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과 !/수미산이야기

[1]⑤실제적인 첫 걸음 ⑥안전한 안내자

GraU 2007. 3. 19. 22:24

 

5. 실제적인 첫 걸음

 


우리는 무엇보다 먼저,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 주는 것은 결코 소망하는 대상물이 아니며, 또 우리의 긴장.아픔, 그리고 고통의 원인이 방해하는 물건이나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우리의 첫 통찰을 잊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고통의 원인은 어디까지나 갈애이며, 이 갈애의 극복, 초월만이 우리를 자유에 더욱 접근시켜 행복에로 안내한다.

갈애나 증오가 이길 경우에는 행동 말 생각이 현혹된 짓을 하게 되고 따라서 함정에 더 깊숙히 빠져들게 되어 고통을 연장시키게 된다.

고통의 이 두 가지 뿌리가 치성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우리는 그들의 참 성질에 관한 통찰[觀]을 계속 유지해 나가야 한다. 그렇게 할 때 우리는 실제로 모든 고통의 근본 뿌리인 무지에 대처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적으로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수행해 나갈 수 있다.


  1. 확인하기 

먼저 우리는 갈애와 증오가
일어날 때마다 그것을 확인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행위 말 생각 뒤에 숨은 진짜 동기를 계속 유념, 관찰할 필요가 있다.

보통 우리는 행동하거나 말하거나 생각으로 판단할 때, 정작 그 당시는 우리가 왜 그렇게 하는지 진정한 동기를 모른 채 행하고 있는 것이다.

나중에야, 특히 그 행한 바가 못마땅한 결과를 초래했을 경우, 비로소 우리는 갑작스레 치민 분노에 사로잡혀 냉정을 잃었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자세가 된다.


때로는 우리가 어떻게 이러저러한 것을 할 수 있었는지 이해조차 안갈 때도 있다.
그리고서는 그것이 '우리' 보다 더 강했던 탓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막상 애써 찾아본다 한들 우리 내면에서 우리 자신이라고 말할 수 있는 어떤 주체도 발견할 수가 없다.
여기서 말하는 주체란 물론, 우리가 감정이나 행동 성향대로 움직이고 싶어지는 바로 그 순간에 있어서의 감정 내지는 성향과 구분되어야 할 그 어떤 것이다.


그와 같은 감정 내지 성향과 자기 자신과를 구분하는 것은 다만 회고적 분석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일이 지나간 뒤, 그래서 '우리'가 다시 생각해 볼 수 있게 되었을 때만 가능하다.


이와 같이 가외로 구분짓는 발상은 감정을 소유하는 가상적 주체를 전제로 하는 사고방식에서 나온 것이다.

결코 매 순간의 실제 경험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이렇게 되면 우리가 갈애로 말미암아 행동하고 있는 그 순간에는 우리는 다만 갈애 그것이었을 뿐이며, 증오로 말미암아 행동하고 있을 때는 우리가 바로 그 증오였다는 것이 증명된다. 달리 더 정확한 표현을 하자면, 오직 갈애만이 존재했고 오직 증오만이 존재했다. 이 두 경우 모두 어리석음과 연관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만일 우리가 어떤 욕구 성냄 미움 등등을 강하게 느끼는 순간, 무엇이 존재하며 무엇을 경험하고 있는지 계속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으면

그 땐 '우리'는 이미 그 욕구 성냄 미움 그것들이 아니며,

그 때 '우리'는 관찰하고 있는 의식 그것이며,

따라서 우리는 그

욕구가 갈애의 일종이며,
성냄이 증오의 일종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마음상태는 이미 전적으로 무지와 관련된 것만은 아니다. 하나도 놓치지 않고 알아차린다는 것은 이 경우 어느 정도 참 지혜에 해당되며, 따라서 여기에서 현혹된 행동같은 것은 나올 수 없게 된다.




  2. 멈추기


여기서 우리는 두 번째 과업을 맞게 된다.

어떤 행위를 하고 싶을 때, 즉 무얼 행하거나 무슨 말을 하고 싶을 때, 또는 생각하거나 어떤 결론을 끌어내고 싶을 때 우리는

일단 멈춘 다음,
의도하는 행위의 동기부터 살펴야 한다.


갈망에 찬 또는 증오에 찬 마음상태가 생겨날 때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주시하는 정념(正念)을 지속해 낼 수만 있다면, 그런 태도의 당연한 결과로서 우리는 실제 어떤 행위를 선뜻 행하기 전에 일단 멈추게 될 것이다. 설혹 정념을 지속해내지 못한다 하더라도 참된 동기를 살피기 위해 행동 이전에 일단 멈추어 보려는 진작부터의 의도를 잊어버리지 않는 한, 갈애나 증오를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가 다른 사람들의 말이나 행위에 대해, 또는 어떤 사건에 대해 즉각적인 반응을 나타내는 나머지 자기도 모르게 행동하거나 말하거나 판단해 버리는 경우가 얼마나 허다한가!

그렇게 해 버린 행위나 말 또는 판단이, 공정한 관찰자의 눈에 또는 우리 자신이 나중에 차분한 마음으로 되돌아 보았을 때 현명하게 비칠 경우가 극히 드문 것이 사실이다.


우리 생애의 많은 문제들은 훨씬 더 유리하게 해결될 수 있고, 많은 가정들이 보다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으며, 수많은 고통도 모면할 수가 있다.

만약 사람들이 스스로 불친절한 행위를 하도록, 거치른 말을 뱉도록, 남을 마음 속으로 저주하도록 충동질하는, 오직 내면에서 나올 뿐인 압력을 살피기 위해 단 한 순간만이라도 멈추고자 항상 성실하게 노력만 한다면 말이다.



  3. 재빠른 반성


우리가 행하는 행동의 참된 동기를 사전에 확인하는 데 성공하기만 하면, 그 틈을 활용해서 과연 그 일이 수행할 가치가 있는지 여부를 재빨리 반성해 볼 수가 있다. 이것이 우리의 세 번째 과업이다.


우리가 고통의 두 뿌리인
갈애와 증오 중,

어느 것이 지금 우리를
이런저런 행동으로 내모는 동기 내지 추진력인지 확인하게 되면

그것을 더 이상 붙들고 씨름할 필요가 없어지니까

그 행위를 하지 않은 채 그만 두어 버리기가 매우 용이해 진다.


그러나 그처럼 인지(認知)를 해도 여전히 욕구나 반감 또는 증오가 수그러지지 않고 지속될 때는,

모든 반성력과 상상력을 다 동원해서라도, 그같은 현혹된 마음상태가 빚는 행동이 가져올 고약한 사태를 마음에 떠올려보도록 노력하는 것이 좋다.

그래서 그 욕구나 증오를 나 자신으로 혼동해 버리지 말고 객관적 대상으로 계속 주시하고 있노라면, 그것이 희미하게 사라져가는 모습을 반드시 보게될 것이다.


이미 앞에서 말했듯이, 이런 방식으로 우리는 많은 계획을 없었던 일로 돌리고, 많은 행위를 저지르지 않고 넘기며, 많은 말을 삼가고, 또 많은 해로운 생각의 진행을 중단시키게 될 것이다. 또 특별히 해로운 동기를 발견할 수 없을 경우에도, 현명한 반성에 의해서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이 무의미하거나 무익하다는 것을 깨닫고, 역시 단념해 버리게 될 것이다. 그럼으로써 불필요한 일에 더 이상 말려들지 않고 피하게 된다.


이와 같이 우리는 우리가 행하려 하는 행위가 해롭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더 나아가서 남에게도 이롭다는 것을 반성에 의해 확인한 연후에 그 일을 행하게 될 것이다.

이 때 빈틈없는 마음챙김을 통해 예민하게 다듬어진 기민한 마음이 단단히 한몫 하게 될 것이다.

 



6. 안전한 안내자

 

 

 

내면적 관찰로 얻은 우리 자신의 지혜만으로 만사를 다 판단해 낼 수 없다는 것은 물론 사실이다. 우리의 통찰력이 아직 너무 좁거나 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때는 비견할 수 없는 스승이며, 올바른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안내해 주시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귀의하면 된다.

부처님의 경전에는 초심자이건, 고수준자이건, 또 승려와 재가자 모두를 위한 지침이 담겨져 있다. 또 사원생활을 위한 계율과 속세생활을 위한 행동규범이 모두 율장에 담겨져 있다. 그것을 읽고 익히면 족하다. 그 충고를 단 몇 가지만이라도 현실에 적용해 보면 그 효과를 금방 체험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정념의 빈틈없는 주시 태도를 유지하는데 조금만 숙달되어도, 그래서 갈애와 증오의 다양한 모습이 우리의 의식과 제휴하여 빈발하는 양을 볼 수 있게 되면, 우리는 자신이 얼마나 깊숙히 고(苦)의 함정에 빠져들었는지 그 정도를 깨닫게 될 것이다.

증오가 얼마나 치명적 영향을 가져오는지 알게 되면, 더 이상 증오를 묵인하려 들지 않을 것이며, 가장 경미한 형태의 싫어함이나 화냄조차도 마다하게 될 것이다. 언제나 완벽하게 증오를 다스릴 수는 없겠지만 우리는 증오를 마음에서 몰아내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게 될 것이다.