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정말 옛날이랑 똑같다."
얼싸안은 채 동시에 쏟아낸 말이었습니다.
"남들이 보면 흉보겠다."
조심하면서도 몇 십 년만의
해후는
반가움으로 가득했습니다.
연세 지긋한 분들이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너는 예전이랑 하나도 변한 게 없구나." 하실
때
'저 연세에 뭐가 변한 게 없을까.'
재밌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했는데
친구들을 만나고보니,
그것을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았습니다.
겪어봐야 안다는 게 딱 맞습니다.
얼굴은 주름이 지고 체형도 바뀐 게 사실이지만
그때의 그 모습과 똑같다고
하는 것은
특유의 말투며 몸짓, 그리고 은연중 보이는
낯익은 표정 때문일 겁니다.
퍼즐 맞추기 하듯
뒷전으로 밀어 두었던
기억을 짜 맞추는 속에
다시 정이 생기고, 서로 우열을 가릴 필요도 없으니
역시 친구가 좋긴 좋습니다.
-
최선옥 시인
자신을 낮추다, 물러나다
해야하는 경구로서, 또 흐르는 말들 그 속에 숨겨진 강요의 코드를 이 글들에서 아무리 떠들어 댄다해도
하심
이라는 한마디에 에이~ 싶으면 '아는' 것이 아니다.
알게 되면 머리가 숙여진다는 의미를 아는 것이 아닌 것이다.
겸손을 '法'으로 대하듯.
내 곁에, 내 속에 제대로 알게 되면, 나를 높이려고 아둥바둥 할 필요가 없다.
이해하기 쉽게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누가 있는지, 내가 그에게 어떻게 대했는지를 보라.
그 자리에서도, 힘을 구가하려했거나, 내 하고 싶은 바를 솔직하게 터놓지 못하여 숨기고, 오히려 나의 의지로서 강요해 버릇 하였다면, 더 나아가 그 사실조차 모르거나, 인정하기 싫다면, 그와의 관계는 '편해'질 수 없다. 그도 나를 모르는 것이 되고, 나도 그를 이해하지 않은 것이 되기 때문이다.
하심도 근본은 앎 이다.
알게 되면 힘을 가진다.
하지만, 그 때의 힘은 강요의 그것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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