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llabus Design/생태건축

생태마을(1) -(4) : 주택저널 2004-02

GraU 2007. 5. 21. 18:15

생태마을

 

(1)생태마을이란

 

 

“생명의 순환이 있는 새로운 삶의 마을”


우리 옛날 마을들은 하나같이 다 생태마을이었다. 모든 것이 바로 그 곳에서 생산되고 소비되고 그리고 분해되어 지구순환의 대질서에 한치 흐트러짐이 없었던 것이다.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마을들이 지구생태계의 질서를 일탈하는 것 없이 생태학적 지위를 잘 지켜왔다.

그러나 지금의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경제논리만을 앞세운 개발만이 있을 뿐이다. 이런 가운데 1997년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생태마을이 형성되고 있다. 마을 주민들이 마을공동의 주인이 되어 참여하고 활동하면서 어떤 마을로 만들 것이며, 어떻게 만들 것인지,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가 모두 마을주민들의 몫이다.

바로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설계하고, 마을공동체를 통해 공동으로 실천하는 장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콘크리트로 집을 짓고, 먼 상수원으로부터 물을 끌어와 그것을 다시 소독한 수돗물을 사용하고, 사용한 물은 하수관을 통하여 하수종말처리장으로 모아 화학약품으로 처리하여 다시 흘려보낸다. 구입한 상품은 폐기물이 되어 쓰레기매립장, 소각장으로 보내지며, 우리의 일상은 이처럼 매순간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소용이 다한 에너지는 불필요한 쓰레기가 되어 쌓인다 하지만, 생태마을에서는 이러한 도시의 자원소비형 생활양식 대신 저소비형, 자원절약형, 자원순환형의 생활과 생산이 이루어진다.

주변의 자연소재로 집을 짓고, 지형과 기후를 최대한 고려하여 마을을 만들어간다. 마을 주변 계곡의 물을 이용하고, 사용한 물은 연못의 식물로 자연정화과정를 거친 후 흘려 보낸다.

음식물쓰레기나 분뇨는 퇴비로 활용하고, 기타 쓰레기는 발생량을 최소로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 일상에 사용되는 에너지는 최소로 절약하고, 태양광·태양열·풍력 등 자연에너지를 사용하기를 원한다. 건강한 먹거리를 마을 자체에서 키우고, 생명존중을 삶을 통해서 교육받고, 실천할 수 있는 마을이다.


농촌를 살리고 지역과 개인의 삶을 살리기 위한 새로운 실험

근대화 이전 전통적인 우리 마을이 그랬듯이 자연과 사람이 그대로 서로 용해되어 어울리고 서로 상생하는 모습을 만들어 가고 있다. 생태마을은 또한, 마을주민들이 마을공동의 주인이 되어 참여하고 활동한다.

어떤 마을로 만들 것이며, 어떻게 만들 것인지,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가 모두 마을주민들의 몫이다. 바로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설계하고, 마을공동체를 통해 공동으로 실천하는 장이라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1997년부터 본격적인 생태마을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 마을들은 이상의 실현이라기보다는 경쟁적 도시적 삶에서 탈피하고자, 이웃에 대한 그리움을 해결하고자, 농촌의 되살리고자, 지역발전을 위한 자연파괴를 막고자 시도되는 새로운 실험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의 생태마을은 도시에서 귀농하여 새로운 공동체로서 생태마을을 만드는 경우, 기존의 농촌마을을 환경농업으로 바꾸고 친환경적인 생활환경으로 개선하는 경우, 자연을 보전하면서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생태마을을 만드는 경우가 있다.


자연과 사람, 사람과 사람이 조화을 이루며 함께 살아가는 안솔기마을

대표적인 예를 들어보자. 경남 산청군 신안면 외송리 안솔기마을(일명: 간디생태마을)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초기과정에서부터 계획적으로 조성되고 있는 생태마을이다.

이 마을은 ‘자연과 사람, 사람과 사람이 조화를 이루며 함께 살아가는 모습 자체가 살아있는 교육의 장이 되기를 바라며, 자연으로부터 받는 혜택 이상으로 자연을 소중하게 가꾸는 삶을 살고자 한다’라는 모토를 가지고, 삶을 통해 교육이 가능한 곳, 이웃과 자연과 함께 더블어 살 수 있는 삶을 찾아 경남 산청의 둔철산자락으로 모인 것이다.

대안학교인 간디학교의 양희규 교장선생이 1998년 학교 인근의 임야지 4만5천평을 매입하여, 1999년부터 18가구의 입주를 희망하는 가구를 모집하였다. 2000년 마을주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전문가와 함께 생태마을계획을 수립하여 2000년 하반기부터 마을기초토목공사 실시, 개별 주택입주 등의 시간을 거치면서 최근 마을의 모양새가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현재 13가구가 집짓기를 완성하였다. 주민들은 주로 우리나라의 평범한 중산층이며, 대안학교인 간디중·고등학교에 자녀가 다니는 경우가 많다. 안솔기마을은 대안학교를 중심으로 한 마을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다. 주민들은 마을계획 과정에서부터 참여하여 마을의 모양, 건축소재, 에너지, 하수처리, 화장실, 난방, 마을길 포장 등에 대해 환경, 이웃, 자연을 위한 소재와 기술, 생활방식을 찾는 실험을 공동으로 하고 있다.

마을을 만들면서 생기는 문제가 생기거나 공동으로 방법을 찾는 일은 매월 첫째 주 토·일요일에 있는 마을회의를 통해 해결한다. 이들은 마을회의를 통해 집짓기에 인공소재 안 쓰고 자연소재(흙, 나무 등) 사용하기, 인공세제 안 쓰기, 집집마다 자연정화연못 만들기, 수세식화장실 사용금지를 결정하여 거품식화장실이나 자연발효식화장실을 사용한다.

또, 빗물이 통과할 수 있는 마을길로 만들기 위하여 콘크리트 같은 인공포장물질로 포장하지 않고 주변의 돌을 이용해서 길을 손질하기로 하였다. 마을의 토지는 개별 주택이 들어설 필지만 개인 명의로 등록, 자율관리하고, 공동부지는 주민조합에서 운영 관리한다. 또한, 주민간 합의를 거쳐 마을자치규악을 정하고 자발적 참여와 공동체적 삶의균형을 가지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안솔기마을은 농업중심의 자급자족의 생태마을과는 달리 주거중심인 마을이다. 하지만, 점차적으로 자급자족할 수 있는 마을을 만들기 위해 환경농업과 마을 숲을 이용한 임업 등 마을에서의 일자리와 생산력을 갖출 예정이다.” 마을주민 대표를 맡고 있는 최세현(44)씨의 말이다.

 

도심 속의 생태공동체로 만들어지는 부산 ‘물만골공동체’

부산시 연제구 연산2동 황령산 자락에 자리잡은 물만골은 1953년부터 피난민들이 계곡으로 들어와 정착하기 시작해 주로 저소득층들이 무허가로 집을 짓고 정착하면서 형성된 마을이다. 현재는 430여 가구, 1500명이 살고 있는데, 도시저소득층으로서 서로 더불어 함께 살아야 한다는 강한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

이 마을은 도시재개발 대상지로서 2005년부터 시작되는 재개발을 마을이 위치한 황령산을 보전하고, 생태적인 주거환경으로 개선하고자 한다. 1990년 초까지는 다른 무허가지역에서 흔히 있던 철거투쟁을 경험하면서, 개인과 마을의 미래를 공동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마을 주민들은 도시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 절감과 소득원 확보를 위하여 다양한 마을공동사업을 진행해 왔다.

음식물 쓰레기는 닭과 토끼를 사육하는 마을공동가축사육장에서 활용하여 마을 외부로 나가는 음식물 쓰레기량을 최소로 줄이고 있으며, 2000년부터는 ‘에너지백만가구운동’에 참가하여 각 가정별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고 있다.

재활용사업단은 마을 노인들에게 노동의 기회를 제공하고 월 일정소득을 보장해준다. 마을회관에서는 정지적으로 마을 녹색가계가 열려 안 입는 옷이나 물건들을 서로 교환하는데 1500명의 주민 사이에서 거의 자급자족이 가능할 정도라고 한다.

또, 마을공동의료시설을 갖추고 있어 의료비에 대한 개인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있다. 봉제공장은 부인회에서 운영하면서 소득원으로 또 마을주민의 60-70%가 일용직 건설노동자이기 때문에 건설노동자공동체조합을 결성하여 운영하고 있다. 마을공동사업에서 생긴 이익의 일부는 공동체의 기금으로 모으고 있다.

최근에는 부산시 황령산 도로건설계획과 위락시설 건설계획으로 인해 위기에 처해지자 황령산을 지키기 위하여 보전운동을 펼치고 있는데, 마을 자체 비용을 들여 황령산 식생과 동식물현황을 전문가에게 의뢰하여 조사하기도 하였다. 또, 마을 주변의 숲을 가꾸기를 시행하여 건강한 황령산과 황령산의 야생동물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돌보고 있다.

월마다 열리는 주민총회에서 중요한 일을 결정하고, 대의원회의와 통장이 주관하는 회의도 있지만 1500명 주민들이 모이는 주민총회의 의견이 늘 우선한다. 물만골 청년회, 노인회, 부녀회도 공동체에 포함되어 있다. 일부에서는 물만골을 ‘공화국’ 혹은 ‘해방구’라 부르기도 한다.

마을은 1997년부터 마을재개발사업을 준비하기 시작하였는데, 그 첫 번째는 물만골을 기존의 다른 마을들처럼 건설회사가 대규모 고층아파트로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마을 주민들이 스스로 계획하고, 시행하는 방식을 채택하는 것이다.

그리고 1999년부터 무허가로 점거하고 있는 마을의 땅을 매입하기 위하여 거의 마을 전가구가 참여하여 월 10만원씩 적금을 붓기 시작, 현재 전체 마을 땅 11만평 중 약 2/3에 해당하는 8만평을 마을공동으로 매입하였으며, 2004년 초까지 나머지 땅 매입이 모두 완료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그렇게 된다면, 물만골공동체는 무허가저소득층 마을이 아니라 자신들의 땅에 당당히 권리를 가진 주인이 되는 것이다. 이들은 재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2005년부터 마을자체의 건설노동력을 활용하여 순환제로 집을 지을 예정이다.

집은 기본적으로 흙이나 나무를 이용하여 짓고, 마을의 지형을 최대한 활용하여 에너지와 자원을 최대한 절약할 수 있도록 주택을 배치하고 집구조를 만들 예정이다. 그리고 이들은 큰 꿈을 가지고 있는데, 하나는 마을이 만들어지기 이전에 있던 물이 흐르던 계곡(현재도 물이 흐르고 있지만, 집들로 인해 물길이 변형되고,수량이 줄었음)을 예전 그대로 복원시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연에너지인 풍력을 이용해 마을에서 사용하는 전기를 충당하는 것이다.


혼자 사는 노인들과 소년소녀 가장들을 위한 시설, 지역병원, 대안학교도 조성할 계획이다. 물만골공동체는환경을, 자연을 생각하는 것이 경제적 여유나 조건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

“물만골이 시내보다 훨씬 더 살기 좋은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젊어서 마을을 나간 사람들이 40대가 되면 마을로 돌아와 부모님과 함께 살기를 원하는데, 그것은 황령산의 자연이 정말좋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 번 몸에 익히면 시내에서 살기가 싫어집니다. 그리고, 이곳은 가난하더라도 서로 도우면서, 나누면서, 넉넉하게 살수 있거든요. 우리는 자연에서 받은 은혜를 잊지않고 이제 우리도 자연을 돌보아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물만골공동체는 생태마을로 가려고 합니다.”


아름다운 미래를 위한 지속 가능한 생태마을로 자리잡아야

국내에는 이 외에도 생태적 귀농을 실현하고자 하는 전라북도 무주군 안성면 진도리 생태마을은 10만평의 계곡에 약 13여 가구의 규모로 농업생산, 인간거주, 주변 산림생태계가 하나의 자연생태계로 조화되는 마을을 이루며 살고 있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 경기도 화성군 산안마을, 경남 함양군 청미래마을, 두레마을 등이 진행되고 있다.

충남 홍성군 홍동면 문당리는 전형적인 농촌마을로 약 15여 년 전부터 시작한 오리농업이 현재는 50여 가구가 집단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환경농산물 직거래, 환경농업교육, 녹색농촌관광 실시, 지역자원순관농업 실천 등 환경농업을 중심으로 한 마을발전과 생태마을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이밖의 사례로 강원도화천군 신대리, 명달리, 경기도 양평군 명달리 등은 산촌의 입지적 특징을 살린 생태산촌 만들기를 추진 중에 있다. 강화도는 갯벌매립과 위락단지 개발로 인해 파괴 위기에 처한 자연을 보전하고자 강화의 주민들이 강화의 역사와 문화, 자연생태계 등을 활용한 생태관광과 생태마을을 실천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의 생태마을은 안솔기마을을 비롯하여 현재 완성된 것이 아니라 실험 단계에 있다. 따라서 여러 가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안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시행착오들을 거쳐가며, 오류를 바로잡는 과정을 통해 우리가 당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중의 하나인 경제발전만의 일방주의 오류에서 벗어나 환경보전을 동시에 추구하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근본적인 새로운 삶의 철학이나 방식이 만들어질 것이다.

김경화
1997-현재까지 녹색연합 생태마을 담당

 

 

 

 

 

(2)환경농업마을 사례

  

“돌아와 살고 싶은 농촌을 꿈꾼다”


여기 꿈꾸는 농촌마을이 있다. 농민 모두가 안전한 농산물을 재배하고 축사에선 맑은 물을 흘려보내고, 생활폐수는 생태연못에서 정화시키고, 자연에너지로 마을의 불을 밝히고‥‥

그래서 땅과 물이 모두 건강한 마을. 젊은 사람들이 땀흘려 땅을 일구고, 다양한 소득원을 만들어 경제력을 갖추고, 마을공동체를 꾸려 삶의 질을 높이고‥‥

그래서 주민 모두가 함께 잘 사는 마을. 여기 사람과 사람이, 사람과 자연이 더불어 살아가고자 마을의 ‘100년 후 그림’까지 그려가며 회망을 일구는 마을이 있다.

충남 홍성군 홍동면 문당리에서 만났던 지난 가을. 우리 나라의 대표적인 환경농업마을로 잘 알려진 문당마을에도 어김없이 황금들녘이 찾아와 있다. 여름내 논 안을 이리저리 헤집고 다니며 농사꾼 노릇을 톡톡히 해냈을 오리들은 온데간데없고, 논두렁마다 빠짐없이 서 있는 빈 오리집들만이 이곳이 오리농법의 진원지임을 알려준다.

마을 들녘에서 만난 곽태우씨는 지난 94년 마을에서 제일 처음 오리농사를 시작한 주민 중 하나. 6000평 논을 화학비료나 농약 한번 쓰지 않고 오리농법으로 일궈왔다.

“오리가 제초작업을 대신해 주지만 농약 안쓰려니 아무래도 힘이 들지. 그래도 땅이 오염되지 않고 건강도 좋아지니 여러모로 좋아. 흑향미를 오리농법으로 재배하면서 소득도 나아졌고, 그 소득에서 환경기금으로 조금씩 떼어내 마을도 발전시키구. 오리농법 덕분에 지금은 마을 전체가 너나할 것 없이 유기농 쌀과 흑향미를 재배한다니까.”


오리농법이 가져다준 마을 운동

문당리를 소개하기 위해서는 오리농법 이야기를 빼놓을수 없다. ‘오리농법 전도사’로 잘 알려진 이 마을 주민 주헝로씨는 풀무농업학교를 졸업한 후 78년부터 끈질기게 유기농업을 고집해온 친환경농사꾼. 그러나 계속되는 잡초와의 싸움과 소출면에서의 열악함을 면키 어려웠다.

그러던 그가 은사에게 오리농법을 소개받은 93년경 큰 전환점을 맞는다. 인력으로만 하던 제초작업을 오리가 도와주게 되어 유기농업을 많은 면적으로 확대할 수 있게 된 것.

오리농법의 효과는 다양하다. 오리들이 잡초들을 뿌리채 먹어치우는 것은 물론이고, 진공청소기 같은 입으로 벌레와 유충들을 쭉쭉 빨아올린다. 벼 사이를 누비며 벼의 뿌리와 날개를 단단하게 만들어주고, 벼포기들의 간격도 적당히 벌여주어 통풍과 채광도 원활하게 해준다.

오리의 분뇨는 다시 벼의 양분이 되어 자연으로 되돌아가니 오염의 근원이 차단되고 땅도 물도 건강해진다. 오리농법의 도입과 함께, 95년 무렵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흑향미가 보급되면서 마을 사람들이 급격하게 유기농재배에 동참하게 되었다. 지금은 마을 주민 대부분이 유기농 흑향미와 쌀을 재배하며 올해 10억의 매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문당리의 움직임은 인근 홍동면까지 확산되어 홍동면 논의 3분의 1이상이 오리농법을 도입했다. 전국에서 생산되는 유기농산물이 전체농산물의 1%에도 못미치는 현실을 볼 때, 실로 대단한 반향이 아닐 수 없다.


오리농법의 보급으로 마을 전체가 친환경농법으로 하나가 된 문당리. 그러나 마을의 변화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훼손되었던 농토를 되살리는데서 더 나아가 사람과 사람이, 그리고 사람과 자연이 조화롭게 살 수 있는 생태마을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문당리 주민들은 몇해전부터 유기농 벼 한가마에서 1000원씩의 환경기금을 공동으로 모으고, ‘문당리 발전 백년계획서’까지 만들어 세상을 놀라게 했다. 2002년 자연생태우수마을로 지정된 가운데, 백년계획의 내용을 하나씩 실천해가고 있는 문당 마을 속으로 들어가보자.


십시일반 모은 ‘마을환경기금’으로 ‘백년계획’ 세워

마을에서 가장 전망 좋은 곳에 위치한 환경농업교육관은 ‘생태마을’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는 문당리를 ‘상징’하는 곳이다. 3년간 모아온 환경기금으로 회관 지을 땅 3000평을 공동 구입하고 환경을 생각하며 흙벽돌 3만장을 마을주민이 합심해 직접 준비했다.

식당과 최신 정보화 시설, 교육시설을 두루 갖춘 교육관은 문당리를 건강하게 숨쉬게 하는 ‘심장’ 역할을 해내고 있다. 90여가구가 모여사는 작은 농촌마을에 년간 1만여명의 도시민을 불러들여 환경농업의 중요성을 몸소 체험케 하는 작지만 큰 공간인 것.

마을사람들에게는 잃었던 공동체 생활양식을 되살려내는 의미있는 장소로 사용되고 있다. 마을회의며 마을잔치, 결혼식이 이곳에서 치러지고 농번기에는 공동식당을 운영해 바쁜 농촌주부들의 일손을 덜어주기도 한다.


이곳은 마을의 정보화센터로도 활용된다. 주민들의 정보화 교육과 인터넷을 통한 도농직거래가 이뤄지는 산실이다. 또 문당리와 뜻을 같이하는 지역사회 단체들의 아지트로도 개방되어 있으며, 인근에 지워놓은 ‘농업박물관’과 연계되어 도시아이들의 교육장으로도 손색이 없다.

교육관 옆 작은 동산에서 재미있는 기구를 발견했다. 4장의 날개가 달린 풍력발전기. 바람이 불자 날개가 돌아가며 교육관 앞마당에서 있는 가로등 불이 훤히 밝혀진다. 방인성 사무국장은 “우리 마을에서 필요한 대부분의 전기를 자연에너지로 충당하는 것이 최종목표”라고 설명해준다. 이 발전기가하루 3kw의 전기를 생산한다. 일반 가정에서 하루 동안 소모하는 전기와 맞먹는 양이다.

블록과 블록 사이에 틈을 주고 잔디를 심어 놓은 주차장도 눈길을 끈다. 앞으로 “집마당과 마을길은 빗물이 통과하지 않는 콘크리트 대신 마사토, 깬돌, 블록, 자연석, 초지 등으로 바러나갈 계획”이란다.

교육관을 나서자, 논과 논 사이에서 홍련으로 가득 덮인 연못이 눈에 띈다. 교육관에서 내려오는 생활폐수를 정화시켜 내보내기 위해 만든 자연연못이다. 이러한 생태연못은 이곳 말고도 2곳이 더 있다.


그밖에 마을의 높은 터에는 빗물을 보관하는 저수지를 여러 개 만들고 집집마다 우수저장통을 두어, 자연이 준 물을 내버리는 것이 아니라 순환하게 하는 구조를 만들 것이라는 계획도 귀뜸해주었다.


농업환경에서 생활환경의 변화로 이어진 마을운동

뒤늦게 만난 주형로씨가 새로 만든 유기축사를 보여주겠다며 앞선다. 3동 남짓한 축사에 1차로 들어온 40여 마리의 소가 보금자리를 틀고 있다. 신기한 것은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다는 점.

주씨는 그 비법을 “축사의 천장이 열리면서 빛이 들어오는 자기시스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분뇨로 가득찬 바닥에 톱밥미생물제를 뿌려주면 환기와 햇살의 영향으로 냄새와 폐수를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들의 먹거리도 안전, 그 자체다. 유기농 짚을 비롯해, 항생제나 성장촉진제가 첨가되지 않은 사료와 야채효소만 먹인다. 이렇게 키운 소들은 유기농식품을 전문으로 유통하는 초록마을에서 전량 수급해 간다고.

‘백년계획서’에 따르면, 문당리는 먼 훗날 자연소재의 집들이 들어차고 하천이 깨끗해지고 녹색휴양림이 풍성한 본래의 마을로 되살아난다. 이처럼 마을환경을 생태적으로 가꾸는 것 외에도, 백년 후에도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대책들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마을 주변의 노는 땅에 공동의 부지를 조성해 한약재를 재배하고, 마을 주민의 건강을 위한 한약국도 공동운영하고, 부가가치가 높은 가공식품을 생산해낼 종합농산물가공장을 만드는 등 다양한 소득원을 찾아갈 것이다.

마을이 지닌 자원을 기반으로 펼쳐질 녹색관광도 기대가 된다. 이렇게 해서 창출된 공동의 소득은 마을공동운영체를 꾸려 관리하고, 다시 마을을 위해 재투자하는 것이 문당리가 꿈꾸는 미래다.

“사람들이 되돌아와서 살고 싶은 농촌, 농민들이 잘 살 수 있는 농촌을 만들려면 농민 스스로 같이 투자해서 같이 먹고 살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공동체가 없으면 생태마을도 없다는 주형로씨의 얘기다.


풀무학교, 생협 등 지역사회 인프라가 큰 도움돼

오늘의 문당리가 있기까지 마을주민들의 노력외에도, 지역사회에 구축되어 있는 다양한 인프라의 역할을 높이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홍성군 일대에서 유기농업을 실현해 온 많은 농업일꾼을 배출해온 풀무학교는 오늘의 문당리가 있게 한 정신적 근원지나 다름없다.

문당리에만도 풀무학교 출신이 10여명에 이른다. 그밖에 지역의 유기농산물을 안정적으로 유통해온 풀무생협과 기술 및 자금을 지원한 홍성농업기술센터, 전량 계약재배로 안정적인 판로를 제공해준 농협과 지역에서 생산된 유기농산물로 안전한 먹거리를 개발해온 풀무사람들도 든든한 백그라운드.

“농촌이 단순히 먹거리를 생산하는 곳이 아니라 자연의 섭리와 환경을 배우고 느낄 수 있는 진정한 교육적 가치가 있는 곳임을 인식하고 도시와 농민, 지역사회, 정부가 서로 협조하는 관계가 되어야 더 멋진 미래가 있다”는 주씨의 말처럼, 문당리는 먼훗날 지역사회와 원주민이 함께 일군 생태마을의 좋은 예로 자리잡을 것이다.

국토환경과 국가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지속가능한 개발이 국가적 과제로 자리잡은 오늘날, 스스로 그 비전을 찾아 나선 문당리. 그들의 백년 후를 그려보는 것도 가슴벅찬 일이 아닐 수 없다.

 

 

(3)경남 함양 청미래 마을

  

“참 아름다운 삶을 꿈꾸는 생태공동체”


경남 함양의 청미래 마을엔 오늘도 집을 짓는 손길이 바쁘다. 도심에서는 마을이라 해도 한두 달이면 그 헝태가 만들어지지만 이곳은 해를 지나면서 이제 겨우 집터 고르키를 끝내고 두어 채의 집이 들어섰을 뿐이다.

국내 최초의 대안 대학인 녹색대학이 지향하는 생태적인 삶. 인간다운 삶의 방식을 공유하려는 마을공동체를 지원하고, 그 공동체가 얻은 삶의 행복을 타인과 타지역에 확대시키려는 대안교육의 배후지로서 조성되고 있는 청미래 마을은 시작하는 과정이기에 더욱 중요한 사례가 되고 있다.

경상남도 함양군 백전면 대안리 일대 약 38,000평, 함양읍에서 약 12km, 백전면에서 약 3km 거리에 자리한 청미래마을은 주변산세가 팔로 벌려 안고 있는 듯한 안정되고 편안한 땅이다. 풍수학적으로 보면 닭이 알을 품고 있는 듯한 산세를 이루고 있다.


마을길 초입에서 마주치는 첫 번째 마을부지가 있는데, 이 부지는 집 지을 대지와 농사 지을 땅이 함께 붙어있는 것이 특징이다 부지 옆 길 건너는 공동 공간으로 꾸며진다. 마을회관, 공터, 놀이터, 연못과 같은 친수공간, 그리고 마을 정자 등 마을 사람들을 하나로 모아주는 공간이 그것.

작은 마을 길을 경계로 두 번째 마을부지. 이 곳의 집들은 집터와 농지가 다소 떨어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도자기 굽는 가마터와 대장간터, 외부 손님들을 위한 숙소도 만들 예정이다. 언덕 윗자락은 숲에 둘러싸여 있다. 숲은 들어서기만 해도 금세 더없이 차분한 명상의 호수가 되는데, 이 숲에 명상센터를 계획하고 있다. 센터라고 번듯한 건물은 아니고 짚단을 올린 작은 오두막 한 채쯤의 소박한 건물이 될 예정이다.

현재 부지는 경사지를 계단식으로 만들고, 건물의 남향배치를 통해서 태양열의 활용이 용이하도록 하였다. 또한 바람의 활용이라는 측면에서는 여름철의 바람의 이동통로를 막지 않으면서 겨울철의 바람은 차단이 되도록 건물과 수목의 배치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생태적인 삶을 지향하는 대안교육의 배후지로

녹색대학 생태마을로 조성되는 청미래마을은 현재 부지정리가 거의 끝나고 제1호 집인 녹색대학 장회익 총장의 집만이 완성되었으며, 이장인 김연찬씨의 집과 한옥 한 채는 구조와 지붕만을 올린 상태였다.

김연찬씨는 마을 입구 빈집에 살면서 녹색대학에 출강을 하는 틈틈이 마을 만들기에 직접 나서고 있다. 인부들과 함께 직접 흙벽돌을 만들기도 하고, 입주예정자들과의 유대를 만들어 가는 일도 한다.

“녹색대학에서 모집하여 분양하는 것인 만큼 대학이 지향하는 생태적인 삶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굳이 생태마을이라는 말로 규정지어 가둘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우리의 전통 마을이 그랬듯이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면 그것이 바로 생태적인 삶이 아니겠습니까?”

생태마을은 마을의 공간적 환경과 사회적 환경을 농촌의 자연생태계와 조화를 이루도록 조성하여 환경친화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마을이다. 하지만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면 기술적인 문제, 물리적인 문제 등 몇 가지의 조건을 두고 있다.

그러나 사실 우리나라 전통주택과 마을은 생태적인 관점에서 보면 많은 부분에서 이미 자연적으로 생태마을의 조건들을 갖추고 살아왔다. 기후에 적합한 건축과 생태적인 재료의 사용, 생태계와 공존하는 자연관이라는 관점에서의 배려 등이 그것이다.


기후에 적합한 건축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마루와 온돌이 그렇고, 건축재료의 관점에서 보면 초가집의 경우 지붕은 볏집으로 이루어져 농업용 부산물을 재활용하고 있으며, 벽은 황토흙을 이용함으로 농촌지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하고 있다.

건물의 골조는 목재를 사용하고 있으며, 주춧돌은 그 지역의 돌을 사용하고 있어 모든 재료를 농촌의 산이나 하천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토착재료를 사용하고 있다. 또한 남향의 건물배치를 통한 태양열을 활용하고, 건물의 문과 창을 관통이 되도록 하여 바람이 실내를 관통해 흐르도록 함으로서 실내의 냉방효과를 거두었다.

화장실도 재래식 화장실이어서 분뇨를 부엌아궁이에서 나온 재와 섞어 거름으로 만들고 소변은 받아서 거름으로 사용해 왔기 때문에 수세식 화장실과는 다르게 물의 소비가 전혀 없으며, 따라서 수질오염을 유발시키지도 않았다.

마을의 입지도 풍수지리를 고려해 배산임수의 자연지형에 순응한 터를 잡았기 때문에 자연훼손을 전혀 하지 않았다. 청미래마을도 기본적으로 우리 전통마을의 생태학적 측면을 모두
살리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마을의 배치가 그렇고, 재래식실과 온돌방이 그렇다. 집의 골조는 편의성을 위해 콘크리트나 구조를 갖기도 하지만 최소한으로 하면서 가능한 자연재료를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건축 규약에 따라 조적조 및 조립물은 지을 수 없다.



삶의 질을 다시 생각해보는 공동체

“개인에게는 약 300평의 밭도 함께 분양됩니다. 철저한 유기농법으로 지어야 하기 때문에 그 이상은 실질적으로 농사를 짓기 어렵고 또한 집은 가능한 크지 않게 짓는 것을 원칙으로 했습니다.

집이 크면 그만큼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드는 때문입니다.”

청미래마을은 ‘생태공동체’에 가깝다. 마을 내에 공동작업장이나 공동 빨래터 외에도 농사짓고 살아가는 일에 있어서도 공동체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지고 있다. 또한 집은 ‘불편한 집’이 될 것 같다고 한다.

그러나 그런 불편함은 문명의 이기를 조금이라도 덜 사용해 보자는 의미이며, 대신 자연이 주는 생명력 있는 삶을 보다 더 많이 누려보고자 하는 의미의 불편함이다.

청미래 마을은 2001년 10월에 공동체 토지 분양을 완료(15가구)하고, 2002년 3월에 1, 2차를 통해 총 26가구를 확정했다. 올 4월에 대상부지를 청미래 마을회로 이전 등기필하면서 본격적인 집짓기가 시작되었다.

“생태마을이라고 그렇게 거창하게 생각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아직은 완성된 단계도 아니고, 이루어 가는 과정이므로 좀 더 관심을 갖고 지켜보았으면 합니다.

많지 않은 몇 집이라도 어디에 해 끼치지 않고 평화롭게 농사짓고 살 수 있으면, 그 삶이 참 아름다운 삶이 되지 않겠습니까.”

삶에 대한 이 같은 발상의 전환은 궁극적으로 미래세대에 의존해야 할 일인지도 모른다. 일정 부분 개인의 권리를 제한하면서 이루어지는 생태공동체는 생활양식의 변화뿐 아니라 사회공동체의 동네의식과 마을주민들간의 유대관계가 중요한 요소가 된다.


생태마을은 마을구성원들의 공동체가 잘 이루어졌을 때 마을조성이 용이해지며 생태적 삶을 영위하는 것도 쉬워진다.

청미래마을은 완공시기를 못박고 있지는 않지만 대략 5년 이내로 예상하고 있다.

그 전이라도 집이 완성 되는대로 입주를 희망하는사람은 먼저 들어와 살 수 있다.

생태마을이 농촌마을을 주대상으로 하여 농촌의 생활환경 뿐 아니라 농업생산활동과 생활양식까지도 친환경적이 되는 마을이라고 말할 때 청미래마을은 이미 지역과 환경적인 바탕은 갖추어져 있는 셈이다.

이제 걱우 싹을 틔우기 시작한 생태마을로서 청미래 마을은 그렇게 푸른 미래를 조금씩 열어가고 있다.

 

 

 

 

 

 

 

 

(4)해외사례로 본 전망

 

대안주거지로서의 가치 높은 생태마을



생태마을은 곧 환경마을이다. 생태마을은 사람과 자연이 생태적으로 균형과 조화를 이루며 살기 위한 목적으로 조성되어 오늘날 환경 파괴적인 주거형태의 대안적인 삶(환경)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95년 스코틀랜르 핀드흔에서 ‘세계 생태마을 네트워크(Global Eco-Village Network)’가 결성된 이래 현재에는 전 세계에 약 160개의 생태 마을이 세워졌다. 우리나라에서의 생태마을은 아파트의 대안주거지로 모색하기에는 아직 실험적이다.

보편성을 지니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과제가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정책 및 W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함과 동시에,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우리 모두가 생태마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실천할 경우에 비로소 대안주거지로 자리잡을 것이다.

최근 지구환경문제와 관련하여 사회전반에서 생태주의적 발전모델을 통한 새로운 사회적 가치와 시스템을 정립할 필요성이 제기되어 오고 있다. 이러한 생태주의적 발전모델은 기존의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전제로 한 과학기술과 부분적으로 공존하거나 새로운 생산과 소비, 자원의 순환 시스템으로 대체할 수 있는 대안기술로의 접근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대안기술은 아직 현대사상이나 과학기술로서 주류적인 흐름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상당한 정도의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져 오고 있다. 특히, 우리 삶의 터전인 주거지 측면에서도 환경친화적인 주택 및 단지 등 다양한 사례들이 국내외에서 실천되어 오고 있다.

이러한 대안주거실천사례 중의 하나가 바로 생태마을이다.

생태마을은 주변 자연생태계와 조화되고 자원과 에너지가 절감되며 안정된 하나의 공동체를 추구하는 대안주거지이다. 그러나 아직 우리는 생태마을에 대한 체계적인 실천사례가 부족하여 국내에 파생되어 가는 생태마을운동의 을바른 지향점을 제대로 이끌어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이미 체계적으로 정착된 해외의 생태마을 사례를 통하여 생태마을의 현황과 향후 전망을 살펴보고자 한다. 해외 생태마을 현황국외 생태마을은 먼저 국제적인 생태마을 네트워크 조직인 GEN을 살펴보아야 한다.

GEN은 1994년 전세계의 환경운동 성향의 생태마을을 하나로 조직화할 필요를 느낀 덴마크 가이아단체(Gaia Trust)의 노력에 의해 출범했다. 가이아단체(Gaia Trust)가 주축이 된 GEN의 생태마을 운동은 1995년에 인터넷 웹이트를 개설하고 핀드혼에서 세계 40개국 4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21세기를 위한 생태마을 및 지속가능 공동체’회담 개최를 시작으로, GEN에는 현재까지 160여 개의 세계 주요 생태마을과 1만여개의 전통마을이 네트워크 조직체계로 등록되어 있다.


네트워크 하부 조직체계로는 Gen-E(GEN Europe/Africa: 유럽, 아프리카 및 중동지역을 관할함)에서 100회원, Genoa(GEN Oceania/Asia: 호주, 아시아, 태평양 군도 등을 관할함)에서 약 80회원을 가지고 있으며, ENA(The Ecovillage Network of the Americas: 북미와 남미를 관할함)는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지 않지만 북미의 500여개 생태마을과 남미의 700여 생태마을 가운데 100여개 마을이 ENA와 연결되어 있다.

해외 대표적인 생태마을 사례

GEN의 하부 지역 네트워크 본부는 ENA(The Ecovillage:Network of the Americas)에 미국의 팜(The Farm), Genoa(GEN Oceania/Asia)에 호주의 크리스털워터즈(Crystal Waters), Gen-E(GEN Europe/Africa)에 독일의 레벤스가르텐(Lebensgarten)을 각각 두고 있다.

미국의 팜 생태마을은 테네시주 남중부에서 320명의 공동체로 시작되었다. 1971년 설립 당시 320여명이었던 주민수가 1980년에 1200명으로 늘었다가 현재는 약 250명 가량으로 유지되고 있다.

경제 체제는 처음 공유재산제 형태로 출발하였으나 1983년말 일종의 협동조합 형태로 변환되어, 현재는 사유재산을 허용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구성원들은 마을 내에서 마을이 운영하는 30~40여개의 각종 사업체나 시설, 조직 혹은 기관에서 일하지만 1/3 가량은 외부에 취업하고 있다.

팜 마을은 특히 태양열주택, 조산술, 콩가공기술 등을 발전되어 제3세계에 대한 원조와 상부상조는 물론 매년 10,000~15,000명이 방문하여 체험과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독일의 레벤스가르텐 생태마을은 1984년 정신적 공동체(spiritual community)로의 발전을 추구하는 계획적 공동체이다. 경제 체제는 사유재산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나 모든 구성원 및 자연과 공존·공영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레벤스가르텐은 외부인을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정신적 갈등의 해소와 정신 수양, 자기계발을 할 수있는 참선, 태극권, 탄트라(Tantra), 음악, 노래, 주술, 단식법, 영양학, 영속농법, 생태학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레벤스가르텐의 생태운동과 관련된 주요 활동으로는 천연 자재를 이용한 건축 기술 및 태양에너지 등 재생가능 에너지 사용 기술의 개발과 보급을 들 수 있다.

호주의 크리스틸워터즈 생태마을은 1985년에 ELS(Eco-Logical Solutions)에 의해 설계되고 토지가 분양되어 형성되었다. 마을 경제체제는 사유재산제와 공유재산제가 혼합되어 있다.

전체면적의 약 14퍼센트는 작게 분할된 사유지들이며 6퍼센트는 마을과 방문객 체류지, 나머지 80퍼센트는 공유지로서 호수, 농경지, 삼림 등을 포함하고 있다.

모든 사유지 소유자는 공유재산을 유지하고 관리하는데 공동의 평등한 책임을 진다. 건축 설계는 생태마을답게 건축 자재는 통나무나 흙벽돌의 이용, 태양열을 이용한 온수기 시설 이용, 일부 건물은 광전지를 이용한 발전시설이나 인분 퇴비화 시설을 갖추고 있다.

 


현재 크리스털 워터즈 주민들이 운영하는 사업은 출판사, 유기농업 농장, 퍼머컬쳐 농법 교육, 삼림업 관련 회사, 그리고 주민 대부분인 조합원으로 구성된 Waters Community Co-operative 등이 대표적이다.


생태마을의 일반적인 조건

앞서 검토한 해외 생태마을 사례들이 대부분 주민들의 주체적인 삶의 장소로서 생활양식, 생산양식이 주변 자연생태계와 조화되고 자원, 에너지가 저감되며 지역의 역사, 문화적으로 안정된 하나의 공동체를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생태마을은 다음과 같은 3가지 일반적인 조건을 갖춘다.

첫째, 생태마을은 생태마을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자연과 생명사상에 대한 신념이나 철학을 지니며 물질적 풍요가 아닌 정신적 풍요, 양적 풍요가 아닌 질적 풍요를 보다 중시하여 삶의 수단은 소박하지만 목적은 풍요로운 사회를 추구하는 신념을 갖추고 있다.

둘째, 생태마을은 생태적인 삶을 유지하는 공동체와 삶의 방식 즉, 생태계와 조화를 이루는 자원절약, 자원순환, 저소비의 생태적인 생활과 활동을 본질적으로 실천할 수 있고, 자유롭고 민주적인 의사교환과 합의에 의해 생태적인 삶을 유지하는 삶의 방식을 지니고 있다.

셋째, 생태마을은 주거지 내외의 생태계를 손상시키지 않으며, 그것을 복원시킬 수 있는 환경친화적인 마을조성기술 개발과 전파를 하는 노력을 갖추고 있다.


생태마을의 일반적인 유형

세계적으로 조성된 생태마을은 그 조성방식과 생산방식에 따라 각각 다음과 같이 그 유형을 구분할 수 있다. 먼저 조성방식에 따른 유형은 ‘계획적 생태마을 조성방식’, ‘기존 마을의 생태마을화 조성방식’, ‘기존마을+계획적 생태마을 혼합조성방식’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계획적 생태마을 조성방식’은 생태적인 이념과 철학이 동질적인 구성원들이 주민자치적으로 마을을 조성하거나, 이를 염두에 두고 마을을 조성한 후 입주자들을 구성하여 생태공동체로 형성되는 계획적인 생태마을을 조성하는 방식이다.

둘째, ‘기존마을의 생태마을화 조성방식’은 주로 농촌의 기존마을 주민들이 생산방식을 환경농업으로 바꾸거나 마을환경을 개선하거나, 삶의 방식의 생태적으로 개선하기 위하여 기존 마을공동체가 생태마을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셋째, ‘기존마을+계획적 생태마을 혼합조성방식’은 기존마을 주민들이 생산방식을 환경농업으로 바꾸거나 마을환경을 개선하거나, 삶의 방식의 생태적으로 개선하기 위하여 생태마을로 전환하면서, 기존마을과 마을주변에 신규로 새로운 계획적인 생태마을을 조성하여 동질적인 공동체를 형성하여 조성되는 방식이다.

또한 생산방식에 따른 유형은 ‘마을내부 자급자족방식’ ‘마을외부 생산의존방식’, ‘마을내 ·외부 혼합생산방식’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마을내부 자급자족방식’은 마을 내부에서 농업, 임업, 마을공동생산 등을 통하여 자급자족하는 생산방식으로 일반적으로 농업이 주요 생산기반일 경우 가능하다.

둘째, ‘마을외부 생산의존방식’은 주로 마을 외부에서 생산기반을 갖는 생산방식으로 외부의 다양한 생산활동에 종사하면서 거주지는 생태마을에서 거주하는 방식이다.

셋째, ‘마을 내외부 혼합생산방식’은 마을 내부에서 생산기반을 갖는 거주자와 외부에 생산기반을 갖는 거주자가 혼합되어 있는 방식으로 통산농업에서부터 엔지니어까지 다양한 생산활동을 갖는다.


생태마을의 전망과 과제

이와 같이 살펴본 해외 생태마을 사례들은 결국 주민들의 생활과 생산활동 속에서 생태적인 삶을 자연스럽게 실천하고자 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이상적인 생태도시나 지속가능한 정주지를 실천할수 있는 가장 기초단위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나라에 가장 대표적으로 자리잡은 아파트 주거양식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주거지로서 생태마을을 정책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 도입된지 불과 40여년의 역사밖에 안되는 아파트 주거양식은 경제성, 효율성 위주의 개발방식으로 그동안 인간소외 현상, 근린성 약화, 다양한 환경오염 문제 뿐 만 아니라, 최근 국토전반에 걸친 난개발의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대안주거지를 모색할 단계이다.

그러나 아파트의 대안주거지로 모색될수 있는 생태마을은 아직 우리 사회에 적용하기에는 실험적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도시문화권에서 벗어난 생태적 귀농자들, 환경농업 실천자들, 대안교육 실천자들과 같이 특정한 집단에 의해 주로 생태마을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 아파트를 대처할 대안주거지로서의 보편성이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생태마을이 대안주거지로서의 보편성을 지니기 위해서는 극복해야할 과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정책 및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함과 동시에,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우리 모두가 생태마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실천할 경우에 비로서 대안주거지로 자리잡을 것이다.

이재준
협성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도시재생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