, 출가한 보살이 밤낮으로 항상 세간의 집을 관찰하기를 일체의 모든 번뇌가 생기는 곳이라 하니, 왜냐 하면 어떤 사람이 집을 지어 들어가 사는데 모든 보물로 스스로 장엄히 하였으므로, 이 집을 짓고서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제 이 집은 나의 것이니 다른 사람에게 주지 않을 것이다. 오직 나의 집만이 가장 좋은 것이 되어 다른 사람의 집이 능히 미치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집착하므로 번뇌가 생기게 되고, 번뇌로 말미암는 까닭에 나와 나의 것이라는 집착이 근본이 되어 8만 4천의 헛된 수고의 문(門)이 서로 다투어 일어나서 집 안에 충만한 것이다.
왜냐 하면 집에 있는 범부는 깊이 5욕(欲)에 집착하여 처자와 권속과 남녀종들을 모두 다 구족해 있으니, 이런 인연으로 나고 늙고 병들고 죽고, 근심하고 슬퍼하고 고통하고 고뇌하고, 원망하고 미워하지만 합쳐 모이고, 은애(恩愛)하지만 이별하고, 가난하고 궁핍하며 모든 쇠함에 구하여도 얻지 못하는 괴로움이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모든 괴로움이 그림자가 형상을 따르듯 하며, 메아리가 소리에 응하듯 하여, 대대로 서로 이어져 항상 끊어지지 않으니, 이러한 모든 괴로움은 원인이 없는 것이 아니다.
크고 작은 번뇌가 근본이 되어 일체의 재물과 보배를 추구하다 얻는 것이니, 만일 전생의 인연이 없으면 추구할 수 없을 것이요, 설령 추구한다 해도 또한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선남자여, 이런 까닭으로 일체 번뇌는 추구함이 근본이 되나니, 만일 추구함을 없앤다면 한량없는 번뇌가 모두 다 끊어져 없어질 것이다.
그러나 이제 이 몸은 모든 괴로움이 의지하는 곳이므로, 모든 지혜 있는 이는 마땅히 싫어하여 여읠 것이다. 이러므로 과거 세상 가섭(迦葉) 여래께서 모든 날짐승과 길짐승을 위하여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이 몸이 괴로움의 뿌리가 되고
다른 괴로움이 가지와 잎이 되니
만일 괴로움의 뿌리를 끊을 수 있다면
모든 괴로움을 다 여읜다네.
너희들이 선세의 업으로
죄를 짓고도 참회하는 마음 없어
가히 사랑스럽지 못한 것을 감득하여
잡스런 부류의 괴로운 몸을 받았으나
만일 크고 무거운 마음을 일으켜
한 생각으로 참회를 구하면
불이 산천을 태우듯이
모든 죄가 다 소멸한다네.
이 몸은 괴롭고 청정치 못하며
나도 없고 늘 머물지도 않는 것이니
너희들은 모두가 응당
깊이 싫어하고 여의려는 마음 낼지어다.
이 때 한량없는 날짐승과 길짐승들이 이 게송을 들은 뒤에 한결 같은 마음으로 지성껏 참회하여 바로 악도(惡道)를 버리고 제 4천(天)에 태어나, 일생보처(一生補處) 보살을 받들어 뵈옵고 물러나지 않는 법을 듣고서 구경열반에 들었다.
선남자여, 이런 인연으로 이제 이 괴로운 몸은 집과 같고 일체 번뇌는 곧 집주인과 같으니, 이런 까닭에 청정하게 믿는 선남자들이 보리의 마음을 내어 출가하여 도에 들면 반드시 일체의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나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할 것이다.”
이 때 여래께서 게송으로 거듭 말씀하셨다.
출가한 보살이 항상 관찰하기를
집은 모든 번뇌가 생기는 곳이니,
어느 사람이 집을 지어
갖가지 진귀한 보배로 장식하고
스스로 생각하길 웅장하고 고와서 비할 데 없으므로
딴 사람 주지 않고 오직 내 것이라 하네.
공교하게 닦은 바가 가장 수승하고 미묘해서
세간의 집이 미칠 수 없다고 하니
이렇게 분별하므로 집착이 생겨
나와 나의 것으로 근본을 삼아
8만 4천 모든 번뇌가
집에 충만하여 재앙이 되네.
세 간 일체 모든 남녀가
6친(親)과 권속이 다 원만하므로
이런 인연으로 모든 괴로움이 생기나니
이른바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것과
근심과 슬픔과 고뇌가 항상 따라
그림자가 형상을 따르듯 잠시도 떠나지 않고
모든 괴로움의 인연으로 탐욕이 생기지만
만일 추구(追求)함을 끊는다면 모든 괴로움이 다한다네.
이 몸은 모든 괴로움의 근본이 되므로
부지런히 닦아 싫증내어 떠나서 보리로 나갈지니,
3계의 몸과 마음은 집과 같고
번뇌가 집주인이 되어 거기에 살지만
너희들은 보리의 마음을 내어
범부를 여의고 3계를 벗어나야 한다.
“또 다시 선남자여, 출가한 보살은 항상 집에 있는 이를 관찰하기를 이렇게 한다.
큰 나라에 한 장자가 있어 큰 부호로서 재물과 보배가 한량없는데, 많은 겁 동안 부자의 인연이 서로 이어져 끊어지지 않고 모든 선행(善行)을 닦아 이름을 멀리까지 드날렸다.
이 큰 장자가 가지고 있는 재물과 보배를 넷으로 나누어 일분의 재보는 항상 이자[息利]를 구하여 가업을 늘리고, 일분의 재보는 날마다 쓰는 데 공급하여 충당하고, 일분의 재보는 가족이 없어 외로운 이에게 보시하여 복을 닦고, 일분의 재보는 종친과 오가는 나그네를 구제하였다.
이와 같이 넷으로 나눈 것이 일찍이 끊어짐이 없어서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 이어 대대로 가업을 삼았다.
그 뒤에 한 아들을 두었는데 어리석고 악행을 일삼으며, 깊이 5욕(欲)에 집착하여 방자하고 게을러서 부모의 가르침을 어기고 네 업[四業]에 의하지 않아 모든 집에 7층의 다락[樓觀]을 짓는데, 보통의 법제보다 배나 더하여 뭇 보배로 장엄하게 꾸며서 유리로 땅을 만들고 보배 창문이 엇갈려 비치며 용머리와 고기 모양이 갖추어지지 않는 것이 없고, 미묘한 음악이 밤낮으로 끊어지지 않아 5욕락(欲樂)을 받음이 도리천(忉利天)과 같으므로 귀신이 미워하고 인간과 하늘이 멀리 떠났다.
이에 이웃집에서 갑자기 불이 일어나 맹렬한 불꽃이 치열하게 타올라 바람을 따라 길게 늘어져 창고와 모든 누대(樓臺)를 태웠다.
이 때 장자의 아들이 이 맹렬한 불을 보고 크게 성내는 마음이 일어나 급히 처자와 종과 권속에게 명하여 겹집으로 들어오게 해서 누각의 문을 닫으니, 어리석음 때문에 한시에 함께 죽었다.
집에 있는 범부도 또한 이와 같으니, 세간 어리석은 사람은 장자의 아들과 같고 모든 부처님 여래는 장자와 같아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고 악업을 지으므로 3악도(惡道)에 떨어져 큰 고뇌를 받는 것이다.
이런 인연으로 출가한 보살이 집에 있는 이 보기를 마치 장자의 아들이 부모를 따르지 않고 불에 타서 처자와 함께 죽는 것과 같이 여기니, 선남자들이여, 응당 사람과 하늘 세계의 즐거움을 떠나서 청정한 행을 닦아 보리를 증득해야 한다.”
이 때 여래께서 게송으로 거듭 설하셨다.
출가한 보살이 집에 있는 것 관찰하기를
장자가 어리석은 아들을 낳은 것 같이 여기나니
그 집이 부자로서 모든 재보가 있어
오래도록 서로 이어 빠짐이 없었으므로
선세의 가업을 자손에게 전하여
일체의 재산을 넷으로 나누어
항상 수승한 행을 닦아 허물이 없어서
이름이 모든 국토에 두루 가득하였네.
금은과 진귀한 보배가 끝이 없어
나고 드는 이자가 다른 나라까지 두루한대
자비로 기꺼이 베푸는 마음에 게으름이 없어서
외롭고 가난한 이에게 보시하길 항상 끊이지 않았네.
장자가 맨 뒤에 한 아들을 두었는데
어리석고 효도하지 않으며 지혜가 없지만
나이가 들고 근력이 쇠하여
집안의 재물을 안팎으로 모두 아들에게 맡겼네.
아들이 아버지 명을 어기고 게을러서
네 업(業)을 잇지 않아 가업을 없애며
7층 보배 다락을 짓되
비단과 유리로 창문을 만들고
노래하고 풍류를 쉬지 않으며
항상 불선(不善)을 마음에 본받아
5욕락을 받음이 천궁과 같으므로
일체 용과 신이 모두 멀리 떠났네.
이웃집에 갑자기 화재가 일어나
맹렬한 불꽃이 바람을 따라와 끄기 어려워서
창고의 보배와 처자와
층층의 누각과 집이 모두 타버렸네.
악을 쌓아 재앙을 불러 몸을 태우고
처자와 권속이 함께 죽었으니
3세의 모든 부처님은 장자와 같고
일체의 범부는 이 어리석은 아들이라네.
바른 도를 닦지 않고 삿된 마음을 일으키면
목숨을 마치고 나쁜 갈래에 떨어져
긴 겁에 홀로 불타는 괴로움을 받나니
이와 같이 돌고 돌아 다할 기약이 없다네.
집에 있는 불자여, 너희는 마땅히 알라.
세간의 즐거움을 탐하지 말고 부지런히 닦아 증득하여
세간을 싫어해서 집을 나와 범행(梵行)을 닦을지니
숲 속이 고요하여 모든 인연을 떠났으므로
네 은혜를 갚기 위해 수승한 덕을 닦아
마땅히 3계의 법왕이 되어
미래세가 다하도록 중생을 제도하고
청하지 않은 벗이 되어 항상 법을 설하고
길이 애욕의 흐름을 끊고 피안으로 뛰어넘어
청정한 열반의 성(城)에 머무를 지어다.
“또 다시 선남자여, 출가한 보살은 세간의 일체의 집을 보기를 큰 꿈과 같이 여긴다.
비유하면 장자가 한 딸아이를 두었는데 나이 열다섯이 되니 단정하여 수승하고 미묘하였다.
이 때 부모는 3층 누각에 살면서 그 사랑하는 딸을 데리고 모든 기쁨과 즐거움을 받았으며, 밤중에 어머니와 딸이 함께 자게 되었는데, 한 보배 침상에서 함께 편안히 잤다.
이에 딸아이가 꿈을 꾸었는데, 부모께서 남편을 맞아주어 여러 해를 지내다가 드디어 한 아들을 낳으니, 단정하고 수승하며 미묘하고 총명하여 지혜 있는 상이어서 날로 점점 사랑으로 자라나 스스로 걸어 다니게 되었는데 높은 다락에 처하였다가 떨어져 땅에 이르기 전에 주린 범이 받아서 먹는 것을 보았다.
이 때 딸아이는 갑절이나 다시 놀라고 두려워서 소리를 내어 울부짖다가 곧 꿈에서 깨었다.
이 때 부모가 그 딸에게 물었다.
‘무슨 이유로 갑자기 놀랐느냐?’
그러나 딸은 부끄러워서 기꺼이 말하려하지 않았다.
그 어머니가 은근히 그 까닭을 물으니, 딸은 어머니를 위하여 가만히 위와 같이 꿈 꾼 일을 말하였다.
선남자여, 세간 생사의 함이 있는[有爲] 집은 길이 윤회에 처하여 참된 깨달음을 얻지 못하니, 네가 분별하는 자리는 항상 꿈속에 처한 것이다.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3계(界)의 집은 마치 저 계집아이가 꿈속에 처한 것과 같으며, 허망한 분별도 또한 이와 같고, 염마귀사(琰魔鬼使)6)가 갑자기 이르는 것은 저 주린 범이 허공에서 어린 아이를 받아먹은 것과 같은 것이다.
일체 중생이 덧없이 늙고 병들고 죽고 괴로움을 생각하고, 생각하는 것도 또한 이와 같으니, 어느 지혜 있는 이가 이 몸을 사랑해 즐거워하겠는가.
이러한 인연으로 생사의 긴 밤 꿈속을 관찰하고, 보리의 마음을 발하여, 세간을 싫어해 떠나서, 마땅히 여래의 변하지 않는 미묘한 과보를 얻어야 하는 것이다.”
이 때 여래께서 게송으로 거듭 말씀하셨다.
불자는 지성으로 위없는 도를 구하여
집 보기를 꿈 속 같이 여겨야만 하니
비유컨대 부귀한 큰 장자가
미묘하고 단정한 한 딸아이를 두었는데
그 부모를 따라 높은 다락에 올라가
구경하고 놀면서 매우 즐거워하다가
딸이 다락에서 이런 꿈을 꾸었으니
분명히 다른 사람에게 시집을 가서
그 뒤에 남편 집에서 한 아들을 낳아
그 어미가 사랑하고 어여삐 여겼으나
아들이 누대에 올라가 희락을 탐하다가
위험한 곳에서 범의 입으로 떨어지므로
마침내 소리치며 꿈에서 깨어나
비로소 꿈속의 생각이지 본래 참이 아님이 알았네.
무명(無明)의 암장(闇障)은 긴 밤과 같고
정각을 이루지 못함은 꿈속과 같아서
생사의 세간은 진실하지 못하나니
망상된 분별이 또한 이와 같은데
오직 네 지혜가 크게 둥글고 밝아서
어둠을 깨뜨리므로 진묘각(眞妙覺)이라 칭하나니
덧없는 생각마다 주린 범과 같으며
함이 있는 헛되고 거짓됨은 오래 머무르기 어렵네.
자던 새가 아침에는 각기 헤어져 날듯이
수명이 다하면 이별함도 또한 이와 같고
가고 옴에 업에 머물러 모든 과보를 받아
부모의 은정(恩情)을 서로 알지 못하네.
애달프다 범부 나고 죽는 몸은
3도(塗)에 돌고 돌아 길이 괴로움을 받나니
선과 악의 업에 따라 감득함을 안다면
응당 참회하여 소멸시켜야 하리라.
일체 사람과 하늘의 미묘한 즐거움의 과보는
부끄러워할 줄 아는 정견(正見)으로 소인(所因)을 삼으니
응당 견고한 보리 마음을 내어
정진(精進)의 갑옷을 입고 부지런히 닦고 배워야하네.
“또 다시 선남자여, 출가한 보살은 집을 보기를 마치 빈마구(牝馬口) 바다에서 맹렬한 불꽃을 내어 네 개의 큰 강[瀆]을 삼키면 백천 시내의 모든 물줄기가 타서 마르지 않음이 없는 것과 같이 보느니라.
비유하면 옛적에 라타국(羅陀國)에 한 보살이 있었는데, 이름이 묘득피안(妙得彼岸) 이었다.
그런데 이 보살은 자비로운 마음이 있어서 항상 이롭게 함을 생각하였으니, 어떤 상인(商人)들이 바다에 들어가 보배를 채취하려고 이 보살을 데리고 함께 배에 태워 보주(寶洲)에 도달하였는데, 험난한 데를 건넜지만 장애되는 것 없이 저 언덕에 이르렀다.
나중에 보살이 나이 들어 점차 노쇠해져 이미 백세가 지났으므로 일어나고 앉는데 채찍을 붙잡아도 앞으로 나아갈 힘이 없었는데, 어떤 한 상주(商主)가 보살의 처소에 와서 예배하고 공경하며 보살에게 여쭈었다.
‘제가 바다에 들어가 모든 진귀한 보배를 구하여 영원히 빈궁함을 여의고 큰 부귀를 얻고자 하므로, 이제 보살에게 저와 함께 가시기를 청하나이다.’
이 때 보살이 상주에게 말하였다.
‘내가 이제 노쇠하고 근력이 미약하여 바다에 들어가지 못하겠노라.’
상수가 다시 여쭈었다.
‘오직 원하옵건대 대사(大士)께서는 자비를 버리지 마시고 저의 청을 불쌍히 여겨 받아 주소서. 저의 배 안에 다만 스스로 편안히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저의 소원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이 때 보살이 상인의 청을 받아들여 큰배를 타고 큰 바다에 들어가 동남의 모퉁이를 향하여 보배 있는 곳으로 나아갔다.
때마침 북풍을 만나 남쪽 바다로 밀려 떨어졌는데 맹렬한 바람이 빠르고 빨라 낮과 밤으로 그치지 않았으나 7일이 지나서 큰 바다의 물을 보니 금빛으로 변하여 마치 금을 녹여 놓은 것 같았다.
이 때 여러 상인들이 보살께 여쭈었다.
‘무슨 인연으로 물이 금빛으로 변하여 이와 같은 모양이 있는 것입니까?’
보살이 말하였다.
‘너희들은 마땅히 알아야 한다. 우리가 이제 이미 황금(黃金)이 있는 큰 바다에 들어왔으므로 한량없고 끝없는 자마(紫磨) 황금이 큰 바다에 충만하여 금과 보배가 서로 비쳐서 이 같은 모양이 있는 것이니, 바른 길을 뛰어 넘어 이 바다 가운데로 떨어져서 각자가 부지런히 구하여 모든 방편을 베풀고, 북방으로 돌아가자.’
다시 여러 날을 지나고 큰 바다의 물을 보니 흰 빛으로 변하여 마치 옥 같고 눈[雪] 같았다.
보살이 말하였다.
‘너희들은 마땅히 알아야만 한다. 우리가 이제 이미 진주(眞珠)가 있는 큰 바다에 들어왔으므로 흰 옥과 진주가 바다에 충만하여 구슬이 물에 비쳐 이 같은 모양이 있는 것이니, 너희는 마땅히 힘을 다하여 모든 방편을 베풀고, 북방으로 돌아가자.’
다시 여러 날을 지나니 큰 바닷물이 푸른빛으로 변하여 마치 푸른 유리 같았다.
보살이 말하였다.
‘나와 너희들이 이미 푸른 파리(玻瓈)의 바다에 들어왔으므로 한량없고 끝없는 푸른 파리보배가 큰 바다에 충만하여 파리의 빚이 서로 비쳐서 이와 같은 것이다.’
다시 며칠이 지나니 큰 바닷물이 붉은 빛으로 변하여 마치 피가 내보이는 것 같았다.
보살이 말하였다.
‘나와 너희들은 이미 붉은 파리의 바다에 들어왔으므로 한량없고 끝없는 붉은 파리보배가 큰 바다에 충만하여 보배의 빛이 붉고 빨간 것이 서로 비치어 이와 같은 것이다.’
다시 여러 날을 지나니 물이 검은 빛으로 변하여 마치 먹물과 같은데, 멀리서 사나운 불이 폭발하여 튀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 마치 큰불이 마른 대숲을 태우는 것 같아 치열한 불꽃이 몹시 무서웠으니, 이런 모양은 일찍이 보지도 듣지도 못한 것이었다.
또 큰불이 봉우리 같이 남쪽에서 일어나 높이가 백 길이 넘었으며, 불꽃의 기세가 공중에 날아다니며 합쳐졌다 흩어졌다 하여 빛이 번개 치듯 흐르는 것을 보았으니, 이런 모양은 일찍이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것이므로 우리들의 목숨은 실로 보전하기 어려울 것이었다.
이에 보살이 여러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이 이제 몹시 무서워하는 것은 무슨 까닭이냐.’
‘우리들은 이미 빈마구 바다에 들어갔었는데, 네 큰 바다와 사천하(四天下)의 크고 작은 모든 물줄기가 북구(北口)의 바다로 들어가 모두 태워 없어졌습니다.
왜 그런가 하면, 모든 중생들의 업(業)이 늘어나는 힘으로 말미암아 저절로 하늘의 불이 바다의 물을 태워버릴 수 있으니, 만일 이 하늘의 불이 바다의 물을 태우지 않는다면 하룻밤 사이에 일체 육지가 변하여 큰 바다를 이루어, 있던 중생들이 모두 빠져죽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제 저희들이 큰 검은 바람을 만나 이처럼 빈마구 바다에 표류하고 있으니, 저와 모든 사람들의 남은 목숨이 얼마 되지 않을 것입니다.’
이 때 배에 있던 천여 사람이 동시에 소리 내어 슬피 부르짖으며 울면서, 혹은 스스로 털을 뽑고, 혹은 스스로 몸을 던지며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들이 이제 보배를 구하기 위하여 큰 바다에 들어 왔다가 이 험난한 상황을 만났으니, 슬프고 괴롭도다. 어떤 방편으로 이 어려움을 면할까?’
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지성으로 목숨 바쳐 귀의하니, 혹 자비스런 어머니를 부르기도 하며, 혹 자애스런 아버지를 부르기도 하며, 혹 범천을 부르기도 하며, 혹 마혜수라천왕(摩醯首羅天王)을 부르기도 하며, 혹 대력나라연천(大力那羅延天)을 부르기도 하며, 혹 득안(得岸) 보살께 목숨 바쳐 귀의하기도 하면서, 대사께 공경히 예를 올리고 이렇게 말하였다.
‘오직 원하옵건대 보살께서는 저희들의 무리를 제도하소서.’
이 때 보살이 이 여러 사람들의 모든 두려움을 여의게 하기 위하여 게송으로 말하였다.
세간에서 최상의 대장부는
비록 죽음의 문에 들어가도 두려워하지 않나니
네가 만일 지혜를 잃을까 근심된다면
응당 한마음으로 방편을 베풀지어다.
만일 선교방편과 방편문을 얻는다면
8난(難)7)을 여의고 피안으로 넘어가니
그러므로 안심하고 두려워하지 말고서
응당 부처님을 간절히 염할지어다.
이에 보살이 이 게송을 말하고서 나서, 여러 가지 이름난 향을 피우며 시방의 모든 부처님께 예배하고 공양하며 이런 서원을 발하였다.
‘시방 모든 부처님께 귀의하며, 시방 모든 부처님과 모든 큰 보살마하살의 무리와 4향(向) 4과(果)인 일체 현성(賢聖)께 귀의하나니, 천안(天眼)이 있으신 분이며, 천이(天耳)가 있으신 분이며,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아시는 분이며, 모든 것에 자재하신 분이시여, 제가 중생들을 위하여 큰 자비심을 움직여서 몸과 목숨을 버려 모든 고난을 제도하려 하나이다.
그러나 이제 저의 몸에 한 선근(善根)이 있으니, 여래의 허망하게 말하지 않는 계[不妄語戒]를 받아 지녀 한량없이 태어나는 가운데도 일찍이 빠뜨리거나 범함이 없었습니다.
만일 제가 평생에 망령된 말을 한 적이 있다면 이제 이 사나운 바람을 더욱 더하여 늘어나 치성하게 하시고, 이와 같은 계를 지닌 덕이 허망하지 않다면 원컨대 이 선(善)을 일체에게 돌려 베푸시어 제가 중생과 더불어 마땅히 불도를 이루게 하시며, 만일 진실하여 허망하지 않다면 원컨대 이 사나운 바람이 때에 맞추어 쉬어서 뜻한 대로 불어오고 생각에 따라 이르게 하십시오. 그러므로 모든 중생들이 바로 저의 몸이어서 저와 더불어 평등하여 차별이 없습니다.’
이 큰 보살이 이와 같이 한 몸으로 여기는 큰 자비로 거리낌이 없는 원을일으키고 나니, 한 생각할 찰나를 지나서 사나운 바람이 곧 그치고 문득 순풍을 얻어 모든 어려움을 벗어나고, 보배가 있는 곳에 이르러 여러 진귀한 보배들을 얻었다.
이 때 보살이 상인에게 말하였다.
‘이와 같이 진귀한 보배는 만나기 어렵고 얻기 어려운 것인데 너희들이 선세에 널리 보시를 행하였으므로 이와 같이 진귀하고 미묘한 보배를 만났지만, 옛날에 보시를 닦을 때 마음에 인색하고 아낌이 있어서 이런 인연으로 이 사나운 바람을 만난 것이다.
너희 모든 상인들은 얻은바 보배에 반드시 한량이 있음을 알아서, 많이 취하고 탐하는 마음으로 방종하여 뒤에 큰 재난을 부름이 없도록 하라.
너희들은 마땅히 알아야만 한다. 모든 보배 가운데 목숨 보배가 으뜸이 되니, 만일 그 목숨을 보존한다면 이것이 바로 값으로는 따질 수 없는 보배인 것이다.’
상인들은 보살의 가르침을 입어 만족함을 아는 마음을 내어 감히 많이 취하지 못했다.
이 때 뭇 사람들이 재난을 면하고 큰 보배를 얻어서 빈궁함을 멀리 여의고 저 언덕에 이르렀다.
모든 선남자여, 출가한 보살도 또한 이와 같아서 모든 부처님과 착한 벗과 선지식(善知識)을 가까이하니 저 상인이 보살을 만난 것과 같고, 영원히 생사를 떠나 저 언덕에 이르니 상주가 큰 부귀를 얻은 것과 같으며, 세간에 있는 함[爲]이 있는 집은 빈마구 바다가 능히 모든 물줄기를 태우는 것과 같다.
출가한 보살도 또한 이와 같아서 진실하고 자세하게 집에 있는 이의 과실을 관찰하니, 너희 선남자는 세간의 모든 5욕락(欲樂)에 물들지 말아서 3계의 나고 죽는 고통과 재난을 여의고, 맑고 시원하며 편안하고 즐거운 큰 성(城)에 들어가야 한다.”
이 때 여래께서 게송으로 거듭 말씀하셨다.
출가한 보살이 집을 보기를
빈마구 바다가 뭇 흐름을 태우는 것같이 여기나니
비유컨대 옛날 라타국에
득안이란 보살이 있었는데
큰 복과 지혜, 교묘한 방편을 갖춰
반연함이 없는 자비로 유정을 거두었네.
이 보살을 배에 태우고
상인이 보배를 얻으려 저 언덕을 넘고자 했지만
그러나 이 대사 나이가 늙어
이타(利他)를 즐기지 않고 선정을 좋아했네.
한 상주(商主)가 보살에게 청하여
큰 바다에 들어가 진귀한 보배를 구하려고
원컨대 대사는 제 청을 받으셔서
제가 풍부하여 결핍됨이 없게 하소서.
이에 보살이 큰 자비를 움직여
청을 받고 곧바로 배에 탔다네.
그 때 큰 돛을 달고 순풍을 만나
곧 동남쪽 보배 있는 곳으로 나아갔지만
갑자기 폭풍이 배에 불어와
남쪽 바다로 밀려가 갈 곳을 몰랐네.
7일을 지나고 큰 바닷물이
모두 변하여 황금빛이 되니
자마황금이 바다에 가득 차
보배 빛으로 진짜 금빚을 나타낸 것이네.
다시 여러 날을 지나니 큰 바닷물이
변하여 흰 빛이 되어 옥과 눈 같으니
진주 보배 바다 속에 충만하여
바다의 물이 흰 빛을 이루었네.
또 여러 날을 지나니 큰 바닷물이
변하여 감청(紺靑) 빛 유리와 같으니
푸른 파리구슬이 바다에 충만하여
물이 감청빛이 된 것이네.
또 여러 날을 지나니 큰 바닷물이
모두 변하여 붉고 빨간 색이 되니
붉은 파리구슬이 바다에 충만하므로
물빛이 변해 저와 같은 것이네.
다시 여러 날을 지나니 큰 바닷물이
변하여 검은 색이 되어 먹물과 같았는데
이것은 하늘 불에 타버려
바닷물이 모두 먹물 색이 된 것이네.
이 바다의 이름은 빈마구인데
4해와 뭇 흐름을 삼켜버려서
일체의 배들이 만일 지나가면
있던 사람들은 여기에 이르러 모두 다 죽는다네.
산더미 같은 하늘 불 치솟아
폭발하는 소리 우레와 같으니
모든 사람이 멀리서 보고 놀라
부르짖어 가슴 치며 대사께 아뢰었네.
보살은 이에 자비심을 일으켜
목숨을 아끼지 않고 구호의 손길을 드리우니
폭풍은 곧 그치고 순풍이 일어나
험난함을 건너 보배 있는 곳에 이르러
각각 보배를 얻어 저 언덕에 도달해
길이 빈궁함을 여의고 안락함을 얻었네.
출가한 보살도 이와 같아서
모든 부처님을 상주(商主)처럼 가까이하여
영원히 화택(火宅)을 떠나 참된 깨달음으로 나아감이
상인이 본래의 처소로 돌아옴과 같나니
세간에 있는 모든 집은
저 빈마구 바다와 같다네.
출가해 항상 집에 있음을 싫어하여
세간에 물들지 않고 5욕을 떠나
텅 비어 한적한 곳에 머물기를 즐겨 마음이 움직이지 않고
매우 깊은 참되고 미묘한 이치를 잘 통달한다네.
혹 인간 취락(聚落) 가운데 처하여도
나비가 꽃을 취하듯 손상할 것이 없어서
네 가지 위의(威儀) 가운데 항상 남을 이롭게 하고
세간의 즐거움과 이름남을 탐하지 않네.
입으로 항상 부드러운 소리를 내고
더럽고 악한 말 끊어 버리며
은혜를 알아 은혜를 갚고 선한 업을 닦아
나와 남으로 하여금 항상 진상(眞常)8)에 들게 한다네.
이 때 지광과 모든 장자 1만 명이 함께 똑같은 말로 부처님께 여쭈었다.
“훌륭하십니다, 세존이시여. 매우 드무신 선서(善逝)시여, 이와 같고 이와 같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신 바는 미묘함의 첫 번째이고, 착하고 공교한 방편으로 중생을 이롭게 하시니, 부처님이 말씀하신 바를 저희가 이제 모두 알았습니다.
세간의 집은 감옥과 같아 일체의 악업이 집으로부터 생기며, 출가한 사람은 실로 한량없고 끝없는 수승한 이익이 있나니, 이로부터 저희들이 출가하여 현재와 다가올 미래에 항상 법락(法樂)을 받음을 깊이 즐기겠습니다.”
이 때 세존께서 장자에게 말씀하셨다.
“착하고, 착하구나. 너희들이 마음을 내어 출가하기를 좋아하니, 만일 선남자·선여인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일으켜 하루 낮 하루 밤만 출가하여 도를 닦는다 하여도, 2백만 겁을 나쁜 갈래에 떨어지지 않고 항상 좋은 곳에 태어나 수승하고 미묘한 즐거움을 받으며, 선지식을 만나 영원히 물러나지 않고 모든 부처님 만나서 보리의 기(記)를 받고, 금강좌(金剛座)에 앉아 정각의 도를 이룰 것이다.
그러나 출가한 이는 계를 지니는 것이 가장 어려우니, 능히 계를 지닐 수 있다면 이것이 바로 참된 출가이다.”
이 때 모든 장자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계를 지녀 범행을 닦을 것이니, 원하옵건대 저희를 빨리 생사의 고해(苦海)에서 벗어나게 하시며, 원하옵건대 저희를 빨리 상락보궁(常樂寶宮)에 들게 하시며, 원하옵건대 저희가 널리 일체 중생을 제도하게 하시며, 원하옵건대 저희가 빨리 무생(無生)의 지혜를 증득하게 하소서.”
이 때 세존께서 미륵(彌勒)보살과 문수사리(文殊師利)에게 말씀하셨다.
“이러한 장자를 그대들에게 맡기노니 출가하기를 권하여 청정한 계를 받아 간직하게 할지어다.”
이 때 9천 사람이 미륵 앞에서 출가하여 도를 닦아 부처님의 계를 받아 지녔으며, 7천 사람이 함께 문수 앞에서 출가하여 도를 닦아 부처님의 금계를 받았다.
이와 같은 사람들은 이미 출가함을 얻어 법인(法忍)을 성취하여 여래의 비밀경계(秘密境界)에 들어가 다시는 물러나지 않았고, 한량없는 사람들은 보리심을 발하여 물러나지 않는 지위에 이르렀으며, 수없이 많은 사람과 하늘들은 티끌을 멀리 하고 때를 여의어 법안(法眼)의 청정함을 얻었다.
4. 무구성품(無垢性品)
이 때 지광 장자와 모든 장자들이 이미 출가하여 법복(法服)을 단정히 갖추고, 5륜(輪)을 땅에 대어 부처님 발에 예를 올리고 합장하여 공경히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부처님께 아직까지 듣지 못했던 것을 들었습니다.
집에 있으면 갖가지 잘못을 가지게 되므로 보리심(菩提心)을 내어 세간을 떠나 수염과 머리를 깎고 비구가 되었사오니, 오직 원하옵건대 여래·응공·정등각께서는 저희들과 모든 중생을 위하여 출가의 수승한 공덕을 연설하시어 얻어 듣는 이로 하여금 청정한 마음을 내서 멀리 여의는 행을 즐겨서 부처님 종자를 끊어지지 않게 하소서.
세존께서는 큰 은혜와 연고(緣故) 없는 자비로 중생을 어여삐 여기시기를 라후라(羅睺羅)와 같이 하시니, 출가한 보살은 응당 어떻게 머물러야 하며, 어떻게 때[垢] 없는 업을 닦아 익히며, 어떻게 샘[漏]이 있는 마음을 조복하겠습니까?”
이 때 세존께서 지광과 모든 비구들을 찬탄하였다.
“착하고 착하구나, 참된 불자(佛子)로다.
능히 미래의 일체 중생들을 위하여 여래께 이와 같이 큰일을 이러 이러하게 물었으니, 너희가 말한 대로 여래ㆍ세존께서는 중생을 평등하게 어여삐 여기시어 둘도 없는 외아들 같이 하시므로 너희는 이제 자세히 들어서 잘 생각하고 생각하라.
내가 마땅히 너희를 위하여 출가한 보살은 응당 이와 같이 머무르며, 이와 같이 때 없는 업을 닦아 익히며, 이와 같이 샘이 있는 마음을 조복시킴을 분별하여 연설하겠노라.”
“오직 그렇게 하옵소서. 세존이시여, 듣기를 원하나이다.”
이때에 부처님께서 지광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출가한 보살은 이와 같은 마음에 머물러 항상 이 관(觀)을 짓는다. 내가 사람의 몸을 얻어 모든 근(根)이 갖추어졌으니, 어느 곳으로부터 빠져나와서 이 세간에 태어났으며, 나는 3계 중에서 마땅히 어느 계(界)에 태어나며, 다시 4대주(大洲)의 어느 곳에 태어나며, 6도 가운데 어느 갈래에서 생명을 받을 것이며, 어떤 인연으로 부모와 처자와 권속을 떠나 출가하여 도를 닦아 8난의 몸을 면할 수 있을 것인가?
장엄겁(莊嚴劫) 가운데 과거 천 부처님이 모두 이미 열반하시고, 성수겁(星宿劫) 가운데 미래 천 부처님이 세상에 아직 나오지 않았으며, 현겁(賢劫) 가운데 현재 천 부처님께서 몇 분의 부처님ㆍ여래가 세간에 출현하시어 화신(化身)의 인연이 장차 다하여 열반에 드셨으며 몇 분의 부처님ㆍ여래께서 세간에 출현하지 않으셨는가?
이 모든 중생이 근기와 인연이 성숙하지 못하여 바른 법을 듣지 못하였나니, 다시 어느 때에 장차 미륵께서 도솔천으로부터 내려와 인간에 태어나시어 불도를 이루실 것인가?
나의 몸에 무슨 선업(善業)이 있어서 계(戒)·정(定)·혜(慧)를 배우면 어떤 덕이 있기에, 과거의 모든 부처님을 이미 만나지 못했는데 미래의 세존을 뵈올 수 있을 것인가?
내가 현재 범부의 자리에서 3업의 번뇌가 어떤 것이 가장 무거우며, 한번 태어난 이래로 무슨 죄를 지었으며, 어느 부처님 처소에서 일찍이 선근을 심었으며, 내 이 몸과 목숨이 얼마나 되는 시간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
이 날이 이미 지나가니 목숨도 따라 감소되는 것이 마치 염소를 끌고 도살장으로 가는 것과 같아서, 점점 죽음이 가까워 도피할 곳이 없으니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다하면 어느 곳에 태어날 것이며 3악도(惡道)의 괴로움을 어떻게 벗어나 면할 것인가?
그러나 나는 이 몸을 사랑하고 즐거워해서 기르고 봉양하지만, 생각 생각에 노쇠해져 잠시도 그침이 없으니, 어떤 지혜 있는 이가 이 몸을 사랑하고 즐거워할 것인가?
지광이여, 마땅히 알라.
출가한 보살은 항상 밤낮으로 이와 같이 관찰하여 세간의 5욕락 받기를 탐하지 말고 부지런히 닦아 잠시라도 놓지 않기를 이마에 있는 돌을 버리듯이 하며 머리에 불난 것을 끄듯이 하여 마음으로 항상 과거의 죄를 참회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네 가지 때 묻지 않은 성품에 편안히 머무르며, 한마음으로 12두타(頭陀)20를 수행하고, 그 마음 조복시키기를 전타라(旃陀羅)211) 같이 하면, 이와 같은 불자를 ‘출가했다’고 하는 것이다.
지광 비구여, 무슨 뜻으로 사문의 행을 진실히 닦음을 전타라(旃陀羅)와 같이 해야 한다고 하는 것인가.
그 전타라는 항상 놀러 다닐 때 손에 석장(錫杖)을 잡고 감히 길에 나서지 않으며, 만일 사람이 가까워지면 석장을 움직여 들리게 하며, 대중 가운데서는 진심으로 겸손하고 낮추어 감히 업신여기고 거만하지 않으며, 욕하고 꾸짖음을 당할 때에도 진심으로 원망하고 한스러워함이 없어서 일찍이 갚으려 한 적이 많으며, 욕하고 때릴지라도 아무 말 없이 받는다.
왜 그런가 하면, 자신이 낮은 계급이어서 여러 무리와 평등하지 못함을 알기 때문이니, 이런 인연으로 성냄도 없고 갚음도 없는 것이다.
지광이여, 마땅히 알라.
출가한 보살도 또한 이와 같아서 수염과 머리를 깎았으므로 모습이 어린이 같으며, 응기(應器)222)를 가지고 남에게 의지하여 살며, 몸에 가사(袈裟)를 입은 것이 갑옷을 입은 것과 같고, 석장을 짚고 다니는 것이 창을 가진 것과 같나니, 지혜의 칼을 잡아 번뇌의 적을 파하고 어린이의 행을 닦아 일체를 이롭게 하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일체 3독(毒)의 예리한 화살이 진실한 사문의 몸에는 들어오지 못하는 것이다.
출가한 보살이 세 가지 관문(觀門)으로 인욕행(忍辱行)을 닦는 것을 참 출가라고 하는 것이니, 모든 중생을 관찰하여 이들이 바로 부처님의 화신이라고 여기며, 자신을 관찰하여 진실로 어리석은 범부라고 여기며, 모든 중생을 관찰하여 존귀하다는 생각을 내고, 자신을 관찰하여 종이라고 생각하며, 또 중생을 관찰하여 부모라는 생각을 내고, 자기의 몸을 관찰하여 아들이나 딸과 같이 생각하는 것이다.
출가한 보살은 항상 이런 관을 지으므로 혹 때리고 욕함을 당할지라도 끝내 되갚지 않고 착하고 공교로운 방편으로 그 마음을 조복시키는 것이다.
지광 비구여, 너희들은 자세히 들어라.
무엇을 4무구성(無垢性)이라고 하는가 하면 의복과 침구[臥具]와 음식과 탕약이니, 이와 같은 네 가지는 있는 것에 따라 얻어서 거칠든지 섬세하든지 마음에 맞추어 탐하고 구하기를 멀리 여의니, 이것이 바로 무구성인 것이다.
모든 비구들이여, 무슨 인연으로 이러한 네 가지 행을 무구성이라고 하는것인가?
지광이여, 마땅히 알라.
모든 부처님 여래의 37품 보리분법(菩提分法)이 모두 이로부터 나와서 불보·법보·승보가 항상 끊어지지 않으니, 이런 까닭에 4무구성이라고 이름하는 것이다.”
이 때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설하셨다.
지광 비구여, 너는 자세히 들어라.
출가한 보살이 지어야만 할 것은
연유 없는 대비로 중생들을 포섭하여
외아들처럼 다 평등이 여기는 것이니
보리심을 내어 정각을 구하되
응당 세 가지를 지어 불법을 이루어
마음이 항상 4무구성에 머무르며
열두 가지 두타행을 닦는다네.
마음을 전타라 같이 낮추어
네 가지 위의(威儀) 가운데 이 생각을 짓는다.
시방의 한량없는 보살들이
찰나 찰나에 성인의 길로 나아가니
저가 이미 닦아 증득하면 나도 그럴 것인데
어째서 3계에 유전(流轉)하여
항상 생사의 한량없는 괴로움에 사는고.
나의 이 몸도 어느 계에 머무를 것이며
6도에 윤회해 어느 길에 처하며
태(胎)·난(卵)·습(濕)·화(化) 어느 생을 받을는지
신(身)·구(口)·의(意) 3업에 무엇을 닦으며
짓는 죄 가운데 무엇이 중하고.
3성(性)의 마음에 어느 마음이 많은가
이런 것을 자세히 관찰 하고서
대자와 대비를 항상 이으며
먼저 대희(喜) 대사(捨)로 마음을 삼네.
인연 있는 이를 위해 묘법을 설하고
밤낮으로 마음 닦아 잠시도 머물지 않아
이마의 돌 버리듯 타는 머리 불 끄듯이
항상 3관문(觀門)을 생각해 떠나지 않고
모든 유정들이 바로 부처님 몸인데
나만 혼자 범부의 무리에 처했으며
일체 중생은 똑같이 존귀한데
나는 종이 되어 비천한 데 있으며
세간 중생은 부모와 한가지며
나는 아들ㆍ딸과 같으니 효도와 봉양을 행하여
남에게 때리고 욕을 당해도 성내지 않고
부지런히 인욕을 닦으면 원수가 없나니
4사(事)3)로 공양하고 마음에 집착하지 않으면
이것을 무구성(無垢性)이라 하며
37품 보리분과
여래 과보(果報)의 몸이라네.
이와 같이 수승하여 샘이 없는 법에
네 가지 무구성이 근본이 되나니
게으르지 않은 행을 항상 닦아 익히면
이것을 출가한 참 불자라고 한다네.
보리지혜의 종자를 생각마다 더하면
샘 없는 성인의 도를 모두 성취하며
속히 한량없는 겁을 뛰어넘어
화왕(華王) 법계 가운데 단정히 앉아
복과 지혜 두 장엄함이 모두 원만하여
끝없는 겁 바다에서 군생을 이롭게 하고
무구성으로 말미암아 다 성취하여
여래의 상주과(常住果)를 증득한다네.
“또 다시 지광 비구여, 출가한 보살은 입을 옷에 탐내고 집착하지 말아야하니, 곱거나 거칠거나 그 얻은 대로 다만 보시한 이에게 복전(福田)이 나기를 위하고, 좋고 나쁨을 혐오하지 아니하여 옷을 위해 널리 법요를 설하지 않는다.
모든 방편을 일으켜 탐하는 것을 주어 서로 응하게 하니, 세간 범부는 의복을 위한 까닭에 그른 법으로 탐하고 구하여 선하지 않은 업을 지어 악도에 떨어져 한량없는 겁을 지내도록 모든 부처님을 만나지 못하여 바른 법을 듣지 못하고 고통을 끝까지 받은 뒤에 다시 인간에 태어날지라도 빈궁하고 곤고하여 구해도 얻지 못하는 괴로움이 밤낮으로 핍박하여 옷은 형체를 가리지 못하고 먹을 것은 목숨을 부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모든 괴로움은 다 선세(先世)에 의복을 위한 까닭으로 산목숨을 많이 죽여 갖가지 죄를 지었기 때문이다.
출가한 보살은 곧 이와 같지 아니하여 그 얻은 것의 좋고 나쁨을 혐오하지 않고 다만 부끄러움을 품어 법의(法衣)를 충당하므로 열 가지 수승한 이익을 얻으니,
첫째는 능히 그 몸을 덮어 수치를 멀리 여의고 부끄러움을 구족하여 선한 법을 수행함이요,
둘째는 춥고 더움과 모기와 악한 짐승과 독한 벌레를 멀리 여의어 안온하게 도를 닦음이요,
셋째는 또한 사문의 출가한 모양을 나타내어 보는 이가 기뻐하며 삿된 마음을 멀리 여읨이요,
넷째는 가사는 곧 이 사람과 하늘의 보배 깃발[寶幢] 모양이어서 존중하고 공경하여 예배하면 범천에 태어남을 얻는 것이요,
다섯째는 가사를 입을 때 보탑(寶塔)이란 생각을 내면 능히 모든 죄를 멸하고 모든 복덕이 나는 것이요,
여섯째는 가사를 만들 때 물들임으로 빛을 없애 5욕(欲)의 생각을 여의어 탐하고 사랑함을 생기지 않게 함이요,
일곱째는 가사는 부처님의 청정한 옷이어서 영원히 번뇌를 끊고 좋은 복전(福田)을 짓는 까닭이요,
여덟째는 몸에 가사를 입으면 죄업이 소제되어 열 가지 선한 업(業)의 도가 생각마다 자라나는 것이요,
아홉째는 가사는 좋은 밭과 같아서 능히 잘 보살의 도를 자라나게 하는 까닭이요,
열째는 가사는 갑옷과 같아서 번뇌의 독한 화살이 능히 해지 못하는 까닭이다.
지광이여, 마땅히 알라. 이런 인연으로 3세의 모든 부처님과 연각과 성문이 청정히 출가하여 몸에 가사를 입고 삼성(三聖)이 함께 해탈의 보배 평상[寶床]에 앉아 지혜의 칼을 잡고 번뇌의 마군을 파하여 함께 한 가지 열반계(涅槃界)에 들었느니라.”
이 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지광 비구여, 잘 들을지어다.
큰 복전의 옷은 열 가지 수승한 이익이 있으니
세간의 의복은 욕심에 물듦을 더하는데
여래의 법복은 이와 같지 않나니
법복은 능히 세간 수치(羞恥)를 가려
참괴함이 원만하여 복전을 내며
추위와 더위와 독충(毒蟲)을 멀리 여의고
도의 마음 견고하여 구경(究竟)을 얻으며
출가를 나타내어 탐욕을 여의고
5견(見)4)을 끊어 바르게 닦아 지니며
가사를 보배 깃발이란 생각으로 예배하고
공경하면 범왕의 복을 내며
불자가 옷을 입고 탑이란 생각을 내면
복이 생기고 죄를 멸해 사람과 하늘을 감동시키며
정숙한 얼굴로 참 사문에 공경하면
하는 바가 속진(俗塵)에 물들지 아니하며
부처님이 좋은 복전 됨을 칭찬하는 것은
군생을 이롭게 하는 것이 으뜸이 되며
가사의 신통한 힘은 생각할 수 없어서
능히 보리행을 닦아 심게 한다네.
도의 싹이 자라남은 봄의 움과 같고
보리의 미묘한 과보는 가을의 열매 같으며
견고한 금강 참 갑옷은
번뇌의 독한 화살도 해치지 못하네.
내가 이제 대략 열 가지 수승한 이익을 칭찬하였으나
겁을 지내고 널리 설하기란 끝이 없나니
만일 용의 몸에 한 실낱만 입어도
금시조(金翅鳥)5)왕의 먹이가 됨을 벗어나며
만일 사람이 바다를 건너면서 이 옷을 가지면
용과 고기와 모든 귀신의 난(難)이 두렵지 않고
우레·번개·벽력같은 하늘의 성냄도
가사를 입은 이는 두렵지 않네.
백의(白衣)236)가 만일 친히 받들어 지니면
일체 악귀가 가까이 함이 없고
만일 마음을 내어 출가를 구하여
세간을 떠나 불도를 닦으면
시방 마궁(魔宮)이 모두 진동하나니
이 사람은 속히 범왕의 몸을 증득하리라.
“또 다시 지광 보살이여, 출가한 불자는 항상 걸식을 행하나니, 응당 몸과 목숨을 버릴지라도 이 마음을 끊지 아니해야 한다.
왜냐 하면 일체 중생이 모두 먹고 사는 데 의지하기 때문이니, 그러므로 걸식의 이로움이 다함없는 것이다.
너희들은 마땅히 알라, 출가한 보살이 항상 걸식을 행하는 것에 열 가지 수승한 이익이 있으니, 어떻게 열 가지가 되는가 하면,
첫째는 항상 걸식을 행하여 스스로 목숨을 살려서 나고 듦이 자유로워 남에게 의지하지 않는 까닭이요,
둘째는 걸식을 행할 때 먼저 미묘한 법을 설함으로써 선한 마음을 일으킨 뒤에 스스로 먹음이요,
셋째는 보시하지 않는 사람에게 큰 자비심을 발하게 하기 위하여 정법을 설함으로써 희사(喜捨)하는 마음을 일으켜 수승한 복이 나게 함이요,
넷째는 부처님의 가르침과 행에 의지하면 계품(戒品)이 자라나서 복덕이 원만하고 지혜가 다함이 없으며,
다섯째는 항상 걸식을 행하면 79가지 아만(我慢)이 저절로 소멸되어 대중이 공경하는 바이니 이것이 바로 좋은 복전인 것이요,
여섯째는 걸식할 때 여래의 무견정상(無見頂相)247)을 얻어 응당 세간의 광대한 공양을 받을 것이요,
일곱째는 너희들 불자가 이 법을 따라 배워서 3보를 주지(住持)258)하여 유정을 이롭게 함이요,
여덟째는 걸식할 때 먹기를 구하기 위하여 얻는 것이 아닌 까닭에 희망의 마음을 일으켜 일체의 남자와 여인을 찬탄함이요,
아홉째는 걸식을 행할 때 모름지기 차례차례 찾아가 가난하고 부유한 집을 분별하지 않음이요,
열째는 항상 걸식을 행하면 모든 부처님이 기뻐하여 일체의 지혜를 얻는데 가장 좋은 인연이 되는 것이다.
지광 보살이여, 내가 너희들을 위하여 대략 이와 같은 열 가지 이익을 말하였지만 만약 자세히 분별한다면 한량없고 끝이 없나니, 너희들 비구와 미래세의 불도를 구하는 이는 마땅히 이와 같이 배울지어다.”
이 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지광 보살이여, 그대는 자세히 들을지어다.
출가한 대사는 응당 탐함을 여의고
마땅히 세간을 벗어나 수행하는 마음을 낼 것이니
걸식하는 두타행이 근본이 된다네.
범부는 샘이 있는 음식으로 살지만
성자들은 모두 샘이 없는 음식에 의지하나니
샘이 있고 없는 모든 성인이나 범부나
일체가 먹고 사는데 의지하지 않음이 없나니
내가 너희들 모든 불자를 위하여
출세의 두 가지 이로운 행을 연설하노니
3세 여래가 칭찬하는 바
걸식의 공덕에 열 가지 이익이 있다.
치우치게 이 행을 일컬어 가장 수승하다고 하는 것은
나고 드는 데 자재하여 속박됨이 없고
먼저 시주로 하여금 초심(初心)을 내어
보리에 나아가게 한 연후에 먹으며
탐심을 없애기 위하여 묘법을 설해
능히 대사(大捨)의 한량없는 마음을 일으켜
대사(大師)의 가르침에 의지해 걸식을 행하면
한량없는 모든 범행을 자라나게 하며
79가지 아만이 스스로 없어져서
모든 사람과 하늘의 존경을 받으며
여래의 정상(頂相)을 볼 수는 없지만
묘법의 바퀴를 굴려 시방을 교화하여
영원히 이 법을 전함으로써
3보의 종자가 끊어지지 않게 하니
혹 음식을 위해 망령된 마음을 일으켜서
마땅히 모든 남녀를 찬탄하지 말라.
큰 자비의 평등한 뜻을 일으키면
가난함과 부유함의 차별이 없으며
청정한 걸식은 부처님이 찬탄하신 바이니
일체 종지(種智)가 이로부터 난다네.
3세 여래가 세간에 나시어
중생을 위해 4식(食)을 말씀하셨나니
단(段)과 촉(觸)과 사(思)와 식(識)이니
모두 샘이 있는 세간의 음식이네.
오직 법희(法喜)와 선열(禪悅)의 음식이 있어
이는 성현(聖賢)이 드시는 바이니
너희들은 세간의 맛을 여의고
마땅히 출세간의 샘이 없는 음식을 구하라.
“또 다시 지광 보살이여, 출가한 불자는 모든 의약(醫藥)에 탐착하지 않아야 한다. 만일 병이 있을 때는 남이 달이고 버린 약인 아리비리(訶梨毘梨)와 아마륵(阿摩勒) 등 이런 약을 취하여 곧 먹으며, 평생 내버린 약을 먹어서 모든 약들에 만족하나니, 이런 이를 진실한 사문이라고 하는 것이다.
출가한 불자는 항상 버린 약을 먹어도 이런 사람은 열 가지 수승한 이익을 얻는 것이다. 무엇이 열 가지인가 하면,
첫째는 약초를 구하는데 다른 이를 가까이 하지 않으므로 탐내고 구하는 마음을 영원히 쉬어서 바른 생각에 편안히 머무르는 것이요,
둘째는 부정관문(不淨關門)을 쉽게 성취하여 세간을 벗어날 마음이 견고해짐을 얻음이요,
셋째는 모든 진귀한 맛에 항상 탐하고 집착하지않아서 빨리 바른 지혜를 증득하여 선열(禪悅)의 음식을 먹음이요,
넷째는 모든 세간 일체 재물에 항상 능히 만족함을 알아 일찍 해탈을 얻음이요,
다섯째는 세간의 일체 범부를 가까이 하지 앉고 세간을 벗어난 청정한 선우(善友)를 친근히 함이요,
여섯째는 모든 버린 약들을 혐오하지 않음으로 말미암아 거친 음식에도 또한 해탈을 얻음이요,
일곱째는 소중한 약을 길이 바라지 않는 것이니 일체 세간이 높이지 않음이 없기 때문이요,
여덟째는 빨리 능히 모든 번뇌의 병을 조복시켜 여래의 항상 머무르는 법신(法身)을 증득함이요,
아홉째는 영원히 삼계의 일체 번뇌를 끊어 능히 중생의 몸과 마음의 중한 병을 치료함이요,
열째는 능히 부처님의 가르침을 순종하여 보살의 행을 닦아 지혜가 원만하여 큰 보리를 얻음이다.
지광은 마땅히 알라.
내가 너희들을 위하여 대략 버린 약의 열 가지 수승한 이익을 말하였으니, 이와 같은 미묘한 행은 과거와 미래와 현재의 출가한 보살이 모두 한가지로 닦고 배운 것이다.
너희들은 응당 모든 중생을 위하여 연설하고 널리 퍼뜨려서 끊어짐이 없게 하라. 이것이 바로 여래께 널리 공양을 베푸는 것이 되나니, 세간에 있는 재물로 공경하여 공양함으로도 능히 미치지 못할 것이며 보살의 행에서 다시 물러나지 아니하여 빨리 무상정등보리(無上正等菩提)를 증득할 것이다.”
이 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거듭 말씀하셨다.
지광 비구여, 그대는 자세히 들을지어다.
출가한 이가 먹는 때[垢]없는 약은
보살의 미묘한 행에 으뜸이 되나니
중생의 병 있음이 나의 병과 같아
큰 자비로운 은혜로 모든 괴로움을 구원하고
다시 자비로운 마음으로 안락함을 베풀어
최상의 미묘한 약은 남을 주고
남이 버린 것은 자기가 먹는다네.
보살은 귀하고 천한 약을 가리지 않고
다만 모든 병을 치료해 편안하게 하며
남이 버린 남은 약을 취하여
마셔서 아픈 데를 치료하나니
버린 약을 취함에는 열 가지 이익이 있다고
삼세 여래가 한가지로 칭찬하셨으니
비록 의약을 구하되 남을 가까이 않고
길이 추구함이 없이 바른 생각에 머물러
부정관문(不淨觀門)을 쉽게 성숙하여
능히 멀리 보리의 인(因)을 지으며
단 맛에 집착하지 않아 모든 탐욕을 여의고
마땅히 법희와 선열의 음식을 구하며
세간의 재보에 능히 만족함을 알아
샘이 없는 7성재(聖財)를 얻으며
저 범부로 어리석은 이를 버려 함께 머무르지 않고
성현을 친근히 하여 어진 벗을 삼으며
버린 약을 혐오하지 않음으로써
또한 음식도 탐내지 않으며
진귀한 음식과 미묘한 약을 희망하지 않으므로
세간에서 모두 존중하는 바 되며
능히 몸과 마음의 번뇌병을 치료하여
진여(眞如)의 법성신(法性身)을 깨워 얻으며
길이 3계의 모든 습기(習氣)를 끊어
위없는 참 해탈을 증득하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순종하여 보리에 나아가면
복과 지혜가 원만하여 보신과(報身果)를 이루나니
너희들 불자는 모두 닦고 배워서
마땅히 금강의 참된 도량에 앉을지어다.
“또 다시 지광이여, 출가한 보살은 지껄이는 시끄러운 곳을 멀리 떠나 아란야(阿蘭若)에 머물러 그 마음을 한량없는 천년 동안 부처님의 도를 구하는 것이니, 삼세 여래께서도 모든 시끄러운 곳을 떠나 고요하고 한가히 계시면서 만행을 더 닦아 보리과를 증득하셨으며, 연각과 성문의 일체 성현도 성과(聖果)를 증득하는데 또한 이렇게 하였으니, 그 아란야에 열 가지 덕이 있으므로 능히 세 가지 보리과를 증득하도록 하는 것이다. 무엇이 열 가지 수승한 덕인가 하면,
첫째는 자재함을 얻기 위하여 아란야에 머무르는 것이니 네 가지 위의(威儀) 가운데에 다른 사람에게 속하는 것이 없기 때문이요,
둘째는 나와 나의 것을 떠난 것을 아란야라 하니 나무 밑에 있을 때는 집착이 없기 때문이며,
셋째는 침구에 애착함이 없어서 이로 말미암아 사무외상(四無畏床)에 눕는 것이요,
넷째는 아란야라는 곳은 3독(毒)이 적으니 탐하고 성내고 어리석음에 반연된 경계를 떠난 까닭이요,
다섯째는 아란야를 좋아해서 멀리 여의는 행을 닦나니 사람과 하늘의 5욕락(欲樂)을 구하지 않는 까닭이요,
여섯째는 시끄러운 곳을 버리고 한가하고 고요한 곳에 머물러 불도를 닦아 익히되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음이요,
일곱째는 고요함을 애락하고 세간의 말을 떠나나니 범부와 어리석은 이를 버리어 산란함이 없기 때문이요,
여덟째는 세간과 출세간의 일체 사업을 쉽게 성취하니 장애가 없기 때문이요,
아홉째는 아란야라는 곳은 곧 삼매의 집이니 능히 백천의 큰 삼매를 얻기 때문이요,
열째는 청정함이 허공과 같아 집으로 삼아도 마음에 장애가 없으니 큰 지혜를 얻기 때문이다.
지광이여, 마땅히 알라.
아란야라는 곳에는 이런 한량없는 공덕이 있으므로, 이런 인연으로 출가한 불자가 몸과 목숨 버리기를 맹서하고 산 숲을 떠나지 않는 것이니, 만일 병든 사람과 스승과 스님과 부모에게 법공양을 들여 주기 위하여 아란야에서 나와 취락(聚落)에 들어갈지라도 마땅히 빨리 아란야로 돌아와야 하며, 만일 인연이 있어 돌아오지 못하거든 응당 다음과 같이 ‘이제 이 취락도 산의 숲과 같아서 얻는 재물은 허망하고 거짓되어 꿈과 같으니 만일 얻는 바가 있더라도 탐내고 집착하지 않으리라’라고 생각한다면, 이런 불자가 바로 마하살이니라.”
이 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거듭 말씀하셨다.
지광이여, 너희들은 잘 들어라.
번뇌 없는 사람이 머무르는 곳은
시끄러운 곳을 멀리 떠나 적정한 곳에 처하나니
여기가 바로 신선이 사는 곳이다.
3세 보살이 보리를 구하여
아란야에서 정각을 이루고
연각과 성문 모든 성중(聖衆)도
또한 이곳에서 보리를 증득했다네.
아란야에 머물면 열 가지 이익을 얻어
능히 그로써 3승의 과보를 증득하나니
자재롭게 놀러 다님이 사자와 같아서
네 위의(威儀) 가운데 얽매임이 없으며
산 숲의 나무 밑은 성인의 즐기는 곳으로
나와 내 것이 없어 아란야라 하는 것이며
옷이나 잠자리에 집착함이 없어서
4무외(無畏)의 사자좌(獅子座)에 앉으며
모든 번뇌를 여읨을 아란야라 하나니
일체 탐욕에 집착한 바 없으며
항상 사물 밖에 거하여 진로(塵勞)9)를 싫어하고
세간의 5욕락(欲樂)을 즐기지 않으며
멀리 시끄러운 곳을 떠난 적정(寂靜)한 이는
목숨 버려 불도를 구하는 것이며
능히 적정에 머물러 사람 소리가 없으면
마음속에 모든 산란함이 일어나지 않으며
세간과 출세간의 모든 선업이
마음에 장애가 되지 않으므로 모두 성취하며
이로 말미암아 아란야가 근본이 되어
능히 백천의 삼매를 모두 나게 하여
큰 공적(空寂)으로 빈 방을 삼으므로
수행자의 몸과 마음에 장애가 없나니
이와 같은 열 가지 수승한 이익을 구족하였으므로
모든 성인이 항상 계신다네.
지광이여, 너희들 모든 불자가
만일 빨리 일체지(智)를 이루려면
꿈속에서도
아란야에 처하여 보리도를 여의지 말라.
내가 멸도한 뒤에 마음 낸 이로써
능히 아란야에 머무른다면
오래지 않아 화왕보좌(華王寶座)에 앉아
법신의 상락과(常樂果)를 증득할 것이다.
세존께서 이 법을 말씀하실 때에 한량없는 백천의 처음으로 마음을 낸 이가 위없는 도에서 물러나지 않음을 얻었다.
이 때 지광 등 모든 보살의 무리는 다라니를 얻어 큰 신통을 갖추고 백만의 사람과 하늘이 보리의 뜻을 발하여 3해탈(解脫)2610)을 깨쳤다.
이 때 여래께서 모든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청정히 믿는 선남자와 선여인이 있어 이와 같은 사무구성(四無垢性)의 매우 깊은 법문을 듣고서 받아 지니고 읽고 익히며 풀어 말하며 쓴다면, 이와 같은 사람들은 태어나는 곳에서 선지식을 만나 보살행을 닦아 영원히 물러나지 않고, 일체 모든 업의 번뇌에 흔들리지 않아 현세에 큰 복과 지혜를 얻어 3보를 주지하고 자재력을 얻어 부처님 종자를 이어 끊어지지 않게 하며, 목숨을 마치면 반드시 지족천궁(知足天宮)에 태어나 미륵을 받들어 뵈옵고 불퇴전의 지위를 증득하며, 용화수(龍華樹) 아래의 첫 모임에서 정법을 듣고 보리의 수기를 받아 빨리 불도를 얻을 것이요, 만일 시방 불토에 태어나길 원한다면 그 원하는 바에 따라 태어나 부처님을 뵈옵고 법을 들어 마침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5. 아란야품(阿蘭若品)
이 때 모임 가운데 한 보살마하살이 있는데, 이름이 상정진(常精進)이었다.
부처님의 위신을 이어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 무릎을 땅에 대어 합장하고 공경히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이 말씀하신 바와 같이 아란야가 바로 보리의 도량이니 만일 마음을 발하여 보리를 구하는 이가 있다면 응당 아란야를 버리고 떠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이 아란야 가운데는 많은 중생들이 있으니 호랑이ㆍ표범ㆍ늑대ㆍ여우와 독충(毒蟲)과 악한 짐승과 나아가 나는 새와 사냥꾼들인데, 이들은 여래를 알지 못하고 바른 법을 듣지 못하며 또 승가를 공경하지 않으므로 이 모든 유정들은 선근이 없어서 해탈을 멀리 떠났거늘, 어찌하여 여래께서는 닦고 배우는 사람에게 아란야에 머무르면 빨리 부처님의 도를 얻는다고 하시는 겁니까.
오직 원하옵건대 세존께서는 모든 중생을 위하여 분별하고 해설하시어 의심을 깨침으로써 기꺼이 보리심을 발하여 물러나지 않게 하소서.”
부처님께서 상정진(常精進) 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착하고 착하도다. 선남자여, 네가 큰 자비로 여래께 청정한 해탈을 물어 미래의 모든 수행하는 이를 이롭게 하니, 공덕이 한량없을 것이다.
자세히 듣고 자세히 들어 잘 생각하고 생각할 것이니, 내가 이제 너를 위하여 아란야라는 곳의 갖가지 공덕을 분별하여 연설하겠노라.”
“그렇게 하십시오, 세존이시여. 원하옵건대 기꺼이 듣고자 하나이다.”
이 때 부처님께서 상정진 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말한 바와 같이 아란야라는 곳이 성인이 되는 곳이라면 산 숲 가운데 많은 중생들은 무슨 인연으로 성불하지 못하였는가. 이 말은 맞지 않으니, 왜냐 하면 저 모든 중생들은 3보를 알지 못하며, 만족함을 알지 못하며, 선악을 알지 못하며, 산 숲 가운데 비록 세간의 갖가지 진귀한 보배가 있어도 묻혀있는 곳을 알 수가 없지만, 보살마하살은 이와 같지 않기 때문이다.
선남자여, 보살은 불보·법보·승보가 바로 세간을 벗어난 보배이며 일곱 가지 진귀한 복장(伏藏)이 바로 세간의 보배임을 능히 알아서, 모두 능히 그 갖가지 빛깔과 모양을 분별하며, 그 있는 곳을 알지만 탐하여 구하지 않으며, 또한 즐겨 보지도 않는데 하물며 손으로 취할 것이냐.
보살은 출가해서 견고한 마음을 발하여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고 부모와 육친(六親) 권속을 떠나 산 숲에 살기를 즐겨하며 항상 이렇게 ‘만약 삼천대천세계도 겁이 다할 때면 일곱 개의 해가 함께 나와서 불꽃이 치열하여 만물을 불살라 태우며, 해와 달과 별과 묘고산왕(妙高山王)과 칠금산(七金山)과 철위산(鐵圍山)들도 때가 이르면 모두 흩어지는 것이며, 삼계의 꼭대기인 비비상천(非非想天)도 8만 겁이 다하면 도로 땅에 내려와 태어나 전륜성왕으로 천 명의 아들이 둘러싸며, 7보 권속과 4주(洲)가 다 굴복할지라도 수명의 과보가 다하면 잠시도 머무르지 못하나니, 나도 이제 또한 그러하여 설령 수명이 1백세가 되며 7보가 구족하여 모든 쾌락을 받을지라도 염마사(琰魔使)가 이르면 덧없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라고 생각한다.
또 다음과 같이 ‘내가 이제 그 부모와 모든 중생을 대신하여 보살행을 닦아 마땅히 금강의 무너짐이 없는 몸을 얻어 다시 3계로 돌아와 부모를 제도하는 것만 같지 못하다’는 생각을 일으킨다.
이 서원을 일으키고 나서 아란야에 머물러 모든 중생을 위하여 큰 서원을 발하는데,
상근기(上根機)의 보살은 이 서원을 내어 말하기를 ‘원컨대 내가 성불하지 못한다면 항상 맨땅에서 오래도록 앉아 눕지 아니하리라’고 하며,
중근기(中根機)의 보살은 이 서원을 내어 말하기를 ‘원컨대 내가 성불하지 못한다면 나뭇잎 가운데 항상 앉아 눕지 아니 하리라’고 하며,
하근기(下根機)의 보살은 이 서원을 내어 말하기를 ‘원컨대 내가 성불하지 못한다면 석실 가운데 항상 앉아 눕지 아니 하리라’고 한다.
이와 같이 세 가지 근기의 출가한 보살이 세 가지 자리에 앉아 각기 다음과 같이 ‘과거에 보살이 이 자리에 앉아 능히 다라니의 문(門)을 증득하여 공덕이 자재하였으며,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모든 보살들이 모두 이 자리에서 다라니를 얻어 자재(自在)로움을 닦아 증득하였나니, 나도 또한 이와 같이 이제 이곳에 앉아 기필코 다라니를 성취하여 자재함을 얻으리라. 만일 자재로움을 성취하지 못한다면 끝내 아란야를 떠나지 않겠다’라고 생각한다.
어떤 보살은 아직 원만하게 4무량심(四無量心)2711)을 얻지 못하여 끝내 아란야를 떠나지 못하는 이도 있으며,
어떤 보살은 아직 원만하게 5통신력(通神力)을 얻지 못하여 끝내 아란야를 떠나지 못하는 이도 있으며,
어떤 보살은 6바라밀(波羅蜜)을 원만하게 얻지 못하여 끝내 아란야를 떠나지 못하는 이도 있으며,
어떤 보살은 아직 원만하게 선교방편과 방편을 얻지 못하여 끝내 아란야를 떠나지 못하는 이도 있으며,
어떤 보살은 능히 일체 유정을 조복시키지 못하여 끝내 아란야를 떠나지 못하는 이도 있으며,
어떤 보살은 원만하게 4섭법(攝法)을 얻지 못하여 끝내 아란야를 떠나지 못하는 이도 있으며,
어떤 보살은 능히 6념법(念法)을 닦아 익히지 못하여 끝내 아란야를 떠나지 못하는 이도 있다.
어떤 보살은 능히 지혜를 많이 들음을 성취하지 못하여 끝내 아란야를 떠나지 못하는 이도 있으며,
어떤 보살은 능히 견고한 신력(信力)을 성취하지 못하여 끝내 아란야를 떠나지 못하는 이도 있으며,
어떤 보살은 능히 62견(見)을 끊어 없애지 못하여 끝내 아란야를 떠나지 못하는 이도 있으며,
어떤 보살은 능히 여덟 가지 바른 길을 닦아 익히지 못하여 끝내 아란야를 떠나지 못하는 이도 있으며,
어떤 보살은 능히 두 가지 업장의 습기(習氣)를 영원히 끊지 못하여 끝내 아란야를 떠나지 못하는 이도 있으며,
어떤 보살은 능히 병에 따라 약을 주는 미묘한 지혜가 원만하지 못하여 끝내 아란야를 떠나지 못하는 이도 있으며,
어떤 보살은 능히 큰 보리심이 원만하지 못하여 끝내 아란야를 떠나지 못하는 이도 있다.
어떤 보살은 능히 항사(恒沙) 삼매에 원만하지 못하여 끝내 아란야를 떠나지 못하는 이도 있으며,
어떤 보살은 능히 한량없는 신통을 성취하지 못하여 끝내 아란야를 떠나지 못하는 이도 있다.
어떤 보살은 정통력(定通力)으로 18공(空)을 보아도 마음이 놀라지 아니해야 하는데 이 같은 큰일을 만일 성취하지 못한다면 끝내 아란야를 떠나지 않겠다고 하는 이도 있으며,
어떤 보살은 일체 지혜에 원만치 못하여 끝내 아란야를 떠나지 못하는 이도 있으며,
어떤 보살은 원만하게 일체 종지(種智)를 얻지 못하여 끝내 아란야를 떠나지 못하는 이도 있으며,
어떤 보살은 37가지 보리분법(菩提分法)을 닦아 익힘을 얻지 못하여 끝내 아란야를 떠나지 못하는 이도 있다.
어떤 보살은 원만히 십지만행(十地萬行)을 얻지 못하여 끝내 아란야를 떠나지 못하는 이도 있으며,
어떤 보살은 백겁 가운데 능히 상호(相好)의 업을 수행하지 못하여 끝내 아란야를 떠나지 못하는 이도 있으며,
어떤 보살은 원만하게 여래의 4지(智)를 얻지 못하여 끝내 아란야를 떠나지 못하는 이도 있으며,
어떤 보살은 능히 원만하게 큰 열반을 얻지 못하여 끝내 아란야를 떠나지 못하는 이도 있으며, 어
떤 보살은 금강좌에 앉아 능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치 못하여 항상 앉아 일어나지 않는 이도 있나니,
이런 것을 보살의 아란야행이라고 하는 것이다.
선남자여, 출가한 보살이 보리심을 발하여 산 숲에 들어가 세 가지 자리에 앉아서 몸과 마음을 연마하되 3대겁(大劫)이 지나도록 만행을 닦아 위없는 정등보리(正等菩提)를 증득하는 것이다.”
이 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거듭 말씀하셨다.
옛적 여래께서 인지(因地)2812)로 계실 때
아란야에 머물면서 세속 떠나
번뇌장(煩惱障)과 소지장(所知障)을 조복시켜서 끓고
3계를 뛰어넘어 보리를 증득 하셨으며
과거 보살이 서원을 수행할 적에
아란야로 집을 삼아
아승기겁(阿僧祇劫)에 복과 지혜를 닦아
10지(地)의 구경(究竟)에 3신(身)을 증득하셨으며
미래 보살이 불과(佛果)를 구하여
깊은 산에 들어가 미묘한 행을 닦아
두 가지 장애와 생사의 인연을 끊고
항상 3공(空)의 참 해탈을 증득할 것이며
현재 시방 모든 보살이
만행을 닦아 공적하고 한가함[空閑]에 머물러
목숨을 아끼지 않고 보리를 구해서
생각마다 무생지(無生智)를 증득한다네.
만일 빨리 깊은 삼매를 증득하려면
미묘한 선정을 닦음으로써 신통을 일으켜
마음에 다툼이 없이 아란야에 있으면
대지(大地)를 7보로 변하게 한다네.
만일 시방 국토에 유희(遊戱)하여
자재하게 왕래하여 신통을 운전하려면
부처님을 공양하고 중생을 이롭게 하며
아란야 두려움 없는 곳에 머물러야 한다.
있다ㆍ없다 하는 허깨비 같은 지(智)를 증득하려면
모든 법이 본래 공(空)한 것을 깨달아
아란야 보리도량에 머물러
중생들을 참해탈에 들도록 하라
만일 빨리 여여지(如如智)를 증득하려면
모든 법의 여여한 본성을 증득해 알아
큰 겁해(劫海)가 다하도록 중생을 이롭게 하고
마땅히 아란야 공적한 곳에 머물라.
만일 생각하기 어려운 지혜를 얻으려면
묘고산왕(妙高山王)이 겨자(芥子)를 받아들여
산왕과 겨자가 서로 모양을 무너뜨리지 않아야
아란야의 신통한 집에 들어간다네.
만일 막힘없는 지혜를 얻으려면
한 묘음(妙音)으로 법을 연설하여
유(類)에 따라 중생이 각기 해탈을 얻게 하고
난야에 머물러 묘관(妙觀)을 닦아야 한다.
만일 태어남도 없고 없어짐도 없으려면
시방 모든 국토에 좇아나서
빛을 놓고 법을 설해 중생을 이롭게 하고
아란야 공적(空寂)한 방을 떠나지 말라.
만일 발가락으로 대지(大地)를 어루만져
시방세계가 모두 진동하게 하려면
모양에 따라 일어나는 삿된 견해를 없애서
마땅히 난야에 머물러 자기 마음을 관하라.
만일 모든 부처님이 출현할 때
맨 처음 미묘한 공양을 드리려면
보시 바라밀을 다 원만히 하여
난야에 머물러 미묘한 행을 닦을지어다.
만일 어떤 사람이 부처님 열반하실 때
맨 나중에 공양하여 보시의 뜻을 이루어
길이 빈궁과 8난(難)을 끊으려면
서원하여 난야 가운데 머무르라.
만일 복과 지혜가 다 원만하려면
미래에 부처님께서 열반에 임하셨을 때
부처님 부촉 받아 널리 선전해
아란야에 머물러 6념(念)을 닦아라.
만일 모든 부처님 열반하신 뒤에
남기신 법을 결집하여 중생을 제도하려면
모든 부처님을 도와 진승(眞乘)을 찬하고
아란야의 공적한 방에 머무를지어다.
사람과 하늘의 큰 스승이신 부처님은
만나 뵙기 어려움이 우담(優曇)13)보다 더하니
만일 받들어 뵈옵고 공양하려면
마땅히 난야에 머물러 크게 원하라.
모든 보배의 존귀한 것 가운데 법이 으뜸이 되므로
성불하여 남을 이롭게 함이 모두 이로 말미암나니
만일 사람이 항상 법을 듣고자 한다면
아란야에 머물러 범행을 닦아
이제 이 몸으로부터 불신(佛身)에 이르기까지
항상 마음을 내어 크고 바른 가르침을 원하여
큰 보리를 얻지 못해서는
생각마다 아란야를 놓지 않아야 한다.
만일 사람이 부모의 은혜를 갚으려면
부모를 대신해 서원을 발하여
아란야 보리도량에 들어가서
밤낮으로 항상 미묘한 도를 닦아라.
만일 현세에 복과 지혜를 자라게 하여
다가올 미래에 8난(難) 속에 떨어지지 않으려면
이와 같은 유정(有情)은 선한 마음을 내어
아란야에 머물러 서원을 닦아야 한다.
3세 보살이 진각(眞覺)을 구해
도와 열반을 난야 가운데서 얻었나니
그러므로 큰 도량이라 이름하여
3승의 성중(聖衆)이 한곳에 머물렀네.
보살이 괴로움을 싫어해 산 숲에 들어가서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성인의 도를 구하여
자기는 성불하지 못하더라도 먼저 남을 제도하여
6도(道)의 4생(生)을 모두 불쌍히 여기네.
상근기의 보살은 맨땅에 거처하고
중근기의 보살은 잎 속에 거처하며
하근기의 보살은 돌집에 거처하여
불도를 이루지 못하고는 항상 눕지 않는다네.
3세 보살이 난야에 머물러
다라니의 자재한 힘을 얻었나니
이제 나의 서원도 보살의 마음과 같아
총지(摠持)를 얻지 못하면 항상 여기에 머무르리라.
큰 보리를 얻음이 난야에 있고
큰 원적(圓寂)에 드는 것도 사는 곳으로 말미암나니
보살이 금강 지혜를 일으켜
의혹을 끊고 진실을 증득하여 묘각(妙覺)을 이루어
널리 중생을 교화하여 마을에서 놀고
적멸(寂滅)을 구하기 위해 산 숲을 즐겨
만행의 인과 과가 원만하여
미래세가 다하도록 중생을 제도한다네.
이 때 세존께서 이와 같이 출가한 보살의 아란야행을 연설하실 적에 한량없는 보살이 극희지(極喜地)를 증득하였고, 항하사와 같은 수없는 보살이 영원히 미세한 번뇌를 여의어 부동지(不動地)를 증득했으며, 말 할 수 없고 말할 수 없이 많은 보살마하살들은 일체 업장을 끊고 묘각의 자리에 들었으며, 끝없는 유정들은 비할 데 없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발하였고, 9만 7천 중생들은 속세를 멀리하고 번뇌[垢]를 여의어 법안(法眼)이 청정해짐을 얻었다.
6. 이세간품(離世間品)
이 때 모임 중에 낙원리행(樂遠離行)이라는 한 보살마하살이 있으니, 부처님의 위력(威力)을 이어받아 자리에서 일어나 대중들 가운데서 널리 일체 보살에게 아란야의 행을 말하였다.
“출가한 보살이 아란야에 머무를 적에는 응당 ‘무슨 인연으로 세간을 멀리 떠나 아란야에서 청정하고 미묘한 행을 닦는가’ 하고 생각해야 하느니라.
모든 불자들이여, 일심으로 자세히 들을지어다. 내가 부처님의 위력을 이어받아 이제 너희들을 위하여 아란야 행을 분별하여 연설하겠노라.”
모든 보살들이 말하였다.
“훌륭하십니다, 대사(大士)여. 저희들의 무리와 미래세(未來世)에 보리를 구하는 이를 위해서 오직 원하건대 말씀해주십시오. 저희들이 듣기를 좋아하나이다.”
이 때 낙원리행 보살이 모든 대중에게 말하였다.
“일체 세간은 모든 두려움이 많으므로 출가한 보살이 세간의 갖가지 두려움을 여의기 위하여 부모와 모든 권속을 떠나 아란야에 머물러 멀리 여의는 행을 닦는 것이다.
어떤 것을 갖가지 두려움이라 하는가.
어떤 보살은 이런 생각을 짓는 이도 있으니 ‘내가 두려움을 느끼니, 일체 번뇌가 나로부터 생기는 까닭이다’라고 하며,
어떤 보살은 ‘나의 것(我所)이 바로 공포가 되니, 일체의 번뇌가 나의 것에서 생기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는 이도 있으며,
어떤보살은 ‘일곱 가지 아만이 바로 공포가 되니, 갖가지 아만을 일으켜 착한 사람을 공경하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는 이도 있으며,
어떤 보살은 ‘저 삼독(三毒)이 공포가 되니,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죄를 지어서 악도에 떨어지기 때문이다’라고 하며,
어떤 보살은 ‘저 5욕(欲)이 공포가 되니, 세간의 즐거움에 탐착하여 8난(難)에 떨어지기 때문이다’라고 한다.
비유건대 세간에 칠보사(七步蛇)가 있는데 만일 사람을 해하게 되면 독의 기운이 치성(熾盛)하여 일곱 발작을 지나면 곧 목숨이 마치는 것과 같나니, 한 뱀의 독력도 오히려 능히 사람을 다치게 하거든 하물며 다섯 뱀이 함께 살상(殺傷)함이랴. 독력이 더하여져 치성하면 목숨을 보전하기 어려운 것이다.
세간의 5욕도 또한 이와 같아서 하나하나의 욕락(欲樂)이 각기 능히 8만 4천의 미세한 진로(塵勞)를 끌어 일으켜서 어리석은 범부를 흐리게 하여 지옥이나 아귀(餓鬼)나 축생(畜生)이나 그 외 어려운 곳에 떨어져 큰 고뇌(苦惱)를 받게 하거든, 하물며 모든 번뇌에 탐착(貪著)한 것을 구족함에랴. 항하사와 같이 수 없는 모든 부처님이 세간에 나시어 설법하고 교화하시더라도 세월[隙光]이 빨라서 끝내 뵙지 못하여 항상 악도에 있기를 자기 집같이 하고, 겨를 없는 가운데 처하기를 놀이터 동산처럼 하는 것이다.
과거에 어떤 부처님이 중생들에게 5욕을 버리게 하려고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비유컨대 날아다니는 나비가 불빛을 보면
그를 사랑하여 다투어 뛰어들다가
불꽃의 태우는 힘을 알지 못하여
불속에서 목숨 버리는 것을 달게 여기듯이
세간의 범부도 이와 같아서
사랑을 탐하고 색을 좋아하여 구하나니
색욕이란 사람을 물들이고 집착하게 해서
불타듯이 모든 괴로움이 옴을 모르네.
비유컨대 사슴 떼가 숲에 살면서
풍부한 풀을 먹으며 스스로 크다가
사냥꾼이 거짓으로 어미사슴 소리를 내면
소리를 찾다가 화살을 맞아 죽음에 이르듯이
세간 범부도 이와 같아서
갖가지 뜻에 맞는 소리를 탐착하나니
소리가 사람을 물들여 집착하게 함을 알지 못하여
3도(塗)에서 모든 괴로움의 과보를 받으며
비유컨대 벌이 능히 멀리 날아
봄 숲에 노닐면서 뭇 꽃들을 따는데
코끼리 뺨 위의 향기에 취해 애착하다가
코끼리 귀에 덮여 죽듯이
세간 범부도 또한 이와 같아서
일체 수용하는 향을 애착하나니
향기가 능히 마음을 물들임을 알지 못하여
생사에 윤회하여 긴 밤새도록 괴로움 받는다네.
비유컨대 용과 고기가 물에 처하여
헤엄치고 잠기고 떠다니며 스스로 노니는데
향기로운 미끼를 탐하다가 낚시를 삼켜
맛을 애착하여 삶을 잊고 죽음에 이르듯이
세간 범부도 또한 이와 같아서
혀뿌리로 맛을 탐하여 몸을 돕는데
남은 죽이고 자기만 살자는 마음이 공평치 못해
3도(塗)에서 지극히 무거운 괴로움을 감득하네.
비유건대 흰 코끼리가 산기슭에 살면서
자재함이 마치 사자왕과 같으나
욕심에 취해 어지러워 흐린데 처하여
어미를 찾으려고 탐욕에 물든 마음을 내듯이
일체 범부도 이와 같아서
저 묘한 닿음[觸]에 나아감이 미친 코끼리같이
사랑에 얽힘이 쉬지 아니하여
죽어서 지옥에 들어 괴로움이 헤아리기 어렵다네.
세간 남녀가 서로 탐구하는 것이
모두 색욕을 집착함으로 말미암나니
사람과 하늘도 이로 말미암아 얽매이게 되어
3도의 어두운 가운데 떨어지나니
만일 능히 탐욕의 마음을 여의고
아란야에 머물러 범행을 닦으면
반드시 생사의 괴로움을 뛰어넘어
빨리 일삼음이 없는 상락궁(常樂宮)에 든다네.
어떤 보살은 ‘많은 재물을 탐하는 것이 공포가 되니, 자기의 재물과 보배를 항상 쌓아 모아서 구하고 받아쓰지 아니하는데, 하물며 능히 가난하고 궁핍한 중생에게 보시하랴’라고 한다.
자기 재물과 보배는 깊이 탐착하고 남의 재물과 보배는 덜어 없어지게 하므로, 이런 인연으로 목숨을 마친 뒤에 큰 지옥에 떨어져 한량없는 괴로움을 받으니, 이와 같이 괴로운 과보를 제1정감과(第一正感果)라고 한다.
지옥으로부터 나와서는 축생의 몸으로 태어나 항상 수고롭고 괴로우며 물과 풀도 부족하여 많은 때를 지내는 가운데 손상시켰던 남의 재물을 갚나니, 이와 같은 모든 괴로움을 제2정감과라고 하는 것이다.
이 죄를 받고서는 아귀(餓鬼)가운데 태어나 굶주리며 목마른 고통으로 곤란을 겪으며 한량없는 천겁 동안 간장과 음식의 이름조차도 듣지 못하여, 그 목구멍은 바늘과 같고 그 배는 산과 같아서 비록 음식을 얻을지라도 따라 변하여 불이 되나니, 이와 같이 괴로운 몸을 제3정감과라고 하는 것이다.
이 죄를 마친 뒤에는 인간에 와서 태어나지만 빈궁하고 하천(下賤)하여 남에게 부림을 당하며, 모든 재물과 보배를 구하는 대로 얻기 어려워 모든 때에 자재하지 못하나니, 이와 같이 남은 과보를 상사과(相似果)라고 하는 것이다.
일체 보살은 분명히 이와 같은 인과(因果)를 알고 보아서 항상 두려워하는 마음을 내어 해탈을 구하고, 이 공포로 말미암아 권속을 멀리 떠나 아란야에 머무르는 것이다.
어떤 보살은 ‘몹시 사랑하는 마음이 두려움이 되니, 모든 재물과 보배를 얻지 못하면 낮과 밤으로 쫓아 구하여 목마르게 사랑하는 마음을 내기 때문이다’라고 하고,
어떤 보살은 ‘나와 나의 것이라는 견해가 두려움이 되니 모든 번뇌가 의지할 데를 짓기 때문이다’라고 하고,
어떤 보살은 ‘모든 법견(法見)이 두려움이 되니, 소지장(所知障)과 더불어 의지할 데를 짓기 때문이다’라고 하고,
어떤 보살은 ‘62견(見)이 두려움이 되니, 삿되게 보는 숲에 들어가 벗어나기 어려운 까닭이다’라고 한다.
어떤 보살은 ‘의심하는 것이 두려움이 되니, 정진법(正眞法)에 대해 의혹을 일으키기 때문이다’라고 하고,
어떤 보살은 ‘저 단견(斷見)이 두려움이 되니, 후세가 없고 인과가 없다고 집착해서 큰 사견(邪見)을 일으켜 지옥에 드는 까닭이다’라고 하고,
어떤 보살은 ‘상견(常見)이 두려움이 되니, 5취(趣)의 몸이 항상 결정(決定)되어 있다고 집착하여 선과 악의 업을 따라 변역(變易)함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한다.
어떤 보살은 ‘저 질투(嫉妬)가 두려움이 되니, 남의 영화를 참지 못하여 악한 마음을 품기 때문이다’라고 하고,
어떤 보살은 ‘항상 마음이 들떠 있는 것이 두려움이 되니, 마음이 고요하지 아니하여 산란(散亂)하기 때문이다’라고 하고,
어떤 보살은 ‘믿지 않는 마음이 두려움이 되니, 사람이 손이 없으면 아무리 보배산에 이를지라도 끝내 얻는 것이 없듯이 믿음의 손이 없으면 아무리 3보를 만날지라도 얻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하고,
어떤 보살은 ‘저 뉘우침이 없는 것이 두려움이 되니, 안으로 부끄러움이 없으면 항상 모든 악을 지어 업장과 무명(無明)으로 부처님을 뵙기 어렵기 때문이다’라고 하고,
어떤 보살은 ‘부끄러운 마음이 없는 것이 두려움이 되니, 밖으로 부끄러움이 없으면 은혜를 저버리고 덕을 배반하여 생사에 윤회하며 3도(塗)에 떨어지기 때문이다’라고 한다.
어떤 보살은 ‘화내고 한하는 것 등이 두려움이 되니, 자기와 남을 손상하여 서로 원수를 맺어 많은 겁 가운데 부처님의 도를 장애하기 때문이다’라고 하고,
어떤 보살은 ‘잊어버리는 것이 두려움이 되니, 들은 법을 능히 기억하여 갖지 못하고 글의 뜻을 잊어버려서 어리석음을 자라나게 하기 때문이다’라고 하고,
어떤 보살은 ‘일체의 착하지 못한 어두운 업[黑業]이 두려움이 되니, 왜 그런가 하면, 일체의 착하지 못한 것이 바로 생사의 인(因)이 되어 3계(界)에 유전하고 벗어남을 얻지 못하여 이에 한량없고 끝없는 공포가 모두 능히 출세의 수승한 법을 장애하기 때문이다’라고 하고,
어떤 보살은 ‘다섯 가지 덮임[蓋]이 두려움이 되니, 다섯 가지 번뇌가 보살의 보리의 마음을 덮기 때문이다’라고 하고,
어떤 보살은 ‘증오하는 마음이 두려움이 되니, 모든 중생을 어여삐 여기는 마음이 없어서 보리의 행을 닦는데 많이 물러나기 때문이다’라고 하고,
어떤 보살은 ‘계(戒)를 깨뜨리는 때[垢]가 두려움이 되니, 성인의 법을 더럽히어 과보를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라고 하고,
어떤 보살은 ‘저 근심하고 고뇌하는 것이 두려움이 되니, 망령된 생각이 치열하게 타올라 선법(善法)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라고 한다.
어떤 보살은 ‘악으로 마음을 짓는 것이 두려움이 되니, 선을 닦으면서도 후회하는 마음을 일으키기 때문이다’라고 하고,
어떤 보살은 ‘미칠 정도로 취하는 것이 두려움이 되니, 선과 악을 알지 못하고 높고 낮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하고,
어떤 보살은 ‘때 아닌 죽음이 두려움이 되니, 바른 생각에 머물지 아니하여 덧없음[無常]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라고 하고,
어떤 보살은 ‘망령된 말의 업이 두려움이 되니, 나고 나는 세상 마다 말하는 것을 일체 중생이 믿어 주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하고,
어떤 보살은 ‘네 가지 뒤바뀜[四顚倒]이 두려움이 되니, 네 가지 뒤바뀜으로 말미암아 생사에 윤회하여 번뇌의업을 일으키고 성불하기를 구하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하고, 어떤 보살은 ‘악한 벗이 두려움이 되니, 착하지 못한 벗을 따라 악업을 짓기 때문이다’라고 하고,
어떤 보살은 ‘5온(蘊)의 마(魔)가 두려움이 되니, 이 5온의 몸이 번뇌로부터 생기고, 생긴 뒤에는 곧 한량없는 번뇌를 일으켜 모든 번뇌로 인하여 선하지 못한 업을 지으며, 모든 혹업(惑業)으로 말미암아 크고 깊은 구덩이에 떨어지므로, 이런 인연으로 두려움이 생기는 것이다’라고 한다.
어떤 보살은 ‘번뇌의 마가 두려움이 되니, 크고 작은 번뇌가 능히 생사를 이어서 보리의 마음에서 물러나 악도에 떨어지기 때문이다’라고 하고,
어떤 보살은 ‘죽음을 싫어하는 마가 두려움이 되니, 보리의 마음을 발하여 물러나지 않더라도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마치면 물러나 전전하기 때문이다’라고 하고,
어떤 보살은 ‘모든 하늘의 마가 두려움이 되니, 하늘 마의 권속들이 욕계(欲界)에 가득 차서 도 닦는 사람을 장애하여 보리에서 물러나게 하기 때문이다’라고 하고,
어떤 보살은 ‘무기심(無記心)이 두려움이 되니, 모든 선법에 능히 나아가 닦지 아니하고 공연히 긴 시간만 보내어 선한 업에서 물러나기 때문이다’라고 하고,
어떤 보살은 ‘저 8난(難)이 두려움이 되니, 8난에 떨어지는 이는 어두운 데로부터 어두운 데로 들어가 생사의 긴 밤에 밝음을 만나기 어렵기 때문이다’라고 하고,
어떤 보살은 ‘지옥을 보는 것이 두려움이 되니, 한 번 지옥에 떨어지면 한량없는 겁을 지나도록 큰 고뇌를 받아 해탈하기 어렵기 때문이다’라고 하고,
어떤 보살은 ‘축생의 길을 보는 것이 두려움이 되니, 방생계(傍生界)291) 가운데 어리석은 과보를 받아 한없는 겁을 지나도록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라고 하고,
어떤 보살은 ‘아귀의 도를 보는 것이 두려움이 되니, 항하사 같은 겁에 주리고 목마른 괴로움을 받아 가히 불·법·승을 만나기 어렵기 때문이다’라고 하고,
어떤 보살은 ‘욕계에 태어남을 생각하는 것이 두려움이 되니, 번뇌가 섞여 일어나 모든 악업을 지어 3도(塗)에 떨어지기 때문이다’라고 하고,
어떤 보살은 ‘저 색계(色界)가 두려움이 되니, 덮는 번뇌가 있으면 능히 정(定)을 장애하기 때문이다’라고 하고,
어떤 보살은 ‘무색계가 두려움이 되니, 3계 가운데 가장 고요하여 마치 열반 같으므로 유정이 망령되게 집착하여 구경(究竟)이라고 여기지만 겁(劫 )이 다하여 목숨을 마치면 지옥에 떨어지기 때문이다’라고 한다.
어떤 보살은 ‘자주 자주 나고 죽는 것이 두려움이 되니, 삿되게 보는 가문에 태어나서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라고 하고,
어떤 보살은 ‘생사를 싫어하는 것이 두려움이 되니, 여기서 죽고 저기에 태어나 항상 고뇌를 받아서 보살의 행을 장애하고 열반을 구하기 때문이다’라고 하고,
어떤 보살은 ‘세간의 말이 두려움이 되니, 마음이 항상 어지러워서 선업(善業)을 방해하기 때문이다’라고 하고,
어떤 보살은 ‘마음과 뜻의 알음알이가 두려움이 되니, 인연 있는 행의 모양[行相]302)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한다.
만일 속가(俗家)에 있으면 이런 두려움으로 말미암아 밤낮으로 선한 마음을 흔들어 어지럽게 해서 능히 두려움이 없는 법을 증득하지 못하지만, 과거에는 보살이 아란야에 머물러 모두 능히 두려움이 없는 법을 증득하였으니 바로 이것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이며, 미래 보살도 아란야에 머물러 모두 다 두려움이 없는 법인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며, 현재 시방의 모든 큰 보살들도 아란야에 머물러 일체 업장을 끊고 두려움이 없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느니라.
너희들은 마땅히 알라. 응함에 따라 3세(世) 보살을 닦고 배워서 몸과 마음을 거두어 들여 아란야에 머물러 망령된 생각을 조복(調伏)시키면 영원히 두려움을 없애어 마침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는 것이다.
출가한 보살은 아란야에 머물러 어떠한 업을 지으며, 어떠한 생각을 지어야 하는가.
밤낮으로 항상 이런 생각을 지으니, 세간에 있는 일체의 두려움은 모두 나로부터 생기나니 일체의 두려움이 나에 집착하여 생기는 까닭이며,
일체의 두려움은 내가 근본이 되는 까닭이며,
일체의 두려움은 나를 사랑하는 데서 생기는 까닭이며,
일체의 두려움은 나라는 생각에서 생기는 까닭이며,
일체의 두려움은 나라는 견(見)에서 생기는 까닭이며,
일체의 두려움은 내가 머무르는 곳이 되어 일체의 두려움이 나로 인하여 생기는 까닭이며,
일체의 두려움은 분별(分別)하는 데서 생기는 까닭이며,
일체의 두려움은 번뇌에서 생기는 까닭이며,
일체의 번뇌는 나를 사랑하는데서 생기는 까닭이니,
만일 내가 아란야에 머물러 있으면서도 능히 나와 나의 것이란 집착을 여의지 못하면 아란야 가운데 머무는 것이 되지 못하여 도리어 백의(白衣)의 집에 머무르는 것만 같지 못할 것이다.
왜 그런가 하면, 만일 나라는 생각이 있으면 아란야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며, 만일 보특가라(補特伽羅)313)의 모양이 있으면 아란야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며, 만일 어떤 사람이 나와 나의 것이란 집착이 있으면 아란야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며, 만일 법견(法見)이 있으면 아란야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며, 만일 네 가지 뒤바뀜에 대한 집착이 있으면 아란야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다.
너희들은 자세히 들어라. 만일 수행하는 이가 열반상(涅槃相)을 짓는다 해도 아란야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데, 하물며 다시 모든 번뇌의 모양을 일으킴에랴.
너희들은 자세히 들어라. 만일 일체 법의 모양에 집착함이 없으면 아란야에 편안히 머무르는 것이 될 것이니, 이것을 집착함이 없는 도량에 앉았다고 하는 것이다.
일체의 모든 법을 다 얻을 수 없을지라도 만일 마음이 고르고 부드러워 쟁논(諍論)이 없다면 아란야에 편안히 머무르는 것이 될 것이요,
세간 인연에 모두 집착하는 바가 없다면 아란야에 편안히 머무르는 것이 될 것이요,
빛과 소리와 향기와 맛과 닿음 등의 법에 의지함이 없으면 아란야에 편안히 머무르는 것이 될 것이요,
일체 법을 평등하게 본다면 아란야에 편안히 머무르는 것이 될 것이요,
4위의(威儀)에 능히 자기 마음을 조복시킨다면 아란야에 편안히 머무르는 것이 될 것이요,
일체의 모든 두려움을 버릴 수 있다면 아란야에 편안히 머무르는 것이 될 것이다.
모든 불자들이여, 요약해서 말한다면,
모든 번뇌에서 해탈을 얻으면 아란야에 편안히 머무르는 것이 될 것이요,
만약 열반의 인(因)을 성취한다면 아란야에 편안히 머무르는 것이 될 것이요,
능히 잘 네 가지 무구성(無垢性)을 수행한다면 아란야에 편안히 머무르는 것이 될 것이요,
만일 욕심을 적게 하여 능히 만족함을 안다면 아란야에 편안히 머무르는 것이 될 것이요,
많이 들음을 만족하여 지혜가 있다면 아란야에 편안히 머무르는 것이 될 것이다.
만약 세 가지 해탈을 수행할 수 있다면 아란야에 편안히 머무르는 것이 될 것이요,
영원히 속박과 번뇌의 맺음을 끊을 수 있다면 아란야에 편안히 머무르는 것이 될 것이요,
자세히 열 두 인연을 관찰할 수 있다면 아란야에 편안히 머무르는 것이 될 것이요,
할 일을 이미 다했다면 아란야에 편안히 머무르는 것이 될 것이요,
모든 무거운 짐을 버렸다면 아란야에 편안히 머무르는 것이 될 것이요, 진여(眞如)의 깊고 묘한 이치를 깨달아 증득한다면 아란야에 편안히 머무르는 것이 될 것이다.
너희들은 마땅히 알라. 아란야라는 곳은 갖가지 약초(藥草)와 크고 작은 풀과 나무가 아란야에서 자라며, 일찍이 두려움이 없었으며 또한 분별도 없나니, 보살마하살이 아란야에 머무는 것도 또한 이와 같아서 자기의 몸과 마음을 보기를 마른 나무나 담(墻)ㆍ벽(壁)ㆍ기와장과 다름이 없이 여기어 일체 법에 분별이 없으며, 내가 몸과 마음을 보건대 허깨비 같은 꿈속에는 진실함이 없듯이 생각 생각이 쇠(衰)하고 늙어지며 숨이 나오고서는 다시 들어가지 않으니, 선과 악의 인(因)으로 말미암아 업에 따라 보를 받으며, 이 몸이 덧없어서 빨리 일어났다가 빨리 멸하는 것이며, 이 몸은 허망하고 거짓된 것이어서 마침내 오래 머물지 못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몸 가운데는 나와 나의 것이 없으며, 유정(有情)도 없으며, 목숨도 없으며, 길러서 자라게 하는 것도 없으며, 젊은 남자 양반[士夫]도 없으며, 보특가라(補特伽羅)도 없으며, 업을 지음도 없으며, 어린아이도 없으니, 이런 것들의 모양은 본디 텅 비어서 마치 허공과 같으며 거품과 같은 것이다.
항상 생각마다 이와 같은 관(觀)을 지으면 나무에는 공포가 없는 것과 같이 일체의 두려움에서 모두 해탈을 얻을 것이다.
이 때 모든 보살이 큰 안락무외(安樂無畏)의 앉을 곳을 얻나니, 이것을 보살이 아란야에 머물러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한다고 하는 것이다.
출가한 보살은 아란야에 머물면서 밤낮으로 응당 이와 같이 보는 것이다.
이 아란야는 네 가지 무구성(無垢性)을 잘 닦을 수 있는 안락한 곳이며,
이 아란야는 만족할 줄 앎을 잘 닦을 수 있는 곳이며,
이 아란야는 모든 번뇌에서 해탈을 얻는 곳이며,
이 아란야는 많이 들어서 지혜를 구족하는 곳이며, 이 아란야는 번뇌장과 소지장을 조복시키는 곳이며,
이 아란야는 능히 세 가지 해탈문(解脫門)에 드는 곳이며,
이 아란야는 8해탈을 잘 증득할 수 있는 곳이며, 이 아란야는 열 두 인연을 잘 관찰할 수 있는 곳이다.
이 아란야는 업장을 잘 끊어서 여읠 수 있는 곳이며,
이 아란야는 초과(初果)인 예류과(預流果)324)를 잘 얻을 수 있는 곳이며,
이 아란야는 제2의 일래과(一來果)335)를 얻을 수 있는 곳이며,
이 아란야는 제3의 불환과(不還果)346)를 얻을 수 있는 곳이며,
이 아란야는 제4과인 아라한(阿羅漢)을 얻을 수 있는 곳이며,
이 아란야는 벽지불과(辟支佛果)를 증득할 수 있는 곳이다.
이 아란야는 이미 할 일을 다 하여 자재함을 얻을 수 있는 곳이며,
이 아란야는 모든 무거운 짐을 여의어 가볍고 편안함을 얻는 곳이며,
이 아란야는 둘 다 공(空)한 진여(眞如)를 증득하는 곳이며,
이 아란야는 한량없이 큰 인자한 마음을 닦아 증득할 수 있는 곳이며,
이 아란야는 한량없이 큰 동정심을 닦아 증득할 수 있는 곳이며,
이 아란야는 기쁨이 한량없음을 잘 닦을 수 있는 곳이며,
이 아란야는 버림이 한량없음을 잘 닦을 수 있는 곳이다.
이 아란야는 능히 보리의 마음을 발하는 곳이며,
이 아란야는 보살이 닦아 지녀서 10신(信)에 이르는 곳이며,
이 아란야는 또 다시 닦아서 10주(住)에 이르는 곳이며,
이 아란야는 차근차근 더 닦아서 10행(行)에 이르는 곳이며,
이 아란야는 차근차근 수행해서 10회향(廻向)에 이르는 곳이며,
이 아란야는 네 가지 선근(善根)을 잘 닦을 수 있는 곳이며,
이 아란야는 육도바라밀(六度波羅密)을 수행하는 곳이며,
이 아란야는 초지(初地)를 수행해서 10지에 이르는 곳이다.
이 아란야는 6근(根)의 청정함을 증득하는 곳이며,
이 아란야는 천안통(天眼通)을 잘 증득할 수 있는 곳이며,
이 아란야는 천이통(天耳通)과 숙주지(宿住智)ㆍ생사지(生死智)ㆍ명신경타심(明神鏡他心) 등 이와 같은 신통을 얻는 곳이며,
이 아란야는 부끄러워함이 있는 곳이며, 이 아란야는 게으름 부리지 않는 곳이며,
이 아란야는 5근(根)을 닦는 곳이며,
이 아란야는 한량없고 끝이 없는 삼매를 증득하는 곳이며,
이 아란야는 끝없는 다라니문(陀羅尼門)을 얻어 자재함을 증득할 수 있는 곳이며,
이 아란야는 무생인(無生忍)을 깨치는 곳이며,
이 아란야는 영원히 삼계를 벗어나 생사를 끊는 곳이며,
이 아란야는 물러나지 않음을 얻는 곳이다.
이 아란야는 일체 여러 마군과 원수와 적을 항복시키고 업장을 녹여 없애 부처님을 뵈옵고 법을 듣는 곳이며,
이 아란야는 부처님의 소승과 같지 아니한 최상의 법문을 얻는 곳이며,
이 아란야는 계(戒)와 온(蘊)을 닦아 익혀 청정하게 하는 곳이며,
이 아란야는 샘이 없는 삼마지(三摩地)357)를 내는 곳이며,
이 아란야는 능히 반야(般若)를 내어 해탈을 증득하는 곳이며,
이 아란야는 능히 해탈을 알고 봄을 내는 곳이며,
이 아란야는 37보리분법(菩提分法)을 얻는 곳이며,
이 아란야는 12두타(頭陀)를 잘 닦아 거둘 수 있는 곳이며,
이 아란야는 지혜로 능히 분별하여 진실한 이치가 머무르는 곳이다.
이 아란야는 샘이 있는 5온(蘊)이 생기는 것을 영원히 여의는 곳이며,
이 아란야는 12입(入)을 해탈할 수 있는 곳이며,
이 아란야는 샘이 있는 18계(界)를 영원히 여의는 곳이며,
이 아란야는 18공(空)을 미묘하게 관찰하는 곳이며,
이 아란야는 일체 모든 법의 공함을 너그러이 받아들이는 곳이며,
이 아란야는 10선법(善法)이 생겨남을 더하는 곳이며,
이 아란야는 견고한 보리의 마음을 자라나게 하는 곳이며,
이 아란야는 3세의 모든 부처님이 찬탄하신 곳이며,
이 아란야는 일체 보살이 공경하고 찬탄한 곳이다.
이 아란야는 비바시(毘波尸) 부처님이 니구타(尼俱陀)나무 아래에서 도를 이루신 곳이며,
이 아란야는 시기(尸棄) 여래께서 시리사(尸利沙)나무 아래에서 도를 이루신 곳이며,
이 아란야는 비사(毘舍) 여래께서 아시사다(阿尸娑多)나무 아래에서 도를 이루신 곳이며,
이 아란야는 구류손(俱留孫) 부처님이 무우수(無優樹) 아래에서 등정각(等正覺)을 이루신 곳이며,
이 아란야는 구나함모니(俱那含牟尼) 여래께서 우담(優曇) 나무 아래에서 등정각을 이루신 곳이며,
이 아란야는 가섭(迦葉) 여래께서 바타(婆陀)나무 아래에서 등정각을 이루신 곳이며,
이 아란야는 석가(釋迦) 여래께서 필발라(畢癖)나무 아래에서 도를 이루신 곳이다.
너희는 마땅히 알라. 아란야라는 곳은 이와 같이 한량없고 끝없는 공덕과 수승한 이익이 있는 곳이다.”
이 때 낙원리행 보살이 모든 대중을 위하여 게송으로 말하였다.
출가한 보살은 난야에 머물러
어떤 생각과 업을 지어야만 하는가.
세간에 있는 모든 두려움은
다 나라고 봄과 나의 것이라고 하는데서 생겨나니
만일 능히 나와 나의 것이란 것을 끊으면
일체의 두려움이 의지할 데가 없으며
만일 나라고 봄을 집착하는 마음이 있으면
끝내 보리의 도를 이루지 못하리라.
열반과 상주(常住)가 다 모양이 없는데
하물며 번뇌의 그른 법의 모양임에랴
모든 법과 중생에 집착하지 않고
마음에 다툼이 없이 바른 생각을 닦으며
네 가지 위의(威儀) 가운데 마음을 조복하여
난야의 항상 고요한 곳에 머무르며
능히 번뇌를 끊고 마음에 만족함을 알면
난야의 텅 비어 조용한 집에 머무르며
3해탈의 모양 없는 문에 들어가
난야에 머물러 티끌과 때를 여의면
능히 12인연법과
4제(諦)와 2공(空)의 참되고 미묘한 이치를 보며
세간 8법에 치우쳐 움직이지 않는
이와 같은 대사가 난야에 머무르며
자신을 마른 나무나
물거품, 허깨비 같은 꿈처럼 보고
양 끝의 평등상(平等相)에 집착하지 않는
이런 살타(薩埵)가 난야에 머무르며
죄업에 얽힌 덧없는 몸은
본래 거짓이요 진실됨이 없어서
나와 법 두 집착과 죄의 모양을
3세 가운데 얻을 수 없으므로
자기 몸과 남의 몸이 둘이 없나니
일체 모든 법도 또한 이와 같다네.
법성(法性)은 가고 옴이 없음을 자세히 보는
이와 같은 보살이 난야에 머무르며
전단을 몸에 바르고 찬탄하거나
칼로 베고 꾸짖고 욕하여도
이런 두 사람에게 사랑과 미워함이 없는
이와 같은 보살이 아란야에 머무나니
출가하여 아란야에 머무름을 즐기어
낮과 밤으로 이와 같이 봄을 지으라.
아란야라는 곳은 참된 도량이어서
일체 여래가 정각을 이루며
아란야라는 곳은 미묘한 법이 공하여
출세의 바른 법이 나는 곳이며
아란야라는 곳은 성인이 높이는 바이니
능히 3승의 성스러운 도(道)를 내기 때문이며
아란야라는 곳은 성인이 집으로 여기는 바이니
일체 성현이 항상 머무르기 때문이며
아란야라는 곳은 여래의 집이니
시방 모든 부처님이 의지하기 때문이며
아란야라는 곳은 금강의 자리이니
3세 모든 부처님이 도를 얻었기 때문이며
아란야라는 곳은 열반의 집이니
3세 여래가 원적(圓寂)에 드셨기 때문이며
아란야라는 곳은 큰 자애의 집이니
보살이 이곳에 머물러 자애를 닦기 때문이네.
아란야라는 곳은 동정심의 밭이니
3세 모든 부처님이 동정심을 닦기 때문이며
아란야라는 곳은 6통(通)의 집이니
보살이 여기에서 노닐기 때문이며
아란야라는 곳에는 두려움이 없나니
능히 일체 공포를 끊기 때문이며
아란야라는 곳은 삼마지이니
도를 구하는 모든 이가 적정을 얻기 때문이며
아란야라는 곳은 다라니이니
주문하는 모든 사람이 신력을 갖기 때문이며
아란야라는 곳은 선한 법의 집이니
일체 선한 법을 자라나게 하기 때문이며
아란야라는 곳은 보리의 집이니
보살이 도를 닦아 인을 얻기 때문이다.
만일 영원히 삼계의 괴로움에서 벗어나려면
보리와 열반을 닦아 증득하라.
법계에 두루하여 중생을 이롭게 하려면
응당 아란야 보리의 집에 머물러야 하니
닦은 바 6도(度)와 4섭법(攝法)을
3유(有)와 4은(恩)에 돌려 베풀어
나와 남이 함께 감로의 성에 들어가
함께 하나의 여진법계(如眞法界)를 증득하네.
이때 낙원리행 보살마하살이 모든 대중을 위하여 이 법을 설한 뒤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착하고 착하도다, 선남자여. 그대가 대중들과 미래세에 불도를 구하는 이를 위하여 아란야의 수승한 공덕을 분별하여 연설해서, 현재와 미래의 일체 중생에게 이익이 되고 안락하게 하여 보리정진각도(菩提正眞覺道)에 나아가게 하였으니, 네가 성취한 한량없는 공덕은 천 분의 부처님이 함께 말할지라도 능히 다 하지 못할 것이다.”
이 때 모임 가운데 지광 보살과 한량없는 아승기의 보살 대중이 아란야의 가장 수승한 공덕을 듣고는 곧바로 다라니문을 들어 지님을 얻었으며, 한량없는 중생이 어떤 것과도 견줄 수 없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발하여 물러나지 않음을 얻었으며, 천억 중생이 티끌을 멀리하고 때를 여의어 법안이 청정함을 얻었다.
7. 염신품(厭身品)
이 때 미륵보살마하살이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 무릎을 땅에 대어 합장하고 공경히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출가한 보살마하살이 세간을 떠나서 아란야에 머물러 그 마음을 조복하고 때[垢] 없는 행을 닦음을 이미 깨달았습니다.
그러니 이 보살이 텅 비어 한적한 곳에 머물러 스스로 이 몸에 대하여 어떤 관(觀)을 지어야 하나이까?”
이 때 부처님께서 미륵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착하고 착하도다, 선남자여.
그대가 중생을 위하여 큰 동정심을 일으켜 여래께 성지관묘행법문(聖智觀妙行法門)에 들어감을 청하여 물었으니, 그대는 마땅히 잘 들어라. 이제 그대를 위하여 말하겠노라.”
“그렇게 하십시오, 세존이시여. 듣기를 원하나이다.”
“선남자여, 출가한 보살이 아란야에 머물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할 때 네 가지 위의(威儀) 가운데 자세히 관찰하면, 이 샘이 있는 몸은 37가지 청정하지 못한 더럽고 악한 것이어서 사랑할만한 것이 못되며 견고하지 못한 것이니, 마땅히 이 몸을 보기를 아직 굽지 않은 질그릇같이 보라.
밖에는 여러 가지 빛나는 금과 은과 7보로 교묘하게 꾸며 장엄하고 안에는 똥과 더러운 갖가지 정결하지 못한 것으로 꽉 채우고서 두 어깨에 걸머지고 길을 따라 가면, 보는 이는 모두 사랑하고 즐거워하지만 그릇 안에는 정결하지 못한 것이 가득함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여섯 마리 검은 뱀이 항상 이 그릇 안에 있는데 한 뱀이 움직이면 그릇이곧 파괴되어 독하고 해로운 악취를 마침내 견딜 수 없으니, 세간 사람이 그 몸을 장엄하는 것이 저 색으로 곱게 칠한 것에 정결하지 못한 것을 담은 그릇과 같은 것이다.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 이 세 가지를 마음의 병이라 하고, 풍병(風病)과 황담병(黃痰病)과 심화병[癮病]은 몸의 병이라 하는 것인데, 안팎의 여섯 가지 병이 몸과 마음을 해치는 것이 마치 저 여섯 마리 뱀이 그릇 안에 살면서 하나가 움직이면 그릇이 곧 깨지는 것과 같아서 한 가지 병만 발생해도 몸이 곧 덧없어지는 것이다.
선남자여, 출가한 보살이 텅 비어 한적한 곳에 처하여 이 몸을 관찰하는 것을 제1부정관상(不靜觀相)이라고 한다. 출가한 보살은 밤낮으로 또한 자기 몸을 관하되 더럽고 청정하지 못하여 마치 죽은 개[狗]와 같다고 보니, 왜냐 하면 저 몸이 또한 부모의 정결하지 못한데서 태어나기 때문이니라.
출가한 보살은 또 자기 몸을 관하되 마치 뭇 개미들이 개미집에 편안히 머물 때, 흰 코끼리가 밟아서 집이 곧 부서지는 것과 같이 보는 것이다.
선남자여, 이 집은 이른바 5온(蘊)의 몸이요 ,흰 코끼리는 염마라사(琰魔羅使)이며, 몸이 다음 세상으로 돌아가는 것은 코끼리가 집을 무너뜨리는 것과 같은 것이다.
출가한 보살은 또한 자기 몸을 보고 이렇게 생각한다.
‘내가 이제 이 몸이 이마로부터 발에 이르기까지 가죽과 살과 뼈, 골수가 함께 서로 화합하여 그 몸을 이룬 것이니 마치 파초(芭蕉)가 그 속은 실함이 없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출가한 보살은 또한 자기 몸에 강한 힘이 없다고 관(觀)하니, 가죽과 살은 담장에 칠한 듯이 얇으며 억만의 털은 풀이 땅에 난 것과 같아서 미세한 바람이 털구멍으로 드나드니 어느 지혜 있는 이가 이 몸을 즐기겠는가. 찰나 찰나에 노쇠함이 점점 더하기 때문이다.
출가한 보살은 또 자기 몸을 관하되 마치 독사를 길러 해침을 당하는 것과 같이 보니, 내가 이제 비록 음식과 의복으로 이 몸을 돋우고 기를지라도 은혜를 알지 못하고 필경에 다시 악도에 떨어지게 하는 것이다.
출가한 보살은 또 자기 몸을 관하되 비유하면 마치 원수가 거짓으로 친구가 되어 그의 틈[便]을 기다렸다가 독약으로 저의 목숨 뿌리를 끊는 것과 같아서 내 몸도 이와 같이 본디 진실 된 것이 아니므로 마침내 덧없는데 이른다고 보니, 거룩하게 여겨 사랑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출가한 보살은 또한 자기 몸이 마치 물거품이 비록 묘하고 좋은 유리나 구슬빛 같지만 찰나의 인연이 일어났다 없어지면 덧없음과 같다고 보나니 함이 있는 생각마다 오래 머무르지 못하는 까닭이다.
출가한 보살은 또한 자기 몸을 관하되 마치 물 위의 물방울이 비록 아름답고 미묘한 유리구슬 모양이지만 찰나의 인연으로 생겼다 없어져 항상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보니, 함이 있는 생각 생각은 오래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출가한 보살은 또한 자기 몸을 관하되 마치 건달바(乾闥婆) 성이 비록 모양은 나타내지만 실제로 있는 것이 아닌 것과 같이 보니, 이제 나의 몸도 또한 이와 같은 것이다.
출가한 보살은 또한 자기 몸을 관하되 마치 그림자처럼 보니, 나의 몸도 또한 그러하여 비록 있기는 하지만 참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출가한 보살은 또 자기 몸을 관하되 비유하면 마치 나라 밖의 강성한 원적 같아서 이제 내 몸도 또한 이와 같이 이 번뇌라는 원적이 선근을 침략한다고 보는 것이다.
출가한 보살은 또한 자기 몸을 관하되 마치 썩은 집은 비록 수리(修葺)하더라도 반드시 무너지게 되는 것과 같이 내 몸도 또한 그러하여 비록 사랑하는 마음을 더할지라도 반드시 덧없음을 당한다고 보는 것이다.
출가한 보살은 또한 자기 몸을 관하되 마치 원수의 나라 성읍(城邑)이 가까우면 인민이 항상 두려움을 품듯이 이제 내 몸도 또한 이와 같아서 생각하고 생각하는 가운데 덧없는 원수를 두려워하는 것이다.
출가한 보살은 또한 자기 몸을 관하되 마치 한량없는 섶이 불에 태워지더라도 이 맹렬한 불은 일찍이 만족함이 없는 것처럼 내 몸도 또한 그러하여 탐애의 불로 5욕의 섶을 태울지라도 그 마음이 자라나는 것이 또한 이와 같다고 보는 것이다.
출가한 보살은 또한 자기 몸을 관하되 마치 새로 낳은 아들을 자비한 어머니가 어여삐 여겨 항상 지키고 보호하듯이 내 몸도 또한 그러하여 만일 병든몸과 마음을 지키고 보호하지 않으면 곧바로 닦아 증득할 수 있는 것이 있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출가한 보살은 또한 자기 몸을 관하되 본성이 청정하지 못하다고 보니, 비유컨대 마치 어떤 사람이 숯[炭] 빛깔을 싫어하여 모든 방편을 베풀어서 물로 씻더라도 한량없는 시간이 지나면 검은 빛은 옛날 그대로이며 나아가 숯이 다하더라도 끝내 이익 되는 것이 없듯이, 내 몸도 또한 그러하여 샘이 있고 청정하지 못하므로 설령 바다 물로 미래세가 다하도록 씻을지라도 이익 됨이 없는 것이 또한 이와 같은 것이다.
출가한 보살은 또한 자기 몸을 관하되 마치 기름으로 섶을 적시어 불로 태우는데 큰 바람을 만나면 그 기세를 끊을 수 없듯이, 내 몸도 또한 그러하여 5온(蘊)의 섶에다 탐애(貪愛)라는 기름을 적시어 성냄의 불을 놓으면 어리석음의 바람 기운이 쉬지 않고 분다고 보는 것이다.
출가한 보살은 또한 자기 몸을 관하되 악한 질병과 같다고 보니, 404가지 병이 머무르는 곳이기 때문이며, 또한 대장(大腸)과 같이 8만 4천의 벌레들이 머무르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덧없는 곳이니 숨이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으면 곧 덧없게 되기 때문이며, 또한 무정물[非情]과 같나니 정신과 알음알이가 쉽게 벗어나서 기와나 돌과 한가지이기 때문이며, 또한 강물과 같나니 찰나에 흘러서 잠시도 머물지 않기 때문이요, 또한 기름 짜는 것과 같나니 일체의 일에 대하여 괴로움을 받기 때문이다.
의지할 데 없는 것이 마치 어린아이가 부모를 잃은 것과 같기 때문이며, 구호할 이 없는 것이 마치 개구리가 뱀에게 먹힌 것과 같기 때문이며, 밑 없는 굴[無底窟]과 같으니 마음[心]과 마음의 대상[心所]인 법을 알 수 없기 때문이요, 항상 만족함을 알지 못하니 5욕락에 대하여 마음에 싫어함이 없기 때문이요, 항상 자재롭지 못하니 단(斷)과 상(常) 2견(見)에 얽매어 있기 때문이며,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내지 않으니 비록 양육의 은혜를 입더라도 주인을 버리기 때문이다.
또한 죽은 시체와 같으니 낮과 밤으로 거의 소멸하고 무너지기 때문이요, 오직 모든 괴로움을 받으니 일체의 곳에서 참된 즐거움이 없기 때문이요, 괴로움이 의지하는 바가 되니 일체의 모든 괴로움이 몸에 의지하여 머무르기 때문이요, 빈 취락(聚落)과 같으니 이 몸 가운데 주재(主宰)하는 것이 없기 때문이요, 마침내 텅 비어 고요한 것이니 치우치게 헤아려서 집착하여 멋대로 그리기 때문이요, 골짜기 가운데 메아리와 같으니 모두 이 허망한 것이 나타난 바이기 때문이요, 또한 배와 같으니 만일 뱃사공이 없으면 떠다니다 가라앉기 때문이요, 또한 큰 수레에 재물과 보배를 싣고 운전하는 것과 같으니 왜 그런가 하면 큰 수레[大乘]를 타고 보리에 이르기 때문이니라.
선남자여, 출가한 보살은 밤낮으로 관찰하여 이와 같은 몸일지라도 사랑하고 아끼는 것은 중생들이 생사의 바다를 벗어나서 저 언덕에 이르도록 하고자하기 때문이니라.”
이 때 세존께서 이 법을 설하신 뒤에, 미륵 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이와 같은 행을 닦으면 이를 곧 출가한 불자가 본 바의 법요(法要)라고 하는 것이다.
만일 어떤 불자가 보리의 마음을 발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기 위해 아란야에 머물러 이와 같이 37관(觀)을 닦으며, 또한 남을 가르쳐 이와 같은 법요를 닦게 하며, 풀어 말하고 쓰며 받아 지니고 읽고 익혀서 일체 나와 내 것이란 집착을 멀리 여의고, 영원히 5욕의 세간의 즐거움에 탐착함을 끊으면 무너지지 않는 믿음의 마음을 빨리 성취할 수 있어서 큰 보리를 구하여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을 것인데, 하물며 세간에 있는 보배임에랴.
현재의 몸이 반드시 구경에 일체 여래의 금강지인(金剛智印)을 성취하여 위없는 도에서 영원히 물러나지 않고, 6도만행(度萬行)에 빨리 원만함을 얻어 빨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다.”
이 때 모임 가운데 8만 4천의 새로 뜻을 발한 보살들이 세간을 깊이 싫어하여 대인력(大忍力)을 얻어 위없는 도에서 다시는 물러나지 않았으며, 3만 6천의 선남자와 선여인은 티끌과 때를 멀리 여의어 법안이 청정함을 얻었다.
8. 바라밀다품(波羅密多品)
이 때 미륵보살마하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무슨 인연으로 아란야에 머물며 보살의 행을 닦는 것만 은근(殷勤)히 칭찬하시고, 다른 곳에 머물며 보살의 행을 닦는 것은 칭찬하지 않으십니까?
여래께서 어느 때 영취산(靈鷲山)에 계시면서 모든 보살을 위하여 법요를 널리 말씀하실 때 이런 말씀을 하셨으니 ‘보살이 때로는 음녀(婬女)의 집에도 있으며, 백정도 가까이하여 가르쳐서 이롭고 기쁘게 하며, 수없는 방편으로 중생을 이익 되게 하고, 묘법을 설하여 불도에 들게 한다’고 하셨는데, 세존께서 오늘 새로 뜻을 발한 중생들을 위하여 설하신 묘법은 그와 같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희들은 부처님 앞에서 친히 깊은 법을 들었으므로 의혹할만한 것이 없습니다만, 오직 원하건대 여래께서는 미래세에 불도를 구하는 이를 위하여 매우 깊고 미묘한 진리(眞理)를 연설하시어 보살의 행에서 다시 물러남이 없게 하옵소서.”
이 때 부처님께서 미륵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시었다.
“선남자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발하여 보리의 도를 구하는데 두 가지 보살이 있으니, 첫째는 집에 있는 이요, 둘째는 집을 나온 이다.
집에 있는 보살은 교화하고 제도하기 위하여 음녀의 집이나 백정의 집이라도 모두 친근히 하지만, 집을 나온 보살은 이와 같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이 보살에도 각각 9품(品)이 있으니, 상근기(上根機) 3품은 모두 난야에 머물러 간단없이 정진하여 유정을 이롭게 하고, 중(中)ㆍ하(下)의 두 근기의 보살들은 마땅한 것에 따라 머무르되 방향과 처소를 정하지 아니하여 혹 난야에도 머물고 혹 취락에도 살면서 인연 따라 중생을 이롭고 안온하게 하는 것이니, 이런 행의 문을 너희는 응당 관찰할지어다.
또한 다시 선남자여, 출가한 보살은 불도를 닦아 익혀 이미 샘이 없는 진실한 법을 얻어 인연에 따라 일체 유정을 이롭고 즐겁게 하는 것이다.
만일 불자가 참된 지혜를 얻지 못하였거든 난야에 머물러 마땅히 모든 부처님과 보살을 가까이 할 것이며, 만일 참 선지식(善知識)을 만나면 보살의 행에서 반드시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이 인연으로 모든 불자들은 응당 지극한 마음으로 한 부처님과 한 보살을 만나보기를 구하는 것이다.
선남자여, 이와 같은 것을 세간을 벗어나는 법의 요체라 하니, 너희들은 모두 마땅히 한 마음으로 수학하여라.
또한 다시 선남자여, 출가한 보살이 세간을 싫어하고 아란야에 머물면 공덕을 덜 쓰고 8만 4천 바라밀행이 원만함을 얻어 빨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는 것이다. 왜냐 하면 만일 이름나 잘 되기를 버리고 산 속에 머무르면 반드시 몸과 목숨과 재물에 인색하지 아니하므로 영원히 속박됨이 없어서 저절로 쉽게 세 가지 바라밀다가 원만한 것이다.”
미륵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아란야에 머무르는 출가한 보살은 재물과 보배를 쌓지 않으니, 어떤 인연으로 단(檀)바라밀을 원만히 할 수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미륵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아란야에 머무르는 출가한 보살은 취락에 들어가 구걸한 음식을 먼저 조금씩 나누어 중생에게 보시하고 또 남은 것으로 하고 싶은 대로 보시하니 이를 곧 단(檀)바라밀이라고 하는 것이며,
스스로 몸과 목숨으로 3보께 공양하며 머리와 눈과 골수와 뇌까지라도 요구하는 이에게 보시 하므로 곧 친근(親近)바라밀이라는 이름을 얻는 것이며,
법을 구하는 이를 위하여 세간을 벗어난 법을 말함으로써 위없는 보리의 마음을 일으키도록 하는까닭에 곧 진실(眞實)바라밀이라는 이름을 얻는 것이다.
선남자여, 이것을 출가한 보살이 보시(布施)바라밀다를 성취 하였다고 하는 것이다.
또한 다시 선남자여, 출가한 보살은 아란야에 머무르기 때문에 12두타(頭陀)의 행을 닦으니, 만일 걸어갈 때 두 팔꿈치만큼의 가까운 사이라도 중생을 손상하지 않는다면 곧 지계(持戒)바라밀이라는 이름을 얻을 것이며,
금계(禁戒)를 견고히 지녀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아니하므로 곧 친근(親近)바라밀이라는 이름을 얻는 것이며, 세간을 벗어나길 구하는 이를 위하여 설법하고 교화하여 위없는 보리의 마음을 발하게 하므로 곧 진실(眞實)바라밀이라는 이름을 얻는 것이다.
선남자여, 이것을 출가한 보살이 지계바라밀을 성취하였다고 하는 것이다.
또한 다시 선남자여, 출가한 보살은 아란야에 머물러 능히 성냄을 없애고 자심삼매(慈心三昧)를 얻으며, 또한 일체 중생을 헐뜯고 욕함이 없으므로 곧 인욕(忍辱)바라밀이라는 이름을 얻는 것이다.
만일 한 사람을 위하여 한 구절의 법을 말하여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발하게 한다면, 곧 진실(眞實)바라밀을 얻었다고 할 것이다. 선남자여, 이것을 출가한 보살이 인욕바라밀을 성취하였다고 하는 것이다.
또 다시 선남자여, 출가한 보살은 중생을 성불하게 하기 위하여 정진의 행을 닦는 것인데, 성불하지 못하여 복과 지혜가 미약할지라도 안락함을 탐하지 않고 모든 죄를 짓지 않으니, 옛날에 보살이 고행(苦行)을 행할 때 깊이 환희를 내어 높이 공경하고 우러러서 항상 쉼이 없으므로, 이런 인연으로 곧 정진바라밀이라고 함을 얻는 것이다.
몸이나 목숨 버리기를 콧물이나 침을 버리듯 하여 모든 때에 일찍이 게으르지 아니하므로 곧 친근바라밀이라는 이름을 얻는 것이며, 인연 있는 이를 만나면 가장 위의 도를 말함으로써 위없는 정등보리(正等菩提)에 나아가게 하므로 곧 진실바라밀이라는 이름을 얻는 것이며, 정진하는 마음으로 말미암아 이와 같은 10행(行)에서 과거에도 물러나지 아니하였고 현재에도 견고히 하며 미래에도 빨리 원만하게 할 것이니, 선남자여, 이것을 출가한 보살마하살이 정진바라밀다를 성취하였다고 하는 것이다.
또한 다시 선남자여, 출가한 보살은 아란야에 머물러 삼매를 닦아 익히며, 선한 법을 거두어들여 흩어지지 않게 하고, 모든 해탈에 들어 영원히 치우친 견해를 끊어서, 신통함을 나타내어 저 중생을 교화함으로써 바른 지혜를 얻게 하여 번뇌의 근본을 끊고 참 법계에 들어 실상과 같은 도를 깨달아 마땅히 보리에 나아가게 하니, 이러한 인연으로 곧 선정(禪定)바라밀이라는 이름을 얻는 것이다.
중생으로 하여금 나와 다름없이 모두 만족함을 얻게 하고자 유정을 조복하고 삼매를 버리지 않으며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아니하여 이 삼매를 닦으므로 곧 친근바라밀이라는 이름을 얻는 것이며, 모든 중생을 위하여 깊고 미묘한 법을 설하여 모두 위없는 보리에 나아가게 하므로 곧 진실바라밀이라는 이름을 얻는 것이다.
선남자여, 이것을 출가한 보살이 선정바라밀다를 성취하였다고 하는 것이다.
또한 다시 선남자여, 출가한 보살은 텅 비어 한적한 곳에 처하여 모든 부처님과 보살과 일체 지혜 있는 이를 가까이 하고 공양하여 항상 매우 깊고 미묘한 법 듣기를 즐기어 마음속으로 목마르듯 우러러 항상 만족하게 여김이 없고, 이제(二諦)의 진리(眞理)를 잘 분별할 수 있어서 두 가지 장애를 끊어 5명(明)을 통달하며, 모든 법의 요체를 설하여 능히 뭇 의심을 끊으니, 이러한 인연으로 곧 반야(般若)바라밀이라는 이름을 얻는 것이며, 반 구절의 게송을 구하기 위하여 몸과 목숨을 버리며 모든 괴로움을 꺼리지 않고 마음속으로 보리를 구하므로, 곧 친근바라밀다를 성취하는 것이다.
큰 모임 가운데에서 사람을 위하여 법을 말하되 깊고 미묘한 뜻을 숨기고 아끼는 것이 없으므로 큰 보리의 마음을 발하여 보살의 행에서 물러나지 않음을 얻어 항상 능히 내 몸과 난야와 보리의 마음과 진실한 법신을 관찰하되 이와 같이 네 가지에 차별이 없으니, 이와 같고 이와 같은 미묘한 이치를 관찰하는 까닭에 곧 진실바라밀이라는 이름을 얻는 것이다.
선남자여, 이것을 출가한 보살이 반야바라밀다를 성취하였다고 하는 것이다.
또한 다시 선남자여, 출가한 보살은 텅 비어 한적한 곳에 머물러 항상 능히 방편(方便)으로 수승한 지혜의 바라밀다를 닦아 익혀서 타심지(他心智)361)로써 능히 유정이 뜻으로 번뇌를 즐기고 마음으로 차별을 행함을 알아서 병에 따라 약을 주어 모두 낫게 하며, 자재로이 신통 삼매에 노닐며 큰 서원[悲願]을 발하여 중생을 성숙시키고 모든 부처님의 법에 통달하지 않음이 없으니, 이런 인연으로 곧 방편이 선교방편과 바라밀다라는 이름을 얻는 것이며, 모든 중생을 이롭게 하고자 하는 까닭에 몸과 목숨과 재물을 모두 아끼지 않으므로 곧 친근바라밀다라는 이름을 얻는 것이며, 모든 중생의 원수나 친한 이가 평등하기 위하여 미묘한 법을 말함으로써 부처님 지혜에 들게 하므로 곧 진실바라밀다라는 이름을 얻는 것이다.
선남자여, 이것을 출가한 보살이 방편이 선교방편과 바라밀다를 성취하였다고 하는 것이다.
또한 다시 선남자여, 출가한 보살은 산 숲에 들어가서 모든 중생을 위하여 항상 원(願)바라밀을 닦아 익힐 수 있으므로, 마음이 항상 모든 법의 진실 된 성품은 있음도 아니고 텅 빔도 아닌 중도(中道)라는 미묘한 이치를 관찰하여 세속의 일을 모두 분별할 수 있어서 유정을 교화하기 위하여 항상 자비를 닦으니, 이런 인연으로 곧 원바라밀이라는 이름을 얻는 것이며, 네 가지 큰 서원으로 중생을 거두며 또한 몸을 던져서라도 자비의 서원[悲願]을 무너뜨리지 않음으로 곧 친근바라밀이라고 이르는 것이며, 미묘한 법을 설함에 말솜씨가 막힘이 없어서 만일 누구라도 듣는다면 끝내 물러나지 않으니 곧 진실바라밀이라는 이름을 얻는 것이다.
선남자여, 이것을 출가한 보살이 원바라밀다를 성취하였다고 하는 것이다.
또한 다시 선남자여, 출가한 보살은 아란야에 머물러 바른 지혜의 힘으로 유정의 마음가짐을 잘 알아 모든 중생을 위하여 상응법(相應法)을 말함으로써 대승의 매우 깊고 미묘한 뜻에 들어가도록 해서 곧 구경열반에 편안히 머물게 할 수 있으니, 이런 인연으로 곧 역(力)바라밀이라는 이름을 얻는 것이며, 바른 지혜의 눈으로 5온(蘊)이 공적한 이치를 보아서 몸과 목숨을 버리고 중생을 이롭게 할 수 있으므로 곧 친근 바라밀이라는 이름을 얻는 것이며, 미묘한 지혜의 힘으로 삿된 견해의 중생을 교화해서 생사에 윤회하는 악업을 끊고 항상 즐거운 구경(究竟)의 열반에 나아가게 함으로써 곧 진실바라밀이라는 이름을 얻는 것이다.
선남자여, 이것을 출가한 보살이 역(力)바라밀다를 성취하였다고 하는 것이다.
또한 다시 선남자여, 출가한 보살은 아란야에 머물러 일체 법에 대하여 선과 악을 알아 삿된 견해를 멀리 여의고 바른 법을 거두어 들여 생사를 싫어하지 않고 열반을 좋아하지도 않으므로 곧 지(智)바라밀이라는 이름을 얻는 것이며, 자기 몸을 아끼지 아니하고 중생을 어여삐 여기어 몸과 목숨과 재물에 항상 크게 희사할 마음을 닦음으로써 곧 친근바라밀이라는 이름을 얻는 것이며, 미묘한 지혜로 모든 중생들을 위하여 일승법(一乘法)을 말함으로써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들어가게 하니, 이런 인연으로 곧 진실바라밀다라는 이름을 얻는 것이다.
선남자여, 이것을 출가한 보살이 지혜바라밀다를 성취하였다고 하는 것이다.
선남자여, 이와 같은 바라밀다에 무슨 뜻으로 8만 4천의 차별이 있다고 하는 것인가.
너희들은 마땅히 알지어다.
많이 탐내는 이를 위하여 2천 1백 바라밀다를 분별하여 연설하였고, 성을 많이 내는 이를 위하여 2천 1백 바라밀다를 분별하여 연설하였으며, 어리석음이 많은 이를 위하여 2천 1백 바라밀다를 분별하여 연설하였으며, 똑같이 나누는[等分] 이를 위하여 2천 1백 바라밀다를 분별하여 연설하였으니, 선남자여, 이와 같이 2천 1백 바라밀다가 근본이 되어서 열 배를 더하여 마침내 8만 4천 바라밀다를 이룬 것이다. 이와 같은 법은 모두 남을 이롭게 하는 행이다.
선남자여, 만일 어떤 중생이 그 성품을 조복하기 어려워서 이 법을 듣고서도 마음을 조복시키지 못하거든 곧 8만 4천 모든 삼매의 문을 펼쳐 말할 것이니, 이와 같은 미묘한 법이 다 자기를 이롭게 하는 행이다.
만일 어떤 중생이 그 성품을 조복하기 어려워 이 법을 듣고서도 마음을 조복시키지 못하거든 곧 그를 위하여 8만 4천 다라니문을 펼쳐 말할 것이니, 이와 같은 미묘한 법이 모두 남을 이롭게 하는 행이다.
선남자여, 내가 일체 유정을 조복하기 위하여 이와 같은 법을 말하고, 수없이 많은 선교방편과 방편으로 갖가지 모양을 나타내어 중생을 교화하였다.
선남자여, 이런 까닭으로 일체의 사람과 하늘이 널리 여래를 칭하여 도사(導師)라고 하는 것이다.
선남자여, 미래와 현재의 모든 부처님 세존께서 모두 다 8만 4천의 바라밀다문과 8만 4천의 모든 삼매문과 8만 4천의 다라니문을 닦아 익혀서, 영원히 8만 4천의 미세한 번뇌장(煩惱障)과 8만 4천의 미세한 소지장(所知障)을 끊고, 모두 난야의 보리수왕(菩提樹王)으로 나아가서 금강의 자리에 앉아 금강의 선정에 들어 일체의 천마(天魔)와 원수를 항복시킨 뒤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실 것이다.”
이 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펼치고자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3계를 뛰어넘은 큰 법왕이
세간에 출연하여 중생을 교화하니
항하사와 평등한 모든 보살이
부처님의 감로 지혜의 문에 들어서
겁을 지나 도를 얻으신 부처님께
큰 자비심으로 아뢰어 물었나니
착하도다 때[垢] 없는 법왕자여
지혜로 능히 참된 불승(佛乘)을 물으니
내가 사자와 같은 두려움 없는 변재로
대승에서 깨달음에 나아가는 길을 말하겠노라.
너희들은 한 마음으로 자세히 들어
미래에 줄만한 이에게 전해 주어서
시방세계가 설령 빈다할지라도
세간을 벗어나는 도(道)가 끊임이 없게 하라.
장차 해탈하여 세간을 벗어나는 도를 구하는 것은
세 가지 근기 9품의 부류에 지나지 않나니
상근기 3품은 난야에 살고
중과 하는 인연 따라 세간을 교화하지만
구하는 바 도의 과보에는 차등이 없어
함께 진여 불성 바다를 증득한다네.
이미 샘 없음을 얻은 참 대사는
마음대로 나타나 중생을 제도하고
유(有)와 공(空)이 둘이 아닌 문을 열어 보여
끊임없이 자기도 이롭고 남도 이롭게 하며
샘이 없음을 아직 얻지 못한 모든 불자들은
부지런히 세 가지 학(學)을 닦아
선근을 되돌려 중생에게 베풀고
한 마음으로 부처님과 보살에게 전념한다네.
원하건대 제가 항상 부처님과 보살의
끝없이 장엄한 공덕의 몸을 뵙기를 바라니
만약 법우(法雨)의 소리를 항상 듣게 되면
널리 함께 힘입어 마음이 물러나지 않으리라.
몸이 늘 지옥에 있다하더라도
부처님을 가까이하지 않을 수 없으며
몸이 항상 윤회에 처할지라도
미묘한 법을 듣지 않을 수 없네.
이 인연으로 모든 불자는
마음을 매어 항상 부처님을 염하나니
만일 불자가 성도(聖道)를 닦아
위없는 보리의 마음을 내어
세간을 떠나 난야 가운데 머무르면
또한 세 가지 도(度)를 닦는다고 할 것이며
늘 내가 먹기 전에 보시부터 하고
겸하여 법보로써 중생에게 보시하면
3륜(輪)2)이 청정한 단나(檀那)이니
이와 같이 닦은 까닭으로 덕이 원만하리라.
마땅히 알라, 바라밀을 증득하는 것은
오직 마음이 청정하기 때문이지 재물이 아니니라.
만일 때 묻은 마음으로 보배를 보시한다면
청정한 마음으로 적게 보시함만 같지 못하니
재물의 보시를 단도(檀度)라고 하는데
이 바라밀은 두 가지 세 가지가 아니라네.
몸과 목숨과 처자라도 보시할 수 있으면
이런 것을 친근도(親近度)라 하며
만일 법을 구하는 선남자가 있어
일체를 위하여 대승의 경전을 설해서
위없는 보리의 마음을 내게 하면
이를 진실바라밀이라고 이름하며
자비와 청정한 믿음으로 부끄러워함을 갖추어
중생을 거두어 들여 탐욕을 여의게 하여
여래의 위없는 지혜를 이루기를 원하여
재물과 법을 보시하면 초도(初度)라 하며
보살의 삼취계(三聚戒)를 견고하게 지녀
보리를 개발하여 생사를 여의며
불법을 옹호하여 세간에 머물러
잘못 범한 것을 참회하고 진실로 계를 지닐 수 있으며
성내는 마음을 조복하고 자비를 관하여
숙세의 인을 생각하여 원수를 대하며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고 중생을 구원하면
이는 인욕바라밀이라고 하는 것이며
능히 어려운 일을 행하여 잠시도 놓지 않고
3승기 겁에 항상 정진하여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항상 마음을 단련하며
유정을 제도하기 위해 해탈을 구하며
삼매에 자재로이 드나들 수 있어
변화와 신통으로 시방에 노닐며
중생의 번뇌의 인을 끊기 위하여
삼마지의 문에서 해탈을 구하며
만일 참된 지혜를 성취하려고 한다면
보살과 여래를 친근히 할지어다.
세간을 벗어난 미묘한 이치의 문을 즐겨 들어
3명(明)을 닦아 통달하고 2장(障)을 끊으면
능히 중생들 마음의 차별됨을 알아
병에 따라 약을 주어 먹도록 한다네.
자비의 훌륭함과 공교로움으로 근기의 마땅함을 따라
방편으로 중생을 이롭게 해서 유정의 무리를 제도하며
일체 법의 참된 구절의 뜻을 관(觀)하여
중(中)과 변(邊)에 집착하지 않고 있고 없음을 여의며
맑은 지혜로 끊임없이 진여(眞如)를 알아
두 가지 이로움이 고르고 평등하여 법계에 두루하며
지혜의 힘으로 능히 중생의 성품을 알아
걸맞는 갖가지 법을 말하며
지혜의 힘으로 능히 중생의 마음에 들어가므로
생사에 윤회하는 근본을 끊게 하고
지혜의 힘으로 능히 검고 흰 법을 분별하여
응함에 따라 취하고 놓음을 각각 분명하게 안다네.
생사와 열반은 본디 평등하므로
유정을 성취시켜 분별을 여의게 하나니
이와 같은 열 가지 수승한 행이
8만 4천 가운데 들어 있다네.
그 품류(品類)의 수승한 법문을 따라
이에 보살의 바라밀이라고 하니
8만 4천의 삼마지는
중생의 산란한 마음을 멸하게 하며
8만 4천의 총지문(總持門)은
능히 미혹의 장애를 제거하고 마군의 무리를 부수며
큰 성인 법왕께서 방편의 힘과
세 가지 법요로 중생을 교화하여
가르침의 그물을 생사의 바다에 드리워서
저 사람과 하늘의 안락한 곳에 놓는다네.
이 때 세존께서 이 법을 말씀하시니 8만 4천의 도리천자(忉利天子)가 3계의 업장을 끊고 환희지(歡喜地)를 증득하였고, 수없는 백천의 6욕천자(欲天子)는 무생인(無生忍)을 깨달아 다라니를 증득하였으며, 16 큰 나라 왕들은 다라니를 얻어 들어 지녔으며, 한량없는 4부 대중은 보살의 행을 들어 어떤 이는 물러나지 않는 지위를 얻었고, 어떤 이는 삼매문을 얻었으며, 어떤 이는 다라니를 얻었고, 어떤 이는 큰 신통을 얻었으며, 어떤 보살은 23지(地) 내지 10지를 얻어 기뻐 날뛰었으며, 한량없는 8천의 사람과 하늘들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발하여 다시는 물러나지 않았으며, 8천의 사람과 하늘들은 번뇌를 여의어 법안이 청정함을 얻었다.
9. 공덕장엄품(功德藏嚴品)
이 때 미륵보살마하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아란야에 머무르면 공덕이 성취되어 마땅히 부처가 될 것이라고 하셨으니, 보살이 어떻게 모든 공덕을 닦아야 이 아란야에 머무를 수 있습니까? 오직 원하옵건대 세존이시여, 저희를 위해 해설하여 주십시오.”
이 때 부처님께서 미륵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닦아 배우는 이에게 다만 한 가지 덕만 있어도 이 사람은 아란야에 머물러 위없는 도를 구할 수 있다. 무엇이 그 하나가 되는가?
일체 번뇌의 근원(根源)이 곧 자기의 마음에 있다고 보는 것이니, 이 법을 깨달으면아란야에 머무를 수 있는 것이다.
왜냐 하면 비유컨대 마치 미친개가 사람에게 매질을 당하고서도 다만 기와나 돌을 쫒을 뿐 사람을 쫒지 않는 것과 같으니, 미래세에 아란야에 머물러 새로 마음을 발한 이도 또한 이와 같아서, 빛과 소리와 향과 맛과 닿음과 법(法)을 보고 그 마음이 물들고 집착함이 생긴 것인데, 번뇌의 근본을 알지 못하고 5경(境)이 자기 마음으로부터 생겨남을 알지 못하므로, 곧 이를 아란야에 잘 머무르지 못한다고 하는 것이다.
이런 인연으로 즐겨 고요함에 머물러 위없는 도를 구하는 것이니, 일체 보살마하살들은 만일 5욕의 경계가 앞에 나타났을 때는 자기 마음을 관찰하여 이런 생각을 내느니라.
‘비롯됨이 없는 것으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여섯 갈래[六趣]에 윤회하여 벗어날 기약이 없는 것이 모두 망령된 마음으로부터 흐리고 뒤바뀜이 생겨나 5욕의 경계를 탐애하고 염착한 것이다.’
이와 같이 생각하는 보살은 아란야에 머무름을 감당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다.
만일 어떤 사람이 묻기를 ‘어떤 유정이 미래세에 마땅히 부처가 되겠습니까?’라고 하면, 마땅히 이런 사람이 다가올 미래세에 3계의 괴로움을 벗어나 네 마군(魔軍)을 깨뜨리고 빨리 보리를 이루어 부처님의 지혜에 들며 일체 세간과 천룡팔부(天龍八部)와 아수라(阿蘇羅)등이 모두 응당 공양할 것이라고 하리라.
만일 선남자와 선여인이 청정한 마음으로 이와 같이 아란야에 머무는 참되고 착한 불자를 공양한다면, 얻는 복덕(福德)이 한량없고 끝이 없을 것이다.
만일 다시 어떤 사람이 뭇 진귀한 보배로써 자비한 어머님께 공양한다면 얻는 바의 공덕에도 차별이 없을 것이다. 왜 그런가 하면, 이런 사람은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어서 바른 법의 바퀴를 굴려 사람과 하늘의 무리를 제도하고, 3보(寶)의 종자를 이음으로써 끊어지지 않게 하여 마땅히 중생을 위하여 돌아와 의지할 곳이 되기 때문이다.
또 다시 선남자여, 수행자를 속박하여 아란야에 머무르는 것을 감당하지 못하게 하는 두 가지 법이 있으니,
첫째는 단견(斷見)의 삿된 법을 사랑하고 즐거워하는 것이요,
둘째는 재물과 보배와 오락 도구를 애착하는 것이다.
또한 선남자여, 아란야에 머무르지 못할 두 가지 종류의 사람이 있으니,
첫째는 교만함을 구족한 이요,
둘째는 대승의 법을 미워하는 이다.
또한 선남자여, 아란야에 머무르지 못할 두 가지 종류의 사람이 있으니,
첫째는 삿된 견해로 부처님 말씀을 믿지 않는 이요,
둘째는 자기는 계(戒)를 파하면서 남에게는 지니기를 채찍질하는 이니,
이와 같은 사람들은 아란야에 머물러 위없는 도를 구하지 못할 것이다.
또 다시 선남자여, 네 가지 덕을 구족하면 응당 아란야에 편안히 머무를 것이다. 어떤 것이 넷이 되는가?
첫째는 총지(總持)3)를 많이 들어서 잊지 않는 것이요,
둘째는 미묘한 뜻을 분명하게 아는 것이요,
셋째는 바른 마음으로 항상 게으름 부리지 않는 것이요,
넷째는 여래께서 가르치신 행을 따라 순종하는 것이다.
선남자여, 만일 불자가 이와 같은 네 가지 수승한 덕을 성취하면 응당 아란야에 편안히 머물러 보살의 행을 닦아 위없는 도를 구할 것이다.
또 다시 선남자여, 출가한 보살에게는 다시 네 가지 덕이 있어서 자신을 장엄하여 아란야에 머물러 부처님 지혜를 구하니, 어떤 것이 넷이 되느냐 하면,
첫째는 크게 어여삐 여김이요,
둘째는 크게 슬피 여김이요,
셋째는 큰 기쁨이요,
넷째는 크게 버림이니라.
선남자여, 이와 같은 네 가지 법이 능히 일체의 복덕과 지혜를 생겨나게 하며 한량없는 중생을 이익 되고 안락하게 하여 빨리 위없는 큰 보리의 법을 증득하는 것이다.
또 다시 선남자여, 출가한 보살에게는 다시 네 가지 덕이 있어서 계(戒)를 지님이 청정하여 능히 보리에 이르는 것이다. 어떤 것이 넷이 되느냐 하면,
첫째는 4무구성(無垢性)에 머무는 것이요,
둘째는 항상 12두타(頭陀)를 행하는 것이요,
셋째는 집에 있음을 멀리 떠나 출가(出家)하는 것이요,
넷째는 영원히 아첨하고 속이고 질투하는 것을 여의는 것이다.
선남자여, 일체 보살이 이 네 가지 법에 의지하여 영원히 생사를 여의고 큰 보리를 얻는 것이다.
또 다시 선남자여, 출가한 보살에게는 다시 네 가지 법이 있어서 일체의 선(善)을 거두어들이는 것이니, 어떤 것이 넷이 되느냐 하면,
첫째는 금계를 청정히 지니며 또한 많이 들음이 있는 것이요,
둘째는 모든 삼매에 들어 능히 지혜를 구족함이요,
셋째는 6신통(神通)을 얻고 겸하여 종지(種智)를 닦음이요,
넷째는 선교방편을 갖추고 또한 게으르지 않은 것이다.
선남자여, 이와 같은 네 가지 법은 3세 보살이 한가지로 닦아 익힌 것이니, 너희들 불자도 또한 마땅히 닦아 익혀서 빨리 넓고 크고 위없는 보리를 증득할지어다.
또 다시 선남자여, 출가한 보살은 네 가지 법을 갖추어 보살의 행에서 물러나지 아니함을 얻으니, 어떤 것이 넷이 되느냐 하면,
첫째는 보시요,
둘째는 사랑스러운 말이요,
셋째는 이로운 행이요,
넷째는 함께 함이다.
선남자여, 이와 같은 네 가지 행이 보리에 나아가는 길이요, 중생을 이롭게 하는 근본이므로, 일체의 보살들이 모두 닦고 배워야만 하는 것이다.
또 다시 선남자여, 출가한 보살은 다시 네 가지 덕을 갖추어 난야에 머물면서 계(戒) 지님을 청정히 하여 자기 몸을 장엄하는 것이니, 어떤 것이 넷이 되는가?
첫째는 자기라는 본성(本性)이 없음을 관찰하는 것이니, 두 가지 집착을 조복시켜 끊음으로써 내가 없음을 증득하기 때문이요,
둘째는 남의 몸도 또한 본성이 없는 것이니, 원수나 친한 이에 대하여 미워하고 사랑함을 여의었기 때문이요,
셋째는 몸과 마음이 쾌락한 것이니, 마음과 마음의 대상이 되는 법에 대해 분별함이 없기 때문이요,
넷째는 평등한 지혜를 얻은 것이니, 생사와 열반에 차별이 없기 때문이니라.
선남자여, 이와 같은 네 가지 법은 일체의 보살들이 닦아 익힐 바이니, 너희들 불자도 또한 마땅히 닦아 익혀서 빨리 위없는 정등보리에 나아갈지어다.
또 다시 선남자여, 일체의 보살에게는 다시 네 가지 원(願)이 있으니, 유정을 성숙시켜서 3보에 머무르게 하여 큰 겁의 바다가 다하도록 마침내 물러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어떤 것이 넷이 되느냐 하면,
첫째는 일체 중생을 제도하길 서원함이요,
둘째는 일체의 번뇌를 끊기를 서원함이요,
셋째는 일체의 법문을 배우길 서원함이요,
넷째는 일체의 부처님 과보를 증득하길 서원함이다.
선남자여, 이와 같은 네 가지 법을 크고 작은 보살들이 모두 닦아 배웠나니, 3세의 보살들이 배운 곳이기 때문이다.
또 다시 선남자여, 출가한 보살에게는 다시 네 가지 법이 있어서 아란야에 머물러 계(戒) 지님을 청정히 하는 것이다. 어떤 것이 넷이 되느냐 하면,
첫째는 공(空)의 성품을 사랑하고 즐거워하는 것이니, 공이 나타낸 바이기 때문이요,
둘째는 두려움이 없음을 얻는 것이니, 삼매를 증득하기 때문이요,
셋째는 모든 중생에 대하여 대비(大悲)의 원을 일으키는 것이요,
넷째는 2무아(無我)4)에 대해 싫어하고 배반하는 마음이 없는 것이다.
선남자여, 이와 같은 네 가지 법은 일체 보살이 성스러운 요지(要旨)의 문에 들어가는 것이니, 이 네 가지 법에 의지하여 두 가지 장애를 끊기 때문이다.
또 다시 선남자여, 출가한 보살에게는 다시 네 가지 법이 있어서 아란야에 머물러 금계를 잘 지녀 그 몸을 장엄하는 것이니, 어떤 것이 넷이 되는가?
첫째는 나라고 봄[我見]을 영원히 여읨이요,
둘째는 나의 소유라고 봄[我所見]을 여읨이요,
셋째는 단견(斷見)과 상견(常見)을 끊음이요,
넷째는 깊이 능히 12인연을 깨달아 아는 것이다.
선남자여, 이와 같은 네 가지 법이 능히 금계를 무너뜨림을 없애고 청정한 계를 수호하여 그의 몸을 장엄하는 것이다.
또 다시 선남자여, 출가한 보살은 아란야에 머물러 또 네 가지 법을 관찰하여 능히 금계를 수호하고 미묘한 행을 더욱 닦아 부처님의 지혜를 구하는데 나아가는 것이다. 어떤 것이 넷이 되느냐 하면,
첫째는 5온(蘊)이 나고 멸함을 관찰하는 것이요,
둘째는 12처(處)가 빈 취락과 같다고 보는 것이요,
셋째는 18계(界)의 성품이 법계와 한가지임을 관찰하는 것이요,
넷째는 속제법(俗諦法)5)에대하여 여읨도 없고 집착함도 없는 것이다.
선남자여, 이와 같은 네 가지 법은 일체 보살이 응당 수학할 것이니라. 이런 까닭으로 불자가 아란야에 머물러 한 마음으로 닦아 익혀서 위없는 도를 구하는 것이다.
또 다시 선남자여, 출가한 보살은 아란야에 머물러 네 가지를 구족하여 계를 지님이 청정해서 그의 몸을 장엄하는 것이다. 어떤 것이 넷이 되느냐 하면,
첫째는 몸을 보지 않는 관(觀)을 성취하는 것이요,
둘째는 말을 보지 않는 관을 성취하는 것이요,
셋째는 뜻을 보지 않는 관을 성취하는 것이요,
넷째는 62견(見)을 멀리 여의어 능히 잘 일체지(一切智)의 관을 성취하는 것이다.
선남자여, 만일 불자가 이와 같이 네 가지 청정함을 성취하면 현세의 몸으로 바른 성품을 깨닫고 얻어서 다시 태어남을 여의고 빨리 위없는 보리를 증득하는 것이다.
이런 인연으로 너희들 불자는 이와 같은 네 가지 법문을 관찰하여 네 가지 나쁜 길을 끊고 네 가지 열반을 증득하여 미래세가 다하도록 모든 유정을 제도함으로써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할지어다.
또 다시 선남자여, 출가한 보살은 아란야에 머물러 여덟 가지 삼매의 청정함을 구족하여 자신을 장엄하는 것이다. 어떤 것이 여덟이 되느냐 하면,
첫째는 홀로 난야에 앉아서 삼매가 청정한 것이요,
둘째는 비단결 같은 말을 멀리 여의어 삼매가 청정한 것이요,
셋째는 5욕을 멀리 여의어 삼매가 청정한 것이요,
넷째는 몸과 마음을 조복하여 삼매가 청정한 것이요,
다섯째는 음식에 만족함을 알아 삼매가 청정한 것이요,
여섯째는 악하게 구함을 멀리 여의어 삼매가 청정한 것이요,
일곱째는 소리로 인하여 일어나는 사랑을 멀리 여의어 삼매가 청정한 것이요,
여덟째는 대중을 위하여 법을 말하되 이익과 공양함을 구하지 아니하여 삼매가 청정한 것이다.
선남자여, 이와 같이 여덟 가지 삼매가 청정함으로써 능히 백천의 모든 삼매의 문이 생기는 것이니, 너희들 불자는 응당 닦아 익혀서 빨리 위없는 정등보리(正等菩提)를 증득할지어다.
또 다시 선남자여, 출가한 보살은 아란야에 머물러 다시 여덟 가지 지혜의청정함이 있는 것이다. 어떤 것이 여덟이 되느냐 하면,
첫째는 5온의 선교방편과 지혜가 청정함이요,
둘째는 12처의 선교방편과 지혜가 청정함이요,
셋째는 18계의 선교방편과 지혜가 청정함이요,
넷째는 22근(根)의 선교방편과 지혜가 청정함이요,
다섯째는 3해탈문(解脫門)의 선교방편과 지혜가 청정함이요,
여섯째는 능히 일체의 번뇌를 없애는 선교방편과 지혜가 청정함이요,
일곱째는 능히 따라 일어나는 번뇌(隨煩惱)를 없애는 선교방편과 지혜가 청정함이요,
여덟째는 능히 62견(見)을 없애는 선교방편과 지혜가 청정함이다.
선남자여, 이와 같이 여덟 가지 지혜가 청정한 것을 너희들 보살은 마땅히 부지런히 닦아 익혀서 빨리 위없는 정등보리를 증득할지어다.
또 다시 선남자여, 출가한 보살은 아란야에 머물러 다시 여덟 가지 신통이 청정함으로 자신을 장엄하는 것이다. 어떤 것이 여덟이 되느냐 하면,
첫째는 모든 물질적 존재[色法]에 장애됨이 없는 천안(天眼)을 얻어 선교방편과 신통이 청정한 것이요,
둘째는 모든 소리의 경계에 장애됨이 없는 천이(天耳)를 얻어 선교방편과 신통이 청정한 것이요,
셋째는 모든 중생이 마음과 마음의 대상이 되는 법에 장애됨이 없는 타심지(他心智)를 얻어 선교방편과 신통이 청정한 것이요,
넷째는 과거에 태어난 곳과 죽은 곳을 기억하는데 장애됨이 없는 숙주지(宿住智)를 얻어 선교방편과 신통이 청정한 것이요,
다섯째는 능히 시방의 수없는 불찰(佛刹)에 가는 것에 장애됨이 없는 신경지(神境智)를 얻어 선교방편과 신통이 청정한 것이요,
여섯째는 능히 중생이 샘이 다하고 다하지 못한 일을 알아서 장애됨이 없는 누진지(漏盡智)를 얻어 선교방편과 신통이 청정한 것이요,
일곱째는 능히 일체 번뇌를 소멸하는 데 장애됨이 없는 무루지(無漏智)를 얻어 선교방편과 신통이 청정한 것이요,
여덟째는 자신의 일체 선근을 나타내어 중생에게 돌려주는 선교방편과 신통이 청정한 것이다.
선남자여, 이와 같이 여덟 가지 신통이 청정한 것을 시방 보살이 한가지로 닦아 배우니, 너희들 보살도 또한 닦아 익혀서 빨리 위없는 정등보리를 증득할지어다.
또 다시 선남자여, 출가한 보살은 아란야에 머물러 현재의 몸으로 여덟 가지 청정함을 획득하나니, 어떤 것이 여덟이 되느냐 하면,
첫째는 몸의 업[身業]이 청정함이요,
둘째는 말의 업[意業]이 청정함이요,
셋째는 뜻의 업[意業]이 청정함이요,
넷째는 바른 성품[正性]이 청정함이요,
다섯째는 바른 생각[正念]이 청정함이요,
여섯째는 두타(頭陀)가 청정함이요,
일곱째는 아첨함을 여읨이 청정함이요,
여덟째는 한결 같은 생각으로 보리를 잊지 않는 마음이 청정함이다.
선남자여, 만일 불자가 아란야에 머물러 이와 같이 여덟 가지 청정함을 구족한다면 현재의 몸으로 끝없는 선근을 성취하여 다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또 다시 선남자여, 출가한 보살은 다시 여덟 가지 많이 들음[多聞]이 청정하여 자신을 장엄하는 것이다. 어떤 것이 여덟이 되느냐 하면,
첫째는 화상과 아사리(阿闍利)를 공경하면 많이 들음이 청정한 것이요,
둘째는 교만함을 멀리 여의고 겸손하고 낮추는 마음을 내면 많이 들음이 청정한 것이요,
셋째는 정진(精進)하기를 용맹(勇猛)하게 하면 많이 들음이 청정한 것이요,
넷째는 바른 생각에 편안히 머무르면 많이 들음이 청정한 것이요,
다섯째는 법을 구하는 이를 위하여 매우 깊은 뜻을 말하면 많이 들음이 청정한 것이요,
여섯째는 자기를 칭찬하고 남을 헐뜯기를 좋아하지 아니하면 많이 들음이 청정한 것이요,
일곱째는 항상 능히 선한 법을 관찰하면 많이 들음이 청정한 것이요,
여덟째는 바른 법을 들어서 말씀대로 수행하면 많이 들음이 청정한 것이다.
선남자여, 이와 같이 여덟 가지 많이 들음이 청정한 것을 너희들 보살은 모두 닦아 익혀서 빨리 위없는 정등보리를 증득할지어다.”
이 때 세존께서 이와 같이 보살들의 행을 말씀하신 뒤에 미륵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내가 열반에 든 뒤 5백세에 법(法)이 소멸하려 할 때 한량없는 중생이 세간을 싫어하고 떠나서, 여래를 목마르게 우러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발하여 아란야에 들어가 위없는 도를 위해, 이와 같은 보살의 원행(願行)을 닦아 익혀 큰 보리에서 물러나지 않음을 얻을 것이다.
이와 같이 마음을 발한 한량없는 중생은 목숨을 마치면 위로 도사천궁(覩 史天宮)에 태어나 너의 몸이 끝없는 복과 지혜로 장엄함을 얻게 되어, 생사 를 뛰어넘어 물러나지 않음을 증득하여, 앞으로 다가올 세상에 대보용화(大寶龍華) 보리수 아래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다.”
세존께서 이 법을 설하실 이 때, 새로 뜻을 발한 2만 5천 보살들이 보리의 행에서 장차 물러나려고 하다가 이와 같은 법을 듣고서는 견고한 마음을 발하여 10신(信)의 자리를 뛰어넘어 제6주(第六住)에 이르러 3만 8천 정행(淨行)바라밀다문에서 영원히 삿된 견해를 끊고 큰 법인(法忍)과 다라니를 얻었으며, 7만 6천 사람이 모두 견줄 것이 없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발하였다.
10. 관심품(觀心品)
이 때 문수사리보살마하살이 곧 자리로부터 일어나 의복을 단정히 하고,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며, 오른 무릎을 땅에 대고 몸을 굽혀 합장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이 말씀하신 바와 같이 묘덕(妙德) 등 5백 장자에게 말씀하시기를 ‘내가 너희들을 위하여 마음자리의 미묘한 법문을 연설하겠노라’고 하셨으므로 이 도량에 한량없고 끝없는 사람과 하늘의 대중들이 모두 목마르듯 기다리니 제가 이제 이를 위하여 여래께 여쭙니다. 무엇을 마음이라 하며, 무엇을 자리[地]라고 하는 것입니까?
오직 원하옵건대 세존이시여, 인연 없는 대자와 막힘없는 대비로 모든 중생들을 위하여 분별하여 연설하셔서, 괴로움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에게 그 괴로움을 벗어나게 하시고, 안락하지 못한 이에게 안락함을 얻게 하시며, 마음을 내지 않은 이에게 마음을 내게 하시고, 과(果)를 증득하지 못한 이에게 과를 증득하게 하시어 함께 한 도(道)에서 열반을 얻게 하소서.”
이 때 부처님께서 한량없는 겁 동안 모든 복과 지혜를 닦아 얻은 청정하고 결정된 수승한 법의 크게 미묘한 지혜의 인(印)으로 문수사리에게 인가(印可)하시어 말씀하셨다.
“착하고 착하다. 네가 이제 참으로 이 3세의 불모(佛母)이신 일체 여래께서 수행하는 자리에 있을 적에, 모두 일찍이 인도하여 믿는 마음을 처음으로 발하게 하였나니, 이러한 인연으로 시방의 국토에서 정각을 이룬 이들이 모두 문수로 어머니를 삼는다.
그러나 이제 너의 몸이 근본 서원의 힘으로 보살의 상호를 나타내어 여래께 불가사의한 법을 청하여 물으니, 자세히 듣고 자세히 들어 잘 생각할지어다. 내가 마땅히 널리 분별하여 풀어 말하리라.”
“그렇게 하십시오,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기꺼이 듣겠습니다.”
이 때 부처님께서는 미묘하고 훌륭하게 일체 여래의 최승주지평등성지(最勝住持平等性智)의 갖가지 드물고 미묘한 공덕을 성취 하셨으며, 이미 능히 일체 모든 부처님의 결정된 수승한 법인 대승지인(大乘智印)을 잘 얻으셨으며, 이미 일체 여래의 금강 같고 비밀스러우며 수승하고 미묘한 지혜를 잘 원만하게 증득하셨으며, 이미 능히 막힘없는 대비에 편안히 머물러 저절로 시방의 유정들을 제도하셨으며, 이미 미묘하게 관찰하는 지혜가 잘 원만하시어 보는 것 없이 보며 말씀하시는 것 없이 말씀하셨는데, 이러한 부처님께서 모든 부처님의 어머니인 무구대성(無垢大聖) 문수사리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시었다.
“크게 선한 이 법은 시방 여래의 가장 수승한 비밀심지법문(秘密心地法門)이라고 하며,
이 법은 일체 범부가 여래(如來)의 자리에 들어가는 단박에 깨닫는 법문[頓悟法門]이라고 하며,
이 법은 일체 보살이 큰 보리에 나아가는 진실한 바른 길이라고 하며,
이 법은 3세 모든 부처님이 스스로 법의 즐거움을 받는 미묘한 보배 궁전이라고도 하며,
이 법은 일체 유정을 이롭게 하는 다함없는 보배 창고라고도 하며,
이 법은 능히 모든 보살들을 인도하여 색구경자재지처(色究竟自在智處)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이 법은 능히 보리수에 인도하여 나아가게 하는 후신(後身)보살의 진실한 도사(導師)이며,
이 법은 능히 세간과 출세간의 재물을 비처럼 내려주니, 마니보(摩尼寶)와 같이 중생의 원을 원만하게 하며,
이 법은 능히 시방 3세의 일체 모든 부처님의 공덕과 본원(本願)을 내는 것이며,
이 법은 능히 일체 중생의 모든 악업의 과보를 녹이는 것이며,
이 법은 능히 일체 중생이 구하는 원인(願印)을 주는 것이며,
이 법은 능히 일체 중생의 생사에서 험난함을 제도하며,
이 법은 능히 일체 중생의 고해(苦海)의 파도를 쉬게 하며,
이 법은 능히 괴로운 중생의 급한 어려움을 구제하며,
이 법은 능히 일체 중생의 늙고 병들고 죽는 고해(苦海)를 마르게 하며,
이 법은 능히 모든 부처님 인연의 종자를 잘 출생시키며,
이 법은 능히 생사의 긴 밤에 큰 지혜의 횃불이 되어주는 것이다.
이 법은 능히 네 마군의 무리를 깨뜨리고 갑주(甲冑)를 짓는 것이며,
이 법은 곧 바르고 용맹한 군대의 전승(戰勝)의 깃발이며,
이 법은 곧 일체 모든 부처님의 위없는 법 바퀴며,
이 법은 곧 가장 수승한 법의 깃발이며,
이 법은 곧 큰 법의 북을 치는 것이며,
이 법은 곧 큰 법라[螺]를 부는 것이요,
이법은 곧 큰 사자 왕이요,
이 법은 곧 큰 사자의 소리요,
이 법은 마치 나라의 큰 성왕이 능히 바르게 잘 다스리는 것과 같아서 만약 왕의 교화를 순종하면 큰 안락을 얻고 왕 교화를 어기면 베이고 죽임을 당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선남자여, 3계(界) 가운데 마음이 주인이 되나니, 마음을 관찰할 수 있는 이는 마침내 해탈할 것이요, 관찰하지 못하는 이는 마침내 가라앉을 것이다.
중생의 마음은 대지(大地)와 같아서 5곡(穀)과 5과(果)가 그로부터 나는 것과 같으니, 이와 같이 마음의 법은 세간과 출세간의 선과 악의 다섯 갈래와 유학(有學)과 무학(無學)과 독각(獨覺)과 보살과 여래를 내는 것이다.
이러한 인연으로 3계가 오직 마음이며 마음을 땅이라고 하는 것이니, 일체 범부가 착한 벗을 가까이 하여 마음자리 법을 들어서 이치대로 관찰하고 말씀처럼 수행하며, 스스로 지어서 다른 이를 가르치고, 장려하여 경하하고 위로하면, 이와 같은 사람은 능히 세 가지 장애를 끊고 빨리 모든 행이 원만하여 빠르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다.”
이 때 대성인 문수사리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오직 마음의 법만이 3계(界)의 주인이 된다면 마음의 법이란 본디 없는 것으로 티끌이나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 것인데 어떻게 마음의 법이 탐함과 성냄과 어리석음에 물들며, 3세의 법에서 무엇이 마음이 된다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과거의 마음은 이미 멸하였고, 미래의 마음은 아직 이르지 않았으며, 현재의 마음은 머물지 아니하여, 모든 법의 안에서는 성품을 얻을 수 없고 모든 법의 밖에서는 모양을 얻지 못하며 모든 법의 중간에서는 모두 얻을 수 없나이다.
마음의 법은 본래 형상이 없으며 마음의 법은 본래 머무르는 곳이 없으므로 일체 여래께서도 오히려 마음을 보지 못하였는데 어찌 하물며 다른 사람이 마음의 법을 볼 수 있겠습니까?
일체 모든 법이 망령된 생각으로부터 생겨나니, 이 인연으로 이제 세존께서 대중을 위하여 말씀하시기를 ‘3계가 오직 마음이라’하셨나니, 원하옵건대 부처님께서는 불쌍히 여기시어 실재와 같이 풀어 말씀 하시옵소서.”
이 때 부처님께서 문수사리보살에게 말씀하셨다.
“그러하고, 그러하도다. 선남자여, 너의 물음과 같이 마음과 마음의 대상인 법의 본성(本性)이 텅 비어 적막하니 내가 여러 가지 비유로 그 뜻을 밝히겠노라.
선남자여, 마음은 눈속임 법과 같나니 두루 헤아림으로 말미암아 갖가지 마음의 생각이 생겨나서 괴로움과 즐거움을 받기 때문이요, 마음은 흐르는 물과 같나니 생각 생각이 나고 소멸하여 전후(前後)세에 잠시도 머무르지 않기 때문이요, 마음은 큰 바람과 같나니 찰나 사이에 오고 가기 때문이요, 마음은 불꽃과 같나니 뭇 인연들이 어울려 생겨난 것이기 때문이요, 마음은 번갯불과 같나니 잠깐 동안이라도 머물러 있을 수 없기 때문이요, 마음은 허공과 같나니 객진(客塵)1)번뇌에 뒤덮여 있기 때문이다.
마음은 원숭이와 같나니 5욕의 나무에 놀면서 잠시도 머무르지 않기 때문이요, 마음은 화공[畵師]과 같나니 능히 세간의 갖가지 빛을 그리기 때문이요, 마음은 종복과 같나니 모든 번뇌의 심부름꾼이 되기 때문이요, 마음은 홀로 다니는 것과 같나니 두 번째가 없기 때문이요, 마음은 국왕과 같나니 갖가지 일을 일으켜 자재로움을 얻기 때문이요, 마음은 원수와 같나니 자신의 몸으로 큰 괴로움을 받도록 하기 때문이요, 마음은 티끌과 같나니 자신을 더럽혀 잡되고 더러움을 내기 때문이요, 마음은 그림자 같나니 덧없는 법에 대해 늘 그러하다고 집착하기 때문이다.
마음은 눈속임이나 꿈과 같나니 내[我]가 없는 법에 대하여 나라고 집착하기 때문이요, 마음은 야차(夜叉)와 같나니 능히 갖가지 공덕의 법을 먹기 때문이요, 마음은 쉬파리와 같나니 더럽고 악한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요, 마음은 살인자와 같나니 능히 몸을 해치기 때문이요, 마음은 서로 맞서는 것과 같나니 항상 허물을 기다리는 까닭이요, 마음은 도적과 같나니 공덕을 훔치기 때문이요, 마음은 큰 북과 같나니 싸움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마음은 나는 나비와 같나니 등불의 빛을 사랑하기 때문이요, 마음은 들 사슴과 같나니 헛된 소문을 쫓기 때문이요, 마음은 돼지 떼와 같나니 잡되고 더러움을 즐기기 때문이요, 마음은 뭇 벌과 같나니 꿀맛을 모으기 때문이요, 마음은 취한 코끼리와 같나니 암컷을 가까이하길 탐하기 때문이니라.
선남자여, 이렇게 말한 것처럼 마음과 마음의 대상인 법은 안도 없으며 바깥도 없으며 중간도 없어서 모든 법 중에 구하여도 얻을 수 없으며, 과거와 미래와 현재에도 또한 얻을 수 없으며, 3세를 뛰어넘어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어서 항상 물들고 집착하는 마음으로 허망한 인연을 쫓아 나타나나니, 인연에 자성(自性)이 없고 마음의 성품이 텅 비었기 때문이니라.
이와 같이 텅 빈 성품은 나지도 않고 없어지지도 않으며, 옴도 없고 감도 없으며, 같지도 않고 다르지도 않으며, 단(斷)도 아니요 상(常)도 아니며, 본디 나는 곳도 없고 또한 멸하는 곳도 없으며, 또한 멀리 떠나는 것도 아니요 멀리 떠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이와 같이 마음의 평등함은 함이 없음과 다르지 아니하니, 함이 없음의 체(體)도 마음의 평등함과 다르지 않으며, 마음법의 체도 본래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마음법이 아닌 것은 또한 말할 수 없으니, 왜 그런가 하면, 만일 함이 없음을 마음이라고 한다면 곧 단견(斷見)이 되는 것이요, 만일 마음 법을 떠난다면 곧 상견(常見)이 되는 것이다.
영원히 두 가지 모양을 떠나 양쪽 다 집착하지 않으니, 이와 같이 깨달은 이는 진제(眞諦)를 보았다고 할 것이며, 진제를 깨달은 이를 현성(賢聖)이라 할 것이다.
일체 현성은 성품이 본래 텅 비고 고요하여 함이 없는 법 중에 계를 갖고 범함이 없으며, 또한 크고 작음도 없으며, 심왕(心王)과 심소(心所)의 법도 없으며, 괴로움도 없으며 즐거움도 없으니, 이와 같은 법계는 자성에 때(垢)가 없으며 상·중·하의 차별된 모양도 없는 것이다.
왜 그런가 하면, 이 함이 없는 법의 성품이 평등하기 때문이니, 강물이 흘러 바다로 들면 다 같이 한 맛이 되어 차별된 모양이 없기 때문이니라.
이 때[垢] 없는 성품은 견줄 것이 없어서 나를 멀리 떠났으며 나의 것도 떠났으니, 이 때 없는 성품은 실다운 것도 아니요 텅 빈 것도 아니며, 이 때 없는 성품은 이 제1의 뜻372)이므로 다하고 소멸하는 모양도 없어서 체가 본래 생겨나지 않으며, 이 때 없는 성품은 항상 머물러 변하지 않는 가장 수승한 열반이니 내가 청정함을 즐거워하기 때문이며, 이 때 없는 성품은 일체의 평등함과 평등하지 않음을 멀리 여의니 체(體)에 다름이 없기 때문이니라.
만일 선남자와 선여인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고자 하는 이가 있다면 응당 한마음으로 이와 같이 마음자리를 보는 법을 닦아 익힐 것이니라.”
이 때 세존께서 거듭 이 뜻을 베풀고자 하시어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3세 부처님의 어머니인 묘길상이
여래께 심지법(心地法)을 물었으므로
내가 이제 이 많이 모인 대중에게
부처 이루는 관행문(觀行門)을 연설하겠노라.
이 법을 만나기 어렵기란 우담보다 더하니
일체 세간은 목마른 듯이 찾을 것이며
시방 모든 부처님이 크게 깨달음을 증득함이
이 법으로부터 닦아 이루지 않은 것이 없다네.
내가 바로 위없는 조어사(調御師)로서
바른 법의 바퀴를 굴려 세계에 두루하고
한량없는 모든 중생을 교화하고 제도함이
심지관(心地觀)을 깨달음으로 말미암았음을 마땅히 알라.
일체 유정이 이 법을 듣고
기꺼이 보리에 나아가 수기를 받으며
일체 인연이 있어서 수기를 얻는 사람은
이 관문을 닦으면 마땅히 부처가 되리라.
모든 부처님이 스스로 큰 법락(法樂)을 받아
심지관의 미묘한 보배 궁전에 머물고
직(職)을 받은 보살이 무생(無生)을 깨달아
심지문(心地門)을 관하여 법계에 두루하며
후신(後身) 보살이 각수(覺樹)에 앉아
이 관행(觀行)에 들어 보리를 증득 하나니
이 법이 능히 칠성재(七聖財)3)와
중생의 원을 원만하게 하는 마니보배를 내려준다네.
이 법을 부처님의 본래 어머니라 하나니
3세에 세 부처님의 몸을 출생하였으며
이 법을 금강의 갑옷이라고 하나니
능히 네 무리의 모든 마군을 깨뜨리며
이 법은 능히 큰 배를 지어
강 가운데를 건너 보소(寶所)에 이르게 하며
이 법은 가장 수승한 큰 법의 북이며
이 법은 높이 나타난 큰 법의 깃대며
이 법은 금강의 큰 법라(法螺)며
이 법은 세상을 비치는 큰 법의 횃불이며
이 법은 큰 성주(聖主)와 같아서
공을 상주고 허물을 벌하여 백성의 마음을 따르며
이 법은 비옥하고 윤택한 밭과 같아서
때와 절기에 따라 나고 자라게 하며
내가 여러 비유로 공(空)의 뜻을 밝혀서
이 3계가 오직 한 마음임을 알게 했노라
마음에 큰 힘이 있어서 세계를 내고
자재하여 능히 변화의 주인이 되어서
악한 생각과 선한 마음이 번갈아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생사의 인(因)을 짓고 모으며
망령된 업에 의지해 세간에 있어서
사랑함과 사랑하지 않음의 과보가 항상 서로 이어지니
마음이 잠시도 쉬지 않고 흐르는 물 같고
마음이 땅을 할퀴는 바람 같으며
또한 나무 위에서 희롱하는 원숭이 같으며
허깨비에 의지해 이루어진 허깨비 일 같으며
허공을 나는 새의 거리낌 없음과 같으며
빈 마을에 사람이 바쁘게 다니는 것과 같나니
이와 같은 마음의 법은 본디 있는 것이 아닌데
범부가 집착하고 미혹해서 없지 않다고 이르나니
만일 능히 마음의 체성(體性)이 텅 비었음을 관한다면
의혹의 막힘[惑障]이 생기지 않아 바로 해탈한다네.
이 때 여래께서 모든 중생들에게 큰 자비의 마음을 일으켜 마치 부모가 한 아들을 사랑하듯이 세간에서 큰 힘을 가진 삿된 견해를 멸하고 일체 유정을 이롭고 편안하게 하기 위하여 관심(觀心)다라니를 연설하셨다.
옴실타바라지패천가로미
唵室陀波羅底吠燀迦盧弭
이 때 여래께서 진언(眞言)을 설하신 뒤에 문수사리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이와 같은 신주(神呪)는 큰 위력을 갖추었으므로, 만일 선남자와 선여인이 이 주문을 가질 때에 청정한 손을 들어 좌우 열 손가락을 깍지 끼고 오른쪽으로 왼쪽을 누르며 번갈아 굳게 잡아 형체를 얽은 것 같이 하면 금강박인(金剛縛印)이라 이름할 것이니, 이 인을 이룬 뒤에 앞의 진언을 익혀 1편(遍)을 다 하면 12부(部)의 경(經)을 읽는 것 보다 수승하며 얻는 공덕이 한량이 없으므로 이에 보리에서 다시는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11. 발보리심품(發菩提心品)
이 때 부처님께서는 이미 능히 잘 일체 여래의 관정보관(灌頂寶冠)을 얻으시어 3계를 뛰어넘으시고, 이미 원만하게 다라니의 자재함을 얻으셨으며, 이미 잘 삼마지(三摩地)의 자재함을 원만히 증득하셨으며, 미묘하고 훌륭하게 일체지(一切智)의 지혜와 일체 종지(種智)를 성취하시어 능히 유정의 갖가지 차별을 지으셨다.
이 때 부처님께서 모든 중생을 위하여 마음을 보는 미묘한 법문을 연설하신 뒤에 문수사리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시었다.
“위대한 선남자여, 내가 중생을 위하여 이미 마음자리를 말하였고, 또한 다시 보리의 마음을 발하는 큰 다라니를 말하여 모든 유정으로 하여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발하여 빨리 미묘한 과보를 원만하게 하였노라.”
이 때 문수사리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과거는 이미 소멸하였고 미래는 아직 이르지 않았으며 현재는 머무르지 아니하니, 3세에 있는 일체의 마음 법이 본성이 모두 텅 비었거늘, 저 보리의 마음이 어떤 것을 이름하여 발한다고 말씀 하시는 겁니까?
훌륭하신 세존이시여, 원하옵건대 풀어서 말씀하시어 모든 의심의 그물을 끊음으로써 보리에 나아가게 하옵소서.”
부처님께서 문수사리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모든 마음 법 가운데서 모든 삿된 소견을 일으키므로 62견(見)과 가지가지 견을 제거하여 끊고자하는 까닭에 마음과 마음의 대상인 법을 내가 공이 된다고 말하였나니, 이와 같은 모든 견이 의지할 데가 없기 때문이다.
비유컨대 우거진 숲이 빽빽하고 무성하면 사자와 흰 코끼리와 범과 이리와 악한 짐승이 거기에 머물러 살면서 독을 내어 사람을 해치므로 다니는 발자취를 멀리 끊어지게 한다.
그 때 지혜 있는 이가 불로 숲을 태우면 숲이 비는 까닭에 모든 악한 짐승들이 다시 남아 있지 않듯이 마음이 텅 비면 봄[見]이 멸하는 것도 또한 다시 이와 같은 것이다.
또한 선남자여, 무슨 인연으로 공(空)의 뜻을 세웠느냐 하면, 번뇌가 망령된 마음으로부터 생김을 소멸시키기 위하여 이 공을 말한 것이다.
선남자여, 만일 공의 이치에 끝까지 집착한다면 공의 성품도 또한 공한 것인데 공에 집착하여 병을 만드니, 또한 응당 제거해 버려야 할 것이다.
왜 그런가 하면, 만일 공의 뜻에 끝까지 집착한다면 모든 법이 모두 공하여 인(因)도 없고 과(果)도 없을 것이니 노가사타(路伽邪陀)4)와 무슨 차별이 있겠는가.
선남자여, 아가타(阿伽陀) 약이 모든 병을 치료할 수 있어서 먹으면 병이 반드시 낫지만 병이 이미 나았으면 약도 병과 함께 버리는 것이요, 병이 없는 이가 약을 먹으면 약이 도리어 병이 되는 것이다.
선남자여, 본디 공(空)이라는 약을 처방한 것은 있음[有]에 집착하는 병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다. 있다고 집착하면 병을 이루며, 공을 집착해도 또한 그러니, 어느 지혜 있는 이가 약을 먹어 병을 얻을 것인가.
선남자여, 있다고 보는 것은 공이라고 보는 것보다 수승하니, 공은 있다는 병을 치료하지만 공을 치료하는 약은 없는 것이다.
선남자여, 이런 인연으로 공의 약을 먹어서 삿된 소견을 제거한 뒤에 스스로 마음을 깨달으면 능히 보리를 발할 것이니, 이 깨닫는 마음이 곧 보리의 마음이어서 두 가지 모양이 없는 것이다.
선남자여, 스스로 마음을 깨닫는 것에 네 가지 뜻이 있으니, 어떤 것이 넷이 되느냐 하면, 모든 범부에 두 가지 마음이 있고, 모든 부처님과 보살이 두 가지 마음이 있는 것이다.
선남자여, 범부의 두 가지 마음의 모양은 어떤가 하면, 첫째는 안식(眼識)과 나아가 의식(意識)이 함께 자기 경계를 반연하는 것을 스스로 마음을 깨닫는다고 이름하는 것이요, 둘째는 5근(根)을 여의고 마음과 마음의 대상이 되는 법이 화합하여 경계를 반연하는 것을 스스로 마음을 깨닫는다고 이름하는 것이다.
선남자여, 이와 같은 두 가지 마음이 보리를 발하는 것이다.
선남자여, 현자와 성인의 두 가지 마음은 그 모양이 어떤가 하면, 첫째는 진실한 이치를 보는 지혜요, 둘째는 일체 경계를 보는 지혜다.
선남자여, 이와 같은 네 가지를 스스로 마음을 깨닫는 것이라고 이름하는 것이다.”
이 때 문수사리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마음은 모양이 없으며 또한 머무르는 곳도 없는데, 범부로서 수행하는 자가 최초로 마음을 발하여 어떤 곳에 의지하며 어떤 모양을 보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범부가 보는 것도 보리 마음의 모양이어서 청정하고 원만하여 둥근 달같이 가슴 위에 밝고 쾌활하게 머무는 것이다.
만일 물러나지 않음을 빨리 얻고자 한다면 아란야와 텅 비어 고요한 집에 머물러 몸을 단정히 하고 바른 생각으로, 앞에 여래의 금강박인(金剛縛印)을 맺고, 눈을 감고 가슴 속의 밝은 달을 관찰하며, 다음과 같이 ‘원만한 달 바퀴가 50유순(由旬)에 때[垢] 없이 밝고 청정하여 안과 밖이 투명하고 가장 맑고 시원하니, 달은 곧 마음이요 마음은 곧 달이어서, 티끌에 가리워져 물들음이 없고, 망령된 생각이 나지 아니하며, 능히 중생으로 하여금 몸과 마음이 청정해져 큰 보리의 마음이 견고하여 물러나지 않게 하겠다’라고 생각을 일으킨다.
이 수인(手印)을 맺고 큰 보리의 마음을 관찰하여 미묘한 글귀를 마음에 새겨 지닐 것이니, 일체 보살이 맨 처음 마음을 낸 청정한 진언(眞言)은 다음과 같다.
옴보지실다모치바다사미
唵菩地室多牟致波陀邪弭
이 다라니는 큰 위의와 공덕을 갖추어 능히 수행하는 자로 하여금 다시는 물러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과거와 미래와 현재의 일체 보살이 인(因)의 자리에서 처음으로 마음을 내실 때에 마음을 오로지 하여 이 진언을 지녀 물러나지 않는 자리에 들어가 빨리 정각을 이루는 것이다.
선남자여, 이 때 저 수행자가 몸을 단정히 하고 바른 생각으로 도무지 움직이거나 흔들리지 아니하여 마음의 달 바퀴에만 매어서 관찰하는 것을 성숙시킨다면, 이것을 보살이 보리의 마음을 보아 부처를 이루는 삼매라고 하는 것이다.
만일 범부가 이 관(觀)을 닦으면 일어나는 바 5역(逆)과 4중(重)과 10악(惡)과 일천제(一闡提)와 같은 등의 죄가 모두 다 소멸하여 곧 다섯 가지 삼마지문(三摩地門)을 얻을 것이다.
어떤 것이 다섯이 되느냐 하면, 첫째는 찰나삼매요, 둘째는 미진(微塵)삼매요, 셋째는 백루(白縷)삼매요, 넷째는 기복(起伏)삼매요, 다섯째는 안주(安住)삼매다.
어떤 것이 찰나삼매가 되느냐 하면, 잠시 둥근 달을 생각하며 머무르는 것이니, 비유컨대 묶여있는 원숭이가 멀리도 가지 못하고 가까이도 머무르지 못하여 오직 곤하고 주리며 목말라서 잠깐 동안 머무르는 것과 같이, 범부가 마음을 관하는 것도 또한 이와 같이 잠깐 삼매를 얻으므로 찰나라고 이름한 것이다.
어떤 것을 미진삼매라고 하느냐 하면, 삼매에 조금 서로 응하는 것이니, 비유컨대 어떤 사람이 항상 쓴 것만 먹고 일찍이 단 것을 먹어보지 못하다가 어느 때 한 번 적은 양의 꿀을 얻어 혀뿌리에 대보고 더욱더 기뻐하여 갑절이나 뛰면서 좋아하며 다시 많은 꿀을 구하는 것과 같이, 이와 같이 수행자도 긴 겁을 지내도록 모든 쓴 맛만 먹다가 이제 달디 단 삼매를 얻어 적지만 서로 응하였으므로 미진이라고 이름한 것이다.
어떤 것을 백루(白縷)삼매라고 이름하는 것인가. 범부가 비롯됨이 없는 때로부터 미래세가 다하도록 이제서야 이 정(定)을 얻은 것이니, 비유컨대 물들인 검은 비단의 많은 검은색 가운데 한 올의 흰색을 보는 것과 같아서, 이와 같이 수행자도 많은 생사의 캄캄하고 어두운 밤중에 이제서야 바야흐로 희고 청정한 삼매를 얻었으므로 백루라고 하는 것이다.
어떤 것을 기복삼매라고 하느냐 하면, 이른바 수행자가 마음을 봄이 성숙하지 못하여 혹 잘 성립하기도 하고 잘 성립하지 못하기도 하니, 이와 같이 삼매가 마치 저울대처럼 내려가기도 하고 올라가기도 하므로 기복(起伏)이라고 하는 것이다.
어떤 것을 안주(安住)삼매라고 하느냐 하면, 앞의 네 가지 정(定)을 닦아 마음에 편안히 머무름을 얻어서 잘 능히 수호하여 모든 티끌에 물들지 않는 것이니, 어떤 사람이 한 여름에 사막을 건너는데 더위를 먹어 몹시 목이 말라 거의 견딜 수 없이 되었다가 갑자기 설산의 달고 맛있는 물과 천소타(天酥陀)5) 등을 얻어서 한 번에 더운 괴로움을 제거하면 몸과 뜻이 편안한 것과 같으므로 이 삼매를 안주(安住)라고 하는 것이다.
이 정에 들어간 뒤에는 이미 혹장(惑障)을 멀리 여의고 위없는 보리(菩提)의 싹을 틔워 빨리 보살 공덕의 10지(地)에 오르는 것이다.”
이때에 모임 가운데 한량없는 사람과 하늘이 이 모든 보살의 어머니이며 깊고 깊은 불가사의한 큰 다라니를 들은 뒤에 9만 8천의 모든 보살들이 환희지(歡喜地)를 증득하였고 한량없는 중생들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발하였다.
12. 성불품(成佛品)
이 때 부처님께서 능히 잘 청정한 법계에 평안히 머무르시니, 3세가 평등하여 처음도 없고 끝도 없으며, 움직이지도 아니하여 응연히 항상 끊고 다함이 없으며, 큰 지혜의 광명이 널리 세계를 비추며, 선교방편과 방편과 변화하는 신통으로 시방의 국토를 교화하시니, 두루하지 않음이 없었다.
이 부처님께서 문수사리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시었다.
“유가(瑜伽) 행자가 둥근달을 본 뒤에야 응당 세 가지 큰 비밀법을 보는 것이니, 어떤 것이 셋이 되느냐 하면, 첫째는 마음의 비밀이요, 둘째는 말의 비밀이요, 셋째는 몸의 비밀이다.
어떤 것을 마음의 비밀법이라고 하는 것이냐 하면, 유가 행자가 뚜렷한 달 가운데서 금빛 5고(鈷)6) 금강이 나오는 것을 관하니, 광명이 환하게 밝아 마치 금을 녹인 것같이 수없이 크고 흰 빛이 나오는 것이다.
이렇게 관찰하는 것을 마음의 비밀이라고 하는 것이다.
어떤 것을 말의 비밀이라고 하느냐 하면 ‘옴지실다바이라(唵地實多波爾羅)’이다.
이 다라니는 큰 위력을 갖추어 일체 보살이 부처님의 참 자취를 이루니, 이런 까닭으로 말의 비밀이라고 하는 것이다.
어떤 것을 몸의 비밀법이라고 하느냐 하면, 도량 가운데서 몸을 단정히 하고 생각을 바르게 하여 손으로 인도무상보리최제일인(引導無上菩提最第一印)을 맺어 가슴의 마음 달 바퀴 가운데에 편안히 놓는 것이다.
선남자여, 내가 마땅히 너희를 위하여 그 인(印)의 모양을 말하겠노라.
먼저 좌우 두 엄지손가락을 각각 좌우 손바닥 안에 넣고, 각각 좌우 엄지손가락과 중지 손가락과 무명지(無名指) 손가락으로 엄지손가락을 굳게 잡아 손으로 주먹을 짓는 것이니, 곧 이것이 견뢰금강권인(堅牢金剛拳印)이다.
다음으로 주먹을 펴지 않고 오른쪽 엄지손가락을 펴 곧게 허공을 가리키고, 그 왼쪽 주먹으로 가슴 위에 대고 오른쪽 주먹 새끼손가락으로 왼쪽 주먹 엄지손가락 한 마디를 굳게 잡으며, 다음에 오른쪽 주먹 엄지손가락 끝으로 바로 왼쪽 주먹 엄지손가락 한 마디를 가리키며 또한 가슴 앞에 대는 것이니, 이것을 인도무상보리제일지인이라고 하며, 또한 능히 무명의 어두움을 소멸하는 큰 광명인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 인(印)을 맺음으로 지니는 힘이 더해지는 까닭에 시방의 모든 부처님께서 수행자의 정수리를 쓰다듬어 큰 보리의 수승한 결정기(決定記)를 주는 것이니, 이것이 바로 큰 비로자나여래무량복지취대묘지인(毘盧遮那如來無量福智聚大妙智印)이다.
이 때 수행자는 이 인을 맺은 뒤에 곧 이 관(觀)을 지으니, 일체의 유정이 함께 이 인을 맺고 진언을 지니고 염하면, 시방세계 3악도(惡道)와 8난(難)의 괴로운 과보가 없고 제일 청정한 법락을 함께 받을 것이다.
내가 이제 머리 위에 큰 보배관(冠)이 있는데 그 천관(天冠) 속에 다섯 분의 부처님 여래께서 결가부좌하고 계시며, 내가 바로 비로자나여래인데 32상(相)과 80종호(種好)를 원만하게 구족하여 큰 광명을 놓아 시방세계를 비추어 일체 중생을 이롭고 안락하게 하니, 이와 같이 관찰하는 것을 비로자나여래의 가장 수승한 삼매에 들었다고 하는 것이다.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가로라미묘관문(迦盧羅微妙觀門)을 깨닫고 스스로 이 관을 지어서 내 몸이 곧 이 금시조왕(金翅鳥王)이라고 하는 것과 같이, 마음과 뜻과 말도 또한 다시 이와 같나니, 이 관(觀)의 힘으로 능히 독약을 소멸하여 일체 악의 독이 능히 해치지 못하는 것이요, 범부 수행자도 또한 이와 같아서 항복받는 자리를 지어 몸을 움직이지 아니하고 손으로 지인(智印)을 맺어 진언을 가만히 염하면, 이 관에 들어갈 때에 능히 3독(毒)을 소멸하고 업장을 제거하며 복과 지혜를 증장하여 세간과 출간세의 원(願)이 빨리 원만함을 얻으며, 8만 4천 모든 번뇌의 업장이 능히 나타나 일어나지 못하여 항하사(恒河沙)같이 많은 무거운 소지장이 점점 소멸하여 샘이 없는 큰 지혜와 능히 끊을 수 있는 금강반야바라밀이 앞에 원만함을 나타내어 빨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는 것이다.”
이 때 문수사리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희유하신 세존이시여, 희유하신 선서(善逝)시여, 여래께서 세간에 나오심이 우담발화보다 더하며, 설령 세간에 나오신다 하더라도 이 법을 말씀하시기 어려운 것입니다. 이와 같은 마음자리의 세 가지 비밀의 위없는 법의 바퀴는 진실로 능히 일체 중생을 이롭게 하며, 여래의 자리와 보살의 자리에 들어가는 진실로 바른 길이니, 만일 어떤 중생이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고 이 법을 수행한다면 빨리 보리를 얻을 것입니다.”
이 때 부처님께서 문수사리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선남자와 선여인이 세 가지 비밀스럽게 성불하는 미묘한 문(門)을 닦아 익혀서 일찍 여래의 공덕신(功德身)을 얻고자 한다면, 마땅히 보살의 서른두 가지 큰 금강 갑옷을 입고서 이 미묘한 관(觀)을 닦아야만 반드시 여래의 청정한 법신(法身)을 증득할 것이다.
어떤 것을 서른두 가지 갑옷이라고 하는가?
첫째는 한량없는 겁에 중생을 위하기 때문에 생사를 싫어하지 아니하고 괴로움을 받는 큰 갑옷이요,
둘째는 한량없는 유정을 제도하길 서원하여 땅강아지와 개미까지도 버리지 않는 큰 갑옷이요,
셋째는 중생들의 생사의 긴 꿈을 깨우쳐 세 가지 비밀한 법에 편안히 두는 큰 갑옷이요,
넷째는 일체의 때에 부처님 법을 옹호함이 마치 메아리가 응하는 것과 같이 법을 옹호하는 갑옷이요,
다섯째는 있음과 없음의 두 견을 능히 일으키는 일체 번뇌를 영원히 소멸하는 금강의 큰 갑옷이다.
여섯째는 머리와 눈과 골수와 뇌와 처자와 보배를 와서 구하는 이가 있으면 능히 희사하는 큰 갑옷이요,
일곱째는 집안에서 받는 일체 즐기는 도구를 길이 탐착하지 아니하여 능히 보시하는 큰 갑옷이요,
여덟째는 능히 보살의 삼취정계(三聚淨戒)를 가져 끝내 두타를 여의지 않는 큰 갑옷이요,
아홉째는 인욕의 옷을 입어 모든 어그러지는 인연을 만나 헐뜯고 욕하고 때림을 당할지라도 되갚지 않는 큰 갑옷이요,
열째는 있는바 일체의 연각과 성문을 교화하여 일승(一乘)에 나아가 마음을 돌이키게 하는 큰 갑옷이다.
열한째는 비유컨대 큰 바람이 밤낮으로 쉬지 않듯이 모든 유정을 제도하여 정진하게 하는 큰 갑옷이다.
열두째는 몸과 마음이 고요하며 입으로 허물을 범함이 없어서 해탈 삼매를 수행하는 큰 갑옷이요,
열셋째는 생사와 열반을 둘로 봄이 없으며 중생을 이롭게 함이 평등한 큰 갑옷이요,
열넷째는 이유 없는 대자비로 중생을 이롭게 하여 항상 싫어하거나 버림이 없어서 즐거움을 주는 큰 갑옷이요,
열다섯째는 막힘 업는 대비로 일체를 구제하여 거두되 한량없이 괴로움을 뽑아버리는 큰 갑옷이다.
열여섯째는 모든 중생에게 원수 맺음을 없게 하여 항상 이로움을 짓는 큰 기쁨의 갑옷이요,
열일곱째는 비록 고행(苦行)을 행하면서도 수고로움을 꺼리지 아니하여 항상 물러남이 없는 큰 기쁨의 갑옷이요,
열여덟째는 괴로움이 있는 중생이 보살의 처소로 오면 저를 대신하여 괴로움을 받아도 싫어하지 아니하는 큰 갑옷이요,
열아홉째는 손바닥 안의 아마륵과(阿摩勒果)387)를 보는 것과 같이 이와 같이 능히 해탈을 보는 큰 갑옷이요,
스무째는 5온(蘊)의 몸을 보기를 마치 전타라(旃陀羅)가 선한 일을 손해 보는 것처럼 집착함이 없는 큰 갑옷이다.
스물하나째는 12입(入)을 보기를 마치 텅 빈 마을은 항상 두려움을 품게 되는 것처럼 싫어하여 여의는 큰 갑옷이요,
스물두째는 18계(界)를 보기를 마치 눈속임에는 진실 됨이 없는 것처럼 보는 큰 지혜의 갑옷이요,
스물셋째는 일체 법을 법계와 한가지로 보고 뭇 모양들은 보지 않아서 참을 증득하는 큰 갑옷이요,
스물넷째는 다른 사람의 악은 가리어 주고 자기 허물은 감추지 아니하여 3계를 싫증내 떠나서 세간을 벗어나는 큰 갑옷이요,
스물다섯째는 큰 의왕이 병에 따라 약을 주듯이 보살이 마치 맞게 연설하여 교화하는 큰 갑옷이다.
스물여섯째는 저 3승의 체(體)가 본디 다르지 않다고 보아서 마침내 마음 을 돌리어 하나로 돌아가는 큰 갑옷이요,
스물일곱째는 3보의 종자를 이어 끊어지지 않게 하고 미묘한 법의 바퀴를 굴려 사람을 제도하는 큰 갑옷이요,
스물여덟째는 부처님은 중생들에게 큰 은덕이 있으므로 그 은혜를 갚기 위해 도를 닦는 큰 갑옷이요,
스물아홉째는 일체 법의 본성은 텅 비어 고요해서 나지도 않고 소멸하지도 않는다고 관(觀)하는 때[垢] 없는 큰 갑옷이요,
서른째는 무생인(無生忍)을 깨달아 다라니를 얻어 말하기를 즐기는 변재(辯才)가 막힘이 없는 큰 갑옷이다.
서른하나째는 널리 유정을 교화하여 보리나무에 앉아서 부처님의 과보를 증득하게 하는 한 맛[一味]8)의 큰 갑옷이요,
서른두째는 한순간에 마음이 반야와 서로 응하여 3계의 법을 깨달아 남음이 없는 큰 갑옷이니,
이것을 보살마하살의 서른두 가지 금강의 큰 갑옷이라고 하는 것이다.
문수사리보살이여, 만일 선남자와 선여인이 몸에 이와 같은 금강 갑옷을 입고 마땅히 부지런히 세 가지 비밀스러운 법을 닦아 익히면 현세 가운데 큰 복과 지혜를 갖추어 빨리 위없는 정등보리(正等菩提)를 증득할 것이다.”
이 때 대성인 문수사리보살마하살과 모든 대중들이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세 가지 비밀스러운 심지묘법(心地妙法)과 서른두 가지 금강갑주(金剛甲冑)가 일체 보살이 응하여 배우는 곳임을 듣고서, 각각 값진 영락(瓔珞)과 보배 옷을 벗어서 비로자나여래와 시방의 부처님께 공양하고 부처님을 찬탄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십니다, 부처님 박가범이시여.
끝없는 보살의 행원(行願)을 연설하시어 일체 중생을 이롭고 안락하게 하시며, 범부의 몸을 버리고 부처님 자리에 들도록 하셨습니다.
이제 저희들 바다 같이 모인 대중이 부처님의 은혜를 갚기 위하여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고 모든 중생들을 위하여 두루 모든 불국토에 이 미묘한 법을 분별해서 연설하며,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며, 써서 널리 유포시켜 끊어지지 않도록 하겠사오니, 오직 바라건대 여래께서는 멀리 보호하여 생각하여 주옵소서.”
이 때 많이 모여 있던 이들이 이 미묘한 법을 듣고 큰 이로움을 얻었으며,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보살들이 각각 물러나지 않는 자리의 깨달음을 증득하였으며, 일체의 사람과 하늘이 모두 수승한 이익으로 얻었으며, 나아가 다섯 갈래의 일체 유정들이 모든 무거운 업장을 끊고 한량없는 즐거움을 얻었으니, 모두 다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다.
13. 촉루품(囑累品)
이 때 석가모니여래께서 문수사리보살등 아승기(阿僧祇)의 바다와 같이 모인 대중에게 말씀하시었다.
“내가 한량없는 나유타 백천 대겁(大劫)에 몸과 목숨과 머리와 눈과 손과 발과 피와 살과 뼈와 골수와 처자식과 나라의 성과 일체의 진귀한 보배들을 와서 구하는 이가 있으면 모두 보시하여 백천의 어려운 행과 괴로운 행을 닦아 익혀서 대승의 심지관문(心地觀門)을 증득하였다. 이제 이 법을 너희들에게 맡기노니, 너희들은 마땅히 알아라. 이 매우 깊은 경은 시방 3세의 위없는 10력(力)을 연설한 것이다.
이러한 경보(經寶)는 가장 지극히 미묘하여 능히 유정들의 일체를 이롭고 즐겁게 하니, 이 삼천대천세계 시방 모든 불국토 안에 있는 한없는 모든 유정의 무리와 붙어사는 아귀와 지옥의 중생들이 이 『대승심지관경』의 수승한 공덕과 큰 위력으로 말미암아 모든 괴로움을 여의고 편안함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경의 힘과 복과 덕은 생각하기 어려우므로 나라 안이 모두 풍요롭고 안락하여 원수와 적이 없게 되는 것이다. 비유컨대 어떤 사람이 여의주를 얻어 집안에 놓아두면 능히 일체의 수승하고 미묘하게 즐기는 도구가 생기는 것과 같이, 이 미묘한 경보(經寶)도 또한 이와 같아서 능히 나라 안에서는 다함이 없는 안락을 주며, 또한 33천(天)과 말니천(末尼天)의 북[鼓]이 갖가지 백천의 소리를 내서 저 하늘의 무리들에게 모든 쾌락을 주는 것과 같으니라.
이 경의 법의 북도 또한 이와 같아서 능히 나라 안이 가장 수승하게 안락토록 하나니, 이런 인연으로 너희들 대중은 큰 인력(忍力)에 머물러 이 경을 널리 유포시킬지어다.”
이 때 문수사리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희유하신 여래시며 희유하신 선서께서 이제 매우 깊은 대승의 미묘한 『심지관경』을 말씀하시어 널리 대승 행자를 이롭게 하셨습니다.
오직 그러하오니 세존이시여, 진실로 깊고 미묘하므로 만일 선남자와 선여인이 능히 이 경과 내지 하나의 4구게(句偈)를 갖는다면 이와 같은 사람은 얼마만큼의 복을 얻겠습니까?”
이 때 부처님께서 문수사리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선남자와 선여인이 항하사 삼천대천세계에 가득한 7보로 시방의 모든 부처님을 공양하되 한 분 한 분의 부처님을 위하여 정사(精舍)를 짓고 7보로 장엄하여 부처님과 보살을 편안히 모시고 공양하기를 항사 겁에 가득하도록 하며, 저 모든 여래의 처소에 있는 한량없는 성문 제자에게도 또한 일체의 필요로 하는 것들을 공양하되 부처님을 공양하는 것과 차별이 없이 하며, 이와 같은 모든 부처님과 성문들이 반열반(般涅槃)하신 뒤에는 큰 보탑(寶塔)을 지어 사리(舍利)를 공양할지라도, 만일 선남자와 선여인이 잠시 이 『심지경』의 한 4구게를 들어서 믿고 알아 보리의 마음을 발하여, 받들어 가지며 읽고 생각하며 풀어서 말하고 쓰며 나아가 극히 적게라도 한 사람을 위하여 말한다면, 저 갖가지로 공양한 공덕도 이 경을 말하여 얻은 공덕에 비하면 16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며, 나아가 산수(算數)로는 견주어 미칠 수 없으니, 하물며 능히 구족하게 받아 가지며 읽고 익혀 널리 사람을 위하여 말해서 얻는 복과 이익의 한량없음에랴.
만일 어떤 여인이 보리의 마음을 발하여 이 『심지경』을 받들어 가지며 읽고 익히며 쓰고 풀어서 말한다면, 이 여인은 맨 뒤의 몸[最後身]9)을 다시는 받지 아니하며 악도(惡道)와 8난(難)에 떨어지지 아니하여 현세의 몸으로 열 가지 수승한 이익과 복을 증득하는 것이다.
첫째는 수명을 더하는 것이요,
둘째는 모든 병과 고뇌를 더는 것이요,
셋 째는 능히 업장을 소멸하는 것이요,
넷째는 복과 지혜가 늘어나는 것이요,
다섯째는 재물이 모자라지 않는 것이요,
여섯째는 피부(皮膚)가 윤택(潤澤)한 것이요,
일곱째는 남의 사랑과 공경을 받는 것이요,
여덟째는 효자를 두는 것이요,
아홉째는 권속이 화목한 것이요,
열째는 선한 마음이 견고한 것이다.
문수사리여, 있는 데나 거처하는 곳마다 만일 읽든지 외우든지 풀어서 말하든지 쓰든지 간에 이 경이 머무르는 곳이라면 이것이 곧 부처님 탑이니, 일체의 하늘과 용과 사람과 사람 아닌 것들이 응당 사람들 가운데서 천상의 가장 미묘한 보배로 공양하는 것이다.
왜 그런가 하면, 이와 같은 경전이 있는 곳은 곧 부처님과 모든 보살과 연각과 성문이 계시는 곳이기 때문이다.
왜냐 하면, 일체 여래께서 이 경을 수행하시어 범부를 여의고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셨으며, 일체 성현이 모두 이 경으로부터 해탈을 얻었기 때문이다.
문수사리여, 내가 열반한 뒤의 뒤 5백세에 법이 없어지려 할 때에, 만일 어떤 법사가 모든 경 가운데서 으뜸인 이 『심지경』을 받들어 가지며 읽고 익히며 풀어서 말하고 쓰면, 이와 같은 법사는 나와 다름이 없을 것이다.
만일 선남자와 선여인이 이 법사를 공양하고 존중한다면 곧 시방 3세 일체 모든 부처님을 공양함이 되어 얻는 복덕이 평등하여 둘이 아닐 것이니, 이것을 참된 법으로 여래를 공양 한다고 하며, 이와 같은 것을 정행공양(正行供養)이라고 하는 것이다.
왜 그런가 하면, 이 위대한 법사가 부처님이 안 계실 때에 탁하고 악한 세상에서 삿되게 보는 유정들을 위하여 매우 깊은 심지경왕을 연설함으로써 악한 소견을 여의고 보리의 도에 나아가게 하며, 널리 베풀고 유포하여 법이 오래 머무르도록 하니, 이와 같은 이를 상호 없는 부처님이라고 하여 일체의 사람과 하늘들이 응당 공양하는 것이다.
만일 선남자와 선여인이 이 법사에게 합장하고 공경한다면 내가 위없는 큰 보리의 기(記)를 줄 것이니 이 사람은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다.
만일 사람이 이 『심지경』을 듣고 네 가지 은혜를 갚기 위하여 보리의 마음을 발하거나, 스스로 쓰거나 사람을 시켜 쓰거나, 다 읽고 생각하여 꿰뚫어 유익하다면, 이와 같은 사람들이 얻는 복덕은 부처님의 지혜의 힘으로 많고 적음을 헤아려도 그 끝을 얻지 못할 것이니, 이 사람을 모든 부처님의 진짜 아들이라고 할 것이다.
일체 모든 하늘과 범왕(梵王)과 제석(帝釋)과 4대 천왕(天王)과 아리저모(阿利底母)와 5백 권속과 이라발다(儞羅跋多)와 큰 귀신 왕과 용신(龍神)과 8부(部) 일체가 법을 들으며, 모든 귀신들이 밤낮으로 떠나지 않고 항상 마땅히 이와 같은 불자를 옹호하여 생각하는 지혜를 자라게 하고 막힘없는 말재주를 주어 중생을 교화함으로써 부처될 인(因)을 심게 하는 것이다.
문수사리여, 이와 같은 선남자와 선여인은 목숨이 마칠 때에 다다라 눈앞에서 시방의 모든 부처님을 볼 수 있어서 3업(業)이 어지럽지 않고 처음으로 열 가지 몸의 업이 청정함을 얻을 것이다. 어떤 것이 열이 되느냐 하면,
첫째는 몸으로 괴로움을 받지 않는 것이요,
둘째는 눈동자를 드러내지 않는 것이요,
셋째는 손을 움직이지 않는 것이요,
넷째는 발을 폈다 오므렸다 하지 않는 것이요,
다섯째는 대소변을 싸지 않는 것이요,
여섯째는 몸에 땀을 흘리지 않는 것이요,
일곱째는 밖으로 더듬거리지 않는 것이요,
여덟째는 주먹을 펴는 것이요,
아홉째는 얼굴을 고치지 않는 것이요,
열째는 이리 저리 둘러 눕기를 마음대로 함이니,
경의 힘으로 말미암은 까닭에 이와 같은 모양이 있는 것이다.
다시 열 가지 말의 업이 청정함을 얻는 것이다. 어떤 것이 열이 되느냐 하면,
첫째는 미묘한 말을 내는 것이요,
둘째는 부드러운 말을 내는 것이요,
셋째는 길상(吉祥)한 말을 내는 것이요,
넷째는 듣기 좋은 말을 내는 것이요,
다섯째는 따라 순종하는 말을 내는 것이요,
여섯째는 이익 되는 말을 내는 것이요,
일곱째는 위의와 덕이 있는 말을 내는 것이요,
여덟째는 권속을 배반하지 않는 것이요,
아홉째는 사람과 하늘이 공경하고 사랑하는 것이요,
열째는 부처님께서 하신 말씀을 칭송 찬탄하는 것이니,
이와 같이 착한 말은 모두 이 경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다음 열 가지 뜻의 업이 청정함을 얻는 것이다. 어떤 것이 열이 되느냐 하면,
첫째는 성을 내지 않는 것이요,
둘째는 한 맺음을 품지 않는 것이요,
셋째는 인색한 마음을 내지 않는 것이요,
넷째는 시기하는 마음을 내지 않는 것이요,
다섯째는 허물과 악을 말하지 않는 것이요,
여섯째는 원망하는 마음을 내지 않는 것이요,
일곱째는 뒤바뀐 마음이 없는 것이요,
여덟째는 모든 물건을 탐하지 않는 것이요,
아홉째는 일곱 가지 거만을 멀리 여의는 것이요,
열째는 일체의 부처님 법을 증득하여 삼매가 원만함을 즐기는 것이다.
문수사리여, 이와 같은 공덕은 깊고 묘한 경전을 모두 받들어 가지며 읽고 익히며 꿰뚫어 유익하고 풀어 말하여 쓴, 생각하기 어려운 힘으로 말미암은 것이니, 이 『심지경』은 한량없는 곳과 한량없는 때에도 들을 수 없는 것인데 어찌 하물며 구족하게 닦아 익힌다고 볼 수 있겠느냐?
너희들 대중은 한마음으로 받들어 지녀서 빨리 범부를 여의고
부처님의 도를 이룰지어다
- . . . . . cf. 六種性(육종성) 보살의 인행(因行)으로부터 과(果)에 이르는 행위종성(行位種性)을 6위로 나눈 것. (1) 습종성(習種性). 10주위(住位)로 공관(空觀)을 연습하여 견혹(見惑)ㆍ사혹(思惑)을 깨뜨리는 성(性).(2) 성종성(性種性). 10행위(行位)로서 공(空)에 머물지 않고, 나아가 가성(假性)을 분별하는 성(性). (3) 도종성(道種性). 10회향위(廻向位)로서 중도(中道)의 묘관(妙觀)을 닦아 온갖 불법을 통달하는 성(性). (4) 성종성(聖種性). 10지(地)위로서 중도의 묘관에 의하여 무명(無明)의 일분을 깨뜨리고 성위(聖位)에 증입(證入)하는 성(性). (5) 등각성(等覺性). 다음의 묘각(妙覺)에 대하여 오직 한 등급(等級)의 차가 있을 뿐으로 전의 모든 위보다 나은 위. (6) 묘각성(妙覺性). 단증(斷證)이 끝나고 3각(覺)이 원만한 위없는 불과(佛果). [본문으로]
- cf. 숙주지증명 : 3명(明)의 하나. 구족하게는 숙주수념지작증명(宿住隨念智作證明). 줄여서는 숙명명(宿命明). 지난 세상의 살던 곳. 종성(種姓) 등을 아는 지혜. [본문으로]
- 【범】 trayo-bhava (1) 유(有)는 존재한다는 뜻으로 욕유(欲有)ㆍ색유(色有)ㆍ무색유(無色有). 삼계(三界)와 같음. (2) ① 생유(生有). 처음 나는 일찰나. ② 본유(本有). 나서부터 죽을때까지의 존재. ③ 사유(死有). 죽는 일찰나. (3) 유루(有漏)의 다른 이름. (4) 수론(數論) 외도가 세우는 선성유(善成有)ㆍ성득유(性得有)ㆍ변이유(變異有). [본문으로]
- 3덕(德)의 하나. 모든 번뇌를 끊어버린 부처님의 덕. [본문으로]
- 3신(身)의 하나. 2종이 있음. (1) 자수용신(自受用身). 다른 보살이 보고 들을 수 없는 불신으로서, 자기가 얻은 법락(法樂)을 자기만이 즐겨 하는 몸. (2) 타수용신(他受用身). 10지(地)의 초지(初地) 이상의 보살이 볼 수 있고, 자기가 받는 법락을 다른 보살에게도 주는 불신. 이를 법신ㆍ응신ㆍ화신의 3종신에 배당하여 자수용신을 법신, 타수용신을 응신이라 하며, 또 법신ㆍ보신ㆍ응신에 배당하여 앞의 것을 보신, 뒤의 것을 응신이라 함. 또는 2신을 모두 보신이라 하는 등 여러 학설이 있음. [본문으로]
- (1) ↔무생법인(無生法忍). 무생인은 인공지(人空智), 무생법인은 법공지(法空智). (2) 무생법인의 준말. / 無生法忍(무생법인) (1) 불생 불멸하는 진여 법성을 인지(忍知)하고, 거기에 안주하여 움직이지 않는 것. 보살이 초지(初地)나 7ㆍ8ㆍ9지에서 얻는 깨달음. (2) 희인(喜忍)ㆍ오인(悟忍)ㆍ신인(信忍)이라고 이름하는 위(位). 극락세계에 왕생하기로 결정된 것을 의심하지 않는 것. 이것은 생즉무생(生卽無生)의 왕생을 인득(忍得)한 것이므로 이같이 이름함. 이 자리는 10신위(信位) 중에 있음. [본문으로]
- 三忍(삼인) [1] 내원해인(耐怨害忍)ㆍ안수고인(安受苦忍)ㆍ제찰법인(諦察法忍). 인욕(忍辱) 바라밀의 3종. 모든 좋고 나쁜 대경에 향하여 마음이 움직이지 않음을 인(忍)이라 함. (1) 내원해인. 원수나 대적의 해침을 받고도 복수할 마음을 내지 않는 것. (2) 안수고인. 질병ㆍ수재ㆍ화재ㆍ도장(刀杖)의 고통을 달게 받는 것. (3) 제찰법인. 줄여서 찰법인(察法忍)이라 함. 진리를 자세히 관찰하여 불생불멸하는 이치에 마음을 안주(安住)하는 것. ⇒제찰법인(諦察法忍) [2] 희인(喜忍)ㆍ오인(悟忍)ㆍ신인(信忍). 중국 정토교의 선도(善導)가 지은 『관경서분의』에서 나옴. 아미타불을 관하며, 또는 아미타불의 본원을 믿어서 얻는 무생법인(無生法忍)의 별명. [3] 음향인(音響忍). 유순인(柔順忍)ㆍ무생법인(無生法忍). 『무량수경』에 있다. 극락세계에 나서 도량수(道場樹)를 본 이가 얻는다 함. [본문으로]
- 阿闍梨(아사리) 【범】 ācārya 아기리(阿祇利). 아차리야(阿遮利夜ㆍ阿遮梨耶)라고도 쓰며, 교수(敎授)ㆍ궤범(軌範)ㆍ정행(正行)이라 번역. 제자의 행위를 교정하며 그의 사범이 되어 지도하는 큰스님. 아사리의 호는 『오분율(五分律)』 16에, 출가(出家) 아사리ㆍ갈마 아사리ㆍ교수 아사리ㆍ수경 아사리ㆍ의지 아사리 등의 5종을 말하였음. [본문으로]
- 兩足尊(양족존) 또는 양족선(兩足仙)ㆍ이족존(二足尊). 부처님을 말함. 부처님은 두 발을 가진 이 중에서 가장 높은 이란 말. 또 대원(大願)과 수행(修行), 혹은 복덕과 지혜의 둘을 구족하였다는 뜻. [본문으로]
- 二障(이장) 혹장(惑障)을 두 가지로 나눈 것. (1) 『구사론(俱舍論)』에는 번뇌장(煩惱障)과 해탈장(解脫障). (2) 『유식론(唯識論)』에는 번뇌장과 소지장(所知障). (3) 『원각경(圓覺經)』에는 이장(理障)과 사장(事障). (4) 『금강반야바라밀경론(金剛般若波羅密經論)』에는 번뇌장과 삼매장(三昧障). (5) 내장(內障)과 외장(外障). [본문으로]
- 三障(삼장) 성도(聖道)를 장애하여 선심(善心)을 가리워버리는 것. (1) 번뇌장(煩惱障)ㆍ업장(業障)ㆍ보장(報障). (2) ① 피번뇌장(皮煩惱障). 일체 모든 법의 현상에 미(迷)하여 일어나는 탐(貪)ㆍ진(瞋) 등. 현상계에 대하여 일어나므로 피부에 비유. ② 육번뇌장(肉煩惱障). 일체 법의 무상(無常)ㆍ무아(無我)인 진실한 도리를 알지 못하고, 항상(恒常)하고 아(我)가 있다고 하는 망견(妄見). 내분인 살에 비유. ③ 심번뇌장(心煩惱障). 온갖 번뇌의 근본인 무명 번뇌. 진심을 미하여 일어나므로 심장(心臟)에 비유. [본문으로]
- 三聚淨戒(삼취정계) 【범】 śīla-trividha 대승 보살의 계법(戒法). 섭률의계(攝律儀戒)ㆍ섭선법계(攝善法戒)ㆍ섭중생계(攝衆生戒). 대승ㆍ소승의 온갖 계법이 다 이 가운데 소속되지 않은 것이 없으므로 섭(攝)이라 하고, 그 계법이 본래 청정하므로 정(淨)이라 함. [본문으로]
- 귀매. 도깨비와 두억시니(夜叉). 다음 중국어 사전 - ① 귀매 ② 도깨비와 두억시니 ③ 귀신과 요괴 [본문으로]
- 四惡趣(사악취) 네 가지 나쁜 갈래. 사악도(四惡道)라고도 한다. 지옥ㆍ아귀ㆍ축생(畜生)ㆍ아수라. [본문으로]
- 塵勞(진로) 번뇌의 다른 이름. 두 가지 뜻이 있다. (1) 진은 6진, 노는 노권(勞倦). 객관세계인 6진의 경계를 따라 마음의 번뇌가 일어나서 피곤하게 되므로 번뇌를 진로라 함. (2) 진은 오심(汚心), 노는 근고(勤苦). 번뇌는 마음을 어지럽게 하여 우리들로 하여금 괴롭고 애쓰게 하므로 진로라 함. 이것은 종밀(宗密)이 지은 『원각경소초』 제1권에 있다. [본문으로]
- cf. 숫자의 단위, rel. 아승기 = 10의 56승 [본문으로]
- 自受用身(자수용신) ↔타수용신(他受用身). 3신의 하나. 4신의 하나. 수행이 완성되어 복덕과 지혜가 함께 원만하며 진지(眞智)가 밝아서 항상 진리를 밝게 비추어 보며, 스스로 그 법락을 누리는 불신(佛身). 他受用身(타수용신) ↔자수용신(自受用身). 4신(身)의 하나. 다른 이를 교화하기 위하여 이타(利他)의 입장에서 활동하는 불신(佛身). 부처님의 3신 중 보신(報身)을 자수용신ㆍ타수용신으로 나눈 것. 스스로 증득한 법의 즐거움을 제스스로 누리지 않고 다른 이로 하여금 그 즐거움을 누리게 하기 위하여 나타내는 불신. 학파에 따라서 조금씩 설명이 다른데 이 타수용신은 초지(初地) 이상의 성인을 교화하기 위하여 나타내는 불신이라 함. [본문으로]
- 三輪體空(삼륜체공) 시공(施空)ㆍ수공(受空)ㆍ시물공(施物空). 보시행을 함에 즈음하여 베푸는 이, 받는 이, 베푸는 물품이 공(空)함을 관하여, 집착심을 여의는 것. [본문으로]
- [1] 3인(忍)의 하나. 천태종에서 세운 통교(通敎) 10지(地)인 3승 공(共) 10지(地)의 제2 성지(性地)에 주하는 보살. 일체 중생을 위하여 목숨을 아끼지 않고, 제근(諸根)을 조복(調伏)하며, 6도(度)를 행하여 일체사(一切事) 가운데서 복(福)ㆍ혜(慧)를 완전히 하므로 유순인이라 함. [2] 3인(忍)의 하나. 혜심(慧心)이 유순하여 진리에 수순하는 지위. [3] 보살수행이 계위(階位)를 5인(忍)으로 나눈 중의 제3. 4지(地)ㆍ5지ㆍ6지의 보살. [본문으로]
- 【범】 dhūta 또는 두다(杜多ㆍ杜茶)ㆍ두타(杜陀). 번역하여 두수(抖擻)ㆍ수치(修治)ㆍ세완(洗浣)ㆍ기제(棄除)ㆍ도태(淘汰). 번뇌의 티끌을 떨어 없애고, 의ㆍ식ㆍ주에 탐착하지 않으며, 청정하게 불도를 수행하는 것. 여기에 12종의 행(行)이 있다. ⇒두수(抖擻)ㆍ수하좌(樹下座) [본문으로]
- 범】 caāla 전다라(旃茶羅)라고도 한다. 도자(屠者)ㆍ엄치(嚴幟)ㆍ포악(暴惡)ㆍ살자(殺者)ㆍ하성(下姓)이라 번역. 인도 종성(種姓)의 이름. 인도 계급 중에서 가장 하천한 계급으로 백정ㆍ옥졸(獄卒) 등의 비천한 직업에 종사하는 종족. 남자는 전다라(旃陀羅), 여자는 전다리(旃陀利)라고 함. [본문으로]
- 【범】 pātra 6물(物)의 하나. 범어 발다라의 번역. 발우라 함. 불제자가 밥을 받는 그릇. 체(體)는 질그릇과 철. 색은 흑적(黑赤)색이나 합색(鴿色). 양(量)은 3두(斗)ㆍ1두 반. 규정에 상응한 그릇이란 뜻. [본문으로]
- ↔치의(緇衣). 속인을 말함. 인도에서는 스님네 이외는 모두 흰 옷을 입었으므로 속인을 가리켜 이렇게 부름. [본문으로]
- 부처님 32상(相)의 하나. 육계상(肉髻相)과 같음. 부처님의 정골(頂骨)이 솟아 저절로 상투 모양이 된 것을 말한다. 이 모양은 인간이나 천상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이므로 무견정상이라 한다. [본문으로]
- [1] 사찰의 주권자(主權者). 절에 거주하면서 그 재산과 법려(法侶)들을 보호 유지하는 이. [2] 부처님의 가르침이 잘 머물고 잘 간직하여 흩어지거나 잃어버리지 않음. [본문으로]
- 三解脫門(삼해탈문) 또는 삼공문(三空門)ㆍ삼삼매(三三昧). 해탈을 얻는 세 가지 방법. (1) 공해탈문(空解脫門). 일체 만유가 다 공(空)하다고 관함. (2) 무상해탈문(無相解脫門). 상대적 차별한 모양이 없다고 관함. (3) 무작해탈문(無作解脫門). 무원해탈문(無願解脫門)이라고도 하니, 일체 것을 구할 것이 없다고 관함을 말함 [본문으로]
- 【범】 catvāri-apramāacittāni 한없는 중생을 어여삐 여기는 마음의 네 가지. (1) 자무량심(慈無量心), maitrī-apramāa-citta 무진(無瞋)을 체(體)로 하고 한량없는 중생에게 즐거움을 주려는 마음. 처음은 자기가 받는 낙(樂)을 남도 받게 하기로 뜻 두고, 먼저 친한 이부터 시작하여 널이 일체 중생에게까지 미치게 하는 것. (2) 비무량심(悲無量心), karuā. 무진(無瞋)을 체(體)로 하여, 남의 고통을 벗겨 주려는 마음. 처음은 친한 이의 고통을 벗겨주기로 하고, 점차로 확대하여 다른 이에게까지 미치는 것. (3) 희무량심(喜無量心), muditā. 희수(喜受)를 체로 하여 다른 이로 하여금 고통을 여의고, 낙을 얻어 희열(喜悅)케 하려는 마음. 처음은 친한 이부터 시작하여 점점 다른 이에게 미치는 것은 위와 같다. (4) 사무량심(捨無量心), upekā. 무탐(無貪)을 체로 하여 중생을 평등하게 보다 원(怨)ㆍ친(親)의 구별을 두지 않으려는 마음. 처음은 자기에게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이에 대하여 일으키고, 점차로 친한 이와 미운 이에게 평등한 마음을 일으키는 것. 무량이란 것은 무량한 중생을 상대(相對)로 하며, 또 무량한 복과(福果)를 얻으므로 이렇게 이름 함. [본문으로]
- 성불하기 위해 수행하는 지위. 이에 비하여 부처님의 지위는 과지(果地)ㆍ과상(果上)이라 함. [본문으로]
- 傍生(방생) 【범】tiryagyoni 축생을 말함. 몸을 뉘고 다니는 짐승. [본문으로]
- [1] 소승에서는 주관의 인식 대상, 곧 객관의 사물이 주관인 마음 위에 비친 영상(影像)을 말함. [2] 대승에서는 주관의 인지하는 작용을 말하니 곧 마음에 비친 객관의 영상을 인식하는 주관의 작용. [본문으로]
- 【범】pudgala 부특가라(富特伽羅)ㆍ복가라(福伽羅)ㆍ보가라(補伽羅)ㆍ불가라(弗伽羅)ㆍ부특가야(富特伽耶)라고도 쓰며, 삭취취(數取趣)라 번역. 유정(有情) 또는 중생의 아(我)를 말함. 중생은 번뇌와 업의 인연으로 자주 6취에 왕래하므로 삭취취라고 함. [본문으로]
- 【범】 srotāpanna 성문사과(聲聞四果)의 하나. 범어로 수다원. 입류(入流)ㆍ역류(逆流)ㆍ예류(豫流)라 번역. 초과 3계(界)의 견혹(見惑)을 끊고, 처음으로 무루도(無漏道)에 드는 지위. 견도(見道) 16심 중의 제16심. 이것은 수도위(修道位)의 처음으로 견도와 수도 둘을 갖춘 최초가 됨. [본문으로]
- 【범】 Sakdāgāmin 성문(聲聞) 4과(果)의 하나. 사다함(斯陀含)이라 음역. 일래과는 뜻 번역임. 욕계(欲界)의 수혹(修惑) 9품(品) 중 6품을 끊은 이가 얻는 증과(證果). 아직 나머지 3품의 번뇌가 있으므로 그것을 끊기 위하여 인간과 천상에 각각 한번씩 생(生)을 받은 후에야 열반을 깨닫는다. 곧 인간에서 이 과를 얻으면 반드시 천상에 갔다가 다시 인간에 돌아와서 열반을 깨닫고, 천상에서 이 과를 얻으면 먼저 인간에 갔다가 다시 천상에 돌아와 열반의 증과를 얻는다. 이렇게 천상과 인간 세계를 한번 왕래하므로 일래과라 한다. [본문으로]
- 【범】 anāgāmin 아나함(阿那含)이라 음역. 4과(果)의 하나. 욕계의 9품 수혹(修惑)을 다 끊고, 남은 것이 없으므로 다시 욕계에 돌아와서 나지 않는 지위에 도달한 성자(聖者). 이 지위의 성자에 대하여 다섯 가지 구별이 있음. 첫째, 5종. 중반(中般)ㆍ생반(生般)ㆍ유행반(有行般)ㆍ무행반(無行般)ㆍ상류반(上流般). 둘째, 6종. 5종과 현반(現般). 셋째, 7종. 6종과 무색반(無色般). 넷째, 8종. 7종과 부정반(不定般). 다섯째, 9종. 속반(速般)ㆍ불속반(不速般)ㆍ경구반(經久般)ㆍ생반(生般)ㆍ유행반(有行般)ㆍ무행반(無行般)ㆍ전초반(全超般)ㆍ반초반(半超般)ㆍ변몰반(遍沒般). [본문으로]
- 【범】 samādhi 정(定)이라 번역. 마음을 한 곳에 모아 산란치 않게 하는 정신 작용. [본문으로]
- 10지(智)의 하나. 다른 이가 마음 속으로 생각하는 것을 아는 지혜. [본문으로]
- 第一義(제일의) [1] 제일차적인 절대통일(絶對統一)의 원리. 가장 수승한 도리. 궁극적인 진리. [2] 제일의제(第一義諦)의 준말. [3] 선종에서는 언어ㆍ사려를 초월한 절대적인 이상을 보이는 표어로 사용. [본문으로]
- 【범】 āmala 아말라(阿末羅)ㆍ아마라(阿摩羅)라 번역. 높고 큰 낙엽수로 껍질은 벗기기 쉬우며 예전에는 약으로 썼고 근래에는 염료(染料) 또는 유피(柔皮)를 만드는 데 씀. 잎은 작은 것이 가지에 두 줄로 붙었고 미끄러우며 뒤의 옆에는 부드러운 털과 비늘 모양의 탁엽(托葉)이 있음. 꽃은 황색의 방상화(房狀花), 과실은 둥근 것이 호두 비슷하고, 맛은 조금 쓰고 떫은 맛이 있으나, 액즙(液汁)은 아름다움. 인도 히말라야 산록부터 남방 세일론까지 분포.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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